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학번인건가 [542580] · MS 2014 (수정됨) · 쪽지

2016-07-11 00:38:35
조회수 10,503

(오글주의)전국에 계신 모든 N수생(특히 독재생)분들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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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전 올해 독재학원에서 독재중인 삼수생입니다.

늘 오르비 눈팅만하다가 오늘따라 감성 터져서 글 적어보게되네요.

6평본게 엊그제같은데 벌써 7월. 그러고도 10일이 지났네요. 사실 전 덕수고에서 14년 11월 13일에 친 수능이후로 시간이 멈춘 것 같습니다.
난 그대로인데
세상은 3년째 비슷한 삶을 살아가는 절 비웃듯이 잘도 바뀌더군요.

재수를 결심하고 원하던 대학이건 원하지 않던 대학이건 대학을 간 친구들에게 쿨하게 박수를 쳐주며 떠나보낸 뒤남들은 비웃었지만 개의치않고 이과로 전과하여 재수.
그리고 비슷한 1년. 또다시 작년에 같이 동거동락하며 재수했던 친구들의 대학합격소식을 접하고 ...비슷한 레퍼토리로 삼수를 하려했으나 부모님의 반대...

난 너무 안일하게 20년을 살아왔다.
난 너무 평범하게 2년을 공부했다.

문득 이런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11월 16일부터 바로 도서관에서 독재시작.
부모님께 손을 벌리는 건 도저히 못하겠어서 낮에는 알바를 하고 늦게 도서관에가서 11시까지 공부했습니다.

부모님이 삼수를 허락해주시지않는 이유는 단 하나였습니다. 성적때문이었거든요. 아무리 전과를 했어도 수학이 5등급? (물론 그날 수학시간에 배가아파서 큰걸보느라... 그런것도 있지만 구차한변명을 부모님께 하고 싶지않았기에...)

호텔알바를 하고 받은 첫 월급. 와... 재종 1달학원비네..?
그렇게 재종다닐 생각은 진작에 접고 적어도 독재학원갈만큼은 벌어두어야겠다싶어서 야간엔 PC방 낮엔 호텔. 일할때 외엔 지하철역에 가까운 독서실에서 공부를 했습니다. 하루에 3시간자면서요.

그렇게 12월을 보내고나니 부모님이 제 노력을 인정하신건지 아님 아들이 고생하는게 싫으신건지 결국 져주셨습니다.

그래도 주말알바는 계속했습니다. 적어도 교재비라도벌자하는 마음으로 환상의 나라 에버랜드에서 열심히. (접시 닦았습니다. F&B 화이팅.)

그리고 2월. 재종개강시즌. 그동안 내가 얼마나발전했나 테스트해보고싶었습니다. 그렇게 2만원내고 강대 2야 유시험을 보고... (떨어졌습니다. 하하하하하 주간반꺼 볼 걸 )

충분히 자극받고 강대 바로 옆 독재를 다니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3월이투스에서 13231. 사실 제수능성적은 35341이었거든요. 나름 발전했구나. 장하다. 개고생한 보람있네... 는 커녕 억울했습니다. 진짜 열심히 했는데 겨우2등급이 오르다니.

그날 이후 폭주해서 일요일자습 고정출석 달리고... 6월에 탐탁치않지만 수학 2등급까지 올리게되었네요.

솔직히 제 인생이야기가 겁나길었지만
이게 제가 말씀드리고 싶었던 건 아니에요. 그냥 뭐..그러하다는거죠.(시간 뺏어 죄송해요. 솔직히 여기까지 읽으셨다면 당신의 집중력으로 최소 안광지배철 가능)

사실 아까 어떤 재수(혹은 N수)가 부모님께 말하는 모습보고 화가났습니다. 자기가 원해서 한 것일텐데
'엄마가 뭘 알아? 엄마가 재수해봤어? 얼마나 힘든줄알아? 뭔 참견이야? 왜 이래라저래라야 내가 애야?'

하...

갑자기 2년내내 절 아침에 역까지 바래다주시던 부모님께 감사하다는 말 한번 안해본게 떠올라 저사람과 내가 다를 바 없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곤 집에 돌아와 뜬금없이 부모님께 여쭤봤습니다.
부모님 당신들의 넉넉한 노후비용마련을 했을 수도 있음에도 불구하고 절 위해 그 많은 돈을 쓰신 이유는 제게 투자하는건가요?

아버지의 대답은 간단하시더라구요.
넌 내 아들이니까.

그 이후로 아무말도 못하고 침대에 짱박혀서 이글 적고있네요. 제가 낯간지러운 말 진짜 못하거든요.

그러니까 재수 독재 N수생분들이 저 대신 , 저희 부모님 말고 여러분 부모님께 감사인사 한 번만 해주세요
부모님께 감사하단 말 드리는건 어버이날만 하란법 없잖아요? ㅋㅋㅋ

제가 I.O.I 김세정(본인과동갑)을 참 좋아하는데 방송에서 했던 말이 떠오르네요. ''꽃길만 걷게 해드리겠다''

저도 부모님께 꼭 그렇게 해드리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밤이네요. 모두들 굿나잇하시고 활기찬 월요일을 맞이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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