✨공주✨ [541907] · MS 2014 (수정됨) · 쪽지

2019-04-22 00:25:45
조회수 1,317

깨달아간다는 것이 내 삶의 중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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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이 맘 때 쯔음, 하루에도 몇 번 씩, 대학교에 입학하는 상상을 해보고는 했다. 정확히는, 대전 지하철에 ‘yonsei university economics’라고 적힌 야구점퍼를 입은 채 서 있는 소년을 상상했던 것.


대학교가 올해 당신의 궁극적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찬란한 심찬우의 교설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 상상을 끊을 수 없었다. 그 때 당시에는, 아직 ‘겉 멋’이 들었던 상황이었고, 내면이 그리 단단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하면 적절한 핑계가 될 듯 하다.


그런데, 10월 말 즈음이 되었을까.

나는 엄마한테 이렇게 말했다.


-엄마, 솔직히 재수생활 행복하게 했어.

진짜 재밌었고, 내적으로나 외적으로나 많이 성장했어.

근데, 그게 결과로 이어질 지는 모르겠다.

그러니까, 설령 수능 성적이 안나와도 아들 너무 미워하지마.

나한테 지원해 준 그 돈에 미안하지 않을 만큼 열심히 했어.

또, 재미있게 살았고.


그리고, 수능 성적은 ‘실패’라고 말했건만,

그런 나를 알았는지 엄마는 선뜻 삼수를 지원해주셨다.


내가 수능 마지막에 저런 말을 과감히 부모에게 할 수 있었던 이유는, ‘깨달음’이 내게 주는 강렬함을 알았기 때문이었다.


현대시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왔었을 때, 드디어

시에 진심의 내 마음을 담아 읽어냈다는 성취감,

그리고 그로 부터 오는 강렬한 깨달음.


영어 지문을 두고 치열히 고민하는 과정에서,

‘Paraphrasing’의 본의를 알게 된 깨달음.


홀로 왕십리 전통시장 거리를 걷다가

오늘 시에 나왔던 사람의 외로운 내면을 공감하게 됐던 깨달음.


우연히, 삶을 포기하려던 친구가 나 때문에 

삶을 다시 붙잡았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느끼게 됐던 깨달음.


그런 깨달음이 축적되어 재수생활을 만들었고,

또 그런 나를 행복하게 만들었다. 

재수생활에서, 나를 강력히 지탱했던 것은 저러한 깨달음들이었다.


공부에서나, 삶에서나 깨달음들은

왔다. 왔으되, 필연적인 것처럼 왔다.


그래서, 수능 성적이 어떻게 나오건,

2018년은 내 인생에 있어서 최고의 시간이자,

기적의 시간이었음을 알게 됐던 것이었다.


그 의지가 이어져, 나는 삼수생활에서도,

저러한 깨달음들을 반기고 있다. 아직은 생활한 지

한 달 밖에 안되어, 글에 적을만큼 이렇다 할 대단한

깨달음은 아직 없지만, 그래도 조금 쓸 것이 있다면,


힘들고 열악하며, 열등감을 느낄 수 밖에 없는 

이 ‘최악의 시간’에서도 ‘최고의 시간’으로 그를 바꾸기 위해 발악하는 소년이 여기 있다는 것.


같은 의지로 삼수생활의 중심에는, 항상 깨달음을 두고

싶은 소년이 여기 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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