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평가원은 그럴듯한 말로 함정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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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국어만 계속 흔들릴까.pdf
2023학년도 6월 31번에서 가장 많은 학생(37.3%)이 선택한 것은 5번 선지였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5번 선지가 처음부터 틀린 말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백 주사 가족의 몰락
독자가 통쾌함을 느낀다
고통받았던 사람들의 편에 선다
모두 작품 전체의 흐름에서는 충분히 맞는 이야기처럼 들립니다.
그래서 학생들은 선지를 읽으며 자연스럽게 고개를 끄덕입니다.
하지만 평가원은 여기서 가장 자주 사용하는 함정을 하나 숨겨 놓았습니다.
바로 [함정 5 : 조건·기준 누락 및 왜곡]입니다.
5번 선지의 핵심은 마지막 부분이 아닙니다.
핵심은 ‘백 주사의 시선으로 일관되게 초점화하여‘입니다.
<보기>는 이미 말합니다.
: 여러 인물들의 시선으로 초점화하여 서술한다.
즉 작품은 초점이 계속 이동합니다.
그런데 선지는 ’백 주사의 시선으로 일관되게‘라고 기준 자체를 바꾸어 버립니다.
내용 대부분은 맞기 때문에 학생들은 통쾌함이라는 익숙한 결론만 확인하고 넘어갑니다.
평가원은 바로 이 순간을 노립니다.
왜 우리는 이렇게 무력하게 속았을까요?
여기에는 두 가지 KAOS 오류가 함께 작동합니다.
[E102 : 전부중요형]
학생은 선지의 모든 문장을 같은 무게로 읽습니다.
그래서 가족의 몰락, 독자의 통쾌함, 비판적 시선처럼 큰 내용들이 맞으면, 중간에 숨어 있는 ’일관되게‘라는 기준 변화의 중요성을 놓칩니다.
판단에 필요한 핵심 정보보다 전체적인 분위기를 먼저 받아들인 것입니다.
[E301 : 소설가형]
학생 머릿속에서는 자연스럽게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백 주사가 망했다.
→ 독자는 통쾌하다.
→ 그러니까 계속 백 주사 시점이겠네.
하지만 지문은 그렇게 말하지 않습니다.
학생이 스스로 만든 논리로 빈칸을 메운 것입니다.
27.7%가 고른 2번 선지는 ‘세부 항목을 하나씩 나열한다.’라는 보기의 설명을 그대로 작품에 대응시키는 선지입니다.
광목 여섯 필, 고무신 스물세 켤레…
이 나열은 단순한 목록이 아닙니다.
군중이 마주한 현장의 분위기와 분노를 독자가 체감하도록 만드는 장치입니다.
<보기>에서 제시한 ‘세부 항목을 하나씩 나열하여 장면의 분위기를 고조한다.’를 정확하게 확인하면 흔들릴 이유가 없습니다.
20.2%가 선택한 4번 선지 또한 상당히 매력적인 적절한 선지였습니다.
동네 사람의 시선
백 주사의 만행
습격의 빌미
모두 실제 지문에 존재하는 요소입니다.
학생들이 5번 선지와 달리 4번 선지를 고른 이유는 <보기>의 초점화 설명을 그대로 따라간 선지였기 때문입니다.
반면 ⑤는 초점화를 설명하는 척하면서 ‘일관되게’라는 기준 하나를 바꾸었습니다.
평가원은 항상 맞는 내용을 많이 넣고 결정적인 기준 하나만 바꾸는 방식으로 오답을 만듭니다.
[KAOS 복구 코드]
“결론보다 기준을 먼저 확인하라.”
선지 대부분이 맞아 보여도, 평가원은 항상. 일관되게, 모두, 오직, 반드시 같은 기준을 바꾸는 단어 하나로 정답과 오답을 갈라냅니다.
그래서 선지를 읽을 때는 ‘어떤 기준으로 말하고 있는가?’를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31번은 작품을 몰라서 틀린 문제가 아닙니다.
기준 하나를 끝까지 확인하지 못해서 틀린 문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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