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배신하지 않은 단 하나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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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집중력 문제 때문에 어쩌면 내가 노력한 만큼의 성과를 얻지 못했는지도 모르겠다.
그것은 조금 후회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하지만, 고3 1년동안, 그냥 내가 느꼈을 때, 주변 아이들과 비교해서 난 많이 노력한 편인것 같다.
가장 열심히 공부했던 때가 작년 이맘때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막 수능 공부 제대로 시작할때 즈음, 오르비에서 이것저것 정보도 많이 얻고... 정말 새로운 기분으로, 새로운 각오로..
그때는 진짜 지금 하라고 하면 다시 못할것 같을 정도로 독한 마음 먹고 했었다.
아침 일찍 도서관에 가서 족히 하루 10시간 이상은 공부했다. 그리고 그 10시간 내내 집중력을 유지했다. 그 때는 밥먹는 시간마저 아까웠다.
그게 새학기 시작하고 점점 엉망이 되어가긴 했지만..
보통 사이클이 그렇다고들 한다.
3, 4월에 가장들 열심히.. 1학기 말때쯤이면 거의 개판.. 2학기때는 다들 절박하니까 어쩔수 없이 열심히..
뭐 내가 보기에도 대충 그렇다.
1년이라는 시간은 정말 길었다. 다들 금방이라고들 말하지만, 그동안 마음고생했던거, 힘들었던거 생각하면, 10년은 지난것 같은 느낌이다.
고3이라는 1년은 정말 만만치 않은게 사실이다.
하지만 중요한건, [자신을 놓지 않는 것]이다.
난 아무리 포기하고 싶어도, 이제 조금만 더 하면 내가 대학 가서 하고 싶었던 수많은 일들... 미래의 내 꿈을 생각하면서 나 자신을 붙잡았다.
그리고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자신감]이다.
자신에 대한 믿음이 있어야 한다. 자기가 할 수 있다는 믿음과 자기가 선택한 방법이 맞다는 믿음.
3학년이 되어서 내가 또한번 놀랐던 것은 아이들이 자기에 대한 자부심과 자신감이 정말 대단하다는 것이었다.
항상 설렁설렁하면서 놀고, 또 점수도 그다지 잘 나오지 않는 애들도... 다 끝에 가서는 잘 할거라는 믿음이 있었다.
그게 가장 중요하다.
그런 자신감과 대범함이 있어야 수능을 떨지 않고 치를 수 있다.
그리고 그런 자신감이 있어야 1년이라는 긴 시간동안 맞닥들이게 되는 여러가지 힘든 일들을 쉽게 이겨낼 수 있다.
나 같은 경우는 그 부분에 대해서 좀 많이 힘들었긴 하지만.. 그건 뒤에서 또 이야기 하겠다.
근데 그 자신감을 밖으로 과도하게 표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생각한다.
즉, 자기 자신에 대한 믿음은 간직하되, 밖으로는 겸손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겸손함은 오만으로 빠지는 것을 막아준다.
특히 고3때는 모두들 점수에 대해 극도로 예민하기 때문에 잘 하는 애가 오만하기 까지 하면 증오를 당하기 십상이다.
모의고사 점수 한번 잘나왔다고 해서 절대 자신만만해져서는 안된다.
자신이 노력한만큼의 점수라면, 만족하고 그 노력을 수능까지 이어나가야 할 것이고,
노력하지 않았는데도 점수가 잘 나왔다면, 오히려 불안해 해야 할 것이다.
대부분 아이들의 점수는 들쑥날쑥하기 때문이다.
꾸준히 잘하거나 못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그렇기 때문에 한번 시험의 점수로 절.대.로. 일희일비 해서는 안된다.
꾸준히 잘하고, 자기에 대한 믿음이 있는데도, 겉으로는 겸손한 아이는 아이들의 부러움과 존경을 동시에 받는다.
하지만 나 같은 경우는 1년 내내 꾸준히 모의고사가 잘 나오지 않는 경우였기에 정말 힘들었다.
내 내신은 2년간의 노력으로 상위권이었지만 항상 모의고사 점수는 그것에 훨씬 미치지 못했다.
이렇게 수능이 나와서는 내가 원하는 대학에 진학하기 어려운 점수였다.
1학기 말쯤에는 거의 미쳐갔다.
나름대로 노력하는데, 나보다 더 노력하지 않는 아이들이 항상 모의고사 대박내는 걸 보면서... 분노했던 적은 수없이 많다.
남들이 야자 시간에 그렇게 떠들 때 나는 짜증내가며 묵묵히 공부했다.
내가 세웠던 계획은 죽는 한이 있어도 다 끝마쳤다.
학원 수업만 들으며 예습 복습 하지 않는 아이들을 나름대로 비웃으면서, 국사 교과서만 너덜해질때까지 수도 없이 읽었다.
다들 귀찮다고 대충대충 할 때 난 언어, 수학, 사탐 전과목 정리 노트를 모두 만들어 보고 또 봤다.
특히 사탐 정리 노트는 다 만드는데 6개월이나 걸렸지만 그래도 끝까지 해 냈다.
주말에는 도서관에서 살았다. 논술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
하지만 성적은 매번, 대충대충 하는 애들보다 훨씬 밑이었다.
항상 다음번엔 잘 보겠지, 지금은 그냥 슬럼프인거야 하고 넘겼지만.. 2학기가 되어도 성적은 오르지 않았다.
내가 잘봤던 모의고사는 딱 1번 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가장 쉬워서 누구나 대박냈던 7월...
그 외에는.. 화가 나서 모의고사 성적표를 제대로 봤던 기억이 없다.
그 중 언어 점수 올리기가 가장 힘들었다.
학교에서 모의고사를 많이 보는 편이었는데, 그 수없이 많은 시험 중 90을 넘었던 적은 딱 두번밖에 없었다.
그것도 90초반이었다.
절망이었지만 언어만큼은 이상한 믿음이 있었다.
내가 존경했던 언어 선생님은 항상 원칙을 가르치셨다. 주변 아이들 다 문제푸는 요령 배우면서 다닐 때 나는 원칙이 승리하리라 믿었다.
시 분석하는 방법, 비문학 주제 잡아내는 방법...
어느 정도 그런 기본은 되어 있어야 한다고 본다. 문제 푸는 스킬이 가장 중요한 것이긴 하지만, 글을 읽는 방법을 모른다면 기초부터 하는걸 권하고 싶다.
사실 후배들이 언어 공부하는 방법을 물어볼때마다 딱히 답해줄말이 없다.
나도 평소에 언어를 그렇게 잘한 편이었던게 아니라서 뭘 하나 자신있게 권해줄 수 없는 것이 사실이지만, 자기만의 방법과 요령, 그리고 자기의 집중력에 대한 믿음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건 글을 끊임없이 읽고, 문제를 끊임없이 풀면서 자기가 습득해 내는 것이다.
또한 끝에 가서 내가 깨달은 것은 언어 시험은 \'한국말\' 이라는 것이다.
말 그대로 언어 시험이란, 정상적으로 풀고 상식적으로 사고하면 누구나 풀어낼 수 있는 한국말 시험이라는 것이다. 너무 간단하고 쉬운 시험이지 않은가.
그런 생각이 내가 올바른 사고를 하는데 큰 도움이 됐다.
물론 집중력도 매우 중요하다.
어쨌든 난 남들이 어떤 방법으로 공부하던 내 믿음대로, 기출문제를 너댓번은 보고 또 보면서 연구했다.
그렇게 수능 문제 유형을 익히는게 도움이 많이 됐다.
역시 시중 모의고사 문제는 말도 안되는게 너무 많기 때문이다.
수능은 절대 이상한 문제 안 나온다. 정말, 말 그대로 제대로 읽기만 하면 누구나 풀 수 있는 상식적인 문제들로 이루어져 있다.
이번 언어 시험이 너무 쉬웠다고는 하지만 90조차 넘기 어려웠던 내가 100점을 받은 것은 나에게 엄청난 일이었다.
내 방법에 대한 믿음과 꾸준한 노력으로 이루어낼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다시 하던 이야기로 돌아가자면, 2학기 때 즈음엔 점수에 너무 시달렸던 탓인지 난 거의 자포자기의 심정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수능도 이렇게 나오면 내 노력이 부족한 탓일테고.. 그러면 겸손하게 1년 더하는 거지 뭐.. 하는 생각도 숱하게 했다.
내 자신감은 거의 바닥이었다.
의지할 데가 없었다.
그러다가 수능 몇달 전쯤부터는 기도를 열심히 하기 시작했다.
원래 기독교였지만, 기도는 사실 잊은지 오래였다.
하지만, 그렇게 힘든 시기에 내 믿음을 회복하게 된 것은 나에게 엄청난 일이었다.
믿음이라는게 생겼다.
그냥, 지금은 내 점수가 이렇지만, 수능은, 아니, 꼭 수능이 아니더라도 나중에는, 내가 노력한것 만큼 반드시 보상받을 것이라는 믿음... 내 자신에 대한 믿음이었다.
수능 당일날도 나는 그 믿음의 힘으로 시험을 쳤다.
수능이 가까워 올때쯤에는 친구들의 말들도 참 많이 힘이 되었다.
서로 잘보자.. 잘볼거야 하는 위로들.. 격려들... 수능 한 열흘 전부터 쯔음에는 친구들이 가장 큰 힘
이 되었다. 다 나와 비슷한 입장,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는 친구들이었고, 누구나 걱정하고 긴장하고 있었다.
수능 전전날 수험표를 받고 친구들에게 서로 잘보라고 마지막으로 인사하면서 학교를 나올 때 참 많이 울었다.
걱정이 많이 됐다. 다들 진심으로.. 나만 잘보는 것이 아니라 내가 사랑하는 친구들 모두 진심으로, 잘 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울었다.
그리고 항상 그런 기도를 했다. 내가 사랑하는 친구들, 모두가 노력한만큼의 결과를 얻을 수 있도록 해 달라고..
난 과도하게 대박같은 욕심 내지 않았다. 그냥 내가 한 만큼만 나오길 바랬다.
항상 난 노력을 믿었다.
* lacri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07-02-05 0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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