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 8일차) 샤프심과 지우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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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우개에 샤프심을 꽂은 것은대단한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었다.
그저 심심해서 자습 시간에 생각없이 샤프를 지우개에 꽂은 것이다.
하지만 그 작은 장난은글씨를 지울 때마다 종이 위에 검은 자국을 남겼다.
지우기 위해 움직인 손끝에서 오히려 새로운 흔적이 생겨났다.
돌이켜보면 나의 실수들도 그랬다.
대부분은 거창한 악의가 아니라 가볍게 던진 말 한마디, 대수롭지 않게 넘긴 행동 하나에서 시작되었다.
그 순간에는 웃고 지나갔지만 남은 자국은 생각보다 오래 남았다.
나는 결과를 후회하면서도 정작 원인이 된 그 가벼움을 돌아보지 못했다.
이제는 깨달았다. 아니, 사실은 모른다.
허나 앞으로 한번쯤 걸고 넘어가야 할 것은 이거다.
무게 없는 행동이라 해서 결과까지 가벼운 것은 아니라는 것을.
지우개에 박힌 작은 샤프심처럼, 사소한 선택 하나도 누군가의 마음과 내 삶 위에 쉽게 지워지지 않는 흔적을 남길 수 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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