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공대 올해 졸업한 준아재입니다.
게시글 주소: https://orbi.kr/00014025459
오랜만이네요. 눈팅하는데 UI도 많이 바뀌고 낯섭니다.
우선, 모두들 수고하셨고 논술이나 면접 남은분들은 힘내세요!
제 소개를 하자면
연세대 공대 졸업하고 자대 대학원 입학해 대학원 찌끄래기인 석사과정입니다.
10,11,12년도 세번의 수능을 봤구요. 대부분 독서실,도서관에서 재수 했고 삼수 초반에 서초메가 100일정도 다녔습니다. 썡삼수입니다.
가장 싫어하는 음식은 칼로리바란스와 미숫가루구요,
그 이유는
고2부터 한 4년동안 거의 모든 주말은 점심을 독서실에서
혼자 칼로리바란스와 미숫가루로 때웠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이제는 혼자 밥 잘 먹습니다. 굉장히^^)
그래서인지 항상 수능시기가 되면 센치해집니다. 그래서 종종 오르비를 찾기도 하구요.
수능이 끝나면 항상 드는 생각은
"가장 좋은 시기에 나는 왜 그렇게 시험에 목맸나?"
입니다.
이제서야 솔직하자면 불안감과 열등감이 저를 수능에 목매게 했던것 같습니다.
다른 친구들처럼 특기도 하나 없고, 취미도 없고.
대충 게임이나 잠으로 시간이나 허비하던 저에게는 입시는 마지막 희망였습니다.
어디서 주워들은 것은 있어서
인터넷에서 좋은 인강강사를 찾아다니고,
학교에서는 손목에 찬 시계로 순공부시간을 재고,
한석원과 손주은의 강연에는 마음이 뜨거워져
엘리베이터 안에서 교복 단추를 풀고 집에 오자마자 옷을 벗고 잠드는 것을 목표로 공부했습니다.
누구보다 열심히 했다고 자부하지요.
그랬더니 수능은 저를 향해 미소지었죠.
고등학교3년 내내 본 모의고사와 평가원을 모두 합쳐도
수능을 잘 본 것입니다.
근데 재수를 했습니다.
왜냐구요?
서울대를 안가면 안 될 것 같다고 느꼈거든요.
서울대가 아니면 안 될 것 같다. 그 이외에는 의미없다.
그렇게 원서는 정시 서울대만 쓰고 장렬히 탈락하고, 친구들과도 연락이 거의 끊겼습니다.
하지만 저는 성적도 상승 추세였고 미칠듯한 노력파니 일년만 더하면 뉴스에도 나올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독학재수는 멘탈이 깨져 우울과 불안, 공황으로 망치고
종종 홀로 지하철타고 서울구경하던 기억만 납니다.
재수 성적은 고3때보다 못했어요. 현역때 고대 공대정도였다면 재수때는 중앙대정도.
물론 누군가에게는 목표지만 열등감 덩어리였던 저에게는 서울대가 아니면 의미없었어요.
그렇게 책읽다 울고, 노래듣다 울고, 잘려고 누웠다가 울고 하던 시기를 보내고
서초메가에 들어갔죠.
그냥 자습했어요.
원래 자습만 하던 공부스타일이라.
재수때보다는 좀 더 나아진 멘탈로 세번째 수능을 보니 고3때보다 수학 한문제 정도 더 맞았더라구요.
허망했습니다.
그 지겨운 재수/삼수의 보상이 수학 한 문제라니.
하지만 아무 생각도 안들었어요.
그 시절에는 오르비도 눈팅 많이해서 원서라인도 어느정도 잡을 줄 알아
추가1차정도에 붙겠지. 하던 공대에 지원해 추가1차합했습니다.
서울대 스나이핑은 실패했구요.
연세대 합격하던 날, 부모님은 좋아하셨지만 저는 아무 생각도 없었습니다.
반수 생각도 없었어요. 많이 지쳤거든요.
그러다보니 어느새 졸업해버렸네요?
세월 참 나빠요(?)
이제, 다시 묻습니다.
"가장 좋은 시기에 나는 왜 그렇게 시험에 목맸나?"
사실 아직도 아픈 질문 입니다.
다시 답변 합니다.
멍청 했다고.
솔직히 연대정도는 왔기에 하는 답변이라고 생각은 물론합니다.
그래도 아쉬운게 많아요. 그떈 왜 그리 맹목적이었는지.
그 이유는 하나에요.
기시감 떄문입니다.
대학에 와서, 대학을 졸업하고도 느끼는게 있는데
어떤 사람들은 항상 맹목적으로 살더라구요.
제가 수능준비하던 것 처럼, 취직에 목매고, 승진에 목매고
영어성적에 목매고, 스펙에 목매더라구요.
전 갑자기 그런것들이 환멸스러워졌어요.
그래서 좋아하던 인문학,사회학 책읽고, 소설도 쓰고, 술도 먹고
춤도 추고, 여자도 만나보려하고(제일 안 되지만), 요새는 연극도 해볼까 합니다.
조금은 나를 놓아주고 다채롭게 살고
내가 원하려는 것들을 하며 살아도
별일 없더라구요. 그냥 내가 즐거울 뿐이에요.
어쨋든 수능이 끝났어요.
당신들도 좀 즐거워 지는게 어때요?
물론, 지금의 말들이
당장이 급한 사람한테는 배부른 소리라는거 압니다.
하지만 사는데 배라도 불러야하지 않겠어요?
행복할 수 있다면 어떤 선택을 하던 응원합니다.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트리해주실 0
착한 오르비언 분들 있으려나...
-
[AI 세특 작성]세특 작성 노하우 1 - 세특 관리의 첫걸음 0
안녕하세요. AI 모델 기반 세특 작성 서비스 aifolio(에이아이...
-
이공계 연구 서울대, IBS 고려대, 연세대, 아주대, 수자원공사, KBSI,...
-
경희대 외대 합격했어요
-
사과계 추합 문닫고라도 가능할까요?? 변표뜨고 6점 떨어져서 진짜슬프네요 ㅜㅠ
-
유튜브에 잼민이들이 영상 올린 거 보고 따라함 잘 안되서 20분정도 걸린듯
-
그러니 저와 같이 0칸 스나 조질 분을 모집합니다
-
아무도안해줘…
-
적어도 나와 접점이 있던 사람이 행복했으면 좋겠음요 그래서 오르비언들이 행복했으면...
-
나도 트리해줘 1
대해린님의 트리에 메시지를 남겨주세요! #내트리를꾸며줘...
-
트리가 뭐임뇨 2
인스타 맞팔 구하는 스토리랑 비슷한거임?
-
기출공부후 비독원 들여가는게 낫나요 아니면 비독원으로 먼저 기츌 접하는게 낫나요
-
어케됨
-
귀여운 옯비들아 unulus님의 트리에 메시지를 남겨주세요! #내트리를꾸며줘...
-
특히 영망 탐망은 서성한 다시 확인해야지 싶은데요 시 세무에서는 특히 서성한 되는과...
-
ㅈ빠지게 다운 받았더니
-
으아 어지러워 0
어질어질
-
. ..신기하네 인생 ㅈ됐네
-
약대/약사 관련 질받 10
부모님 두 분 다 약사, 본인 내년에 약대 4학년 아직 종강못한 거 저희뿐이겠죠?ㅋㅋㅅㅂ 무물보~!
-
고대 ㅇㅈ 6
추합 나이스
-
탐잘들 다 고대로 몰려가라
-
십1새기들아 1
들어오지마 ㅠㅠ
-
어문이어도 중앙대 가서 복전할 정도로 중앙대랑 외대 사이에 간격이 유의미한지 궁금합니다
-
Earth, Wind & Fire - After The Love Has Gone...
-
학생부 1.5 이내 전형으로 쓰려고하는데 작년에는 대기가 언제 쯤 빠졌나요?
-
죄다 술임.. 흠
-
작년 거 있는데 그래도 올해 거 사서 인강들으며 필기같이하면서 공부할까용
-
아니..이렇게 차이가 나는 이유가 도대체 뭔가요... 6
네이버 공홈
-
정법, 사문은 전에 개념 1~2회독 했었지만 선거, 도표공부에서 항상 귀찮고...
-
트리 메타 6
인가요??
-
3합6은 되는데 0
3합5인데 시대재종 가능…?
-
진짜 마땅히 할만한게 없네 작년에 전역하고 영화관 알바 했는데 영화관 알바만한게...
-
ㅁㅌㅊ? 첫 합성작품입니다
-
오르비 이벤트?
-
리트 하나도 모르는데 ㅋㅋㅋㅋ 가볼까
-
맞팔 99 7
-
대신 익명으로요
-
독재 2
관리형 독서실이나 독재학원 같은 곳의 가장 큰 장점이 등원시간이나 휴대폰...
-
임정환 윤성훈 0
쌩노베 임정환 리밋만 듣고 도표부터 후속커리 윤성훈 듣는거 ㅁㅌㅊ?
-
의대 증원 찬성 측 : 밥그릇 챙기기 바쁜 개돼지들, 무고한 학생이 왜 피해를...
-
페이지 채워주시면됩니다
-
영어 2인데 4
올해 고삼이고 지금까지 계속 모고 영어 2 였는데 지금 월간조정식 풀어도 되나요...
-
재종 ㅊㅊ 1
331(국수영) 3합7인데 수학이3이라 메이저 재종은 갈 수 잇을까여......
-
120명뽑는 대형과인데 안정으로 봐도되나? 나머지 5칸 4칸써도되나 삼수는 싫음...
-
오래된 생각임뇨
-
너무 달라서.. 좀 당황스럽네 뭐 나 스스로랑 컨설팅을 믿어야지
-
Nefie님의 트리에 메시지를 남겨주세요! #내트리를꾸며줘...
-
막상 의치대 되는곳 좀 줘도 공부가 힘들까봐 이걸 가겠다고 결단을 못내림 어떻게든...
-
허 수님의 트리에 메시지를 남겨주세요! #내트리를꾸며줘...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대박입니다.. 행복하십쇼 화이팅
궁금한거 쪽지나 댓글 받아여 ㅎㅎ 도움되면 고맙죠 제가~
구구절절 맞는말씀들. 재수동안 그런 맹목 환멸에서 벗어나려고 노력했습니다 이제 행복할 수 있을거같아요 좋은글감사해요 !!
수능끝나고 한번 더 생각하시는분들한테 정말 유익한 글이네요 감사합니다
진짜 와닿네요 감사합니다 행복해질게여
수능 망한 재수생인데 이 글 읽고 울컥하네요 아직 어떻게 될지 모르는지만 꿈은 높았고 성적은 턱없이 부족히고.. 그냥 남들 다 가는 적당한 대학 들어가면 되는데 제 욕심과 열등감때문에 포기는 못하겠고 우울하고 자꾸 제 자신을 갉아먹네요 쨋든 좋은 글 써주셔서 감사합니다ㅜㅜ
와. 그 스무살이후의 삶 책 저자분 아니신가요? 그 책 저 아직도 갖고 있어요 ㅎㅎ. 재수 끝나고인가 아니면 할 때인가 그때 사서 읽었었는데 독해력이 떨어져서 읽긴 읽었는데 저자분이 전달하고 싶었던 애기를 정확히 이해를 못했던 것 같아요 당시에. 이번에 입시 다 마무리 되면 다시 한 번 읽어보려 해요.
올해 나이 22인데. 벌써 내년이면 23이네요. 대학 그리고 학벌의 미련을 버리지 못해 올해 다시 도전하게 되었는데. 점수는 많이 올렸는데 현실적으로 갈 수 있는 대학은 제가 원하는 목표치에 이르지 못해서 힘드네요. 심지어 방심했던 필수 한국사에서 등급을 낮게 받아 나머지 최저를 맞추었음에도 3개의 대학교에 응시할 수 있는 기회까지 박탈 당하니 너무 힘듭니다...
미필이어서 군대도 가야 하는데, 제가 올해 원하는 결과를 받지 못하면 남들이 안하는게 좋지 않겠느냐고 할 때 , 제가 고집부려서 ( 당시엔 난 무조건 될 것이다라 생각했습니다.. ) 1년 더 투자한 것이 물거품이 될까 너무 두렵네요.
물론 아직 논술 볼 수 있는 1개 대학이 남았고, 정시도 남아있기에 꼭 붙을거라고 생각중입니다만.. 두렵네요 이후의 과정이요. 잠깐 현재 휴학하고 다니고 있는 학교 다닐때도 수능이 전부는 아니었어라고 느낄 때가 있었는데 올해 다시 수험생으로 살고 하다보니 대학과 수능이 차지하는 크기가 큰 것 같다고 생각이 드네요... 후
좋은 글 감사해요..!
진짜 공감되는 글이네요. 사실 일부 직업이나 진급에 있어서는 학벌이 중요하긴 하겠지만 인생에서 그게 전부는 아닌데..가끔 지나다 오르비글 보면 학생들이 너무 맹목적으로 대학에 목숨거는 게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제발 좀 우리나라 제도나 사회 의식이 바뀌었으면 좋겠어요. 삶을 좀 즐기면서 사는 사회가 됐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