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쉬맘 [443052] · MS 2013 · 쪽지

2016-02-04 21:57:39
조회수 3,486

교대 재학생이 쓰는 문과생으로서 교대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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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교대 재학생으로 최근에 교대생활에 대한 질문받습니다라는 글을 올려서 활동해왔습니다.

오늘 우연히 어느분이 쓰신 문과생으로서 한의대 교대라는 글을 읽고, 앞으로 교대에 입학하게 되실 예비교대생분들 중에 다른 대학을 생각하셨거나 혹은 다른 꿈을 가졌지만 어쩔수없이 교대에 진학하게 되는 분들에게 선배(?)로서 몇가지 조언을 드리고자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글을 시작하기 전, 교대 혹은 초등교사를 오랫동안 준비해왔으며 그쪽에 대한 사명감과 같은 것을 가지신 분들에게는 이 글이 안 좋게 보여질 수도 있으리라 생각되므로 미리 양해를 구하고자 합니다. (이 점이 마음에 안 드시는 분들은 글을 읽지 마시길 정중히 부탁드립니다)

많은 교대생들이 입학을 하는 이유는 다양합니다. 초등교사에 대한 부푼 꿈을 안고 교육의 미래를 이끌고자 하는 참교사가 되기 위해서, 취직의 어려움이라는 현실적인 문제 때문에 등등. 전자의 경우가 교대에 입학하는 것이 매우 바람직하며 그리고 그렇다고 여겨집니다. 후자는 안타깝게도 취직의 어려움이라던지, 혹은 집안의 경제사정에 의해 어쩔수없이 교대에 진학하는 경우로, 근래 들어서 오르비에 보이는 교대vsㅇㅇ대 ㅇㅇ과 같은 글들이 많이 보이는 점에서 그 수가 적지 않음을 알 수 있습니다.

오늘 초점을 맞추고 말씀드리고자 하는 것은 저를 비롯한 후자의 경우입니다. 물론 저의 이야기를 말하는 과정에서 제 주관과 경험이 많이 들어가다보니 다른 교대생분들이 보시면 저건 아닌데?하는 부분이 있을수도 있으며, 똑같은 상황에서도 사람마다 다른 반응이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고려하면서 읽어주시길 바랍니다.

저는 고3 수능이 끝날때까지, 수시로 쓴 대학이 다 떨어지고, 수능원서를 쓰기 전까지는 교대에 가겠다는 생각을 한 적이 없으며, 초등학교 교사를 양성하기 위한 별도의 대학이 교대란 것조차 몰랐습니다. 집안 형편이 크게 어려운 편은 아니었지만, 재수라는 것은 집에 큰 부담이 될뿐더러, 부모님도 반대를 하셨고 교대 진학을 권유하셨기에 정시에 교대를 지원했고 합격했습니다.

교대에 합격한 후 새내기 때는 대학생활이 그저 즐거웠던 것 같습니다. 동아리도 들어보고, 선배들과 지내고 하면서 원래 제가 가졌던 꿈은 희미해져갔습니다. 그리고 1학기가 지나고 2학기 어느 수업의 오티를 들은후 갑작스럽게 교대생활에 대한 회의가 들었습니다. 그때 그 과목의 교수님께선 혹 여기에 교사말고 다른 걸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더 늦기전에 관두거나 아니면 교사로서의 마인드를 만들어라라고 하셨던걸로 기억합니다. 이 말씀을 듣고 든 생각은 내가 간절하게 교사가 되고자 했던 사람의 자리를 가로챈건 아닐까? 내가 여기 있어도 되는걸까?였습니다. 그런 생각이 드니 교대진학이란 선택을 한 것에 대해 죄책감이 들었었고 2학기를 약간 방황하며 보내버렸던 것 같습니다. 그러고나서 실습을 나가게 되었는데 전혀 못할거같다는 예상과는 달리 가르치는 것에 대한 재미도 느끼게 되었고 할 수 있다는 생각도 가지게 되었습니다.

이까지의 이야기를 읽으시고 갑자기 해피엔딩이네?라는 느낌을 받으셨을 수도 있지만, 저 곳에 제가 말씀드리고자 하는 조언들 중 한 가지가 있습니다. 바로 실습까지 해보시고 판단해보라는 것입니다. 실제로 저처럼 실습을 해보고나서야 할만하구나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반대로 실습을 해보고나서야 잘 안 맞는다는 것을 비로소 확인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럼 실습때까지 마냥 기다리기만 할 것인가라는 질문이 나올수도 있습니다. 그에 대해선 NO라고 답하겠습니다. 교대는 일반대에 비해서 시간이 넉넉한 편입니다. 일반대처럼 토익, 대외활동에 많은 시간을 쏟아붓지 않아도 되기 때문입니다. 이런 남는 시간을 그냥 보내지마시고 자기가 하고 싶은 공부를 하거나 미래에 대한 준비를 하시길 바랍니다.

필력이 부족해서 겨우 조언 2개 이끌어내는데 엄청난 양의 글을 읽게 만든 점 죄송합니다. 그렇지만 제가 전하고자 하는 말들은 모두 저 안에 있으며, 그것들이 앞으로 회의감을 느끼고, 어쩌면 일종의 죄책감을 느끼게 될 후배님들에게 작게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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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picad · 566379 · 16/02/04 21:58 · MS 2015
    회원에 의해 삭제된 댓글입니다.
  • 평범한교대생 · 404417 · 16/02/04 23:31 · MS 2012

    맞습니다. 사실 교대에서는 글쓰신 분과 같은 케이스로 교대에 들어오는 분들이 매우매우 많습니다.

    저는 사실 교사란, 미리 준비된 교사일 수도 있겠지만, 훈련받고 경험받으면서 만들어지는 교사들이기도 하다고 봅니다.

    실습이나 교육봉사를 하면 정말로 이게 내 길인지 판가름이 어느정도 됩니다.

    올해 교대오시는 분들의 건승을 빕니다.

  • 정보검색 · 494504 · 16/02/10 19:58 · MS 2014

    저는 제자신이 교대적성이라 생각해서 교대진학을 망설였습니다만,, 실습을 3학년 이후에나 하는걸 보고 교대를 포기하고 의대로 진학했습니다.
    저도 원글쓴 님과 생각이 같습니다. 실습까지 해봐야 이게 적성에 맞는지 아닌지 알 수 있어요. 근데 재수로 들어가서 3학년이면 그때 벌써 미필 23살인데 그때 수능쳐서 다른 대학을 간다는것도 쉽지 않죠ㅜㅜ 결국 이게 적성에 맞는지 아닌지 확인도 못하고 눌러앉아야 한다는 계산입니다. 이 여자 성격이 착한지 아닌지 제대로 알지도 못하고 결혼하는 느낌이랄까요..
    진로탐구를 제대로 하지 않는 대한민국 교육의 문제점이라 생각합니다..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