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소식

신촌연대햏자 [7996] · 쪽지

2004-07-10 08:22:38
조회수 2,469

나는 수능을 통해 세상에 대해 배운다. <14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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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기를 쓸 수 있는 감정을 만들어야 한다는 핑계에 학교도 뜸하게 가고 폐인생활을 계속해야 했다...현재의 나를 일깨워 주는, 학교서 새로 만난 사람들을 얼마동안 못 만나며 생긴 그 어떤 상실감은 다시금 1년 전의 나를 떠올리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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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을 혼자 지내다 보니 사람들과 함께 하는 법을 잊어버렸다. 유치한 애정놀음이나 외로움 따위의 감정을 느끼는 것은 나에게는 사치였으며, 그저 강해지다 보면 언제간 보상이 돌아오겠지 하는 기대로 힘겨운 시기를 견뎌야 했다.



그러던 중, 삼계탕 집에서 일하며 동고동락을 함께 했던, 직원들간의 유대감을 느끼게 된다. 초복 날, 10명 이상의 직원이 모두 풀타임을 뛰며 허리가 끊어질 것 같았어도, 서로의 땀흘리는 얼굴을 보면 찡그릴 수가 없었다. 일을 마치면 가끔 있는 뒷풀이와 드라이브 및 나들이는 그 동안 잃어버린 인간관계의 정이라는 것을 조금이나마 채워줄 수 있었다.

그러면서도 불안했던 것은 이 전의 사람들처럼 서로 몸이 떨어지고, 필요하진 않게 됨에 따라서 역시 마음도 멀어지게 되는 것 아닌가하는 생각 이였다. 정이 많은 성격으로서 이런 사실은 나에게는 매우 힘든 것 이였으며, 이를 타파하고자 하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나중에 서울에 올라온 후 어김없이 나중에도 작용하게 된다.


앞서 말했듯이 수능 공부는 수리영역만을 대비했었다. 그 가운데서도 큰 힘이 된 것이 있다면 인터넷상의 한 입시 커뮤니티에서 만난 몇몇의 고3학생들 이였다. 그들과 대화하며 나의 예전 현역시절을 떠올렸으며, 그들에게 당시 내 상황을 설명해주도록 노력했다. 그리고 수능대비에 있어서의 서로의 궁금증을 풀어 주고, 유대감을 형성했다. 그리고 몇 년간의 입시를 통해서 그 동안 내게 축적된 자료와 수능에 관한 내공을 발휘한 결과 그 곳의 운영자가 되었다.


내가 여름을 버틸 수 있게 해 준 원동력은 나름대로의 생활이 바빴기에 있다. 그 무더운 시기에 몇 번을 했던 수능공부를 또 하고 있다면 심각한 회의감이 들었을 것이며, 사회생활을 통해 다른 또래 사람들 보다 어떤 부분에선 내가 앞서가고 있다고 생각해, 애써 스스로를 위로했다. 일어나서 삼계탕 집에서 일하고 돌아와서는 학원 강의 내용을 훑어 봤으며 그 다음에는 학원 가서 일했다. 역시 다른 선생님들이 수업이 끝난 후 바로 돌아가는 것과는 달리, 학생들이 좋아서 자체적으로 연장 근무를 하거나 학생들과 이야기를 했으며, 나이가 젊어서 그런지 학생들 사이에서의 인기가 있었다. 이는 자신감을 회복시켜주는데 큰 기여를 했다.

학원강의가 끝나면 피곤해서 잠이 들어 2, 3시간정도를 자고 일어났으며 늦은 저녁을 먹고 인터넷 강의를 들었다. 그리고 나선 오르비의 칼럼 게시판을 살폈다. 사회의 이슈거리 및 역사적 사실에 대해서 자신의 의견 및 해결책을 내놓는 또래의 대학생 및 수험생의 사고력은 놀랍기 그지없었으며, 어서 참된 대학생이 되어서 그들과 같이 되기를 원했다. 그리고 지금은 시간이 부족해서 못 읽고 있는 그 칼럼게시판의 모든 글과 리플을 샅샅이 취하리라 마음 먹었다.


우울 모드로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게 하는 밤이면 사람들이 내 곁을 많이 떠나간 이유에 관해 생각했다. 예전에는 이렇지는 않았는데......예전을 떠올려 보면 내가 무엇인가를 가지고 있었다. 우수한 성적 및 사고력, 쾌활한 성격, 이성과의 원만한 관계, 준비성 및 탁월한 발표력등.....

입시에 실패한 후 이 것들이 쓸모 없게 되자, 내 주위에 있던 사람들은 더 이상 내 곁에 머무를 필요가 없었다. 삭막해 보이지만, 이는 사회에 나가서도 연속적으로 일어날 일이다. 자신에게 필요한 사람을 취하려 할 것이며, 그 사람이 그리 도움이 되지 않는 다 싶으면 냉정하게 버릴 것이다. 한 기업의 직원이 다쳐서 병원신세가 되자 3달 뒤 돌아와 보니 어느 새 사무실 책상을 치워버린 것처럼...

사람들을 끌어 모을 수 있게 하는 능력을 \'권력\'이라고 칭하고 싶다. 현재도 머리 속에서 떠날 수가 없는 단어로서 두뇌, 건강, 보유하고 있는 재화, 집안, 학력, 직업..   등은 모두 권력이 될 수 있으며, 나는 이제 잃어버린 권력을 다시 찾아서 어쩌면 가식적일 지도 모르는 인간관계를 회복해야 했다.

그 첫 단계는 이번 입시에서 대학을 가는 것 이였다. 대학을 가는 것을 합리화시키지 않고서는 수능 준비가 불가능했다. 모든 일을 행함에 있어서는 반드시 타당한 근거를 필요로 했으며, 이는 나를 철저한 현실 분석주의자로 변하게 했다.



\'입시싸이트 오르비스 옵티무스의 운영자 이광복\'

그는 내가 추구하고자 하는 삶의 표본이 되었으며, 내가 가야할 길을 제시하였다. 다수의 수험생들이 최고 권력을 부여하는 서울대 의예과라는 지위를 가지고 있었으며, 유창한 글 솜씨 또한 막강한 권력을 지니기엔 충분했다. 최상위권 수험생들을 모아서 칼럼 게시판같은 토론장을 마련해 놓음으로써, 현인들의 은둔이 아닌 참여를 강조했다.
그리고 그가 직접 참여세력의 대표적인 모델이 되었다. 유력 신문에서 그의 이름을 발견했는데, 여타 입시기관에서 십 수년을 일한 사람들보다 훨씬 논리 정연하고 현실에 맞게 쓴 입시대비책 및 수능이야기를 확인할 수 있었다. 03 ,04 수능이후 평가원에서 발표된 수능 예상 평균 점수 및 표준편차를 이용한 예측변환표준점수 공개는 더욱 더 이광복씨에 대한 믿음을 탄탄하게 해주었다. 컴퓨터공학과를 지망하였다가 의예과로 진로를 바꾼 것에는 역시 현실의 벽이 작용했으며, 한편 그가 의예과를 다녔어도 자신이 하고싶었던 컴퓨터 공학을 이용해서 입시사이트를 훌륭하게 운영하고 있었다. 능력(점수상으로 서울대 의예과 가능)과 적성(컴퓨터공학)중 그는 능력을 통한 진로를 택했으며 적성은 일종의 여가 생활(오르비운영)로 충족하였다.

이 것 역시 나중에 나의 진로에 영향을 주게 된다.




이 후로도 오르비에 여러 인물들이 등장한다.
기득권을 추구하며, 다독을 토대로 하여 생긴 논리력을 설파한 \'paranoia\', 수과외 고수로 자만감이 아닌 자신감으로 가득 찼던 \'천재의 우울\' , 폐인이 되더라도, 자신이 가고 싶은 길을  고수하겠다는 \'지리햏자\'..17일의 기적을 꿈꾸며 각자에게 맞는 공부법을 밀고 가야 한다는 \'이카루스\'...

그리고 내가 가야할 방향을 그의 행동을 통해 설정해주었던 \'lacri\'.....



이런 사람들을 대학에서 만나보고 싶다..... 명문학교에 들어가게 됨으로써 그 기회는 커질 것이며, 이는 좋은 대학을 가야만 한다는 완벽한 근거를 제공했다.


8월중순... 아르바이트와 학원강의를 그만두었다. 학생들 모두의 시험지에 각각 하고싶은 말을 몇 줄을 모두 남겨주었으며, 몇 명에게는 책을 선물해 주었다. 내게는 굉장히 뜻 깊은 경험이 될 것이며, 그들에게도 좋은 인연으로 남았으면 한다.
아르바이트가 끝나며 직원들과 술자리를 가졌으며, 모두 공부 열심히 해라라는 말을 해주었다. 그토록 고마울 수가 없었다.






더위가 가신..8월말.. 다시 서울의 한 고시원에 들어왔다...
2달...남은..2004 수능.. .


나는 여기서 뼈를 묻는다... 본격적인 수능 대비모드가 시작된다.. 잃어버린 권력을 다시 지니기 위해...
사람들을 다시 만나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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