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낸 진지한글)무휴학 반수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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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슬슬 정시 원서접수도 다 끝났고, 만족하며 입시판을 떠나는 사람과 +1각을 재는 사람의 희비가 엇갈리는 시기가 되고 말았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무휴학반수에 대한 글을 한번 적어볼까 합니다.
저는 이번에 다섯 번째 수능을 치루었고, 무휴학 반수에서 나름 성공해 의대 진학을 눈앞에 두고 있는 사람입니다. 종강 이후 시간이 거의 무한정 남게 되면서, 대체 어떤 점이 지난 4년과 올해의 차이를 만들어낸 것인가에 대해 그 답을 갈구하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올해 제가 걸어온 과정을 찬찬히 뒤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지금 이 시기쯤 +1을 생각중이신 분들의 선택지 중 하나로 무휴학 반수가 있을 것입니다. 허나 무휴학 반수에 대한 것은 늘 방법을 갈구하는 분들의 수요는 있는데, 막상 뭔가 어떻게 해야할지 감은 잘 안온다는게 문제입니다. 특히 이과는 시간 잡아먹는 학과 과목이 많아서 더한 편이죠. 저 또한 작년에 무휴학 반수를 준비하면서 도움이 될만한 자료들을 찾아 나섰는데 성과는 그리 크지 않았습니다. 다행히 운이 좋게도, 제가 있는 과 선배중에 무휴학 반수로 결국 의치대로 간 친구가 하나 있었고, 단편적이나마 약간의 팁을 얻어갈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에 제 올해 과정을 덧붙여, 제가 겪은 시행착오를 겪는 분이 적어지길 바라는 마음에서 이 글을 씁니다. 비록 제 성적이 오르비의 goat수준들에는 못미치지만, 올해 제 나름대로 터득한 것들이 있기에 필요하신 분들은 한번 보고 참고용으로만 생각해 주시길 바랍니다.
우선 이 글에서 하나 대전제로 깔고 가려 합니다. 저는 무휴학 반수를 권하지 않습니다. 밑에 서술하겠지만, 장점에 비해 단점이 너무나도 큰 방법이고, 다른 모든 수단들이 다 막혔는데 미련은 남는 때 최후로 꺼내야 하는 카드입니다.
무휴학 반수의 장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1.(제대로 학점을 챙겼다는 전제 하에)실패하더라도 크게 대학생활에 타격이 오지는 않는다
2.(성공할 경우)본래같으면 학교를 가야하는데 걍 내가 가고싶을 때 가면 된다. 학교가 레저가 되는 기적!
네 제가 더 생각해내려 했는데 진짜 이거밖에 없네요.
단점은 아래에 나열하자면,
1.오질라게 힘들다.
진짜 진짜 둘 다 챙긴다는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힘든 일입니다. 학점을 적게 듣는다 이래도 힘든건 매한가지고요. 차라리 수능만 공부하던 때가 그리울 정도로 힘들겁니다.
2. 타격이 의외로 클 수가 있다.
장점 1번과 완전히 배치되는 말인데 이게 무슨 뜻이냐면…하다 보면 너무 힘들고 그래서 던지고 싶은 유혹에 많이 시달리게 됩니다. 그렇게 하다 둘 던지다보면…네 드랍 제도가 활성화되어있는 학교면 모를까 결국 학고반수와 다를게 없어지고, 이건 차라리 휴학반수만 못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저도 1학기 학점이 4.38이었는데 2학기때는 너무 힘들어서 전공 과목을 하나 던진 탓에 4점대 넘기기 힘들었을겁니다.
3.심리적 문제
이건 제가 특이한 걸수도 있습니다만, 저는 1학기때 학과 행사들 많이 참여했는데 2학기때는 거의 모든 관계를 끊고 공부만 했습니다. 예외적으로 고연전때만 하루 딱 축구보러 갔었네요. 그럼 문제가 이겁니다. 내가 손만 뻗으면 다시 저 편한 세계로 돌아갈 수 있다는거죠. 이거 은근히 힘들더라고요.
4.꼬이는 시간표
수능 일정과 겹치지 않게 하기 위해 최악의 경우 올 독강까지 각오하셔야 합니다. 저는 2학기때실험 다 뺐고, 일반생물학 수업이 저희과는 화,목이었는데 혹여나 수능날에 시험일정이 잡힐까 월, 수 다른과 수업으로 옮겼습니다. 그리고 2차시험이 수능 바로 전날 오전이었죠. 이거말고도 연세대 논술 보는날 오후에는 미적분 1차시험이 있고, 수능 바로 다음날은 물리 2차시험이 있고 하여튼 진짜 시험 시간표만도 아스트랄했습니다.
이렇게 제가 왜 이 방법을 비추하는지 단점에 대해서 서술해 놓았는데, 사실 무휴학 반수를 생각하시는 분들은 진짜 선택지가 이것 밖에 남지 않았기에 마지막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고려를 하시는 것일 겁니다. 그런 의미에서 몇가지 제가 필요한 팁들은 드리려 합니다. 다만 그런 팁들을 쓰더라도 진짜 욕나오게 힘든건 마찬가지니 왠만하면 휴학하고 반수하세요 제발. 반수 생각 있으시다면 1학년 2학기에 휴학 못하게 막아놓는 그런 학교들은 피하시고요.
1. 창렬과목은 무조건 피할 것.
학점 비중이 크지 않은데도 요구하는건 드럽게 많은 개창렬 과목들이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실험, 고대의 경우 아잉 등등이 있죠.(듣기로는 서강대도 아주 악명높은게 있다고는 하더군요. 뭐 대부분의 대학이 다 그렇겠죠.) 실험 이거는 학교 따라 정책이 다른가본데 저희 학교는 고작 1학점짜리가 시간은 오지게 잡아먹었습니다. 아잉은 끽해봐야 2학점짜리가 혐오스럽게도 별의별걸 다 시키고요. 전 2학기때 실험 두개는 다 신청 안했습니다. 그리고 3학점짜리 꿀교양을 신청했는데 실제로 이 결과 명목상 학점은 2학기때 1학점 더 수강했는데 학과공부에 드는 시간은 훨씬 줄었습니다. 이거 새내기때 듣는게 낫다, 동기들하고 듣는게 낫다 이건 당연합니다만, 애초에 반수할거면 뭔가 하나는 버리고 가는게 맞습니다. 이거 나중에 나이먹고 듣거나 계절로 듣는다고 인생에 문제 생기고 그러진 않아요. 오히려 휴학하고 학고맞고 이런것보다 훨씬 싸게 먹힙니다.
정 학점 비우는게 아깝다 이러시면, 저런 창렬과목은 나중에 듣는다 생각하시고, 졸업요건에 있는 핵심교양들 중에서 꿀과목을 찾아보던가 하세요. 이게 학점은 비슷하거나 더 많아도 훨씬 삶이 윤택해집니다.
2. 공부할 포인트는 미리미리 조사해둘 것(특히 교내 열람실).
미리 자기가 공부할 학교 내 장소를 봐 두시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시간표를 이 공부 포인트를 고려한 동선을 생각해서 짜는거죠. 예를 들자면 저는 영어가 문캠에서 수업인데 다른 수업은 거의 다 이과캠이었습니다. 그렇기에 월수금 마지막 수업을 영어로 해두고 그날 오후는 문캠에서 공부, 다른날은 이과캠에서 공부 이렇게 동선까지 다 생각해서 시간표를 조정했습니다. 학과에서 나오는 시간표 안지키고요. 이거 때문에 2학기 시작하고 하루정도를 수강정정하느라 썼지만 그 이후 세이브한 시간을 생각하면 이정도는 투자할 가치가 있었다 생각합니다.
3. 공부할 때 눈치보지 말 것.
학교 열람실에서 수능공부 하는거 눈치보이실 수 있습니다. 자신감을 가지세요. 여러분 지갑이든 여러분 보호자분 지갑이든 아무튼 학교에 돈 내고 합법적으로 열람실 쓰는겁니다. 전 진짜 철판깔고 했습니다. 딴사람 신경 안썼어요.
4. 학과 과제나 시험준비를 위한 시간은 꼭 빼놓을 것.
이게 하다 보면 어느 순간 수능공부가 바쁘다 보니 학과공부에 필요한 과제가 학습이 귀찮아지는 순간이 옵니다. 이 때 귀찮다고 하나 둘 안하는 순간부터 가랑비에 옷 젖듯 학점들이 하나하나 날아가게 됩니다. 처음 던질때는 수능공부할 시간이든, 쉴 시간이든 벌 수 있어서 좋다 생각하실 수 있겠지만 이게 가다보면 결국 학고반수와 다를게 없어집니다. 이렇게 할 바에야 그냥 2학기 휴학하고 하는게 백배 천배 나아요.
그럼 시간부족문제는요? 이건 어쩔 수 없는 문제입니다. 하는 그 순간에 최대의 효율을 뽑아낼 방법을 강구하실 수 밖에는 없어요. 그게 자신이 없으시면 처음부터 휴학을 하시거나 학고반수로 가시는게 차라리 나을겁니다.
이정도가 제가 일반적으로 드릴 수 있는 팁들이고, 그 세부적인 노력의 과정은 개개인이 만들어가야 합니다.
사실 이 무휴학 반수라는게 그냥 대학 다니면서 수능 보기만 하는 것과 같아 보일지 몰라도 제대로 각잡고 하려면 엄청나게 힘듭니다.
제 경우를 예를 들어서 보여드리자면,
6:00 기상
6:40 집에서 출발
8:10 학교 도착(지하철 통학하는 시간에는 영어단어나, 한국사, 과탐 지엽 공부)
12:10 점심식사
19:00 저녁식사
22:00 학교에서 출발(집 가는 지하철에서도 아침과 마찬가지로 공부)
1:00 취침(집에서 씻고, 자기전에는 가볍게 하루 한 것들 복습하면서 공부)
중간중간에 수업이 있으면 나가서 수업 듣고, 다시 바로 열람실 들어와서 공부하고 이 생활을 2학기 개강에서 수능까지 약 80여일 하루도 빠지지 않고 유지했습니다. 시간표가 일반적인 재종반 시간표를 스스로 통제하며 다 한다 생각하시면 됩니다. 수업시간, 과제시간 다 제외해도 여기서 풀집중하니 하루 못해도 순공시간 4시간은 뽑을 수 있었습니다. 20학점 시간표로도요.
주말은 저희 집이 서울대 근처라 샤대 일반인 열람실에서 최소 12시간은 있었습니다. 아침 8시-9시 사이에 도착해서 밤까지요. 지친 몸 이끌고 5516에 타던 것도 이젠 추억이 되겠네요.
이 때 무엇보다 중요했던게 다른게 아니라 집중이었습니다. 몸이 힘들어서 지치기 쉬운데 그래도 끝까지 집중하고 앉아 있을 수 있는 능력이 굉장히 중요하다는 것이 올 한해 생활에서 깨달은 사실이었습니다.
이렇게 한다 해도 무휴학 반수는 절대적인 시간의 부족이라는 태생적 한계를 지니고 있습니다. 즉, 뭔가 드라마틱한 성적 상승을 노리기는 굉장히 힘들다는 것이죠. 어느 정도 베이스가 있는 상태에서, 정말로 지금 학교가 아쉬운데 다른 모든 수단이 다 막혔을 때 마지막으로 생각해 봐야 하는 방법입니다.
자세한 공부 방향은 사람마다 각각 다 다를 수 있으니 그것까지 소개하기 보다는 이정도로 일반론만 펼쳐놓고 나머지는 개별적으로 댓글이나 쪽지 주시면 제 시간이 되는 선에서 정성껏 답해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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