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N수생들이 저지르는 가장 치명적인 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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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수를 시작하면서 가장 먼저 한 일이 무엇인가.
인강 결제, 새 문제집 구매, 기출 처음부터 다시 풀기. 작년보다 더 일찍 일어나고 더 많이 앉아 있겠다는 결심. 당신은 그걸 ‘비장한 각오’라고 불렀을 것이다.
근데 냉정하게 묻자.
그게 현역 고3의 계획과 무엇이 다른가?
N수생에겐 현역이 죽었다 깨어나도 가질 수 없는 치트키가 있다.
바로 ‘실전 기록’이다.
6월, 9월, 그리고 수능. 극한의 압박 속에서 나 자신이 어떻게 무너졌는지를 가감 없이 보여주는 데이터. 어느 순간 판단이 흔들렸는지, 어떤 오답 선지가 끝까지 정답처럼 보였는지, 정확히 어디서 시간을 잃었는지.
현역 고3들은 이 데이터를 얻기 위해 올해 1년이라는 시간을 갈아 넣어야 한다.
반면 당신은 이미 그 강력한 무기를 손에 쥐고 시작했다.
이보다 더 유리하게 기울어진 운동장이 어디 있는가.
그런데 대부분의 N수생은 재수 첫날, 그 좋은 패를 스스로 쓰레기통에 버린다.
작년 시험지를 덮고 새 문제집을 펼친다.
내가 왜 그런 판단을 했는지는 묻지 않는다. 그저 공부를 더 많이 할 뿐이다. 현역은 갖고 싶어도 가질 수 없는 무기를 제 손으로 내려놓고, 아무것도 없는 현역들과 똑같은 진흙탕 링 위로 올라간다.
그리고 그 링에서, 현역한테 대부분 진다.
6월 모의고사 때 흔들린 순간을 기억하는가.
9월에도, 실제 수능에서도 아마 비슷한 함정에 빠졌을 것이다.
그게 매번 반복됐다면 절대 우연이 아니다.
당신의 사고방식에 박혀 있는 고질적인 오류일 뿐이다.
근데 작년에 오답 분석할 때 뭐라고 적었나.
“지문을 날려 읽었다.”
“근거를 못 찾았다.”
“선지를 꼼꼼히 안 봤다.”
틀렸다.
그것은 분석이 아니라 현상 고백일 뿐이다.
왜 날려 읽었는지, 왜 그 순간 근거를 못 찾았는지는 여전히 대답하지 못한다. 왜 그 매력적인 오답 선지가 그 순간 나에게 정답처럼 보였는지, 그 근본적인 이유를 대답하지 못한다면 당신은 아직 실패의 원인을 모르는 것이다.
설계 오류가 있는 프로그램은 사양이 더 좋은 컴퓨터에서 구동할수록 오류를 더 많이, 더 빠르게 생산할 뿐이다.
공부도 마찬가지다. 지문을 읽는 습관, 선지를 걸러내는 판단 기준, 막혔을 때의 대응 방식이 그대로라면 공부량이 늘어날수록 작년의 잘못된 판단 방식 역시 함께 강화된다.
성실하게 공부했는데도 성적이 제자리인 이유는 바로 이것이다.
재수는 공부를 한 번 더 하는 과정이 아니다.
작년의 잘못된 판단을 교정하는 과정이다.
당신은 분명 현역보다 압도적으로 유리한 패를 들고 시작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그 패를 묵혀두고, 현역들과 똑같은 조건이라 착각하며 미련한 양치기 싸움만 반복하고 있다.
이미 몇 권의 문제집을 풀었고, 6월 모평까지 치렀다.
그런데도 여전히 같은 자리에서 맴돌고 있다면, 이제는 공부의 양을 늘릴 때가 아니다.
먼지 쌓인 작년의 데이터를 다시 펼쳐야 한다. 결과는 이미 알고 있다. 이제 봐야 하는 것은 그 결과를 만든 판단이다. 왜 그런 판단을 내렸는지, 왜 그 선지에 속아 넘어갔는지 먼저 진단하지 않으면 남은 4개월도 작년의 실패를 복제하는 시간일 뿐이다.
이제 수능까지 남은 시간은 고작 4개월이다.
무작정 문제를 더 푸는 것만으론 부족하다.
6월 모평이 끝난 지금, 여전히 자신의 공부 방식에 확신이 없고 불안하다면 지금이 당신의 인생을 바꿀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른다.
그러니 묻겠다.
올해의 7월을 보내며,
당신은 스스로에게 답할 수 있는가.
작년에 당신이 왜 무너졌는지,
그 실패의 근거가 정확히 무엇인지.
그 질문에 명쾌히 답하지 못한다면, 지금 당신이 하는 공부는 새로운 도전이 아니라 작년의 실패를 더 성실하게 반복하는 도구일 뿐이다.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면서 다른 결과를 기대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은 없다.
이제 선택은 당신의 몫이다.
감에 의존해 다시 같은 길을 걸으며 남은 시간을 소진할 것인가, 아니면 지금이라도 당신의 판단을 근본적으로 뜯어보고 승부수를 띄울 것인가.
작년에 실패했는데, 왜 올해도 똑같이 시작하는가
강사를 바꾸기에 앞서 원인을 정확히 알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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