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xury brain [6702] · MS 2002 · 쪽지

2004-08-29 21:25:31
조회수 3,101

luxury brain ... 나의 목표는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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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학년 때의 방탕한 생활을 마치고 2학년이 될 준비를 해야했다. 이 때 문과와

이과로 나뉘어지게 된다. 우리학교는 외고라 정규수업시간에는 이과과목이 없었

지만 학교에서 보충수업 형태로 이과반을 따로 운영하였다. 나는 아직 명확한

목표는 없었지만 이과 체질임은 확신하고 있었기에 이과반으로 지원했다. 물론

이 사실은 부모님께 알리지는 않았다. 한창 TV에서는 드라마 \'카이스트\'가

방영 중이었다. 그야말로 명작 중의 명작인 드라마다. 이걸 보고 카이스트 혹은

이공계에 대한 꿈을 가지게 된 사람이 많았을 것이다. (난 아직도 카이스트 주제곡

이었던 \'마음으로 그리는 세상\'을 노래방에서 즐겨부른다.)

나 역시 카이스트를 보면서 역시 내가 그리던 미래는 바로 저런거다하는

생각을 했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공부하고 연구하는 모습이 멋있었고 내가 좋아하는 해킹을 하는 모습에

나의 미래를 보는 듯 했다. 또한 외화 X-file에도 심취해 있었던 나는 외계인과

초현실적인 현상들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이공계에 진학하는 것만이

내가 즐거울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물론 외계인을 좋아하고 믿는 건 남들이

보기엔 그저 괴짜일 뿐이었다. 명확하게 어떤 걸 공부해야겠다하는 생각은

못 했지만 이공계로의 진학은 확신이 섰다. 이과반을 들어갔지만 학교는 외고

였기 때문에 실제 내신은 문과내신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2학년 때 배운 세계사나

국사, 윤리와 같은 과목들은 그야말로 피바다였다. 2학년 내내 이 과목들에서

70점을 넘긴 적이 없었다. 내 관심사는 과학이었고 그 때까지 게임과 연예인을

좋아하는건 여전하였다. 또 2학년 담임과는 그다지 사이가 좋지 못해서

전반적인 내신과 수능공부에 흥미를 잃었고 수학, 과학만 들이 파게 되었다.

그 때까지 하던 과외는 과외선생님이 공익근무요원으로 가신 바람에 잠시

중단되게 되었다. 난 나를 도와줄 사람을 잃었고 오직 나자신의 생각대로

행동하게 되었다. 편파적인 공부 방식때문에 다른 언어나 사탐과목의 점수가

잘 나올리가 없었다. 하지만 수학과 과학에는 나름대로 자신이 있었고

같은 반에 있던 몇몇 공부를 잘하는 친구들과 수학에 대해 논의해보고 그 친구들이

나에게 모르는 수학문제를 물어보기도 했다. 하지만 다른 영역은 절대 나한테

안 물어봤다. 모두들 내 점수를 알고 있으니...

모의고사 점수는 350점대로 굳어지게 되었고 내신은 중하위권으로 굳어져갔다.

2학년 기간은 흐지부지 그렇게 넘어갔다. 진지하게 내 목표에 대한 고민을 해보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공부에 집중한 것도 아니었다. 나는 점점 정체성을 잃고 있었다.

외고의 단점은 내신의 불리함도 있지만 가장 안 좋은 점은 바로 나의 위치감각에

무디어지게 되는 것이다. 외고라 당연히 내 등수는 중간밖에 안 된다하는 안일한

생각... 당연히 남이 나보다 잘 할 수 밖에 없다는 멍청한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내 인생에서 지우고 싶은 1년이 있다면 바로 이 시기이다. 공부는 흐지부지,

그렇다고 노는 것을 열심히 하지도 않았다. 내가 이 시기에 무엇을 했는지

나도 알 수가 없다.



//여자친구 옆에서 이 글을 작성하느라 정말 엉망이네요 --
어차피 중요치 않은 부분이라 대강대강 슬쩍 넘어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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