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aha [441451] · MS 2013 (수정됨) · 쪽지

2016-12-02 10:3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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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올수도 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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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 기구한 사연이 뒤에 있지 않을까






이런 식으로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었다. 일단 시작한 비는 끝을 모르고 내렸고, 아직 봄을 채 맞지 못한 그 날은 여전히 추웠다. 이런 날이면 으레 길가의 개도 돌아다니길 꺼려하기 마련이다. 하늘은 물러가려는 겨울의 끝자락을 붙잡듯 지상을 낮게 짓누르고 있었다. 특히나 이런 하늘이 가깝게 느껴지는 곳이 노량진일 것이다.
     본디 노량진은 사방의 외로운 수험생이 흘러들어오는 곳이 되기 전부터 수산 시장이 유명했던 곳이다. 그래서 노량진역에 내려서면서부턴 대기의 기저에 그 특유의 비릿함이 섞여있는 것이다. 해서 이 기묘한 내음은 그곳을 부유하는 음울한 영혼들과 뒤섞여 구름낀 그날 하늘보다도 더 나직히 그곳을 누르곤 한다.
    "날씨도 드럽게 안 따라주는군... 이래가지고서야 공부가 되겄나..."
    방은 궁시렁거리며 처마 밑에서 담배를 꼬나물고 불을 붙였다. 입에선 여전히 김이 나오게 추운 날인데 떨어지는 것들은 온통 축축하다. 하늘은 여전히 흐렸다. 문간에 서서 골목을 내려다보면 멀리 큰길까지 훤히 내려다보였다. 사람 그림자도 비치질 않았다.
    "꺼지랄 땐 안 꺼지고 이럴 땐 없어요 이런..."
    그는 또 나지막히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이런 날엔 따뜻한 국밥에 소주라도 한 잔 기울이면서 친구랑 떠들고 싶어진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그는 수험생, 그것도 장수생이다. 올해가 5번째... 술은 사치고 친구는 사치도 넘어선 망상일 뿐이다. 뭐, 사치는 가끔 부리곤 하지만. 소망 방 씨. 이 동네에서 그에게 붙은 별명이다. 소망 고시원. 소망이라... 그는 고시원 간판을 보면서 속으로 읊조려보았다. 모난데 없이 부드러운 단어였다. 소망. 한 때는 소망이 있었던가... 반복되는 기대와 좌절에 이미 시작할 때의 꿈은 뒤틀리다 못해 사그러들었다. 이제는 무엇을 향하는 지도 모른채 정처없이 흘러갈 뿐이었다. 방은 담배를 바닥에 신발 밑창으로 비벼끄고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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