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후✨ [541907] · MS 2014 (수정됨) · 쪽지

2018-12-10 20: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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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의 경계, 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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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들어, 계속 글을 쓰고 있는 듯 하다.

이제는, 국영수탐의 지식들을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내 자신의 미래와 내 자신 그 자체를 생각해야 하므로.


10대를 마무리 하기 까지의 나는 어떤 사람이었는가.

그를 잘 생각해야, 20대를 시작하는 삶이 조금 풍요로워

지리라 믿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산타 클로스’의 거짓을 알게 된 나이는 약7세 였다.

그 전 까지는, 정말 두근거리는 크리스 마스 이브 밤이었다.

크리스마스 트리에 양말을 걸어놓고, 그 안에 할아버지가

나의 선물을 두고가시기를 기원하며 잤던 걸로 기억한다.


헌데, 매우 기묘하게도, 그 ‘거짓’을 알게 된 이후로부터는,

크리스마스란, 집이 아닌 학원에서 계속 있어야 하는

집중특강 개강까지 얼마 안 남은 특별한 날로써 기억되었다.


무서웠고, 따가웠다.

어렸던 나는 놀기를 좋아했고, 또

공부보다는 게임을 좋아했는데, 그 기제를 막기 위해서

당치도 않은 영어 학원에 나를 가둔 셈이니까.


나는 어른들이, 나 자신 자체를 순수히 대해주길 바랐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얘기할 때, 


-그럴 수 있구나.


이 대답을 해주기를 바랐다.

그것이 어린 나에 대한 사실이고, 순수이고, 진심이니까.


헌데, 이상하게도 내가 좋아하는 것을 얘기하면,

어른들은 그 이유를 듣기 보다는, 나를 막아서려 했다.


‘산타 할아버지의 환상을 알기 전 까지는 내가 놀이터에서

모래장난을 해도 그냥 내버려 두셨으면서.’


그것이 내가 가지게 된 첫 증오의 감정이었다.

그 증오를 표할 수 없어, 가면을 썼다.


‘원래 사람은 자라나면서 그런 거니깐.’


나의 기제와는 정반대인 사상을 주입하며.

일종의 통과의례 프레임이라고 할까.



/


순수한 기제를 인정받지 못한, 나 자신은

그렇게 순수와는 멀어진 채 삶을 살아온 것이고,

그를 깨달은 것이 재수 생활 때인 것이다.


그 전 까지는 크리스 마스를, 그렇게 인식해왔다.

공부를 하면 더할 나위 없이 어른들에게 칭찬받을 수 있고,

거짓으로 꾸미어진 상업적 전략이니, 쉬는 것 보다는,

어른들에게 잘 보여지기 위해서 독서실을 가야 하는 날.


재수 생활 때, 내가 상정한 이 정의들을, 깨버린 사연.

역시나, 존경스럽게도, 한 편으론 안타깝게도 또

심찬우와 관련이 되어있다.


-무한 긍정 공주! 요즘 어떻게 지내?


-저야 뭐.. 행복하게 지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겨울 때는 좀 힘들었는데, 요즘 들어서 확실한 길이

보이는 것 같아서 매우 괜찮아진 상태지요....


‘?’


이상하다. 나는 최근 누군가에게

긍정적이라는 말을 들어보지 못했다.

물론, 내 자신의 본 모습은 무한 긍정, 그리고 비타민과

가까울 정도로 치유력이 뛰어나지만, 가면을 쓴 이후로는,

현실적인 말들과 보편적인 말들만을 얘기했으니까.


그에게 괜찮아졌다는 얘기도, 긍정적 감정보다는

현실적이고 계산적인 말 중 하나 였다.


누군가에게, 숨겨 온 내 자신을 간파당한 느낌이었다.

당황스러웠고, 말도 잘 하지 못하여, 그와 이후에 나누었던

대화는 잘 기억나지 않는 상황이다.


그 날 이후로, 계속 솔직한 나를 생각해 버리게 된 것이다.

그리고 지금, 그로 인해 오르비에 글을 남기게 된 횟수가

올라가 버린 것이다.


다시 잃어버리고 숨겨온 나 자신을 찾아야 할 것 같은

의무감에 휩싸였기 때문이다.


-나는 순수를 지키고자 하는 인간인 듯 하다.


크리스 마스에는, 산타 할아버지를 기다려야 한다.

그 사람이 오든 말든 상관없이 기다려야 한다.

왜냐하면, 어린 나 자신에게 존중과 사랑을 표해야 하니까.


어린 나는, 그 사람을 진심의 존재로서 바라봤고, 또 그런 과정에서 더욱 따뜻해질 수 있었으니까. 두 번 다시 돌아오지 않는

그 때의 밤을 기리기 위해서, 나는 산타 할아버지를 기다려야 한다.


누군가가 물었다.


-올해 크리스 마스는 어디에서 보내려고?


아끼는 사람들이랑, 삶과 관련된 깊은 대화를 나누기 위해

홍대역 근처에 게스트 하우스를 잡았다.


그리고, 내 순수를 그 곳에 가져가,

진심의 마음으로 산타 할아버지를 기다릴 생각이다.


흰 눈이 오는 밤,

그대는 학원 또는 독서실에 가지 않아도 되며, 

따뜻한 이불 속에서,

누군가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자도 된다는 얘기를

어린 내게 얘기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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