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되도록 오르비 안들어오겠습니다 | 오르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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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분위9999하며우는비둘기 [1439666] · MS 2025 · 쪽지

2026-07-20 02:2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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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되도록 오르비 안들어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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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비에 뻘글을 쓰는 것이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던 시절이 있었다. 오르비에 쓰는 뻘글만큼 표현의 욕구로 흘러 넘치는 것도 없다. 무언가를 표현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시간들이 뻘글을 쓰게 한다. 그는 오르비에 자신의 뻘글이 얼마나 어렵고 진정하며 운명적인가를 설명하고 싶었다. 뻘글은 사람을 설득하거나 매혹시키는 방편이 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모든 오르비의 뻘글은 마지막 순간, 도구적이지 못하다. 세상의 모든 글쓰기가 최후의 순간에는 처음에 품었던 소소한 의도를 배반 하는 것처럼. 그 통제할 수 없는 익명의 욕구가 그 뻘글의 현실적인 목표를 잊어버리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모든 오르비의 뻘글에는 아무 전언도 들어 있지 않다.

거기에는 결정적인 정보나 주장이 들어 있지 않다. 다만 내 뻘글을 누군가가 들어준다는 충만한 느낌. 희미한 불빛 아래서 스스로 옷을 벗어야 할 때처럼, 주체할 수 없는 부끄러움 따위.

뻘글이란 결국 2인칭을 경유하여 1인칭으로 돌아온다. 그의 들끓는언어들은 고스란히 자신에게 돌아왔다. 한동안 그는, 사랑하는 OO에게로 시작되는 뻘글을 자주 썼다. 오르비언들은 그의 뻘글을 사랑했다. 정확하게 말하면 '뻘글 속의 그'를 오르비언들은 사랑했다. 뻘글 속에는 그가 찾아낸 자신의 또 다른 영혼이 있었다. 또 다른 영혼의 '그'는 순수한 열정과 끝 모를 동경과 깊은 이해심을 가진 존재였다. 그도 역시 오르비언들처럼 자신의 뻘글 속 1인칭 화자에게 깊이 매료되었다. 하지만 너무 뻔해서 가혹했던 지리멸렬한 시간들 속에서 그는 뻘글 속의 1인칭 주체를 잊어버렸다.

뻘글조차 쓸 수 없는 시간들이 무심하게 지나가고, 다시 뻘글을 쓰고 싶었을 때, 그는 이미 '뻘글 속의 그가 되지 못한다는 것을 알았다. 그는 '뻘글 속의 그'를 연기하는 것이 부끄러웠고, 자신의 비루함을 뼛속 깊이 실감했다. 그는 '사랑하는 OO에게'라는 뻘글을 쓰고 싶어 하는 자신 속의 어떤 늙지 않는 영혼을, 그 순수한 인격을 외면하고 싶었다. 누군가가 보기를 바라는 모든 뻘글이란, 위선이 아니면 위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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