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xury brain ... 처음으로 패배를 맛보다
게시글 주소: https://orbi.kr/0001434432
고1... 부푼 꿈을 안고 대일외고에 입성했다.
대일외고는 무척이나 복잡한 구조를 가진 건물이어서 학교에 적응하는데도 한달
이 넘게 걸렸다. 교실이외의 다른 곳을 가면 항상 헤매었다.
처음엔 언제나 그렇듯이 서먹서먹한 분위기였다. 우리 반에는 남자 18명
여자 36명 인걸로 기억한다. (이 당시에는 반당 학생수가 꽤 많은 시절이었다.)
남녀 성비로 보면 정말 남부럽지 않는 그런 곳이었지만 항상 남학생들의
불만은 양보단 질이 중요하지 않냐며 뼈있는 농담을 하곤했다.
난 수업은 그럭저럭 귀로만 듣는 수준이었다. 불어수업은 듣지 않으려고 했지만
아직 신입생이라 선생들이 두려워서 강압적인 분위기에서 들을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3주정도가 지나고 3월 중순이 갓 넘은 무렵 모의고사라는 걸 봤다.
이 때까지 난 모의고사가 무언지도 몰랐다. 내가 수능이란 것에 대해 알고 있는
정보라곤 수능은 400점 만점이다라는 것 뿐...
난 중학교 때 고등학교 내용에 대한 준비는 전혀 하지 않았다. 심지어 남들
다 한다는 정석 한 번 보지 않았다. 난 그저 공부를 안 해도 수능정도의 시험은
380은 기본을 나오고 안해도 서울대나 카이스트에 갈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3월에 본 모의고사는 충격이었다. 이런 유형의 문제를 처음 본 난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다른 아이들은 수능이란 걸 알고 있었던 것 같았다.
시험도중 주변 친구들을 살펴봐도 다 열심히 푸는 듯이 보였다. 하지만 난
언어영역 시간부터 말리기 시작했다. 평소 독서라고는 과학서적만 보아왔던
내가 독해력이 좋을리가 없었다. 언어영역은 60문제중 40문제만 풀고 시간이
끝나버렸다. 그저 충격이었다. 하지만 그 때까지만 해도 나의 거만은 죽지 않았다.
공부를 안 했으니깐 그렇다라는 생각으로 마음을 추스렸다. 다음 시간은 수리1영역
시간이었다. 난 수능영역의 순서가 어찌되는 지도 모르고 있었다.
처음 수능 수학 문제를 접하게 된 나는 평소에 수학 문제 풀듯이 하면 되겠구나하는
생각을 했다. 3월달 시험이어서 범위는 집합, 명제, 그 밖에 수학적 기본소양을
묻는 문제밖에 나오지 않았다. 평소에 풀던 것과는 너무나 다른 느낌이었고
오히려 내가 풀던 문제보다 훨씬 쉬운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당황하고 실수를
연발했다. 더군다나 집합은 내가 가장 어려워하는 부분으로 지금도 마찬가지다.
집합에서 문제를 조금만 틀어버리면 어김없이 머리가 핑핑 돈다.
그나마 수리1은 그럭저럭 넘어갔고 다음은 수리2영역...
사탐은 외운 것도 없고 제대로 공부한 적이 없어서 거의 찍었다. 과탐이라고
다를 바가 없었다. 수업시간에 귀로 그냥 흘린 내가 문제를 적절하게 바라보는
시각이 있을리가 없었다. 수리2는 정말 어려운 영역이구나... 이정도로 시험을
그냥 제꼈다. 마지막 외국어영역... 외고 입시 때문에 잠시 영어공부를 하긴 했지만
유창하게 영어독해와 청해를 할 능력은 어림도 없었다. 외국어 역시 그저 문제를
보고 답을 찍어 냈다.
내가 본 첫 모의고사는 정말 힘들었다. 대부분의 학생들도 마찬가지이겠지만
처음 보는 모의고사는 정말 체력적으로 힘이 들다. 시험을 본 뒤 집에 가서
뻗어 잠을 청할 수 밖에 없었다.
다음 날 아침 모의고사 채점 결과를 써내라는 담임의 말...
그 전날 잠만 잤던 나는 얼른 채점을 하기 시작했다. 결론은 참담...
400점 만점인 시험에 280정도의 점수를 받았다. 이게 점수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당시 우리학교 친구들 사이에선 수능 300점은 넘어야 기본적인
인간적 소양은 되지 않겠느냐 하는 소리도 있었다. 나에게 첫 패배이자 충격이었다.
2주후 성적표가 나왔을 때 결과는 내 예상과 다르지 않았고 기억은 잘 나지 않지만
전국 백분위가 30%였던 걸로 기억한다. 반석차는 뒤에서 세는게 엄청나게 빠를 정
도였다. 충격이었고 괴로웠다. 하지만 공부를 안 했다란 사실을
머리 속에 주지시켰다. 최악의 달은 그렇게 쉽게 넘어가고 내 시대가 도래할 거라는
착각에 빠졌다.
//오옹 제 나이를 물어보시는 분이 계시는데 앞으로 수기를 쓰면 밝혀지겠지만
현재 23살 04학번으로 사수까지 했습니다.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갑자기 안 보이시네요
-
조안나는 나도 듣기만 들음
-
공부할 힘이없음 0
힘을쓰기가 싫고 움직이기가 싫음
-
영어공부합시다 2
영어공부들합시다
-
특이한경험이네
-
수학원점수 5
59->77 6모 수능 +25번은 솔직히 80점호소인해도되지않냐?
-
평가원 미적 3정도 뜨는데 알파테크닉이랑 드리블 체화하기 많이 힘들까요?
-
들어보시라구요
-
설대 건환공 가고싶은디 언 92 미 99 영 2 화1 97 지1 98 이면 되려나...
-
6평->슈능
-
지금 아이디어 하고 있는데 이거 다하고 알파테크닉, 드리블을 할까요 아니면 뉴런...
-
9500보 걷고 발목 아픈 병약아조씨
-
카페인 끊는다고 아아 안 마셨는데 녹차라떼 사옴…. 하…
-
ToobadToobadToobadToobadToobadToobadToobadTooba...
-
노동레버리지 100배 렛츠고
-
통장에 80원이라 만원 받고싶은데 다들 진절머리나서 안해줌 ㅋㅋㅋ
-
서울 일부 지역의 급수 공급이 오후 5시부터 불가능할 예정이다. 25일 오후 4시께...
-
오르가슴ㅇㅈ 12
낚였으면 7ㅐ추
-
책 대신 스캔에 태블릿PC…‘종이’ 사라진 대학가 인쇄소 깊은 시름 2
분주했던 ‘신학기 특수’ 옛말 교재 스캔하는 스캔방은 성업 한겨울 추위가 막바지에...
-
올오르오르른오르르르비비오르비비오오르르비비비오르오르르르르비비오르올올비오르르르비비빕
-
등수는 못보지 않음?? 원점수랑 표준편차 평균 수강자 수 이것만 보는 거 아님??
-
전적대 자퇴 0
기간이 따로 있나요
-
사람들 다 휴릅하네 10
내가 이상한걸까
-
거기서 빡세게 공부하면 건동홍 이상도 감 ㅇㅇ
-
비 안 쓰고 길이 직접 구해서 계산한 분 계신가여??
-
추가모집 0
건동홍라인 추가모집으로 가려면 점수 어느 정도임?
-
방학에 듣다가 학기 들어가면서 남은 수업 3번?은 안 들으려고 하는데 그냥 결제 안 하면 되는건가
-
된건가 0
대기가 좀 많긴 한데 괜찮은건가
-
게임 ㅈ같다 진짜
-
그 사건을 보고 느낀점
-
자작문제 1
숫자 못 맞춰서 이딴 거 올리냐고 하면 그거 맞음
-
현 상태에서 고2 모고 30분 동안 풀어서 6등급도 안 나오면(화1,지1) 진지하게...
-
시대인재 등록할려고 했는데 관리가 좀 안된다는 말도 있어서 강남 하이퍼랑 고민하는데...
-
얼굴... 9
거울이랑 셀카중에 머가 더 실물이랑 비슷해여?
-
병신정자 11
-
유튜브 강의라든가 뭐 듣는 거 있나요 따로 (코딩제외) 공대생임
-
??
-
서울 신사 같은데 가보면 ㅅㅂ 뭔 병원이 아파트만한 건물에 성형 피부 모발이식으로...
-
산타는 부모님이다. 산타는 존재하지 않는다. 부모님은 존재하지 않는다. ㅁㅌㅊ?
-
공부량은 쌍사에 준하는급인데 또 문제는 존나게 어려움 ㅋㅋ 한지는 양이 적기라도 하지
-
정신병자 하나 탈릅했네 15
굿다이노 ㅋㅋㅋㅋ
-
재수생 수학커리 0
김범준 강의 속도 보니깐 카나토미 끝나면 4월 중순 될 거 같아서 김범준 스블까지만...
-
숫자 야구? 2
흥미로운 취미를 발견했네요 오호호호
-
(서울대 합격 / 합격자인증)(스누라이프) 서울대 25학번을 찾습니다. 0
안녕하세요. 서울대 커뮤니티 SNULife 오픈챗 준비팀입니다. 서울대 25학번...
-
한지 - 대한민국 나라 하나 세지 - 전세계 나라 200개 이론상 세지 공부량이...
-
지로계라멘 시킴 14
최애
-
1등급분들 뭐하심 하루에 1시간이상 하신분들만 알려주시면 좋겠음
-
하늬대 보내줘 2
하늬대
-
쿠웅
오;; 기대 +_+ 선리플 후감상
오옹,, 저도 기대 +ㅁ+
저도 기대 +ㅁ+ 열혈공대햏자님 수기이후로
또 인생을 느낄수 있을 것 같은....
그리고 글이 부드러워 쭉쭉 읽어내려가 지네요 ^ㅁ^/
기대됩니다!~!
대일외고,;; 건물 구조 진짜 복잡함.
입학시험날 시험칠 교실 찾느라 고생했다는;
재밌네요~~ 기대할께요~!
어떤 과에 재학중이신지 궁금하네요~...ㅎ
과가 궁금한건데...윗분 잘못 생각하신듯...
어떤 과가 궁금하신거죠? 현재는 서울대 공학계열에 재학중이고
대일외고 다닐 때는 불어과였습니다.
헛! 현역인줄 알았는데! 무언가에 고생하셨군요...
아 공학계열이셨군요... 전 공대 중에 어딘가 해서요...
답변 감사합니다..
오오 기대...//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