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xury brain [6702] · MS 2002 · 쪽지

2004-11-13 00:54:05
조회수 6,051

luxury brain ... 중국행

게시글 주소: https://orbi.kr/0001435116

전혀 예상치 못 한 결과였다. 공대 경쟁률이 너무 낮았다. 1:1을 간신히 넘긴

상태였다. 서울대 측에서는 공대 경쟁률을 1.3:1로 발표를 했다.

사실 맞는 이야기이긴 하지만 실제로는 최저등급인 1등급을 채우지 못 한 학생들이

일부  지원을 했기 때문에 실질 경쟁률은 1.1:1이하일거라 생각했다.

(아마 이후 서울대가 충격을 먹고 다음 해부터는 최저등급을

2등급으로 낮춘 듯 하다.)

아무리봐도 너무 낮은 경쟁률이었다. 들어갈 맛이 안 날 정도에....

(떨어질 거면서 이 땐 이런 생각을 했다 --;)

타 단과대도 거의 폭락이었다. 간호대 농생대는 이미 미달이었다. 후에 간호대는

서울대 사상 초유의 추가 모집이란 걸 하게 된다. 여기서 추가모집은 지원자중

최초합격자가 빠져나가 생기는 인원을 채우는 것이 아니라 그야말로 지원자가

미달되어 다시 새로 지원자를 받는 것으로 우리나라 최고의 종합대학을 자처하는

서울대 입장에선 참 꽁기꽁기한 일이었다.

일단 이렇게 원서 접수를 마치고 다시 토플공부에 매진했다. 12월 역시 남들처럼

수능 후 편한 생활을 즐기지 못 하고 오직 공부에 매달려야만 했다.

크리스마스 즈음.. 서울대 1차 합격자 발표를 했다.

물론 당연히 합격이었다. --

발표한 자체가 민망할 정도...

문제는 2차였다. 이제 내신 면접이 남아있다. 결국은 내가 나름대로 잘 받아놓은

수과외 점수는 아무짝에 쓸모가 없는 것이었다.

1월... 토플 시험을 치루었다.

CBT로 치루었고 첫 토플 시험이었지만 나름대로 많은 양을 공부했고 열심히

해서 그런지 270이란 점수를 받을 수 있었다.

유학은 충분히 가능한 점수였다.

이제 중국에 가서 칭화대 시험과 면접을 치루어야 했다.

물론 서울대 면접도 치루어야 했다.

1월 중순 서울대 면접이 시작됐다. 서울대에서의 첫 면접이었지만

많이 떨리지는 않았다. 이미 내신 때문에 입학가능성에 반신반의 했기때문이다.

혹시나 낮은 경쟁률에 붙지는 않을까 은근히 기대도 했다.

수학은 가뿐하게 풀었고 물리 문제도 그다지 어렵지 않았다. 추가질문에 약간

흔들리긴 했지만 만족할만한 면접이 되었다.

서울대 면접이 끝나고 이제 다시 칭화대에 눈을 돌려야 했다. 이 나라 저 나라

대학에 응시하느라 정말 정신이 없었다.

1월말 중국에 갔다. 부모님은 이왕간거 여행도 좀 하고 오라하셨지만

그럴 기분이 전혀 아니었다. 바로 칭화대로 가서 시험을 치르게 되었다. 세계 각

국의 인종이 모여 시험을 봤다. 특히 인도인이 꽤 눈에 띄었고 한국사람도 몇 명

있었다. 어여쁜 프랑스 여인네도 있었다. +_+

내 토플 성적으로는 영어시험을 대체할 수 있었기 때문에 영어시험은 보지 않아도

되었다. 수학, 물리, 화학 시험을 보았는데 수준은 대학 일반 수준의 난이도로

그리 만만치 않았고 특히 수학문제는 올림피아드급 난이도였다. 물론 문제는

중국어가 아닌 영어로 나왔기 때문에 풀 수 있었다. --

진짜 진땀빠지는 시험문제들이었다. 여태까지 수학은 시간에 쫓긴적은 거의

없었는데 못 푼 문제가 있을 정도였다. 그렇게 한 6시간을 시험을 봤다.

그리고 다음 날 면접을 보았다. 면접은 그냥 교수와의 프리토킹 시간이었다.

어제 봤던 어여쁜 프랑스학생과 태국국적을 가진 학생으로 보이는 사람과 같은 조

가 되어 면접을 봤다. 두 명 다 회화에 능통했지만 난 아이엠 누구 정도의 수준이

어서 거의 말을 하지 못 했다. 토플 점수는 그들보다 좋았지만 회화는 아주 형편

없었다. (전형적인 한국인의 모습이다. --)

교수가 나에게 장래희망이 무어냐 물었고 난 어줍짢은 발음으로

nuclear engineering이라고 답했다. 교수는 무척이나 놀란 눈치였다. 사실 이공학

분야가 발달한 중국의 칭화대라 할 지라도 이미 핵공학은 사양산업이기 때문에

중국내에서도 그다지 인기가 없었는데 한국의 한 이상한 아이가 와서 핵공학을

하고 싶다고 하니 놀란만도 했다.

아무튼 교수를 놀라게 한 것만으로도 성공이라 생각했다.

최소한 나를 기억이라도 해줄테니...

그렇게 중국에서의 시험을 마치고 잠시 칭화대를 둘러볼 기회가 있어서

구경을 하였다. 아버지 친구분의 아들이 이미 칭화대를 다니고 있었기 때문에

구경을 편하게 할 수 있었다. 캠퍼스의 분위기는 우리나라와 다를 바 없었지만

학습 분위기는 좀 달랐다. 방학이지만 도서관은 그야말로 인산인해였다.

확실히 중국은 인구가 많긴 한가보다.

즐거운 학교 구경이었다. 어여쁜 프랑스 학생과 함께 해서 그런지 더욱 좋았다. --;

그나마 고등학교 때 배운 어설픈 불어로 대화를 할 수 있었다.

기껏해야 울랄라다.

한국으로 갈 시간... 이틀이었지만 같이 보낸 외국인 친구들과 이메일을 주고 받고

헤어졌다.

다시 한국으로 오는 비행기에서...

몇 시간 동안 앞으로 내 행보에 대해 고민을 했다.

한국에 가면 서울대 2차 합격자를 발표할 것이고 합격유무에 따라 인생의 행로가

바뀐다. 중국에서 시험을 봤지만 중국에서 학교를 다니고 싶은 생각은

거의 없었다. 그저 만약을 대비할 뿐...

서울로 가서 잠시 여유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초조하게 결과를 기다렸다.

설마 내가 떨어질 몇 명 안 되는 사람 중 한 명이 될까.,




//근 한달만에 글을 쓰네요 ;; 기말고사가 끝나면 열심히 달리겠습니다.
올해 안에는 다 써야 2004수기이니..
더 쓰고 싶지만 오늘 밤은 로마토탈워로 불태워야하므로 이만 ;;

0 XDK (+0)

  1.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