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 서울대 인문대 면접 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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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시험 전날 너무너무 긴장한 나머지 3시간 밖에 자지 못했답니다. 시험 날도 지하철이 연착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일찍 나갔더니 7시 45분에 도착했습니다. 제가 시험 본 4층엔 아무도 없더군요. 저 혼자서 복도 불 키고 화장실도 불 키고 그랬습니다. 8시 15분이 되어서야 조교님들이 오셔서 대기실 문을 열어주셨습니다. 매우 친절한 조교님을 만난 분들도 계시던데 제 경우엔 다들 무뚝뚝하신 분들이어서 처음엔 무섭더라고요..
저희 조는 수험번호대로 면접순서를 정해서 전 4번이었습니다. 시험이 9시 시작으로 되었는데 첫 번째
학생은 8시 50분 쫌 넘어서 문제 뽑으러 가더군요. 저의 바로 앞 차례가 나간 후부터 약 10분간 너무
떨려서 냉정해 보이는 조교님에게 말을 걸었습니다. 원래 성격이 무뚝뚝할 뿐 좋으신 분 같았습니다. "
제 친구가 어떤 교수님들은 눈길 한 번 안 주셔서 속상했다고 하던데요." "아, 그건 아마도 교수님들이
쑥스러우셔서 그런걸 거예요. 서울대 교수님들 특히 그런 분 많이 계세요. 어떤 교수님은 학생들과 눈
마주치는 게 쑥스러우셔서 수업 중에 허공을 쳐다보고 수업하시는 분도 있어요. 그러니까 그런 건 너무
신경 쓰지 마세요. 절대 맘에 안 들어서 그러는 게 아니라 모든 학생한테 그러는 걸 테니까요." 정말 예
상 밖으로 긴 대답을 해주셨죠. 그러고는 다시 자기 공부를 하시더군요. 귀찮게 하는 것 같아 죄송했지
만 계속 질문했습니다. "녹차 남은 건 어디 버려요? " "면접 번호표 교수님 드리는 거 맞나요? " "문제
읽어드리는 거 맞죠? " 시시한 질문만 해댔지만 긴장은 어느 정도 풀어져서 웃을 수 있을 정도였습니다.
나중엔 조교님이 저한테 어색한 말투로 시험 잘 보라고 말해주셨습니다.
드디어 제 차례. 9시 20분 경이었습니다. 1. 공직자 윤리(정약용… 예부터 공직자 특히 '청렴이 강조된
이유') 2. 우리나라 사람들 왜 인사 잘 안 하나? 3. 준법정신이었던 것 같은데…전 1, 3번 위주로 준비
했었거든요. 근데 이상하게도 2번을 골랐습니다. 준비시간 10분. 정말 짧더군요. 15일 충고해주신 분에
따라 악필로 날려 썼는데도 생각을 제대로 정리하지 못하고 들어갔습니다.
노크한 뒤, 인사 문제를 뽑은 만큼 공손하게 "안녕하세요"
"문제 읽으세요" (문제 읽고)
"제 생각에 우리나라 사람들이 인사를 잘 안 하는 것은 세 가지 이유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첫째로 전통적인 가족주의 때문입니다. 우리나라엔 '팔이 안으로 굽는다'는 속담도 있듯이 옛부터 자
신과 가까운 사람들에게만 특별히 마음을 주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미덕으로 '정'
이 손꼽히지만 우리나라를 처음 방문한 외국인들이 우리나라 사람들의 첫인상이 '쌀쌀맞다' 고 말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둘째론 감정 표현의 절제를 미덕으로 여기는 유교의 전통 때문입니다. 실제로 낯선 사람이 웃는 얼굴
로 인사할 때 떨떠름한 표정을 짓는 사람들이 많은데 대부분은 적대감을 느껴서라기보다는 감정 표현을
하는데 쑥스럽기 때문입니다.
셋째론 서구에서 들어온 개인주의 때문입니다. 현대인들의 특징이기도 한 개인주의로 인해 타인에 대
해 무관심해지고 따라서 낯선 사람과는 인사를 나누지 않는 것입니다. (아! 최대한 그대로 옮기려고 하
는데… 정말 부끄럽습니다. 초등학생 발표도 아니고--;)
"우리나라 사람들이 전통적으로 인사를 잘 안 한다고 했는데 또 서구의 영향으로 인사를 안 한다는
것은 무슨 얘긴가?"
"그것은 과거 우리나라가 농경사회였기 때문에 내 가족 우선인 경향과 유교적 전통으로 감정 표현을
안 해서 낯선 사람과 인사를 잘 안 했었는데 개인주의가 들어와 그것이 더 심해졌다는 말이었습니다"
"개인주의가 어떤 영향을 미쳤길래?"
"서구의 개인주의는 합리성에 바탕을 두고 있지만 우리나라에 들어온 개인주의는 이기주의로 변질되
었습니다"
"그럼 우리나라 사람들이 원래도 인사를 잘 안 했었는데 이기주의로 변질된 개인주의 때문에 그것이
더 심해졌다는 말인가?"
"저의 의도는 개인주의로 인해 '나와 가까운 관계'의 범위가 더욱 좁아져서 그것이 심해졌다는 것입
니다. 옛말에 '이웃사촌' 이라는 말도 있듯이 과거 우리나라에서는 가족 뿐 아니라 적어도 이웃 간에는
서로 친하게 지냈었습니다만 오늘날의 개인주의는 타인에 대한 무관심을 증가시켜서 오늘날 옆집에 사
는 사람의 얼굴도 모르는 경우가 많아지고 이웃 간에도 인사를 안 하게 된 것입니다."
"자네는 기본적으로 인사를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는 것이지? 그럼 인사를 하는 것이 왜 좋은가?
인사 안 하면 안 되나? "
"인사는 예절과 관련 있는 것으로 안 한다고 처벌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꼭해야만 한다고 말할 수도
없습니다. 단지 저는 인사를 통해 모르는 사람간에도 정서적인 교류를 할 수 있는 등의 긍정적인 점이
많기 때문에 인사를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등산을 하면서 모르는 사람들과 인사를 나눠봤
는데 서로 정서적으로 친밀감을 느낄 수 있었고 웃는 얼굴을 보니 기분도 좋았습니다. "
"서구인들은 낯선 사람에게도 친근하게 대하는 반면 가까운 사람끼리의 관계는 우리보다 못하지.(솔직
히 그런 말 처음 들어 봤지만 무조건 끄덕끄덕 했습니다 ) 서구인들의 방식이 더 좋은가? "
"우리나라 사람들이 친한 사람들간에 서구인들보다 깊은 관계를 갖고 있는 것은 분명 바람직한 일입
니다. 다만 서구인들이 낯선 사람에게도 열려있는 점은 우리가 보완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대충 이 정도 하니 10분쯤 지났던 것 같습니다. 역시나 공손하게 "감사합니다." 인사하고 얌전히 나왔
지요. 참! 교수님들은 조교님 말씀과는 달리 모두, 똑바로, 부담스러울 만큼 뚫어져라 쳐다보시더군요.
제 번호가 앞 번호라 그때까지는 의욕이 넘치셨는지도 모르죠.
아무튼 전 전공이 훨씬 어려웠답니다. 긴장이 약간 풀어져서 집중력도 좀 떨어졌던 것 같고… 전공
문제는 두 개가 있었는데 나머지 하나는 잘 생각 안 나는군요. 제가 선택한 것은
'예기'에 나온 글 인용되어 있고 음란서적 규제가 바람직하냐는 것이었습니다.
역시 노크하고 들어갔더니 이번에는 문제 읽지 말고 시작하라더군요.
"저는 기본적으로 문학작품을 포함한 모든 예술 작품에 대한 규제에 반대합니다. 그 이유는 첫째 개인
의 표현의 자유가 침해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개인의 표현의 자유가 침해 될 때 과거 역사를 돌이켜봐
도 알 수 있듯 권력층에 의해 남용될 때 엄청난 부작용을 일으킬 수도 있습니다. 때론 규제가 필요하다
고 할지라도 규제의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결국 사람인데 객관적인 기준을 세울 수 없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규제는 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작가가 문학작품을 쓴다고 할 때 개인의 표현의
자유를 충족시키고 개인적인 만족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출판이 되면 사회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때문
에 사회적인 책임을 고려해봐야 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따라서 규제는 하지 말아야겠지만 읽을 대상을
19세 이상으로 한정해서 판매한다든지 하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읽을 대상을 19세로 정하는 것은 누가 정하나? "
"누구나 인정할 수 있는 사회적인 위치라든지 하는 기준이 충족된 사람들입니다. "
"아까는 누구나 인정할 수 있는 기준이 존재할 수 없다고 하지 않았나?"
"맞습니다. 제가 누구나라고 한 것은 조금 잘못된 표현인 것 같습니다. 최대한 많은 사람들의 인정을
받는 사람들의 인정을 받는 사람이어야 할 것이라는 의도였습니다"
"그렇다고 할지라도 처음 자네가 이야기했듯이 사람이 객관적으로 기준을 세우는 것이 가능하지 않지
않은가? " (점점 제 무덤을 제가 파는 듯…)
"제가 그렇게 이야기한 의도는 이것입니다. 표현의 자유가 최대한 보장되어야 하기 때문에 규제는 해
서는 안 되는 것이지만 청소년같이 확실한 자아가 형성되지 않은 대상에게 엄청난 부작용을 일으킬 수
도 있기 때문에 판매대상 한정이라는 것을 하는 것엔 대부분의 사람들이
동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아이고.. 횡설수설...)
"자네가 알고 있는 문제 작품은 무엇인가?"
"즐거운 사라 라는 작품이 외설시비가 있었던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건 법적으로 유죄 판결을 받지는 않았지. 다른 건 없나? "
"예. 즐거운 사라는 유죄 판결을 받지는 않았지만 사회적으로 큰 논란을 빚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 외에 영화 '거짓말'의 원작소설이 법정까지 갔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 제목이 '내게 거짓말을
해봐'였던 가요? 머릿속이 공황 상태더군요)"
"그럼 요즘 작품말고 역사적으론 어떤 것이 있었나?"
"채털리 부인의 사랑? 이 있습니다" (여기서 긴장한 나머지 머리에 손을 대는 등 자신감 없는 모습 노
출) (다른 착해 보이는 교수님이..)
"학생은 공부 잘하니까 그런 것에는 별 경험이 없겠지만 음란물이 학생들에게 많이 영향을 미치지?"
"예. 제가 친구에게 듣기론 남학교에서 불법 음란 일본 만화가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고 들었습니다(사
실은 초등학교 때 학원차에서 중학교 오빠들이 '엔젤'인가 하는 만화책을 저에게 보여주지 않고 자기들
끼리 보면서 낄낄거리는 걸 본적이 있죠. 그게 좀 야하다고 들었던 듯…) 저희 어머니 친구 분의 아들
역시 순진하고 공부 잘하는 학생인데 이런 학생일 수록 음란물의 충격이 큰 것 같습니다. 그 학생은 한
동안 방황을 마니 했습니다. (엄마들의 수다란… 우연히 들은 얘긴데… 미안하다… 아무개야^^;)"
"불법으로 유통이 되어서 더 그렇단 말이지. 그렇지만 19세 미만 못 보게 해놓으면 그게 지켜질까? 오
히려 '앗! 저거 꼭 봐야 되는 구나'라고 생각해서 더 보지 않을까? "
"물론 그러한 것이 100% 지켜지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다만 최소한으로 악영향을 줄이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비디오 방 아니 비디오 가게의 경우
저희 동네에서는 미성년자에게 비디오를 잘못 빌려줬다가 적발되어 '영업정지'를 당했습니다. 만화방의
경우에도 이런 것이 엄격하게 지켜져야겠고 '사회적인 책임의식'을 가져야 합니다. " (아직도 시간이 남
았던 듯..)
"혹시 '예기' 읽어 봤나? " (이 때 안 읽어봤다고 말할 걸 조금이라도 이야기하는 게 낫다 싶어서…)
"다는 안 읽어 봤고 면접, 논술 준비하면서 배경지식으로 조금 읽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 무슨 내용이었지?" (그냥 예에 관한 것이요.. 라고 하면 성의 없어 보일 것 같고
기억 안 난다고 하기도 뭐하고 해서 한참 고민.)
"생각 안 나나 보지? "
"됐어요. 나가보세요"
아 전 둘 다 10분이 채 안 되어서 나온 듯 합니다. 지금 생각해보니 이 글 쓰는 것도 낯뜨겁고 공부는
왜 했나 싶습니다. 다시 한다면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지만 모두 그러시겠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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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수시 때인가요, 정시 때인가요?
정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