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xury brain [6702] · MS 2002 · 쪽지

2004-09-12 14:06:38
조회수 4,299

luxury brain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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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입학식....

그 전에 빠뜨린 이야기가 있는 것 같다. 사실 글흐름상 일부러 뺐다. 여태까지

이야기를 써오면서 의문을 가진 분들도 있을 것이다. luxury brain 이란 인간은

사랑도 못 해본 그런 인간이네.. 공부랑 게임만 하는 폐인인가? 이런 생각

하셨을지도 모르겠다. 사실 그렇다. 첫 수능까지 난 사랑이란 건 몰랐다. 불어과에

많은 여자가 있었지만 그저 그들은 남자와 다름없는 친구들이었고 많이 친하지도

않았다. 나란 인간자체도 여자에 많은 흥미가 없었다. 그냥 내 미래를 위해

공부해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하지만 나라고 남들이 수기에서 빠뜨리지 않는

사랑얘기를 안 겪었을까?

이야기는 2월 중후반 즈음 신입생 오티겸 새터로 돌아간다.

나는 그 때까지 어디를 많이 여행가고 많이 돌아다니는 스타일은 아니었다.

기껏해야 학교에서 간 수학여행이 전부였다. (물론 중학생 때 캐나다나

태국, 영국을 여행한 적은 있었지만 이건 내가 경험하고 싶었다기 보단 가족간의

여행이었다)

아무튼 가족이나 학교에서 간 그런 여행이 아닌 대학 신입생들과 선배들간의

그런 모임을 떠났다. 강릉 쪽 어디론가 갔었던 것 같다. 설레기도 하고 처음으로

같은 학부 사람들을 만난다는 두려움도 있었다. 선배들은 다 괜찮아 보였고

동기들도 꽤 착하고 기분 좋게 만드는 그런 친구들이었다. 즐겁게 놀고

밤에 술자리도 처음 가지게 되었다. 나도 이 때 처음 술을 마셔보게 되었다.

처음 마시는 술을 소주로 시작하고 말았다. 맥주가 더 좋은데... --

의외로 내가 술에 강하다는 걸 알게 해주는 밤이었다. 아버지를 닮아서 그런가보다

하고 생각했다. 소주 3병 정도에 취하지 않았으니...(물론 지금은 소주는 왠만해서

잘 즐기지 않는다. 맛 없다 --)

그렇게 술과 즐거운 이야기로 밤을 새우고 아침 6시경 잠이 든거 같다.

이튿 날 여러가지 행사와 게임들.. 이야기,....가 계속 오고갔다. 점심시간

밥을 먹으러 몇몇 동기들과 식당으로 갔다. 여기서 한 여학생을 만나게 되었다.

처음 만나는 사람과 눈에서 불꽃이 튄다는 그 느낌... 아직도 난 그 느낌을

잊을 수가 없다. 그녀도 날 바라보는 것 같았고 나도 힐끔힐끔 그녀를 쳐다보았다.

밥을 꾸역꾸역 넘기고 그녀 주위를 맴돌다가 말을 걸게 되었다. 지금 생각이지만

어디서 이런 용기가 나왔는지 모르겠다. 난 무척이나 내성적이고 소심해서

평소 친하지 않은 사람과는 말을 거의 하지 않는다. 아무튼 어디서 왔냐고 시작

하면서 말을 건냈다. \"신입생으로 오신거 같은데 어느 학교세요?\"

\"연세대 신입생이예요\"

\"엇 저도 연세대 신입생인데 전 사회계열 신입생인데 무슨 학부시죠?\"

\"전 인문학부요...\"

그녀의 다소곳하고 귀여운 스타일의 목소리로 대답을 해주었다.

난 너무 떨렸다. 처음으로 누군가가 좋았다. 물론 전에 S.E.S. 를 무척이나

광적으로 좋아했지만 이거랑은 느낌이 다른 진짜 사랑하는 감정이랄까...

꽤 수줍음을 많이 타는 나는 뭘 어찌해야할 바를 몰랐다. 용기를 내어

말은 걸었는데 다음에 어떻게 해야하는지... 얼른 이 자리가 피하고 싶을 정도로

민망했지만 마지막 용기를 내어 한 마디를 했다.

\"저기 ... 제가 그 쪽에게 관심이 있는데 핸드폰 번호 좀 알려주실래요?\"

지금 생각해보면 굉장히 웃긴 맨트였던 것 같다. 이건 전문 작업꾼도 아닌 것이

수줍은 많은 한 남학생의 객기라고 할까나...

그 여학생은 선뜻 웃으며 \"그래요\"

내 핸드폰에 번호를 저장해주었고 나도 그녀의 핸드폰에 내 번호를 저장해 주었다.

그리곤 난 도망치듯이 그 자리를 벗어났다. 그 주변에 있던 동기들은 무척이나

놀란 듯 했고 날 놀리며 장난을 쳤다.

그리고 숙소로 돌아와서 두근거리는 마음을 추스렸다.

떨렸다. 내가 먼저 전화를 해야하나.... 어떻하지... 그녀가 전화를 할까...

아까 조금만 더 멋있게 왜 말을 못 했을까... 그녀가 관심을 가져줄까...

이런 잡다한 고민을 하며 초조하게 기다렸다. 그녀의 얼굴은 굉장히 예뻤고

연예인에 비유하자면 임수정 얼굴과 무척이나 닮았다.

솔직히 나는 잘 생긴 편은 아닌 것 같다. 초저녁즈음 의외로 그녀에게 연락이 먼저

왔다. 숙소 밖에 있는 공터에서 만나기로 했다. 무척이나 떨렸다. 먼저 전화를 해주

다니... 선배들과 동기간의 이야기를 잠시 멈추고 기쁜 마음에 뛰쳐나갔다.

그녀가 먼저 나와 있었다. 난 그녀를 만나자마자 어설프게 이렇게 전화해줘서

고맙다고 말하고 얼른 말을 이어갔다.

\"정말 마음에 드는데 사귀고 싶은.....\" 이런 식으로 얘기했던것 같다.

그녀의 대답 전 단 몇 초는 정말 대학 합격여부를 인터넷에서 확인하는 그런

느낌이었다. 그녀의 답은...

\"저도 좋아요..\"

미칠 것 같았다. 너무 좋았다.

그렇게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각자 숙소를 들어갔다.

3일 째... 이제 집으로 갈 시간...

집을 싸고 버스를 타야했다. 난 그녀와 같이 가고 싶었다. 그래서 인문학부 학생들

에게 양해를 구하고 인문학부 학생들이 있는 버스에 타고 그녀와 같이 서울로 갔다.

서울로 온 후 2월 말에는 매일 그녀를 만난 것 같다. 처음으로 느껴보는 이런

행복감과 누군가가 내 옆에 있다는 안정감...

(지금 생각해보면 아무리봐도 내가 신기하다. 쌩판 모르는 여자에게 말을 걸고

사귀자고 하다니... 이거 완전 헌팅아닌가 -- 진짜 이런 걸 할 성격의 인간이

아닌데... 나도 놀라고 친구들도 모두 이 얘기를 들으면 놀란다.)

솔직히 학교엔 가기 싫었지만 그녀가 보고 싶기에 연세대 입학식에도 갔다.

우린 CC다.. CC....

생각만 해도 기분 좋은 일이었지만 CC는 얼마가지 못 했다...

그녀와의 사이가 깨진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며칠 후 CC는 아니게 된다...

나의 인생은 여기서부터 말리게 되는 듯 싶다.





//이런거 쓰는 건 참 부끄럽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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