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수생활 때 제일 잘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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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위사람들에게 내 얘기를 잘 하지 않습니다.
어느 순간 부터인가, 그들이 바라보는 나와 내가 바라보는 내가
괴리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지요.
어렸을 때, 친구라는 존재들에 대해
트라우마가 있던 사람이고, 그로 인해
활발하고 적극적이기 보다는 소심하고 소극적입니다.
재수 생활 때에 내게 온 힘든 고민 거리들을
처리하기 위해 누군가와 대화하기란 힘들었습니다.
삶을 논할 만큼 충분히 가까운 사람도 없었거니와,
어느 정도의 괴리감이 있는 시선으로 나를 바라본다는 것이,
무서웠으니까요.
하는 수 없이, 내 자신과 셀프톡을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분위기를 조금 적막하게 하기 위해서,
사유의 밤거리에서, 나는 내게 ‘당신’이라는 호칭을
썼고, 그 덕분에 가벼운 침묵 속에서 대화를 하는듯한
느낌을 얻을 수 있었지요.
-당신은 왜 대학에 가려 하는가.
18년 동안의 삶을 살아오면서,
내게는 대학이 전부였다. 그러나, 그 인생이
잘못되었음을 느낀다. 나를 찾았어야 했다.
숨겨지고, 잃어버린 나를 말이다.
허나, 후회를 하기엔 너무 늦었다.
그러므로, 그것을 대학에서 찾아보려고 한다.
잘못된 꿈에서나마 바른 길을 찾고자 함이다.
-당신은, 홀로 살고 있다. 외롭지는 않은가.
외롭다. 그렇지만 행복하다.
만약에, 내 옆에 내 생각을 방해하는 누군가의 떠듦이
있었다면, 그것이 더 지독하리만치 불행한 일일 게다.
홀로 있음의 상태로 남게 되어 영광이다.
-당신이 걷는 시장 밤거리는, 죽어있다.
가게는 문을 닫고 있고, 오늘 당신은 햇빛을 2번 정도
밖에 보지 못했다. 안타깝지는 않은가.
어서 끝내야겠다. 햇빛을 보고 아름답다고 말하고 싶다.
더위의 햇빛이 아니라, 풍요의 햇빛을 받고 싶다.
살아있는 시장거리에서, 소중한 사람들과 야식을 사고 싶다는 것이 내 갈망인 듯 하다. 지금은 힘들지만, 언젠가는, 삶을 여행할 즈음에는, 여기 왕십리 시장거리가 아니라, 공주시 현대아파트 세븐일레븐 편의점 거리에서 그를 실현할 수 있길.
-당신이 지금 생각하고 있는 이 공간은, 도시의 분위기와 시골의 분위기를 둘 다 간직하고 있는 듯 하다.
어떤 생각인가. 시골의 느낌이 강한가? 도시의 느낌이 강한가?
이 거리를 걷다보면, 내 자취방의 거리를 걷다보면,
나도 모르게 눈물을 흘릴 때가 있다.
아마도, 내가 사랑한 거리가 이 거리와 비슷하기 때문이리라.
나는 내가 사랑했던 그 거리를, 시골이라고 생각한다.
도시의 복잡함과 도시의 합리성보다는,
그 때 그 시골의 인심과 시골의 추억이 지금의 내게 더 강하게 새겨지니까.
그런 의미에서 이 거리는, 시골이라고 봐야할 듯 하다.
-그 학생, 참 예쁘던데, 왜 아직도 얘기를 하지 않았는가.
무서움 때문인가? 당신이 이성에게 감정을 느끼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것인데 말이다.
운명이라면, 언젠가 다시 만나게 되지 않을까.
그 사람을 보다가도, 현대시를 읽다 보면
집중하게 된다. 나는 지금 시를 공부해야 하는 사람이다.
그것에 이끌린다는 사실 자체에 내 스스로가 무한한 영광을
보내고 있으니까. 이 길을 걷다 만나는 필연적 외로움의 기제가
내 시선을 가리고 있나 보다.
좋은 학생이다. 허나, 나는 지금 사람보다,
책 속에 있는 사연을 읽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다.
나는 지금 그걸 해야하는 채무를 가지고 있다.
/
이러한 셀프톡으로, 나는 내가 되었다고
자부합니다. 그 누구에게도 얘기하지 않은
이 생각들을 펼치는 이유는, 이제서야 그 아픔들이
서서히 객관화가 되어가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가까운 이가 없어 홀로 생각해야만 했던 아픔들이
서서히, 내게 멀어지고 있음을 느꼈기 때문이라고하면
더욱 적합한 표현이 될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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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응... 후배들아 우리 문학 쌤 개더럽게 내니까 조심해 라고 하려고 ㅇㅇ
좋은 정보 감사함다
이거시 심멘의 제자인거신가
많은 영향을 주신 분이지요.
다만, 이 글을 쓴 이유는 누군가의 생각을
모방하기 위함이 아님을 밝힙니다.
저만의 생각이었고,
저만의 시간이었습니다.
다만, 심찬우라는 사람은 그것들에
무한한 호흡을 내게 불어넣었던 사람이지요.
마지막 말씀하신거이대해서 말한거에영 누구를 모방한다 이런 의도로 쓴건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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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하죠! 헤헤 그걸 모를 리가요><어떻게하면 그렇게 글을 잘쓰시나요 책을 많이 읽으시나
책을 많이 읽기보다는, 나도 모르게 스며온 감정들을 계속 추적했기에 그런 것 같아요..
잘 다듬어진 글인지는 모르겠는데,
이 글 속에 내 자신을 불어넣을 수 있었다는 것에
그런 제 자신에게 감사를 표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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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과의 저런 대화라니...멋있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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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만 판다!글에서 찬우야이 의 향기가...
그립습니다 심멘 공콘생각단다 ㅠㅠ
공콘...
헉...글을 너무 잘쓰시네요..
중간부분을 나도 모르게 캡쳐해버림요...
항상 공주님 응원했었는데 괜히 이 글읽으니까
뭉클하네요.. 1년동안 고생많으셨고 좋은글감사해요:-)
어휴 캡쳐라뇨... 영광입니다 ㅜㅜ
이 글에 저라는 사람이 들어가 있어
부족한 느낌이 없지않아 있을 듯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를 만나주셔서 감사합니다!
나도 모르게 스며온 감정을 추적한다라는 말이 너무 맘에 와닿네요.저도 이번 재수생활을 겪었는데 처음으로 저자신에게 솔직해지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어요.성적이 오른 것도 너무 좋지만 저 스스로가 한층더 성장한 것같아 이번1년이 정말 뜻깊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그것이 재수생활을 이루는 가장 소중한 본질이라고 생각해요 :) 그 누군가는 알아주지 않고, 그것이 성적표에 나타나지는 않더라도, 훗날 내 자신의 행복의 전제에 새겨질 소중한 것이지요.
그런 의미에서 저는 감히
대단하다고 얘기해드리고 싶습니다.
또, 그것을 자각하고 계시는 것 같아서
어떤 한 편으로는, 미래에 바른 어른이
많아질 거라는 생각에, 기쁩니다 :)
굿밤!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인싸공주가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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갸아아아아아악 인싸 곤듀!자기자신에 대한 감정을 객관화한다...내년 입시를 준비하는 입장에서 너무 중요한 말이네요...감사합니다
후에 아픔들과 아픔들이 만들어 놓은 자신 본연의 상처는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객관화가 되지요.
그래서, 글을 남김으로써 그를 다시 제게 가까이 두고자 해요!
공주님이 쓰신 글을 보면, 수오재기 쓰던 정약용이 글 쓰다말고 갑자기 왕후님을 와락 안으러 와서 어깨을 토닥일 정도로 '자기 자신을 잃지 않고 지켜내는것'을 잘 하시는 사람인게 보여요.
저는 정신이 건강한 사람이란 곧 자기 자신을 잃지 않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데, 왕후님도 참 그런 의미에서 정신이 건강한 사람 같아요.
앞으로 대학가서도 행복한 대학생활 보내시길 바랍니다.
항상 좋은 글 감사합니다.잘읽고있어요
누군가가 저를 두고 가끔,
선을 넘는다고 얘기를 할 때가 있어요.
자기 자신을 찾으려는 나머지, 남에게 피해를 주는
일을 해서야 되겠냐는 말이지요.
고민 중에 있던 나는,
이런 말들을 보면 참 따뜻해지는 느낌을 받습니다.
남에게 피해주지 않고,
나를 찾고 싶은 진심을 누군가는
알아봐주시는 것이잖아요.
영광입니다.
또, 이런 행위를
잡념이라고 치부하지 않고
자신을 찾는다는 말로 구사해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넌 좋은사람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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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타본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