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xury brain [6702] · MS 2002 · 쪽지

2004-08-29 20:3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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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uxury brain ... 공부보단 노는게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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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모의고사의 충격은 단 하루만에 사라졌다. 하지만 공부해야한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우선 내가 가장 자신있는 수학을 수능 스타일에 맞게 다잡아야겠다는 생각

이 들었다. 영어는 학교에서 워낙 잘 가르쳐주셨기 때문에 학교 수업만으로도

충분했다. 사실 이 당시 나는 학원은 다니지 않았고 고3때까지 학원을 다닌적은

없었다. 하지만 부모님의 독촉으로 과외를 하나 받게 되었다. 서울대 기계공학과를

삼수만에 들어가신 형이었다. 과내에서 항상 수석을 차지하시는 분이셨다. 부모님

의 본래 의도는 영어와 언어를 잡아주시는 것이었지만 난 과외선생님께 수학을

좀 더 배우고 싶어서 영어와 언어는 뒷전으로 하고 수학을 좀 더 다잡았다.

그 선생님 덕분인지 4월달 모의고사에서 내 수학 점수는 80점 만점을 받았다.

참고로 6차 교육과정의 수능 점수는 언어 120, 수학 80, 수탐2 120, 외국어 80

이다. 원래 모의고사는 한 학교에서 1년에 2번 이상 볼 수 없게 되어 있었지만

우리 학교는 어둠의 경로로 한 해에만 모의고사를 4번 이상 보게 된다.

과외선생님 덕분에 난 수능이 무언지 감을 잡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직은

서투른 단계여서 언어와 수탐2에서는 급격한 점수 상승이 없었다. 하지만

수능에 대한 자신감이 생겼다. 그 무렵 나에겐 다시 좌절의 계기가 된 사건이

터지고 만다. 4월달에는 학교 중간고사를 보았다. 수능에만 신경이 쏠려서

내신이란 건 생각지도 않았다. 그 당시엔 수능에 올인하는 학생과 내신에 올인

하는 학생이 나뉘어져 있었다. 나는 수능 쪽으로 생각이 기울어서 첫 내신에서

첫 모의 때와 비슷한 학급 석차를 받게 되었다. 결국 외고에 처음와서 바닥만

깔아주는 그런 인간이었다. 내신, 모의고사 모두 망친 나는 이래선

안 된다는 생각에 공부에 대한 다짐을 하기 시작했다. 내신과 모의고사 성적

모두 2학기에 접어 들면서 상당한 상승을 기록했다. 내신은 반에서 중상위권으로

올라갔고 모의고사는 350점 가량이 되었다.

점수가 올라갔으니 이제 내려갈 차례가 된 것은 인지상정...

점수가 올라가니 다짐은 해이해지고 때마침 우리반에 스타크래프트 열풍이

불기 시작하였다. 처음엔 나도 관심이 없었지만 한 번 가본 게임방이 내 인생에

아주 크나큰 장애물이 되었다. 수업시간에 몰래 친구들끼리 스타 전략을 짜보고

스타 얘기를 하느라 수업은 이미 뒷전이었다. 스타를 처음 할 땐 익숙치 않아서

패스트 캐리어, 셔틀없는 리버와 같이 어이없는 전략으로 친구들에게 계속 깨지게

되자 난 오기가 생겼다. 본래 정규수업이 끝난 뒤에는 야간 자율학습이 강제적으로

적용되었지만 매일 몇 몇 친구들과 몰래 학교를 빠져나와 게임방으로 향했다.

하루에 게임방에서 5시간이상 보내게 되었고 게임 실력이 나날이 향상되어 갔다.

그 당시 내 전략은 only 질럿, 마린메딕 등등이었다. 요즘이야 상당히 우스운 전략

이지만 그 때는 스타 중계가 거의 없었던 상태라 친구들에게 내 전략은 정말

잘 먹혀들어가서 전교에서 스타를 꽤 한다는 아이들과 게임을 즐길 수 있게 되었다.

또한 이 때 나에겐 공부에 방해가 되는 것이 게임말고도 다른 것이 있었다. 중3

겨울부터 좋아하게 된 S.E.S.이다. S.E.S.에 미쳤던 나는 공부가 눈에 절대 들어

오지 않았다. 그녀들이 나오는 라디오는 항상 들었으며 그녀들이 방송에 나올 시간

에는 야간자율학습을 아프다는 핑계로 빠지고 집으로 와서 보기 일쑤였다.

한 술 더 떠 S.E.S.정식 팬클럽에도 가입했었기 때문에 나의 공부리듬은 이미

박살난 상태가 되었다. 1학년 여름방학 이후엔 거의 공부를 하지 않았다. 그저

게임이 좋았고 S.E.S.가 좋았다. 그것이 내 인생 전부였다. 2학기말에 되면서

모의고사 점수는 340정도로 떨어지고 내신은 중하위로 되버렸다.



//점점 쓰면서 난잡해지네요 -- 빨리 끝내야한다는 조급함 때문에 --;
하이라이트는 고등학교 졸업 이후라 지겨우셔도 좀만 참아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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