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 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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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고3 마지막 레이스에서 가장 중요하다는 여름 방학을 맞았다.
하지만 나는 극도의 패닉 상태에 빠져있었고, 어떻게 뭘 해야 할 지도 몰랐다.
여름 보충 수업이 있었지만 그냥 매일 아침에 출석만 부르고 옆 공원 벤치에 누워서 시간을 보냈다.
몇몇 선생들이 나를 보고 꾸짖었다.
처음에는 피식거리며 지금 나에게 서울대따위가 뭔 소용이냐고 생각했지만..
점점 생각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그 상태에서 나에게 남은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누구든지 정말 대단하게 생각하고, 거기 입학한 학생들은 누구나 성공이 보장된 듯이 떠벌리는
그 잘난 대학교 서울대. 뭐 그것들이 다 허위의식들임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지만
나는 그만큼 절박했다. 아니 거기에서 무슨 삶의 위안이나 이유를 찾으려는 대단한 생각을 한 것도 아니었다.
그냥 나를 찬 그녀보다 고등학생으로서, 더 잘 되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2년 전보다 한발자국도 더 나아가지 못한 그런 어리석은 생각으로 공부가 잘 될리 없었다.
그냥 인터넷에서 찌질거리며 시간을 보냈다. 블로그도 더 충실하게 운영했다.
그리고 고려대 수시 불합격을 통지받고 여름방학도 끝났다.
시간이 100일 쯤 남자 나도 슬슬 조급해지기는 시작했다.
EBS에서 고맙게도 작년부터 수능 대비용 넘기는 문제집을 내 주길래 사다가 풀었다.
하지만 언어, 외국어는 그냥 내가 푸는 방식대로 하면 되는 거였고,
수리도 그냥 80점 정도만 나오게 풀었다.
언제나 잘 해왔던 사회문화가 그 문제집에서 서너개씩 나가는 것이 조금 싫었다.
사회문화 정리를 한 번 더했다. 내가 정한 수리 문제집이었던 도 한번 더 돌렸다.
그때는 그래도 독서실에 잘 갔던 것 같다. 저녁 10시쯤 공부를 시작해서 2시 전에 집에 들어왔다.
그런데 그 때 항상 컴퓨터를 켜는 습관이 들어서 잠은 5시쯤에 자게 되었고 그 때문에
학교에서도 언제나 잠으로 시간을 보냈다. 언제나 선생들에게 잔소리를 들었지만
성적이 유지는 되니까 더 이상 뭐라고 하지는 않았다. 대신 지각한 벌로 매일 맞았다.
마침내 수능 2주전이 되었다. 그리고 그 때 가까스로 언수외를 나름대로 한번씩 더 정리를 마칠수 있었다.
사실 계획대로라면 그때부터 사탐 네과목을 다시 한번 정리하려 했으나.. 뭐라 할것도 없이 그냥 귀찮아졌다.
게다가 가까스로 전교 3등 이내에 들어 쓸 수 있었던 서울대 수시도 1차에서 떨어졌다. 뭐 수시내신 189로 사회과학대에
지원한 것이었으니 당연한 결과였다. 그냥 수시에 별 기대를 안해서 별로 준비도 안했던 나로서는 그냥 별 생각 없이 넘겼다.
그래도 자포자기하는 심정이라기 보다는 그냥 세 번의 모의에서 사탐이 언제나 190점 이상 나오는 것을 보고 조금 안도한 것이었다.
그때부터는 그냥 편하게 지냈다. EBS 모의고사 3회 분량을 풀고 나머지 시간엔 잘 먹고 놀았다.
그냥 그 때의 정보를 적어보자면 언어는 90초반대였고, 수리는 70후반에서 80후반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을 지녔다.
외국어는 그냥 고1때부터 항상 90중후반이었고, 사탐은 190초반. 대충 이래서 460점대라는 고득점에 육박하고 있었다.
특별히 서울대를 가야겠다고 생각한 적 없기 때문에 그냥 만족하고 있었다.
05 수능 수리가 쉽게 나올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최소한 80점대는 나올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수능날이 되었다.
수능 날 아침에는 Dream Theater의 Overture 1928과 Strange Deja\'Vu를 들었다.
음악 너무 많이 들으면 집중 안될까봐 딱 한번씩만 들었다.
언어는 역시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88분만에 풀었다. 그래도 언제나처럼 남들 손머리하고 있을때 마킹하지는 않았다.
수리는 역시 예상대로 쉽게 나왔다. 주관식을 두번씩 풀어볼 정도로 시간이 남았다. 100점을 대충 예상했다.
외국어는 녹음 전날 술마시고 온 외국인때문에 조금 당황했다.
사탐은 앞의 두과목은 그냥 보고, 세번째 과목부터는 집중이 풀어지며 시험보기가 귀찮아졌다.
일본어 볼 때 쯤엔 거의 끝났다라는 생각에 10분정도로 다풀어버리고 모르는 문제는 대충 찍었다.
모의고사 보는 느낌하고 별반 다르지 않다는 통설이 정말이었다.
끝나고 친구들과 함께 집으로 와서 채점을 했다.
가채점 475점. 한번도 맞아보지 못한 초고득점이었다. 언어 96 수리 100 외국어 95.
사탐이 184점으로 상당히 낮다는 것을 빼고는 만족할 만한 점수였다.
다음날부터 수능이 매우 쉬웠다고 난리치는 기사들과 각종 외고들에서 만점자가 수십명씩 쏟아진다는 헛소문들이 들리기 전까지는..
물론 그 소문들을 듣는 첫날부터 헛소문일거라고 생각은 했지만 과연 수능이 다른 사람들에게 엄청 쉬웠구나라는 것은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원래 대입에 관한 소식이나 정보를 잘 안믿을 뿐만 아니라 무감각하기도 했던 나는
470넘었으니 그냥 서울대 써야겠다고 좋아라 하고 있었다.
나는 사회에 관한 시야를 갖추고 나서부터 사회과학을 전공해야 겠다고 마음먹고 있었다. 그 중에서도 정치외교학과가 가고 싶었다.
권력 분배에 관한 학문이 폼나기 때문도 조금은 있지만, 거기에 가면 아마도 구체적인 사회 구조에 의한 압제와 구속을 구체적으로 이해하고
사회 정의를 위한 여러가지 문제 제기나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울 수 있을거 같아서였다.
그리고 오직 고위층 관료, 자본가들의, 그들에 의한, 그들을 위한 이 사회에서 사회과학따위는 인기도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서울대 사회과학이 그렇게 고득점을 받아야 입학할수 있는 곳인지 수능보고나서 처음 알았다.
서울대 사회과학은 법사경이라고 불리며 한국에서 들어가기 힘든 서울대 3대대학 중 한곳이었다;;
당연히 비인기 학과일거라 생각했던 사회과학대학이 이처럼 높은 곳인 줄 몰랐던 나는 또다시 혼란스러워졌다.
게다가 한 장의 비보가 날아들었다. 바로 수능 성적표였다.
언수외는 가채점대로 점수가 나왔으나, 사탐 점수가 개판이었다. 국사, 사회문화는 한개씩 틀려 예상대로 변표 만점에서
2,3점씩 깎여 각각 3등급 1등급이었다. 문제는 근현대사와 정치였다. 두개씩 틀린 줄 알았는데 변표 만점에서 각각 7,8점씩 깍여 있었다.
어떻게 정보를 얻어 원점수 대조를 해 보니 각 과목당 세개씩 틀린 셈이었다. 수험표 뒤에 답을 잘못적었거나, 마킹을 잘못한 것 같았다.
내 원점수는 이제 468 혹은 469점(예상)이 되었다. 안그래도 수능이 쉬웠다고 해서 470 이상이 발에 채인다는 말이 나왔을 정도였는데 나는 그 점수도 되지 못하는 셈이었다.
고려대 2차 수시에 다시한번 떨어져서 상태는 완전 최악이었다.
혼자서 생각했다. 굳이 서울대를 고집할 필요는 없다. 내가 하고 싶은 학문은 다른 대학에 가도 할 수 있다. 얼마든지.
게다가 한 국가의 권력을 독점하고 있는 서울대에 가기 위해 발버둥치는 내 꼴이 우습기도 했다. 너는 그렇게 그 폐단과 비정당성에 대해 그리
잘 알고 있으면서도 이꼴이란 말이냐.. 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나에게는 너무나 아픈... 아니 허무했던 과거가 있었다. 혼자만의 세상 속에 갇혀서 아무것도 모른채 지내왔던 16년 가까운 시간들..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이 있음에도 아무것도 하지 못한채 떠나버리게 한.. 그리고 그것때문에 자괴와 자조, 자기비하 속에 담겨져 지낸 3년..
혹시 그 잘난 서울대에 입학하면 그 아픔들에 위안을 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한가닥 희망이 거기에 있었다.
그리고 현실적으로도 조금은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전에는 어땠는지 잘 모르겠지만 서울대는 갑자기 이상한 내신 계산을 도입했고
희안하게도 그걸로 따지면 수시내신 점수는 낮은 나도 정시내신은 99.7 정도로 상당히 높은 수준이었다. 수능도 언수외는 잘 본 편이어서 66.3정도가 나왔던 듯 싶다.
딱 166.0이었다.
동네 학원의 논술면접 준비반을 다녔는데, 거기서 몇몇 외고생들을 만나 이야기를 조금 나누어 보았는데, 그네들은 수능 점수가 만점에 육박함에도 불구하고
나와 점수가 비슷하거나 오히려 낮은 사람도 있었다. 그녀들에게는 미안했지만, 나는 조금 희망을 가졌다.
하지만 그럼에도 사회과학대를 쓰기가 두려워서, 조금 점수가 낮다는 인문대로 낮출까 하는 생각을 갖고 있던 나에게
최종적으로 결정을 하게 해준 사람은 나의 상담 교사였다.
그는 대뜸 나를 보자마자 라고 말했다. 어느 정도 정의로운 사람이라고 믿고 있던
그 사람에게서 그런 현실타협적인 말을 듣자 화가 치밀어 올랐다. 내가 라고 말하자, 그는 갑자기 환하게 웃으며
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마치 장사치와도 같은 그의 모습에 나는 더 이상 할 말을 잃었다. 믿었던 사람에게서 배신당한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그래서 인문대 쓰겠다고 말하고 집으로 왔다.
하지만 그 때 내 심정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 나에게는 서울대학교에 원서를 넣는 자체가 이미 사회구조와의 싸움에서 또한번 패배하는 셈이었다.
그런데 그런 패배에서 내가 1년 가까이 확고하게 생각하고 있던 사회과학을 버리고 현실과 타협하는 것은 더욱 비굴한 패배였다. 난 그것까지는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원서 시즌이 되어서 더 생각할 것도 없이 서울대 사회과학과 연세대 사회과학에 원서를 넣었다.
(솔직히 말해서 연세대는 사회계열과 사회과학대 경쟁률 보면서 엄청 고심했다.)
원서를 내고 나자 긴장이 탁 풀렸다. 아무런 할 일도 없고 그냥 지낼 수 있었다. 인터넷의 모 싸이트에서 거의 상주를 했다.
한가지 에피소드라면 그 때 놀다가 오르비에서 조금 낚시질을 했다는 것이다. 단순 낚시를 몇번 하고 나서
그냥 여기 사람들에게 알기 쉽게 조금 하고 싶은 말을 했다. 리플도 많이 달리고 욕도 엄청 먹었던 듯 싶다.
그 날이 아마 라끄리님이 어디에서 입시설명회를 하러 가셨던 날이었던 거 같은데 역시 그다음에 아이디가 짤렸다.
지금은 친구 아이디이다. 쿠와쿠와라는 녀석인데 나와는 달리 여기서 엄청 잘나가는 놈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처음엔 몰랐지만 지금은 친하게 지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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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디까지 짤리시고 ㅋㅋ
말은 술렁술렁 했다.. 이런식으로 쓰시는데 상당히 열심히 하신듯.ㅠㅠㅠㅠ+ +
왜 열심히 하셨다는걸 못느끼지?;; 열심히 하는 내가 그냥 바보같을뿐이라는 생각이 왜들까...
열심히 안 했으니까 열심히 했다는 걸 못 느꼈겠죠. 말 그대로.
열심히 했던 사람들만 바보가 되었을 뿐.
뭐 어차피 준 낚시급 수기이니...... 그렇지 슬리퍼?
그래도 선천적으로 타고난 머리가 좋았다는 건 인정해야죠 뭐.
그리고 이 글을 읽는 고3 이하 여러분.
서울대를 이렇게 들어올 수 있는 사람은 몇 안 된답니다.
네..맞습니다. 절실히 느끼고 있습니다...
탱자탱자 설렁설렁 하신분이 ..수능에서 저런 점수가.... 낚시가 분명합니다
우옷 ㅋ overture와 strange de ja vu ㅋㅋ dream theater의 scene\'s from a memory에 수록되 있는 명곡이죠 ㅠㅠ ㅋ 난 왜 이런데만 눈길이 끌릴까 ㅋ
ㅋㅋ 내가 서울대 합격하면..ㅋㅋ
수기. 진짜 재밌겠다.ㅋ
진짜 열심히 공부하는 사람들 다 절망하고...;;
외고생은 더 절망하고.. ㅠ
외고생은 더 절망하고.. ㅠ2
외국어는 녹음 전날 술마시고 온 외국인때문에 조금 당황했다;;;ㅋㅋㅋㅋ
말은 저렇게 하셔도 꽤 열심히 하신듯,.... 단순히 글적은 걸보고 열심히 했다 안했를 따지는 것 보다는 글적는 사람의 생각과 여러것들에 대한 고찰의 깊이 등에 비추어서 글을 읽는게 본질에 좀더 가깝지 않을까 생각.......(저만의 생각이니 너무 화내시지는 마세요-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