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시원서재벌 [257626] · MS 2008 · 쪽지

2010-11-25 14:54:45
조회수 328

7일 전(4)- 지금 시계를 보니 사탐 시간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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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은 5분 뒤 사이렌이 울리자 문제지를 나눠주셨다
사탐은 언수외만큼은 시간싸움이 아니라 그런지 감독이 앞의 언수외 시간에 비해 심하지 않았다.
그냥 나눠주시고선 손머리도, 눈감으란 요구도 안 하셨다 필기구만 잡지 말라고 하셨다
눈으로 윤리 몇 문제를 풀었다


정식으로 시작됬다. 드디어 시작.
윤리 1번문제의 제시문이 하필이면 이카루스 설화였다.
보다가 내 얘기인 것 같았다. 읽을수록 빠져들었다.


1.다음 글에 나타난 인간의 특성을 <보기>에서 모두 고른 것은?

이카루스는 미로를 탈출하려고 새의 깃털을 밀랍으로 붙여
날개를 만들었다. 이카루스는 태양 가까이 날아오르면
날개가 녹을 수 있고, 너무 내려가면 바닷물에 날개가 젖어
못 쓰게 되니 적절한 높이로 날라는 충고를 받았다.
그러나 차츰 더 높이 날아오르고 싶은 마음에 태양 가까이
올라갔다. 그러자 밀랍이 녹으면서 날개가 흩어져 버렸다.



이거 내 얘기네. 이거 내 얘기네.
어쩜 수능 3번 보면서 나랑 똑같은 얘기를 처음으로 지문으로 만나냐.
다시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하늘을 날고 싶었던 이카루스, 그러나 태양이라는 현실적 장벽에
그의 도전은 그저 무모한 만용이었음으로 낙인찍히고 만 이카루스.
떨어지는 것에는 날개가 없는지라,
그의 날개가 흩어짐은 나의 성적이 떨어짐에 완벽히 대응되었다.
그리고 나와 그는 똑같이 밑도 끝도 없이 떨어지고 있었다.
에게 해의 그 아름다운 바닷물 빛은 떨어지던 이카루스의 눈물에서 비롯된 것이리라.
눈은 탱탱 붓고, OMR은 젖어서 필적확인란과 수험번호기재란의 글씨가
까맣게 번지기 시작했다. 감독관에게 omr을 바꿔달라고 이야기했다.
이젠 이판사판도 아니었다. 그냥 포기하고 싶었다.
대충 읽고 답을 써 내려갔다.
13번 정약용vs이이 문제도 그냥 제시문이 머리에 전혀 안 들어오니
(나)가 이이인 게 확실하니 (가)는 무조건 이황일 것이라 생각하고 넘겨버렸다.

국사는 다행히도 쉬는 시간에 보았던 눈물의 교과서에서 좀 나왔다.

세계사는 조금 긴가민가했지만 그래도 선생님이 찝어준 것들이 꽤 많아서 편하게 풀었다.

법과사회는 인지부담이 좀 컸지만 나름 괜찮게 풀었다. 상속 문제가 예년에 비해 상당히 재미있었다.


그렇게 풀고 나니 오후 4시 56분이었다.  그저 이젠 날잡아잡수 하는 심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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