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osoli [286996] · MS 2009 · 쪽지

2011-01-23 16:14:06
조회수 46,291

경찰대 vs 연고대로 고민하시는 분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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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대학 재학생입니다. 폭설 때문에 겨울방학이지만 그냥 방에서 쉬면서 글 하나 남깁니다. 오르비 보면 경찰대 vs 연고대 등 고민이 많은데요, 경찰대학 재학생이지만 최대한 객관적으로 글 남겨보겠습니다.
먼저, 입시 내에서 경찰대의 위치에 대해서 살펴보고 수험생들이 보는 척도에 대해 언급하도록 하겠습니다.

1. 경찰대의 위치
경찰대의 위치가지고 논란이 많은데요. 뭐 경찰대가 서울대보다 높으니, 연고대보다 높으니 이러한 비교는 딱히 중요하지 않습니다. 1차 떨어진 사람 중에 서울대 가는 사람도 있고, 1차 붙어도 수능 완전 망해서 경찰대 못 오는 사람도 있고요. 그래서 딱히 비교할 수가 없습니다. 그래도 수험생을 위해 좀 더 구체적으로 언급해드리겠습니다.
09학번 경찰대 마지막 추합이 1차 컷에 연대 생과입니다. 추합으로 가면 연고대 추합과 마찬가지로 소수점 몇점 차이에 갈려서 내신과 체력검사 점수가 영향을 꽤 미치는 편입니다. 원서질 잘못해서 09 때 폭발한 연대 상경 떨어지고 어쩔 수 없이 서강경 갔다가 추합한 사람도 있고요. 너무 결과론적으로만 보면 경찰대의 위치를 쉽게 파악할 수는 없습니다. 1차 시험을 잘보고 수능을 완전 죽써서 서강경제 서강경영 급이 추합될 수도 있고요. 어쨌든 1차를 컷에 걸려서 붙는다고 하면 아마 끝물은 연고대 하위과(어문,생과,인문 등)로 보면 되겠네요.

2. 경찰대를 보는 척도
일단 수험생들이 보는 척도는 크게 3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고시
두 번째는 진정한 대학생활을 못한다는 것
세 번째는 졸업 후 경찰대의 승진 정도입니다.

(1) 고시
먼저, 고시의 어려움에 대해서 알려드리고 싶습니다. 오르비에서 고등학생들 보면 느끼는 게, 자신이 수능 점수 좀 나오니까 맘만먹으면 고시정도는 붙을 수 있다는 생각이 있으신 것 같은데.. 고시 장난아닙니다. 공부하는 양, 그리고 논리의 복잡성 모두 따지면 수능과 비교가 안됩니다. 제 주변에 사시 및 행시하는 사람 몇 있습니다. 미래의 행복, 고시합격이라는 불투명한 미래 때문에 청춘을 담보잡힙니다. 경찰대학 정말 바쁩니다. 일과가 짜여져 있고, 일반대학생과는 비교도 안될정도로 개인 시간이 적습니다(각종 집합, 청소, 일반대학생의 1.6~1.7배 정도 되는 커리큘럼). 고시하는 사람들, 정말 그 얼마 없는 시간 쪼개고 또 쪼개서 공부합니다. 잠도 줄여가면서 공부합니다. 얼마없는 주말마저도 담보잡히며 공부합니다. 경찰대학에서 고시합격자 저번에 19명 나왔습니다. 근데 이거 재학생기준 합격자 아닙니다. 졸업한 사람들 입니다. 120명인데 19명 붙으니까 자기도 공부만 하면 붙을 것 같나요? 웬지 경찰대학 커리큘럼이 고시공부에 최적화되있을 것 같다는 생각하시나요? 그 19명 모두 졸업생이고, 학교에서 공부해도 부족해서 일선나가서까지도 시간쪼개고 또 쪼개가며 붙은 정말 대단한 사람들입니다. 대학생은 대학생다워야 한다는 말 알죠? 요즘 봉사활동, 연합동아리 등을 통해 대학생들은 수 많은 경험쌓고, 사람들 만나고, 책도 읽습니다. 이런 여러 경험과 사람들과의 만남으로부터 배울 수 있는 것들, 경찰대학에서 고시하면 배우기 힘듭니다. 저도 고시에 관심이 있었지만, 그냥 대학생스러움이 더 좋아서, 그리고 지금 이 행복한 현재를 담보잡히기 싫어서 그냥 안합니다. 고시, 하면 되지 라고 생각할 순 잇겠지만, 생각보다 고려할 것이 많다는 것을 알았으면 합니다.
둘째로, 경찰대학의 취지입니다.(이건 상당히 제 주관이 개입되어있습니다) 경찰대학은 청년 경찰간부를 기르는 곳입니다. 절대 고시 공부를 위한 고시원이아닙니다. 경찰은 자신의 행복을 사회를 위해 헌납할 수 있는 사람이고, 그런 사람을 기르는 곳이 경찰대학입니다. 개인적으로 커트가 조금은 낮아져도 좋으니까 사회를 위해 헌신할 수 있는 이타적인 고등학생이 제 후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경찰대학 들어와서 뭐 이런저런 생각의 전환으로 인해서 고시를 시작하는 건 어쩔 수 없고, 개인의 선택이죠. 하지만 고시를 하기 위해 경찰대학에 입학할 생각은. 접어주셨으면 합니다.
정리하자면, 학교에서는 고시 공부하기 힘든 환경에다가 학교의 취지와도 맞지 않는다는 것이 제 의견입니다. 모두들 얼마 남지 않은 수능 잘보시고, 수능점수가 좋아서 행복한 고민을 할 학생들은 좀 더 거시적인 안목에서 고민하시길 바라는 마음과 함께 고시 챕터는 이만 마무리할께요.

(2) 진정한 대학생활?
진정한 대학생활이라... 제 친구 중에도 연고대 간 사람들 많습니다. 지금은 모두 군대갔지만요. 전 대학이 퍠쇄적이기 때문에 제 이상향은 일반대학생들의 진정한 대학생활이었습니다. 그래서 1,2학년 때는 미친 듯이 외부활동을 했습니다. 방학 때는 여행, 해외봉사활동, 워크캠프 그리고 학기 중에는 연합동아리, 봉사활동 등이요.
그에 반해 흔히 자유로운 대학에 있다는 연고대 친구들은 학기 중에 학교 앞에서 친구들과 술 먹고, 당구치고, 위닝하고, 게임만하다가 학점 날리고 주말에는 과제하면서 한 학기를 후딱 보냅니다. 제가 보기에는 이건 자유라기 보다는 방종입니다. 학점도 잘 안나고, 후회하면서 군대 가더군요. 진정한 대학생활은 자기가 만들어나가는 겁니다. 물론 일반대학이 이런 진정한 대학생활을 할 여건은 됩니다. 하지만 제가 말하고 싶은 것은 진정한 대학생활이란 자기가 직접 만들어나간다는 거죠. 학교가 퍠쇄적이라는 것은 핑계에 불과합니다. 수험생활에 찌든 고3분들이 위닝 당구 스타 와우 술이 진정한 대학생활으로 본다면 할말 없지만요. 경찰대학에 있으면 이원화적인 생활을 할 수 있습니다. 평일 중에는 조금 각잡힌 생활, 그리고 주말에는 선은 지키면서 자유로운 대학생처럼 지낼 수 있고요.
그리고 두발(머리) 관련해서 고민하시는 건.. 글쎄요 참 철 없는 생각같네요. 나중에 정장입을 일이 생기면 원빈처럼 잘생기지 않는 한은 머리를 자르게 됩니다. 그리고.. 여성분들 중에는 그냥 지저분하게 긴 머리보다는 짧은 머리를 선호하는 분도 많고요. 그리고 머리가 짧아도 스타일은 낼 수 있고요..

(3) 졸업 후 승진정도
이것도 제가 보기엔 참 철없는 생각이네요. 연경, 고경가서 취업 성공하면 승진이 바로 되나요. 한국 사회 요즘 너무나 경쟁적으로 변해서 어느 조직에 가든(엄청난 블루오션이 아닌 이상) 승진하기 참 힘듭니다. 경찰대도 예전보다는 승진하기 힘든 게 사실이지만 그건 경찰 조직만의 특성이 아닌 한국 사회 내의 모든 조직의 특성이라고 보면 되겠네요.. 경쟁력은 자신이 쌓아나가는 겁니다. 학벌 하나로 모든 게 해결될 것이라는 고3마인드는 벗어던지세요.
ps: 경찰대학 관련 궁금하신 것 있으시면 언제든 쪽지주세요 성심성의껏 대답해드릴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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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꿈을이루쟈 · 353901 · 11/01/23 16:28 · MS 2010

    서울대학은 연고대랑 다른경우인가요? 서울대언급은없으시길래요 ㅠㅠ.

  • Glosoli · 286996 · 11/01/23 17:05 · MS 2009

    글을 능동적으로 읽으시면 충분히 이해하실텐데요.. 서울대도 비슷한 경우겠죠. 서울대라고 고시를 쉽게 붙는 것도 아닐테고.. 서울대에서도 술만 먹고 이러면 뒤돌아보면 보람차지 못한 대학생활일 것이고, 서울대 졸업생도 한국사회로 편입된다면 비슷하게 승진하는 것이 쉽진 않겟죠;

  • 이프로 · 345019 · 11/01/23 20:09 · MS 2010

    항상 이렇게 좋은 글을 적절한 시기에 적어주시는 것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자유라기보단 방종이라는 말 상당히 공감이 갑니다.^^

  • Pygmalion90 · 361678 · 11/01/23 20:44 · MS 2010

    경찰대가면 마냥 창창할줄 알았는데 그것도아니네요;;

    그래도 지금 연고대포탈가면

    서로 까기바쁜데

    자기학교임에도 불구하고 객관적으로 진심으로 충고해주시니

    정말 대단하십니다


    역시 이런분이 경찰간부해야;;

  • 서울대학교경제학과가자 · 336749 · 11/01/24 12:46

    객관적인듯 하면서 주관적인 글이네요. 반대로 경찰대 간다고 인생이 성공하는 것도 아니고, 요즘엔 승진이 빨라서 빨리 총경 단다고 해도 그만큼 빨리 옷을 벗어야 된다고 경찰대 교수님께서
    직접 말씀해 주셨는데 경찰대의 단점에 대해선 너무 조금 써주신게 아쉽네요.. 짧아도 스타일 낼 수 있다는것은 어디까지나 제한적 아닌가요.. 기본적으로 짧은데 훨~씬 제한적이라고 봅니다

  • 이프로 · 345019 · 11/01/24 13:46 · MS 2010

    1.글에 경찰대 간다고 인생 성공한다는 말이 없는데 없는 내용에다가 반박하시네요;; 그리고 인생 성공한다는 말 자체가 상당히 주관적인 말이고요.

    2.글 마지막 부분에 요즘은 경찰대 가도 승진 빠르지 않다고 '분명히' 나와있는데 승진 빨리해서 총경 달고 빨리 옷벗는다는 얘기는 왜 나오는지요;;;;

    3.경찰대학에 가면 고시공부하기 힘들다. 아무래도 개인시간이 일반대학보다 적다. 규율이 좀 있다 등등
    경찰대학의 단점이 될 수 있는 면들 분명히 글에 있는데요. 이 정도면 충분한 것 아닌가요?

    4.두발관련 언급에서의 핵심은 머리가 짧아도 스타일을 낼 수 있다는 것이 아니라, 그런 생각 하는 것 자체가 철없는 것이란 거죠.
    짧아서 스타일 낼 수 있다는 언급이 '그리고'라는 단어와 함께 맨 마지막에 나왔잖아요.지엽적으로.
    이런 지엽적인 것에까지 태클거시면;;;;

    그리고 글에서 짧아'도' 스타일 낼 수 있다고 했지, 짧은 머리도 긴머리 만큼 다양하게 스타일 낼 수 있다는 말은 없네요.(짧은 머리가 긴 머리보다 스타일 낼 수 있는 다양성이 부족한 건 너무나도 당연한 상식인데 글쓰신 분이 설마 이걸 몰랐을까요?) 보조사 '도'의 의미를 생각해보세요.

  • 티티 · 177071 · 11/01/24 14:38 · MS 2007

    이상하게 태클 거시네요. 태클을 위한 태클이라고 밖에는 생각이 안 들 정도로.. 설대 경제학과 꼭 가세요.

  • 경찰대를가야해 · 320344 · 11/01/24 15:32 · MS 2009

    님의 말에 공감합니다...
    경찰조직을 위해서나 정말 경찰을 희망하는 학생을 위해서나
    담보처럼 인식되어 있는 경찰대입시제도를 뜯어고쳐야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언제까지 담보로 수능 못봐서 입시질 망해서 들어오는 학생들을 받아줄 수는 없는 거 아닙니까..
    그들이 결국 고시 준비해서 경찰조직 떠날 친구들인데.....

  • 서울대경찰대 · 356479 · 11/01/27 12:46 · MS 2010

    일단 글 자체가 정말 멋지네요.
    경찰대 선배님들의 글에서는 보이지 않는 실력과 인품이 진하게 느껴집니다.

  • APEC · 349474 · 11/02/16 06:22 · MS 2017

    고대 재학생입니다. 저도 고대랑 경찰대랑 고민 많이 하다가 선택했는데 정말 좋은 글이네요. 많은 분들이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 APEC · 349474 · 11/02/16 06:30 · MS 2017

    '그에 반해 흔히 자유로운 대학에 있다는 연고대 친구들은 학기 중에 학교 앞에서 친구들과 술 먹고, 당구치고, 위닝하고, 게임만하다가 학점 날리고 주말에는 과제하면서 한 학기를 후딱 보냅니다. 제가 보기에는 이건 자유라기 보다는 방종입니다.'

  • 카라멜초코 · 388447 · 12/04/27 17:13 · MS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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