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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타임즈 [1136344] · MS 2022 · 쪽지

2026-07-07 22:49:47
조회수 188

지구과학과 지리의 관계에 대해서

게시글 주소: https://orbi.kr/00078849497


다룬 284페이지짜리 논문이 있음


원래 교수요목기, 그러니까 해방 직후에는 지리가 자연환경과 인류생활, 인문지리, 경제지리 세 과목 체제였고, 그 자연환경과 인류생활 안에 천문, 지구물리, 고생물 등, 그러니까 지금 우리가 지구과학이라 부르는 내용이 다 들어 있었음. 의외로 예전 교육과정 당시 까이고 사라진 경제지리가 근본있는 과목이라는 사실과 천문학이 지구과학 과목이 생기기 이전부터 독립된 과목이 아니었음을 알 수 있음.


지문학이라는 일본식 과목을 물려받은 것 정도는 많이들 알고 있을거임. 그러다 1차 교육과정기, 1955년에 지리가 인문지리 한 과목으로 쪼그라들면서 천문, 지구물리, 고생물이 한꺼번에 증발했고, 정확히 그 사라진 내용이 과학과에 신설된 지학이라는 과목으로 이사 갔음. 


논문이 제시한 물증 두 개가 재밌는데, 먼저 1953년 시안 단계에서는 과학과 편제에 지학이 아니라 자연지리라는 이름이 적혀 있음. 지리 내용을 통째로 과학과로 옮기려던 게 문서에 남아 있는 거임. 그리고 초기 지학 교과서 3종 중 하나의 저자가 서울사대 지리과 교수 최복현, 그러니까 지리학자였음. 과학 과목의 창시자가 지리쪽 사람이었음. 


1959년 신문에 '지학과 지리학'이라는, 정체성에 대한 의문에 묻고 답하는 내용이 실렸는데 최초 등장 이후 5년이 지난 시점에 신문기사를 통해 현직 중등교사에 대한 안내가 필요할 정도였다는 점은 앞서도 당시 교육계 전반에 ‘ 지학’의 정체성이 꽤 심각한 문제였음을 유추할 수 있음.. 이라고 논문에서 이야기함.


꽤 긴 논문이라 모든 내용을 다 완벽히 파악하지는 못했는데, 평소에 궁금증이 있었다면 읽어볼만한 내용임.

rare-서강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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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빵시온 · 1462408 · 07/07 22:50 · MS 2026

    그래서 결론은 지2는 사탐급 개꿀이라는 거죠?

  • 하량​이 · 1465218 · 07/07 23:05 · MS 2026 (수정됨)

    일단 최신지학 저자인 최복현 교수 한 명 존재한다는 이유로 한국 지구과학의 창시자가 지리학자라고 하기엔 좀 무리수가 있죠.. 당시에 같이 최초 교과서를 썼던 정창희 교수님이나 손치무 교수님은 우리나라 지질학계를 개척한 대표적인 지질학자 분들이거든요. 3종 중 2종은 순수 과학자들이 쓴 겁니다.
    원래 천문학, 지구물리학, 고생물학이 지리학에 속해 있었다는 식의 주장은 학문적 맥락상 앞뒤가 안 맞습니다. 이 분야들은 애초에 지리학과 별개로 독자적 계보를 가진 정통 자연과학이에요. 해방 직후에 국가적으로 전문 교사나 재원이 워낙 부족하다 보니까 일본식 지문학이나 자연지리라는 명칭 아래 사회과 지리 교과 내에 일시적으로 이 과학적 내용들을 묶어 편성해 두었던 것에 불과합니다. 제자리를 찾아간 걸 두고 지리학 내용을 빼앗겼다는 식으로 표현하는 건 주객전도같습니다..
    그리고 새로운 교과가 도입될 때 명칭상의 혼동이나 교원 수급 문제 같은 행정적 과도기 현상이 있었다고 해서 지구과학이라는 학문 자체의 정체성에 문제가 있었다고 몰아가는 것도 좀 아전인수식 주장 같습니다.

  • 투타임즈 · 1136344 · 07/07 23:16 · MS 2022

    제 견해도 아니고, 옮긴 부분이지만 지학 교과서 3종 중 2종을 정창희, 손치무 두 지질학자가 집필했다는 부분은 압축된 것이 맞아요. 다만 글의 안종욱(2011) 박사논문의 논지가 사실 천문학, 지구물리학, 고생물학 등이 원래 지리 것이었다는 소유권 주장은 아니고, 오히려 그 반대에 가깝습니다. 논문도 지구과학을 미국, 일본발 급조 교과로 보는 관점을 비판하며 개항 이후 계통적 과학서 내용 상당수가 지구과학 영역이었다고 본 입장을 그대로 인용하고 있고요. 지문학이 자연지리냐 지구과학이냐 하는 논쟁 자체를 소개한 뒤에, 결론은 "원조가 누구냐의 논쟁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쪽입니다.

    그 근거로 분트가 심리학을 정신과학의 기초로 놓은 것이나, 달랑베르가 백과전서에서 베이컨의 분류에 자기 전공인 수학을 끼워넣은 것을 들면서, 학문 분류에는 분류자의 주관이 개입될 수밖에 없다고 서술하고, 기조도 딱 여기까지였어요. 뭘 빼앗겼다는 게 아니라, 교과 편제가 순수한 학문 논리보다 당대의 행정적, 인적 맥락 속에서 결정된 면이 있다는 거죠. 말씀하신 교원 수급이나 명칭 혼동 같은 과도기 현상도 그 맥락의 일부라고 보고요.

  • 하량​이 · 1465218 · 07/07 23:20 · MS 2026

    먼저 오해가 없었으면 해서 말씀드리면 이전 제 댓글은 님 견해를 비판하려던게 전혀 아니었어요. 안종욱 박사 논문의 요약된 부분만 보면 자칫 다른 사람들에게 지리가 지구과학의 원조라는 식의 소유권 논쟁으로 비춰질 여지가 있어 보여서 우려되는 마음에 적어본 것이었습니다
    남겨주신 답글을 보니 논문의 실제 맥락을 아주 객관적이고 깊이 있게 잘 짚어주셔서 많이 공감하면서 읽었습니다. 학문 분류라는게 무 자르듯 나뉘는게 아니라 당대의 행정적인 여건이나 인적 맥락 속에서 주관적으로 결정되는 면이 있다는 말씀도 충분히 이해가 가고 타당하다고 생각합니다.
    조금만 제 생각을 덧붙여보자면 이런 교과 분화 과정이 단순히 당대의 행정 편의나 상황적인 이유만 있었던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자연지리가 현상에 대한 공간적인 분포나 환경과의 상호작용에 무게를 둔다면 지구과학은 물리 화학적 법칙을 바탕으로 자연 현상의 메커니즘 자체를 파고드는 정량적인 과학이거든요. 당시에 교사 수급이나 명칭 혼란 같은 현실적인 과도기가 있었던 건 맞지만 결국 장기적으로 볼 때 과학의 틀 안에서 다뤄져야 할 내용들이 자연스럽게 독립해서 제자리를 찾아간 과정으로 보는게 더 맞지 않나 싶습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누가 원조냐 따지는건 정말 무의미한 것 같아요. 덕분에 당시의 시대적 맥락이나 논문의 깊은 의도를 다시 생각해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