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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Seonga [1385682] · MS 2025 (수정됨) · 쪽지

2026-07-07 20:3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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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옯봉문학] 발가락이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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옯봉이가 반수(대학에 다니면서 재수)를 선언한 지 반 년이 거의 된 어떤 날 저녁이었습니다. 그와 나는 대학가 어떤 곳에서 저녁을 같이 하고 있었습니다.

 

옯봉이의 얼굴은 이날 유난히 어둡고 무거웠습니다. 옯봉이는 음식에는 거의 손을 대지 않고 술만 들이켜고 있었습니다. 본시 말이 많지 않은 그가 이날은 더욱 입이 무거웠습니다.

 

몹시 취하여 더 술을 먹지 못하리만치 되어서, 그는 처음으로 자발적으로 입을 열었습니다. 충혈이 된 그의 눈은 무시무시하게 번득였습니다.

 

"여보게, 여보게, 속이지 말구 진정으로 말해 주게. 내게 메디컬(의치한약수)을 갈 능력이 있겠나?"

 

"글쎄, 수능을 봐봐야지."

 

나는 이만치 하여 넘기려 하였습니다.

 

"그럼 한번 이번 내 6모 성적으로 컨설팅(모의 진단)이라도 봐주게."

 

"왜 갑자기―"

 

옯봉이는 곧 대답하려 하였습니다. 그러나 나오려던 말을 삼켰습니다. 그리고 다시 술을 한잔 먹은 뒤에 눈을 푹 내려뜨리며 말했습니다.

 

"아니, 다른 게 아니라, 내게 만약 메디컬 갈 성적이 안 된다면 내가 불쌍하지 않나. 그래서, 안 되는 게 판명되면, 차라리 지금 다니는 대학이라도 열심히 다녀봐야 하지 않겠나? 그래서 말일세."

 

"성적표를 들고 와봐야 알지."

 

"그럼 언제 들고 찾아 가보겠네."

 

그 며칠 뒤에 나는 옯봉이가 자퇴를 했다는 소문을 듣고 깜짝 놀랐습니다. 사실 컨설팅을 해 볼 필요도 없습니다. 옯봉이는 그 능력이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옯봉이는 자퇴했습니다.

  


(중략)



그날도 역시 침울한 얼굴로 찾아온 옯봉이에게 대하여 나는 의리상,

 

"오늘은 그래, 컨설팅 해보려나?"

 

하니깐 그는 간단히 대답하였습니다.

 

"벌써 했네."

 

"응? 어디서?"

 

"C 컨설팅 팀에서."

 

"그래서 결과는?"

 

"가능하다네."

 

" ? "

 

나는 뜻하지 않고 그의 얼굴을 보았습니다. 그것은 의외의 대답을 들은 때문이라기보다 오히려, '가능하다네' 하는 그의 음성이 너무 침통하기 때문에…….

 

이렇게 대답하는 동안 나는 내가 하마터면 질 뻔한 괴로운 임무에서 벗어난 안심을 느끼는 동시에, C 컨설팅 팀에서의 의외의 결과에 눈을 크게 뜨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내 눈을 만난 옯봉이의 눈은 낭패한 듯이 이리저리 돌아다녔습니다. 그리고 나는 그 눈으로 그가 방금 한 말이 거짓말이었음을 알았습니다.

 

그럼 그는 왜 거짓말을 하였나. 내 앞에서 가오(허세) 잡기 위하여? 세상과 제 마음을 속이면서라도 '자퇴'라는 선택을 후회하지 않기 위해서? 나는 그의 마음을 알 수가 없었습니다.

 

그가 입을 열었습니다. 무겁고 침울한 음성이었습니다.

 

"여보게, 자네 이런 기모치(기분) 알겠나?"

 

"어떤?"

 

옯봉이는 잠시 쉬어서 말을 시작했습니다.

 

"월급쟁이가 월급을 받았네. 받은 즉시로 나와서 먹고 쓰고 사고, 실컷 마음대로 돈을 썼네. 막상 집으로 돌아가는 길일세. 지갑 속에 돈이 몇 푼 안 남아 있을 것은 분명해. 그렇지만 지갑을 못 열어 봐. 열어 보기 전에는 혹은 아직은 꽤 많이 남아 있겠거니 하는 요행심도 붙일 수 있겠지만, 급기 열어 보면 몇 푼 안 남은 게 사실로 나타나지 않겠나? 그게 무서워서 아직 있거니, 스스로 속이네그려. 밥도 사야지 커피도 마셔야지. 열어 보면 그걸 할 돈이 없는 게, 사실로 나타날 테란 말이지. 그래서 할 수 있는 대로 지갑에서 손을 멀리하고 제 집으로 돌아오네. 그 기모치 알겠나?"

 

나는 머리를 끄덕이었습니다.

 

"알겠네."

 

그는 다시 입을 다물었습니다. 


그러나 그때에 나는 알았습니다. 옯봉이는 애초에 컨설팅도 하여 보지 않은 것이외다. 


그는 무서워합니다. 그는 컨설팅을 피합니다. 옯봉이는 자기가 메디컬에 갈 성적에 못 미치는 것을 이미 인지하였습니다. 그것은, 상식으로 판단하여 작수 43443 등급(화작, 확통, 영어, 생윤, 사문)으로 안 될 것이외다. 거기에 대하여 의심을 품을 자는 하나도 없을 것이외다. 의심을 품을 필요도 없는 것이외다. 왜? 하루 종일 컴퓨터로 오르비(Orbi) 글을 눈팅하면서 이것도 '매체' 공부라며 열품타(열정 품은 타이머)를 켜둔 그의 행적을 미루어 봤을 때 당연한 일이니깐.

 

이 의심할 필요가 없는 일을 의심하다가 향기롭지 못한 결과가 나타나면 이것은 구망수잘(九亡修嫉)이라는 희망 회로마저 돌리기도 어려울 것이니까.

 

벌의 둥지를 건드리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외다. 십중팔구는 향기롭지 못한 결과가 나타날 '컨설팅'을 옯봉이는 회피한 것이외다. 절망을 스스로 사지 않으려, 그리고 번민 가운데서도 끝끝내 일말의 희망이라도 붙여 두려 옯봉이는 온전히 '컨설팅'이라는 위험한 벌의 둥지를 건드리지 않기로 한 것이외다.


그리고 상상 속에만 존재하는 (메디컬에 입학하여 보란 듯이 과잠을 입고 과팅에 나가는) 자신에 대하여, 억지로 애정을 가져 보려 결심한 것이외다. 그러면서도 그는 오늘도 언제나 그렇듯, 공부 전 머리 좀 예열하고 시작하기 위해서 스터디 카페 위에 있는 농심레드포스 PC방으로 출근할 것이외다.


나는 그런 옯봉이를 쳐다보기만 할 뿐, 차마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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