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소식

Old_Kid- [161070] · 쪽지

2007-06-21 12:07:50
조회수 1,523

성공인지 실패인지 정말 모르겠지만-_- #0 [Plolog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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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일이든지, 자기합리화를 시키면 아무것도 할수 없는 법.

저는 24년을 살면서 2년정도를 제외하면 거의 평생(이라고 하기엔 짧지만 ^^;)을 자기합리화와 함께하는 삶을 살았다.

현재도 \'뭐.. 난 아직 예과생이니까.. 전공관련 없는 과목들은 F만 안나오면 되는거잖아\' 라는

든든한 논리를 이용하여 구축한 자기합리화로 온몸을 감싸며 거친 기말고사의 파도를 쉽게쉽게 넘기고 있다.

어릴 때는 그나마 나았다.

안하면 엄마한테 혼나니까, 아빠한테 맞으니까, 세서미스트리트를 보고 튼튼영어 전화를 받고 올림피아드 응용수학을 풀었다.

초등학생때는 평균 95를 넘거나 반에서 5등안에 들면 586컴퓨터를 사준다는 당근에 홀려 열심히 했었다.

(결과는 안타깝게도 평균 94로 6등을 차지했었다. 지금도 기억한다 ㅠ_-)

하지만 내가 공부를 열심히 했던 것은 중학교 1학년때까지였다.

그때까지는 나름대로 열심히 공부했었고, 그래봐야 반에서 5~10등권에 드는 정도였지만 조금은 잘나갔었다 -_-

그러다가 중1을 마칠 무렵 IMF로 인한 불황에 우리 가정까지 다가와 가정이 붕괴되었고-

우리 다섯가족은 여기저기로 뿔뿔이 흩어지게 되었다.

아직까지도 아빠의 행방은 알수 없으며, 엄마는 일본에 살고 계시지만 헤어진 이후 만날 수는 없었다.

같이 사는 사람이 계속해서 바뀌며 속으로 많은 내홍을 겪었고,

이미 공부는 마음속에서 치운지 오래였다.

\'착한 아이는 공부를 열심히 해야되\' 라는 교육을 받았기에,

그것에 반발하고 싶었다. 뭔가 열심히 하는 모습을 누구에게도 보이기 싫었다.

뭐 남들처럼 탈선할 용기도 없었고, 놀지도 못하는 내가 한 반항.. 귀엽다-_-

왜 그런 생각이 들었는지 아직도 정확히 파악하진 못하고 있지만, 그땐 왠지 그랬다.

결국 중3때부터 성적은 급격한 하락세를 겪었고, 공고와 상고까지 알아보던 나는...

그래도 중1 중2때 벌어놓은 점수덕분에 다행히 인문계에 진학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즈음해서 집안의 내홍은 절정에 달해 심각한 수준으로 발전했고,

고1때 외갓집으로 이동한 나는 고등학교 자퇴를 생각하게 된다.

그때는 뭐 \'돈을 아끼겠다.\' \'검정고시를 보고 바로 수능보면 일찍 대학갈수 있잖느냐\' 라는 얘기를 했던것 같은데...

뭐 솔직히 말하자면 다 핑계다. 그냥 만사가 귀찮았고 혼자 방안에 이불덮고 영영 누워있고 싶었을 뿐이었다.

그냥 아침에 일어나서 가방도 없이 학교에 가고

학교 끝나면 친구랑 놀러가지도 않고 집에 돌아와서 머드게임을 하고... (천상비 라는 게임이었-_-)

아주아주 가끔은 학교도 가지 않고 머드게임을 했다. 혹은 그냥 버스타고 계속 돌아다니거나..

왠지 맘이 삐뚫어져서 날 이해해주고 도와주려한 외갓집식구들에게는 말문을 닫아버리고

별 깊은 사이도 아닌 사람들에게만 오버일 정도로 적극적으로 대했다.

뭐랄까...-_- 위로받기 싫었고, 더 힘들게 되고 싶어하는 사람처럼 행동했다.

그렇게 움직이는 식물같은 삶을 살아갔다.

당시 고1담임선생님은 마음이 약하신 분이었다.

저를 최대한 배려해주셨고, 결석과 지각을 모두 병결로 처리해주셨다.

상담도 많이 하고, 신경도 많이 써주시고, 특수한 가정환경때문에 실질적으로 등록금지원대상자임에도

서류구비를 할수 없었던 나를 위해 약간의 조작(?)을 통해 등록금도 지원받을 수 있게 해주셨다.

매주 일요일마다 교회에 나오라고 하시며 신앙의 힘으로 제가 안정을 되찾기를 바라기도 하셨다.

1년 내내 신경을 써주셨다. 하지만 오히려 그 과정에서 나는 점점 자기합리화에 익숙해졌다.

그래, 나는 좀 넘어져있어도 되. 다른 사람들보다 더 장애물이 많은 길을 걸어가니까, 넘어지는것도 당연해.

그것은 잘못이 아니야.

라고 이야기하는, 정말... 싫은 인간이 되어있었다.

(물론 이 모든것은 저의 잘못이고, 책임이죠. 절 도우려고 한 담임선생님과 외갓집의 정성을 기만해버린 것입니다.)

그런데 고2로 올라가자 상황이 변했다.

일단 담임선생님이 엄청나게 엄하신 분으로 변하셨다.

외갓집에서 고등학교까지 걸리는 시간은 1시간 30분
첫차는 5시 50분 ~ 6시
학교 지각체크시간은 7시 25분..

보통 이쯤되면 몇분지각은 봐줄만도 하건만... 그 분은 한번도 봐주시지 않았다 -ㅅ-;;

그리고 지각했을 경우 다른 선생님들보다 훨씬 부담스러운 벌을 주셨고.

그분은 나에 대한 모든 특혜를 인정하지 않으셨다. 오히려 더욱 엄하게 대하셨다.

(그러면서도 등록금지원 같은 것은 근로장학생같은 방식으로 계속하게 해주셨습다.)

처음에는 짜증이 날 뿐이었지만...

단순히 엄한게 아니라 상대방을 위해 엄하게 한다는 느낌을 강하게 주시는 분이었기에 나중엔 감사하더군요.

지나간 일은 어쩔수 없고, 중요한 것은 현재와 미래라고 보통 이야기 하죠.

당시의 저는 과거의 일을 근거로 미래의 발전가능성을 자기합리화라는 무기로 부수고 있었는데,

그것을 꿰뚫어보시고 근본적인 해결을 시도하셨던 것입니다.

식물처럼 살던 그당시의 저도 그점만은 분명히 알수 있었고,

점차 현재의 내 모습을 생각해볼수 있게 되었습니다.

사지가 멀쩡하고 두뇌가 멀쩡하고 학교에도 다니고 있는데, 가족이래봐야 타인인데 타인의 일을 핑계대고 내가 이게 뭐하는 것인가...

1년간 생각은 많이 변하였고, 고등학교 2학년을 마칠 무렵에는 다시 이런 저런 꿈을 꿀수 있게 되었습니다.

어릴때부터 동경하던 직업들을 생각해보고, 그 직업을 차지하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를 알아보았다.

수의사 회계사 세무사 건축설계사 심리학자 대기업부장.. 내 초~중~고 희망직업에 적혀있던 직업들이다.

(대기업부장은 초등학교 저학년때 적었던 걸로 기억한다 ㅡㅡ)

일단 회계사 세무사 심리학자는 이과에서 가질 수 없는 직업이니 포기했다.

(라고 어린 맘에 생각했지만 알아보니 이과출신도 노력하면 할수 있는 직업이었다. 나는 무지했다. ㅡㅡ;;)

수의사 건축설계사... 차마 수의대를 목표로 삼진 못했고, 건축학과를 목표로 고3생활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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