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째 유토피아,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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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송원섭’의 집.
대치동 학원가를 지나다 보면, 가끔 웅성웅성하는
소리를 들을 때가 있다.
‘어, 야 공주다!’
아마도, 사회성이 아예 없는 사람 처럼
보이지는 않았을 게다.
근데, 조금은 우스운 일이다.
나는, 일전에도 서술했듯, 친구가 없던 사람이니까.
사회가 말하는 ‘사회성’이 없는 사람이지 않은가.
원래대로 라면 그를 배울 수가 없던 사람이었고,
그러므로, 이 사회에서 괴물로 낙인 찍혀야 하는 사람이 아닌가.
나는, 친구로부터 사회성을 배운 사람은 아니다.
나는 사회성을, ‘첫 번째 유토피아’에서 배웠다.
그 곳은, 청주시의 뉴타운 109동 34라인 1303호이다.
그 곳은 명절 날이 되면, 외가 친척이 모이는 만남의 광장이었다.
또, 그네들은 항상 큰 거실에 모여서 화투를 쳤다.
화투패가 뒤집어지는 것을 요란하게 본 나는,
그 안에서 사회성을 배웠다.
사람들이 저렇게 모이고 모여, 재미있는 담소를 나누며
화투를 치는 모습 안에, 인간이 가져야 할 기본적인
도리와 따뜻함을 본 것이다.
친구 대신 외할머니의 집에서 그 사회성을
항상 간접적으로 배워왔던 나머지, 그녀가 죽었다는
소식을 들은 나는 장례식에 가지 않았다.
유토피아가 파멸했다는 소식을
갑작스레 들었을 때, 모든 이거 공통적으로 보일 반응으로서
응답한 것.
믿고 싶지 않았다.
첫 번째로, 내 삶을 구한 이의 죽음을.
또, 그 죽음이 ‘외가의 재산 싸움’과 긴밀히
연관되어 있다는 사실을.
올 해, 그녀의 무덤에 가서
내 자신을 새겼다는 글을, 일전에 쓴 적이 있다.
돈과 관련된 더러움을 씼겠다는 다짐을 그 곳에서
했다. 결국, 당신의 죽음은 돈이란 개새끼 때문에
내게 더 아프게 다가왔다고 나는 생각하니까.
-두 번째, ‘정 형’의 만남.
고등학교 때, 일전에 말했듯 나는, 수시제도를
강력히 거부해 온 인간이었다.
선생들의 날카로운 눈초리,
학생들의 힘없는 시선,
거짓이 진실로 납득되는 생기부.
모든 것이 내게는 피해할 지뢰로 다가왔던 것.
그를 보고, 선생들은, 나를 인간쓰레기 취급을 했다.
학우들이 모인 학급에서 수업 중 대놓고, 내 이름
세글자를 부르고, 국영수탐의 성적을 짓거렸던 것.
.
.
.
“얘는 안돼. 얘처럼 안되려면, 겨울 방학 때는 학교 나와라.”
-개새끼. 그 세 글자가 그 때의 내 모멸감을
대변할 수 있을 게다.
겨울 방학에 나는 학교에 당연히 가지 않았다.
학교 대신, 학원을 선택했고, 그것 덕택에
정 형과의 만남이 성사될 수 있었다.
다만, 1년 동안 고등학교라는 공간에서
너무도 무시를 받던 나머지, 첫 만남에서
나는 그리 밝을 수는 없었다.
‘양아치라면 양아치.
내 색깔이 확고한 놈이라면 또 그렇게 볼 수 있겠지만,
전자가 더 가능성이 높은 놈.’
내가 바라보는 나란 그런 놈이었다.
헌데, 그는 나를 후자로 본 첫 사람이었다.
나이 많은 개새끼들은, 다 나를 양아치로 봤는데,
왜 이 사람은, 나를 색이 확고한 놈으로 취급하는 걸까.
묻고 싶었다.
이내, 묻지 않아도 그가 왜 그런 식으로 날
대하는 지 알 수 있었다.
그는, 나 보다도 자유 분방한 사람이었고,
나 보다도 멋을 내기를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자기의 그러한 심리적 기제를 재수 생활 때에
반영하여 힘듦을 버텨낸 사람이었던 것.
그는 알고있었던 게다.
그 양아치 기질이, 나중에는 더 올곧은 방향으로
굳어질 수 있다는 것을.
그와의 만남은 짧았다.
나는 바쁜 정시를 준비하는 고등학생이었고,
그는 바쁜 의대 커리큘럼을 이수하는 의대생이었으니까.
겨울 방학이 끝날 무렵, 그와 헤어졌다.
더 이상 그와 만나기란 힘들었다.
둘 다 바빴다.나 역시도 재수를 해야했으니까.
그렇게 우리가 나눴던 뜨거움은 점차 사그러들고
말았던 것.
그렇게 ‘두 번째 유토피아’ 또한 점차 파멸되어 갔다.
허나, 언젠가는, 그 사람처럼, 누군가의 본연의 마음을
알아보는 ‘학원 멘토’가 되겠다 다짐했다.
그가 짧은 기간 동안 내게 보여준 뜨거움이란,
누군가를 살리는 의사다운 행동이었으니까.
나를 살렸다. 정확히는, 양아치 기질을, 색깔이 확고한
자아로 바꾸어 버렸다.
필자가, 지금 현재, 대치동 수학강사의 조교가
되고자 함도 그와 맞닿아 있다. 나도 의사 기질이
있나보다. 아니, 정확히는 사라져버린 유토피아에 대한
그리움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올바르겠다.
-세 번째, ‘공감 연구소’
고등학교 생활을 두 번째 유토피아 덕에
조금 더 밝게 마칠 수 있었지만, 내게는 역시
그것과 관련된 트라우마가 남아있었다.
그를 완벽히 없애준 것이 심찬우라는 사람이었다.
마지막 수업을 마치고 내게 한 말은,
‘당신은 곧았다.’
그를 듣고나서 완벽하게, 두 번째 유토피아에 대한
파멸과정에 대한 슬픔, 고등학교에서 저항을 해오며
견뎌낸 아픔 등이 사라져 버리었다.
결국, 양아치 기질이 완벽히
올곧은 방향을 갖게되었다는 일종의 증명으로,
그 말이 내게 다가왔던 것.
세 번째 유토피아는, 공감 연구소이다.
아직 이것이 파멸되지는 않았다.
또한, 내 기억 속에서 사라지지도 않았다.
그러나 조금 무섭다.
첫 번째 유토피아와, 두 번째 유토피아가,
내게 말 한 마디도 없이, 잔혹하게, 파멸됐으니까.
외할머니는 죽었고, 그와의 만남은 힘든 상황이다.
그 때 나누었던 뜨거움이 점점 식었으니까, 설령
만나더라도 그 때 그 느낌을 다시 느끼리란 힘들겠지.
세 번째 만큼은 놓치고 싶지 않다.
어떻게 해서든, 나를 구해낸 사람의 옆에 있고 싶다.
이번에도, 파멸로 끝날까.
혹은, 여느 유토피아와는 달리 영원으로 끝맺을 수 있을까.
잘 모르겠지만, 지금의 나는 그를 유토피아로 삼은 것만큼은
분명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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