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 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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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맘 때 즈음부터, 재수를 시작했었다.
대전의 땅만 밟다, 서울의 땅을 밟으니,
내게 오는 불안감과 낯설음은 극에 달했다.
과연 이 곳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어떻게 공부할 것이냐는 고급적인 질문보다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라는 원초적이고 인간본래적 질문을
많이 던져왔던 것.
주인만 허락한다면,
길을 걷다 보이는 은마아파트에서 자고 가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곳에는 누군가의 ‘어머니’가 있을 테니까.
나의 엄마는 이 곳에 없음에 슬펐고,
이 곳에 남아있는 것은 몇 권의 책과 몇 개의 펜,
그리고 나 뿐이란 사실에 불안하였다.
그렇게 크리스마스 또한,
황망히 바둥거렸으며, 겨울 속 따뜻한 불빛이란
내겐 그저 나의 시야를 가로막는 와사등에 불과했다.
지나가는 커플들을 볼 때면,
내가 거니는 세상과, 그네들이 거니는 세상이
퍽 다르지 않냐는 원망 같은 망상에 젖어들었고,
대치동의 극한 추위 속을 뚫고, 막 출발하려 하는
분당선 지하철을 아슬아슬하게 탔을 때는
세상을 다 가진것 마냥 우쭐대었다.
그렇게 황망히 바둥거렸고, 그리도 생각이 복잡했으며,
그리도 나약하였다.
허나, 시간이 지나고, 어느 순간,
그와 같은 황망함은 사라지고,
내게는 익숙함만이 남았다.
한티역에 자리잡은 스타벅스를 볼 때면 반갑기
그지 없고, 대치역에 자리잡은 대치러셀을 볼 때면
토가 나올 정도의 익숙함에 별 감흥없이 지나칠 수 있다.
그러다 보니, 나는 지금 그 때와는 다른 크리스마스를
보낼 것에 약간의 죄책감을 느끼고 있는 것.
익숙한 크리스마스, 과연 낯설었던 그 크리스마스만큼
내게 새롭게 자리 잡을 수 있을까.
그 때, 낯설었던 크리스마스에는,
12월 26일이 실질적 재수생활의 시발점이 되리란
기대감에 젖어들어 잤다.
허나, 올 해 12월 25일의 나는,
어떤 것을 기대하며 잘 수 있을까.
그것에 대한 답을 작년과 일관되게 내리고 싶은 것.
아, 20대의 실질적 첫 출발을 26일로 잡을까.
글을 쓰다가 갑자기 생각났다.
그래, 26일은 내가 기존의 알아왔던 나와는 다른
내가, 같은 대치동의 길을 걷는 실질적인 날이다.
이제는 익숙한 그 길을 걷는 날이다.
내 꿈을 챙기기 위해 걸었던, 낯선 대치가 아니라,
누군가의 꿈과 내 꿈을 챙기기 위해 걸을, 익숙한 대치.
내 이상을 철저히 짓밟곤 했던 그 동네에서,
나와 타인의 꿈을 동시에 챙기는 것은 퍽 어렵겠으나,
지난 날부터 지금까지, 잔뜩 얻고 잃은 가치를 돌이켜 보면,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기대감.
그 기대감을 가지고, 크리스마스에
산타할아버지께 한 번 기대어 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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