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달아간다는 것이 내 삶의 중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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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이 맘 때 쯔음, 하루에도 몇 번 씩, 대학교에 입학하는 상상을 해보고는 했다. 정확히는, 대전 지하철에 ‘yonsei university economics’라고 적힌 야구점퍼를 입은 채 서 있는 소년을 상상했던 것.
대학교가 올해 당신의 궁극적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찬란한 심찬우의 교설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 상상을 끊을 수 없었다. 그 때 당시에는, 아직 ‘겉 멋’이 들었던 상황이었고, 내면이 그리 단단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하면 적절한 핑계가 될 듯 하다.
그런데, 10월 말 즈음이 되었을까.
나는 엄마한테 이렇게 말했다.
-엄마, 솔직히 재수생활 행복하게 했어.
진짜 재밌었고, 내적으로나 외적으로나 많이 성장했어.
근데, 그게 결과로 이어질 지는 모르겠다.
그러니까, 설령 수능 성적이 안나와도 아들 너무 미워하지마.
나한테 지원해 준 그 돈에 미안하지 않을 만큼 열심히 했어.
또, 재미있게 살았고.
그리고, 수능 성적은 ‘실패’라고 말했건만,
그런 나를 알았는지 엄마는 선뜻 삼수를 지원해주셨다.
내가 수능 마지막에 저런 말을 과감히 부모에게 할 수 있었던 이유는, ‘깨달음’이 내게 주는 강렬함을 알았기 때문이었다.
현대시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왔었을 때, 드디어
시에 진심의 내 마음을 담아 읽어냈다는 성취감,
그리고 그로 부터 오는 강렬한 깨달음.
영어 지문을 두고 치열히 고민하는 과정에서,
‘Paraphrasing’의 본의를 알게 된 깨달음.
홀로 왕십리 전통시장 거리를 걷다가
오늘 시에 나왔던 사람의 외로운 내면을 공감하게 됐던 깨달음.
우연히, 삶을 포기하려던 친구가 나 때문에
삶을 다시 붙잡았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느끼게 됐던 깨달음.
그런 깨달음이 축적되어 재수생활을 만들었고,
또 그런 나를 행복하게 만들었다.
재수생활에서, 나를 강력히 지탱했던 것은 저러한 깨달음들이었다.
공부에서나, 삶에서나 깨달음들은
왔다. 왔으되, 필연적인 것처럼 왔다.
그래서, 수능 성적이 어떻게 나오건,
2018년은 내 인생에 있어서 최고의 시간이자,
기적의 시간이었음을 알게 됐던 것이었다.
그 의지가 이어져, 나는 삼수생활에서도,
저러한 깨달음들을 반기고 있다. 아직은 생활한 지
한 달 밖에 안되어, 글에 적을만큼 이렇다 할 대단한
깨달음은 아직 없지만, 그래도 조금 쓸 것이 있다면,
힘들고 열악하며, 열등감을 느낄 수 밖에 없는
이 ‘최악의 시간’에서도 ‘최고의 시간’으로 그를 바꾸기 위해 발악하는 소년이 여기 있다는 것.
같은 의지로 삼수생활의 중심에는, 항상 깨달음을 두고
싶은 소년이 여기 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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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져요

어머니도 대단하시네요 아들이 생각이 많은걸 아셨나봐요저랑 엄마는 음.. 모자관계라기 보다는 친구관계에 가까운 듯 하네요. 부끄럽지만 싸울 때도 서로 평등한 입장에서 싸우고, 얘기할 때도 친구처럼 숨김없이 얘기하니까요.
그런 상황이다보니, 깨달음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이미 어머니께서는 알고 계셨어요. 그 부분에 대해서 여러가지 많은 이야기도 나눴지요!

부럽당이 새벽까지 깨있었던게 이 멋진 글을 볼라구였구나.

저 이센스 되게 좋아해요ㅋㅋㅋㅋㅋ저도 진짜 사랑하는데..앨범 4월 약속해놓고 이번에도 또 어기면 진짜 정뚝떨대서 닉넴 개코로 바꿀듯요 ㅎㅎ
이방인 빨리나와서 진짜 이번 수험생활의 비타민처럼 작용해줬음 좋겠습니당 ㅠ
그래도 이센스도 에넥도트 발매 이후, 사람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서 열심히 만들고 있을거에요 ㅎㅎㅎ Stranger로 인해서 우리의 Strange가 사라질 만큼 감명 깊은 앨범일 것 같은데요!
무튼 오늘도 고생하셨어요!
그리고 부족한 글 좋게 봐주셔서 감사드립니다 :)
매일매일 내면이 깊어지는 게 느껴져요 응원합니다 :-)
아이고.. 친히.. 세계의 자아화 팬클럽 회장님께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