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치 [443926] · MS 2017 (수정됨) · 쪽지

2016-11-18 10:0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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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치] 선생과 학생 사이의 트러블에 대하여 - 전이와 역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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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르비 국어 이코치입니다.


수능이 어김없이 지나갔네요.


앞으로 원서를 쓰고 논술과 면접 실기를 준비해야 하는 학생들과, 내년 수능을 준비하는 고2, 고3, n수생들이 주의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바로 선생과의 트러블인데요. 많은 학생들이 뜨끔할 겁니다. 


‘아 내 얘기 아닌가?’ 


그런데 모두의 얘기입니다. 모든 학생과 모든 선생들의 얘기입니다. 조금 불편하지만 반드시 짚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 선생이 학생을 미워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



1. 학생이 선생에게 느끼는 감정 - 전이


먼저 ‘전이’에 대해 알아야 합니다. 학생은 선생을 선생으로 대하지 않습니다. 자라온 과정에서 아버지, 어머니, 삼촌, 초등교사, 학원 선생님, 형, 누나... 등등이 많은 상처(트라우마)를 추게 되는데요. 선생님은 학생보다 권력 관계상 우위에 있고 나이도 많으며 이리저리 통제를 하는 쪽이기 때문에 위 상처를 준 사람들과 비슷해 보일 수 있습니다. 보통은 남자선생님은 아버지로, 여자선생님은 어머니로 여겨지게 되는데요. 이렇게 다른 대상처럼 여겨지는 것을 ‘전이’감정을 느꼈다고 합니다. 아주 흔한 현상이에요. 


2. 선생도 학생에게 - 역전이


그런데 선생들도 학생에게 유사한 감정을 느낄 수 있습니다. 학생의 행동이 어느 순간 나를 괴롭혔던 언니, 군대 선임, 혹은 내가 끔찍이 싫어한 고교동창, 심지어 아버지처럼 느껴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상담자가 내담자(상담받는사람)에게 이런 감정을 느끼는 것을 역전이라고 합니다.


2-1 선생이 부담을 느낄 때


다음은 제 원고에서 발췌한 내용입니다.


“기술적인 측면 이외에도 한국 사회에서 시험성적의 무게가 지나치게 무겁다는 점도 문제가 된다. 아무리 공부를 잘하는 사람이더라도 시험이 가까워 오면 긴장이 되고 혹시 실패할까 두려움을 느끼게 된다. 더욱이 그 시험을 치루는 주체가 본인이 아니고 다른 사람이라면 그 두려움의 강도는 차원을 달리한다. 앞의 것이 무거운 아령을 맨손으로 들고 있는 무게라면, 뒤의 것은 그 아령을 긴 막대기 끝에 달아놓고 반대편 끝을 손으로 들고 있는 무게이다. 만약 막대기가 취약해 보인다면, 즉 학생이 변변치 못해 보인다면 그 심리적 무게감은 훨씬 묵직해질 것이다.”


선생 입장에서 학생의 인생을 책임져야 한다는 것은 대단한 부담이 됩니다. 불안해지고 신경이 날카로워지죠. ‘이거 큰일 났다. 이러다 망하겠다ㅠㅠ’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 뭔가 비난할 거리가 필요해집니다. 학생이 숙제를 잘 못하거나 거짓말을 하거나 약속을 지키지 않거나 할 때마다 버럭 화를 내고 짜증을 낼 수밖에 없습니다.


2-2 조금 더 은밀한


선생님들도 수험생활과 입시과정을 거쳤습니다. 대학서열에 상당히 민감한 사람이고 입시의 결과에 대해서도 정서적으로 반응을 강하게 하는 편입이다. 어른 치고는요. 그런 사람들이 학생의 행태를 목격합니다. 


‘하루 2~3시간 깔짝 하고서 스카이를 가려고 해? 고작 그 정도 수학풀이능력으로 나보다 높은 대학을 가려고 하다니!’ 


이런 생각이 무의식에서 떠오릅니다. 불쾌해지죠. 연구결과에 따르면 사람의 분노/화가 가장 많이 나오는 환경은 서열상 나보다 낮다고 생각되는 타인이 나보다 우위에 있는 것처럼 행동하는 것을 포착했을 때입니다. 또 미성년자인 학생들이 미성숙하고 부족한 예의와 표현을 하는 것이 매우 당연함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느끼지 못합니다. 고3쯤 되면 겉은 어른이거든요. 어른으로 보이는 무언가가 그런 행태를 보이고 뻔뻔하게 생각하면 선생들의 감정은 통제할 수 없는 수준으로 되지요.


3. 전이/역전이를 어떻게 통제할 것인가?


프로이트 시기에는 상담가에게 역전이 현상이 일어나는 것 자체를 피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그러나 현대 심리학에서는 역전이는 피할 수 없으며, 그 현상이 일어났을 때 평소 해 둔 본인에 대한 심리분석에 터 잡아 내담자(상담받는사람)의 심리분석에 활용하고 2차적으로 해소한다는 것이 최선의 전략으로 보고 있습니다. 잘 나가는 상담가들은 본인의 역전이 감정 경험과 그 극복경험을 일종의 훈장처럼 생각합니다.


전이/역전이는 피할 수 없습니다. 사실 선생의 역할이 중요한데, 우리나라는 이런 교육과 훈련이 전무합니다. 일선에 있는 교사들이 역전이가 무엇인지, 본인의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분노와 화가 무엇인지 전혀 알지를 못합니다. 


3-1 전이/역전이는 어떻게 포착하는가?


상대에 대해서 화가 난다. 뭔가 불쾌하다 싶으면 무조건 전이/역전이라고 보면 됩니다.


3-2 그럴 때는 어떻게 행동하는가.


폰을 던져버리고 아무 생각도 하지 않습니다. 상대에 대해서 다시 미안하고 안타까운 마음이 들 때까지 연락을 하지 않습니다. 마음속에서 애처로운 마음이 들기 시작하면 따뜻하게 상대에게 다가갑니다. 


3-3 학생의 입장에서 어떻게 해야 하는가.


사실 선생님이 잘 해야 합니다. 우리나라에서 감히 학생에 어떻게 하겠습니까? 학생의 입장에서는 선생님이 역전이를 느낄 수 있는 ‘인간’일 뿐이라는 점에 주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학생 자체가 선생님에게 지나치게 의존해선 안 됩니다. 그건 ‘전이’감정의 표현일 뿐입니다. 학생 쪽에서 ‘전이’가 일어나고 그 다음에서야 선생이 ‘역전이’를 느끼는 경우가 많습니다. 너무 의존하고 가깝다면 나중에 반드시 상처를 받게 됩니다. 너무 가깝지도 않게 그렇다고 너무 멀지도 않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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