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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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치동 조교를 해보기로 마음을 먹곤 했습니다.
고등학교에서 수시를 완전히 거부하고 정시를 택하며
홀로 있음의 상태로 책상에 앉아야 했을 때 나를 지탱해줬던
사람들은, 대학에 다니는 ‘멘토’들이었으니까요.
홀로 있는 나라는 사람의 손을 붙잡아 준 것도
그들이었습니다.
그런 사람이 되어야 겠다.
혹여, 이 극심한 동네에서 고통을 받으며
삶의 생기를 잃어가는 이가 있다면,
그의 세계를 뒤집어 놓을 수 있는 능력이 되는
사람이 되어야 겠다.
그런 마음에 조교를 하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했지요.
헌데, 요즘들어 조금, 그런 생각을 하는 내가
부끄럽다고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결국, 대치동 조교는 ‘장사치’라는 타이틀을
벗을 수는 없겠다는 생각할 때에 그렇고,
‘이 강의를 들어야 1등급이 나온다.’
‘이 강의를 듣지 않으면 이 곳을 탈출할 수 없다.’
‘이 강의를 듣는다는 전제 하에, 이 문제를 첨삭하겠다.’
내 스스로, 언젠가는 이 폭력적인 말을 뱉을 수도
있겠다는 무서움을 느낄 때 그렇습니다.
인터뷰를 한다면 무슨 말을 해야할까.
정말, 이 강사의 강의를 들어서, 그 전부가
내 성적을 향상시켜 준 것인가.
수학을 정말로 좋아했는데, 점수가 안나와
실망했던 한 소년의 아픔, 그리고 열등감.
미분의 정의를 이해하고 난 후
페르마 정리를 증명했던 ‘와일즈’처럼
칠판에 수식을 적곤했던 한 소년의 순수함.
뇌를 자극시킬 만치 그에게 왔던 지속적인 흥미에,
대학에서도 수학을 공부해보고 싶다는 결론에 이른 과정.
그것들이 전부 모여 수능의 한 점수를 이뤄낸 것일진대,
정말 강의만을 듣고 그것을 소화하기만 하면,
성적 향상이 되는 걸까.
꿈을 이루기 위해, 학생들에게 거짓을 외치는 것이
과연 바른 어른으로서의 길이 될 수 있는가.
외쳐야 하는 것은, ‘성적 향상’ 보다는 ‘재미’, ‘순수’라고
생각하고 있고, 그렇기에 내가 수학문제를 풀면서
재미와 순수를 좇는 모습을 그들에게 보일 수 있다면,
정당화되는 길일까. 이기적인 ‘꿈’을 좇은 것에 대해
면죄부가 주어져 용납되는 것일까.
생각하는 정도가 깊어지면 깊어질수록
나는 더 부끄러운 사람임을 체감합니다.
이 딜레마의 끝에는, 수학을 공부하며
행복했던 순수만이 남길 고대하고 또 고대하지만,
그렇게 되기엔, 나는 참 부족하고 또 한심한 인간인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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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요
글 진지하게 읽다가
마지막에 김두환이 나오니까
좀 웃기네요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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