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대학생으로... 고3 수능과 그 이후
게시글 주소: https://orbi.kr/0001434333
수능
수능 시험 전날에 잠을 이루지 못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나는 다른 친구들과 시험장이 달라 따로 움직여야했다. 그것이 어쩌면 조금 더 긴장하게 된 원인인지 모르겠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렇게 했던 것이 더 흔들리지 않을 수 있었던 원인인지도 모르겠다.
언어 영역부터 어려웠다. 쉬운 수능이 아닐 거라는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언어가 꽤나 어려웠기 때문에 시간이 모자라지는 않을까 걱정이 들었다. 다행히 찍는 사태는 일어나지 않았지만 점수가 슬슬 걱정되기 시작했다.
수리는 거의 악몽 수준이었다. 너무나 높아진 난이도로 적응이 되지 않았다. 30번까지 푸는데 못 푼 문제가 상당수였다. 끝나는 시간이 될수록 초조함이 온 몸을 휘감았다. 도저히 다 풀 수 있을 것 같지 않은 상태가 되자 마지막에는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찍은 것도 있었다. 그렇게 쉽지 않은 수리 영역이 끝나고 점심시간. 밥은 잘 넘어가지 않았던 것 같다.
사과탐은 사탐이 어렵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사탐은 그리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내가 정시에서 생각하고 있던 대학 중에 전 영역을 반영하는 곳은 연대밖에 없기 때문이었다. 과탐은 별로 어렵지 않았던 지라 안심했다. 외국어는 자신 있게 풀었다. 시간이 남은 유일한 과목이었던 것 같다. 제 2 외국어는 매우 쉬웠다. 일본어를 응시하고 학교에서는 독일어를 배워 둘 다 풀었는데도 시간이 남았다.
그렇게 수능이 끝나니 참 허무하다는 생각도 들고 시험 점수가 낮게 나와 앞으로 어쩌나하는 생각도 들었다. 집에 가서 맞춰보니 점수가 376... 70점대 점수는 3학년 때 맞아본 적이 없는 점수라 좌절감이 들었다. 완전히 망했다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그래도 끝난 것이니 하면서 잠이 들었다.
다음 날 일어나서 선생님께서 전화를 걸어 점수를 물어보셨다. 말씀 드렸더니 아마 네가 제일 잘 봤을 거라고 하신다. 별로 믿겨지진 않았지만 그런가보다 했다. 그리고 학교에 가니 정말 그런 듯 했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친구들은 학습실을 정리(?)하고 있었다. 난 정말 거의 모든 것을 다 갖다 버렸다. 갖다 버리면 안돼 보이는 것 까지 갖다 버려서 나중에는 후회하기도 했지만, 그때는 정말 그러고 싶었다.
그 다음날부터 기말고사가 시작되지만 공부를 했을 리 없다. 수시로 갈 친구들은 대충보고 정시를 생각하는 친구들은 열심히 보는 분위기였는데 난 정시를 생각했으므로 열심히 보았고 덕분에 석차는 이때까지 중 가장 높게 나왔다.
기말도 끝나고 고등학교 생활은 완전히 끝이었다. 나에겐 정시가 남아있긴 했지만.
수능 성적이 발표되고 이제 결정의 시간이 왔다. 수능 성적으로만 응시하는 카대 의대 수시에 합격하여 내가 붙은 수시는 세 개가 되었다. 이제 수시 중 하나를 고를 것인지 아니면 정시를 쓸 것인지의 문제가 남았다.
내 성적으로 서울대 의대를 쓸 수는 없었다. 그리고 연대 의대는 간당간당해 보였다. 그 두 개 의대를 빼고 나니 정시를 그렇게 쓰고 싶지는 않았다. 그맘때부터 법대가 눈에 들어왔는데 법대를 지망한 이유는 아마 내가 인문계에 대해 가진 관심이 법 쪽으로 쏠려서 때문이 아닐까 싶다. 어쨌든 고대 법대도 물망의 대상이었다. 이런 생각에 대해 선생님들, 부모님의 반대가 있었고 결국 정시를 쓰지 않고 수시중에서 가는 것으로 결론 내렸다. 의대를 갈 것인가 또 다른 진로를 찾을 것인가.
그래서 의대를 포기하고 서울대를 가서 전과를 하기로 결심했다. 전과를 생각한 것은 자료를 찾던 중 우연히 서울대의 전과 제도를 보게 된 것인데 그때까지만 해도 전과는 그리 흔한 것이 아니었다. 내가 입학할 때에만 해도 많은 사람이 주목하지 않던 것이었다. 그것을 보고 들어가는 것이 쉬운 결정은 아니었을 테지만 안 되더라도 서울대가 종합대라는 것에 맘이 끌렸고 거기 가면 여러 가지 교양 수업을 들을 수 있을 거라는 기대를 했다. 어쩌면 수능 시험을 다시 보게 된다고 할지라도 거기서 배울 수 있는 지식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난 서울대 학생이 되었다.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가면 뭐 벌점 먹나?
-
어지럽네시발
-
수석장학금 0
수석 장학금은 일반전형 , 기균, 지역인재 등 전로별로 따지나요? 과별로 따지나여?
-
많이들 시키나..?
-
급수지 뭐가 터져가지고 오늘 자정까지 물 안나온다고 함 물리선택자는 크게 신경 안써도 될듯
-
이젠 많이들 아시겠지만 저는 요루시카를 굉장히 좋아합니다 제 기억으로는 아마 중2...
-
이쯤되면 13K 승급 안해주나....
-
투표 ㄱㄱ
-
퓨드드드드득 쀼룩쀼룩
-
꽃돼지 밥주기 1
자꾸 오네
-
반수든 무휴반이든 어떻게든 짜내서 원하는 데 가네…
-
아마 이 글을 끝으로 저는 또다시 꽤 긴 휴릅에 들어갈것 같습니다...
-
이틀 연속으로 듣는게 나을려나..
-
심심하다 7
흐음 뭐하면 흥미가 생길까
-
과탐투과목 사탐 5
탐구 지2랑 사탐하나 할 생각인데 어떤가요? 지2 개념은 다 공부했고 지1보다...
-
계산도 많고 어렵긴해
-
공부 시간 2
공부를 너무 오랜만에 하는데 공부시간 점점 늘려야지
-
2506<<<이거 수능에 냈어도 최소 146은 됐을듯 8
계산좃같음이 2409도 아득히 뛰어넘는데..
-
현타오네 8
10시에 스카가겠다고 계획 세워서 9시에 일어나서 사과 깎아먹고 좀만 자고...
-
뱃지달까 0
안달래
-
치즈 하니까 확 떠오르는데
-
운동 가야하는데 0
진짜 귀찮아
-
왜 주에 상담이 3개로 제한생겼는지 이유나 배경아시는 분 계실까요??
-
갑자기 안 보이시네요
-
공부할 힘이없음 0
힘을쓰기가 싫고 움직이기가 싫음
-
영어공부합시다 2
영어공부들합시다
-
특이한경험이네
-
평가원 미적 3정도 뜨는데 알파테크닉이랑 드리블 체화하기 많이 힘들까요?
-
들어보시라구요
-
설대 건환공 가고싶은디 언 92 미 99 영 2 화1 97 지1 98 이면 되려나...
-
6평->슈능
-
드디어! 누웠어요 11
9500보 걷고 발목 아픈 병약아조씨
-
카페인 끊는다고 아아 안 마셨는데 녹차라떼 사옴…. 하…
-
ToobadToobadToobadToobadToobadToobadToobadTooba...
-
노동레버리지 100배 렛츠고
-
통장에 80원이라 만원 받고싶은데 다들 진절머리나서 안해줌 ㅋㅋㅋ
-
서울 일부 지역의 급수 공급이 오후 5시부터 불가능할 예정이다. 25일 오후 4시께...
-
오르가슴ㅇㅈ 12
낚였으면 7ㅐ추
-
책 대신 스캔에 태블릿PC…‘종이’ 사라진 대학가 인쇄소 깊은 시름 2
분주했던 ‘신학기 특수’ 옛말 교재 스캔하는 스캔방은 성업 한겨울 추위가 막바지에...
-
올오르오르른오르르르비비오르비비오오르르비비비오르오르르르르비비오르올올비오르르르비비빕
-
등수는 못보지 않음?? 원점수랑 표준편차 평균 수강자 수 이것만 보는 거 아님??
-
전적대 자퇴 0
기간이 따로 있나요
-
사람들 다 휴릅하네 10
내가 이상한걸까
-
비 안 쓰고 길이 직접 구해서 계산한 분 계신가여??
-
추가모집 0
건동홍라인 추가모집으로 가려면 점수 어느 정도임?
-
방학에 듣다가 학기 들어가면서 남은 수업 3번?은 안 들으려고 하는데 그냥 결제 안 하면 되는건가
-
된건가 0
대기가 좀 많긴 한데 괜찮은건가
-
게임 ㅈ같다 진짜
-
그 사건을 보고 느낀점
-
자작문제 2
숫자 못 맞춰서 이딴 거 올리냐고 하면 그거 맞음
초스피드 업뎃~ 멋져여~
새로운 수기 잘보고있어요 _+)//// ㅎ
오 오 , 수기 잘 읽고 있습니다 +_+)bbㅎㅎ
70점대는 맞아본 적이 없는 점수라 좌절감.... 아아; ㅚ수님 ;ㅁ;
↑동감.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