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xury brain [6702] · MS 2002 · 쪽지

2004-10-08 21: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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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uxury brain ... 두번째 수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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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뿔싸...

듣기 2번 문제의 방송 길이가 엄청 길었다. 이리갔다 저리갔다 왔다갔다 도대체

어느 것을 찾으라고 하는지 종잡을 수가 없었다.

결국 듣기 도중 2번 문제를 포기하고 말았다. (2002학년도 수능 문제 중 가장

어려운 문제를 꼽으라면 난 언어 2번이라고 말하겠다. 여태까지 본 수능 네번 중에

서도 가장 어려운 문제같다. 이 문제의 듣기대본을 보고 이 문제를 풀어보려 노력

해도 아직도 답이 왜 그렇게 되는지 모르겠다. 혹시 제대로 설명해주실 수 있으신

분은 리플로 설명좀..;;)

이미 페이스가 흔들렸다. 다음 듣기에 집중이 잘 되지 않았다. 어떻게 지나가는지도

모르게 듣기 6문제가 끝나버렸다.

아... 언어 망쳤다...

이미 언어는 끝났다고 생각했다. 어쩔 수 없이 시간을 떼우기 위해 나머지 문제를

풀기는 했다. 독해 특히 문학이 너무 어려웠다. 무슨 소리인지도 모르겠다.

말렸다. 머리가 빙빙 돌고 열이 났다. 준비해 가지고온 얼음팩도 내 뜨거운 머리에

다 녹아버렸다. 결국 언어시간이 다 끝나고 3문제가량을 풀지 못 한채 답을

찍어야 했다.

쉬는 시간... 언어는 확실히 망했다고 생각했다. 작년과 같은 점수는 커녕

작년에 간 대학도 못 가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포기하지는 않았다.

서울대는 수과외만 반영한다. 수과외만...

언어를 망쳤다고 생각한 건 나뿐만이 아닌것 같았다. 언어시험이 끝나고

바로 가방을 싸들고 학교를 뛰쳐나간 학생이 우리 반에서만 2명이 있었다.

마음을 다잡고 수리영역 시간...

언어를 만회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 재빠르게 풀어내려갔다.

사실 수학은 거의 매번 다 맞아서 오히려 수학을 틀리면 손해고 다 맞아봐야

평소와 다름없는 점수가 나오지만 그래도 어떻게든 다 맞아야겠다는 생각만 했다.

좀 신경써서 문제를 낸 것 같았다. ㄱㄴㄷ 문제도 꽤 되었고 살살 잘 꼬아놓았다.

하지만 그런 것엔 별 신경쓰지 않고 최선을 다해 샤프를 굴렸다. (지금도 내가

쓰고 있는 이 샤프는 내 수학 전용 샤프로 초등학교 때 부터 써온 골동품이다 ;;)

약 50분만에 시간을 끊은 것 같다. 시험문제의 난이도가 올라간 것을 느꼈지만

그리 많이 어렵지는 않다고 생각했다. 남은 50분 동안 차분히 틀린 것이 없는지

체크를 했고 다행히 실수한 흔적은 없어 보이는 듯 했다.

깔끔하게 마무리 지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내가 시험을 보던 반의 분위기는

썩 좋지 못했다. 언어 충격에 이어 수학에서도 제 시간에 못 푸는 학생이 반 이상이

되었다. 그것도 공부 꽤나 할 것 같은 학생들도 안타까움에 표정이 일그러졌다.

다행히 수학은 잘 막아낸 듯 했다.

점심시간... 같은 학교에서 몇몇 친구들이 시험을 봤지만 난 조용히 혼자 김밥을

먹었다. (4년 내내 수능일에는 김밥이다 ;; )

밥을 얼른 먹고 복도에 있는 창문 틈새로 멀리 있는 산을 보며 상쾌한 공기를

마셨다. 언어에 대한 생각이 내 머리를 아프게 했고 기분이 더러웠지만

이미 끝난 것에 어쩔 수가 없었다. (수능을 아직 안 본 현역들은 이제 겪겠지만

수능은 사실 별게 아니다. 시험지를 처음에 받아들 때는 상당히 긴장되지만

막상 문제를 풀면 긴장은 커녕 평소 모의와 다름없고 오히려 시간은 엄청 빨리

지나가버리고 아쉬움만 남게 된다.)

수탐2시간...

과학만 잘 봐보자하는 생각이었다. 사탐은 그럭저럭 5등급이내로 막았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어라.. 과학도 생각보다 난이도가 높았다. 평소 모의고사와는 달랐다.

분위기가 심상치가 않았다. 언어 수학 수탐2... 모두 난이도가 눈에 띄게 높아진

듯 했다. 알쏭달쏭한 문제들이 많았고 머리는 계속 어지러웠다. 평소엔 두통이

있어도 기계적으로 과학 문제는 풀 수 있었지만 이번엔 달랐다. 생각을 요구하는

문제가 대부분이라 머리를 쥐어짜내느라 너무 힘이 들었다. 사탐은 그냥 풀었다.

워낙 못 하는 영역이라 난이도가 높아지건 낮아지건 잘 몰랐다.

쉬는 시간... 또 짐을 싸들고 나가는 학생이 있었다.

모든 학생들은 다 한숨만 쉬고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었다. 평소와는 너무나 다른

시험이기에 쉬운 것에 익숙한 학생들은 더더욱 충격이 컸다.

마지막 외국어...

역시 난이도가 높아졌다. 하지만 외국어란 특성상 아무리 어려워져봐야 단어가

고만고만 하고 지문이 좀 길어진 것 이외에는 다른 건 없기 때문에 평소보다 약간

더 시간을 걸리게 다 풀어냈다.

다 끝났다. 이제 올수능은 끝이다. 그다지 기분이 좋지 못 했다. 수학을 제외한

나머지 영역이 평소보다 안 좋을 것 같았다. 집에 가라는 감독관 말에 얼른 뛰쳐나

가 친구 얼굴을 잠시 보고 학교 앞에 계신 어머니와 함께 집으로 왔다.

이제 재수생활은 끝이다. 기분이 좋으면서도 수능 생각만 하면 기분이 더러웠다.

인터넷에는 채점 답안이 있고 ebs에서도 해설을 해주지만

난 작년과 마찬가지로 그 날 채점을 하지 않았다. 두렵기도 했고 오히려 끝났다는

즐거움이 더 커서 놀 생각에 들떴다. 그 날 뉴스에서는 시험 난이도가 작년보다

약간 혹은 비슷하다고 평가를 했다. 나에겐 충격이었다. 작년에 내가 받은 396이란

점수를 올해 이런 시험에서도 받아야 한단 말인가...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이런 저런 생각하기 귀찮았다. 그 날 밤 여자친구와 통화로 밤을 샌 것 같다.

다음 날...

할 일이 없었다. 학원도 끝났다. 그런데...

갑자기 들려오는 소식이 심상치 않았다. 시험에 비관한 어느 여고생의 자살,

작년보다 약 20점 점수하락 할 듯... 이런 소식이 보였다.

시간이 지나면서 30점 하락할 듯 40점 50점.... 계속 점수가 하락할 거라는

보도가 올라왔다. 결국은 60~70점 점수가 하락할 거라는 분석이 나왔다.

가채점도 그러한 결과를 보였다. 갑자기 기분이 좋아졌다.

아직 채점은 하지 않았지만 뭔가 해볼만 할 듯 했다.

그리고 얼른 신문에 있는 답으로 채점을 했다.

언어 96.8/120    수학 80/80   과학 67/72  사탐 29/48  외국어 75/80

;;;; 황당했다. 여태까지 모의를 보면서 이런 총점을 보기엔 거의 처음 같았다.

총점 347.8점...

언론의 예상이 내 점수에도 맞아떨어졌다. 거의 총점상으로 60점이 떨어졌다.

특히 현역들에겐 더욱 난리가 난 듯 했다. (이 때부터 재수생 강세 현상이

지금까지 이어져오고 있다.)

아무리 시험 난이도가 어려웠다지만 이건 아니었다. 부모님께는 말씀드릴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시험은 잊고 다시 폐인생활이 시작되었다.





// 중간고사 임박;;; 오늘도 퀴즈하나보고 좌절입니다. 당분간 공부를
해야겠습니다. 수험생 여러분도 열심히 하시길. 놀 날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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