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망설이는 이유. ver.1 모르겠어요
게시글 주소: https://orbi.kr/0008935157
사랑을 망설이는 이유
ver.1 모르겠어요.
침대 밖을 벗어날 이유를 찾지 못해 오늘도 늦잠을 잤다.
알람은 이미 꺼버린 지 오래다.
나는 햇볕에 말라가는 무말랭이처럼 아직도 침대에 누워있다.
일상은 언젠가부터 무료해졌고 빅뱅의 '맨 정신' 가사처럼
해야 할 일은 더럽게 많은데 하고 싶은 일은 없다.
될 대로 돼라. 어떻게든 되겠지. 오늘도 뒹굴거린다.
현대의 청춘들이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한 삼포세대라는 말은
이제 옛말이 되어가고 있다.
이제는 취업도 포기하고 내 집 마련도 포기했다고 한다.
인간관계, 희망, 건강과 외모관리도 포기 리스트다.
때로는 삶까지 포기하는 경우도 있다며 모든 걸 포기하는
전포 세대라는 말도 심심찮게 돌고 있다.
나도 예외는 아니다. 포기하는 것이 하나씩 늘어나고 있다.
성장은 소망을 하나씩 지워가는 냉혹한 과정일까?
침대에서 뒹굴거리며 '나는 왜 자꾸 포기할까?'를 자문해본다.
답을 찾지 못해 홀로 지친다.
해결하는 것을 포기하고 그냥 다시 잠에 빠진다.
그럼에도 아무것도 바라는 것이 없느냐. 고
누군가 나에게 묻는다면 그렇지는 않다고 대답할 것이다.
창피하게도 대학 4학년인 지금도 산업공학이
나에게 맞는지 확신이 없지만 전공을 잘하길 바란다.
새로 배우고 있는 운동도 잘하기를 바라고,
주변 사람들이 나를 싫어하지 않길 바란다.
또한 좋은 사람을 만나서 꼼냥꼼냥 연애도 하길 바라고
지금 쓰고 있는 이 글까지도 울림이 있기 바란다.
하지만 바라는 건 많은데 내 모습은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것도 버겁다.
컴퓨터 앞에서 시간이나 때우고 있다.
쉬는 것도 때로는 삶의 가치라 세뇌하면서도
가끔씩 한심해 보이는 건 어쩔 수 없다.
한심한 나태 속에서도 특별한 사건이 나를 변화시켜 주길 바란다.
낯선 곳으로 여행을 다녀오면 무언가 해결될까.
새로운 사람을 만나면 지금보다 나아질까.
내가 바라 왔던 일을 하면 삶에 더 흥미가 생길까. 항상 기대뿐이다.
사랑. 연애. 만남. 생각하기에 따라 무거우면서도 가벼운 이 단어들도
나를 권태로운 삶에서 벗어나게 해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하는 중 하나다. 아직은 모르는 것 투성이지만 이십 대의 절반을
지나니 조금 더 관심과 비중이 커지기도 했다.
하지만 역시나 망설인다.
망설이는 데는 나태한 나 자신이 이유가 될 수 있다.
아직 이기적이기에 계산하느라 머뭇거리는 이유도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망설이는 가장 큰 이유는 확신이 없다는 것이다.
여기서 내가 말하는 확신이라는 것은 판단의 결과물은 아니다.
상당 부분 느낌에 기대고 있다.
사랑을 시작하는 이유가 논리적으로 딱 떨어지지 않듯
사랑을 망설이는 이유도 불명확하다.
꽤 오래된 영화. '결혼은 미친 짓이다'의 '연희'도 그러하지 않았을까.
엄정화가 연기한 '연희'는 소개팅으로 만난 '준영'과 사랑에 빠진다.
이후 야시시한 정사씬이 화면을 잠식한다.
시간이 흐른 뒤 복잡 미묘한 심정을 이겨내지 못한 연희는
결혼은 조건 좋은 추남과 하게 되고 연애는 준영과 계속한다.
하지만 영화의 분위기는 단순히 B급 에로는 아니다.
상영시간 내내 결혼은 미친 짓이다는
'이들의 사랑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가' 질문한다.
영화 속 연희는 자신이 느끼는 사랑에 대해
자신이 받는 사랑이 무엇인지 알았을까.
내가 아는 가장 우울하고 관능적인 영화 중 하나인
'결혼은 미친 짓이다'의 우울함은 사랑
그 자체의 모순과 난해함의 결과물이 아닐까 생각한다.
소설이 원작인 이 영화에는 다채로운 해석이 있다.
'인간 본성에 내재돼 있는 자본주의적 욕망에 대해
결코 가식적인 덧칠을 하지 않았다'는
원작 소설가의 문학적인 표현부터 그냥 둘 다 어리석었다.
둘다 여건이 안 맞아서 불쌍하다. 는 감상평부터
혹은 연희는 '확신'없는 준영의 모습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조건 좋은 다른 남자와 결혼을 하는 선택을 현실적인 해석까지.
![](https://t1.daumcdn.net/thumb/R1280x0/?fname=http://t1.daumcdn.net/brunch/service/user/BTu/image/eIes3XZsTgFBXORD23Iwna3eFR8.gif)
서른은 넘어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는 결혼과 사랑에 대한 이 영화가
나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온 이유는 '혼란'스러웠기 때문이다.
표현이 웃기기는 하지만 영화 보는 내내 '어른'들의 사랑은
나에게 의문 그 자체였다.
'서로 사랑하는 건 맞는 것 같은데 왜 이렇게 우울하고
행복해 보이지가 않을까?' 영화를 처음으로 보았던,
아무런 관념도 없을 스물 하나였던 나에게는 의문 투성이었다.
지금은 그냥 사랑 자체가 모순되고 난해하기 때문에
영화가 혼란스러웠다고 생각한다.
나는 사랑을 망설이는 이유는 상처받기가 두려워서기 이전에
모순되고 난해한 사랑 그 자체를 모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가끔 지인들과의 이야기에서 사랑이 화두로 나오고
나에게 의견을 물어보면 '나는 모른다'라며 정치인처럼 시침땐다.
어쩌면 말하기 싫은 걸 수도.
하지만 그것이 내가 말할 수 있는 가장 솔직한 표현이다.
그럼에도 나는 정말 모른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태한 나 자신이지만 생각하며 살기에
사랑에 대해 고민은 하며 산다.
워낙 다양한 가치와 개인의 선택을 존중해주는 사회라서
사랑을 망설이는 것, 모른다는 것에 대해서는 무감각 해지고 있다.
하지만 내가 사랑 자체에 회의적이지 않을까.
사랑 불능자는 아닐까. 다시 질문한다면 등골이 오싹하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바라면서 망설인다.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접선일때가 아니였어…………….와우
-
국어: 문학 애매한게 몇개 있어서 어렵다 느꼈는데 다들 생각보다 잘봄 수학:...
-
수능에 나오면 못풀거나 시간 어엄청 잡아먹을거같다ㅠ 그 순환구조로 나오는 식이 넘 헷갈림ㅠ
-
영어 현강계의 GOAT 앗! 답이 보인다 김동하 영어
-
항상성이나 신경계나 질소순환이나 확실히 암기요소가 꽤있었네요 이래서 생명 선택을 꺼렸었는데
-
진짜 98일까요..
-
[속보] 검찰, 쯔양 협박해 돈 뜯은 '렉카 유튜버' 들여다본다 1
검찰이 구독자 1천20만명을 보유한 '먹방' 유튜버 쯔양(본명 박정원)의 과거사를...
-
오늘 7모였네요 3
슥 봤는데 비주얼 진짜 흥분되네
-
술마셨다뇽 0
-
화학에 비해 너무 쉽게 나와서 안 올려도 될 듯 대신에 노베의 세지풀이 업로드예정
-
근데 눈으로만 보기에는 7모가 6월보다 어려워 보이는데 2
안풀어봤음...그냥 순수히 보이는걸루만...
-
고자 1
고려대 자유전공학부
-
수학은 2
22가 그나마 어려웠고 15가 어려웠다고들 하는데 솔직히 이건 모르겠음 미적은 28...
-
맞추면 덕코줌 내 키 mbti 몸무게 사는곳 (구채적으로 ㅎㅎ)
-
88까진 안정으로 될거 같음 이번에도 12번 실수랑 15번 상향식으로 풀었으면 풀렸을 거 같은데
-
독서론 다 맞고 화작 15분컷하고 1개 틀렸는데 정작 65점 5등급이네요
-
이거누구노 3
https://naver.me/GtUlrddJ
-
지문 1회독 - 미스터 몽구스 사람임? (졸음) 2회독 - 몽구스 그냥 밥버거...
-
일단 미적 기준은 작7과 비슷하게 나온 것 같은데... 어려웠다는 반응이 별로 없는...
-
3개 틀려서 겨우 1등급 유지했는데도 틀린거 3개 싹다 1페이지었음.. 내가...
-
아니 씨ㅃ빨 로그인이 안됨 비밀번호 쳐 틀렸다고. 아니 뭔 ㅈㄹ이냐이게? 내가...
-
3모 121111 5모 231122 6모 223122 7모 221111 슬슬 폼 돌아오나
-
퉆좀ㅎㅎ
-
문학이 너무 약해서 김상훈 t 들으려는데 문학론 안 듣고 유네스코만 들어도...
-
반박시 제가 틀림
-
스껄~~
-
애들 다 반수하길래 오늘 같이 놀사람 못구함 걍 혼자 마라탕 먹고 코노나 가야지.....
-
7모 수학은 꼭 4
2등급 넘는다
-
진짜 존나게 늘어지네..공부 한 5시간만 해야지
-
일반고 버러진데 컷 낮아서 물리학과를 쓰는 경우…
-
요즘 거의 맨날 3시~4시쯤에 자서 서너시간 자고 학원가선 몬스터 빨고 버티는데...
-
이투스 떳다 1
https://m.etoos.com/exam/quiz/20240711/grade3.a...
-
7모 국어 등급 2
화작 80받음...4겠죠? 6모때 2등급이였고 5모도 96인가 그랬고 이번 7모...
-
지구 ㄹㅇ 0
병신짓 겁나 했네 시간 남아서 12번에 10의 n승 직접 다 풀어서 썼는데...
-
ㅅㅂ
-
제발려ㅠㅠ
-
2번일 줄 누가 알앗겟어
-
지2는 절대적으로 어렵진 않은데 현역이들한텐 빡셀 듯 교육청에서도 투과목 표본이...
-
1등급 안될까요? ㅠㅠㅠㅠㅠㅠㅠ 아진짜.. 3점두개틀려서… ㅠ
-
1 3 5틀리고 나머지 다맞은 ㅄ이 있다?
-
약간 그 옛날에 고2 가형 30번 감성인데 풀기 개싫게 생겼네
-
수특 뿌시러 간다
-
풀기싫게생김
-
흠
-
풀러본사람 어땠어?? 난 좀 어렴덩데
-
일단 6평 성적은 높3 나왔고 9평은 2등급 목표예요ㅠㅠ 공통 -드리블 3회독...
-
라이브 강의를 그것도 강의시간도 줄여서 인강으로 보게해놓고 계속 사과는 하는데...
-
하지만 지나고 보니 겉멋에 찌든 멍청이었네~
-
제발요
-
투과목 응시자별 특징 12
물2러 : 보통 물리 자체에 흥미를 느낌. 잘 안씻음. 씹덕임 화2러 : 잘은...
상대가 있어야 하지요 ㅜ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