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 마려워서 국어 조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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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이원준 2달, 강기분 문학의 성과를 세상에 증명하는 날이었다.
혹여나 국어 시간에 장 트러블이 터질까 봐 나는 아침부터 철저히 대비했다. 집에서 한 번 학교에서 한 번. 총 두 차례에 걸친 대변 배출을 마친 뒤 예열 문제를 풀며 조용히 칼을 갈고 있었다.
'오늘은 된다.'
그렇게 생각했다.
그러나 화작을 지나 독서에 들어갈 무렵 배 속 깊은 곳에서 불길한 전조가 시작됐다. 처음엔 단순한 신호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것은 경고가 아니라 항문을 비집고 나오기 일보직전인 '무력시위'에 해당했음을 깨달았다. 내 불안감은 2026 수능 칸트 지문 난이도마냥 급격하게 상승했고 나는 독해력보다 괄약근에 더 많은 정신력을 투자하기 시작했다.
독서까지는 어떻게든 버텼다.
216학파의 가르침, 스키마 구조도, 강기분에서 다진 감각. 그 모든 것을 잠시 내려놓고 나는 오직 하나에 집중했다.
"막아라.(대변을)"
하지만 문학에 진입한 순간 전황은 급격히 악화되었다. 배 속의 '무력 시위'는 '독립 전쟁'으로 변질되었고 고통은 어느새 설사라는 최종 형태로 진화했다. 그것은 더 이상 참을 수 있는 생리 현상이 아니었다. 괄약근의 방어선을 비집고 현실 세계로 강림하려는 재앙이었다.
결국 나는 결단을 내렸다.
문학을 버리고 인간의 존엄을 지키기로.
감독관에게 양해를 구한 뒤 나는 시험지를 뒤로하고 화장실을 향해 뛰쳐나갔다. 그 순간 내 머릿속에는 정답률도 등급컷도, 선지도 없었다. 오직 배출뿐이었다.
그리고 화장실에서 벌어진 일은 가히 빅토리아 폭포에 견줄 만했다.
웅장했고 압도적이었으며 멈출 줄 몰랐다.
대략 10분 이상 나는 국어 시험장이 아닌 전쟁 진압 현장에 있었다.
급한 불을 끄고 시험장으로 복귀했을 때 이미 전장은 불타고 있었다. 남은 시간을 끌어모아 어떻게든 풀어보려 했지만 문학 2지문은 그대로 전사했다. 심지어 풀었던 지문들마저 배아픔의 여파로 집중력이 박살 나 정답률이 떨어졌다.
그날 나는 216학파와 강기분 문학의 명예를 드높이기는커녕 바닥에 쳐박으며 처참히 패배했다.
문학에게 진 것이 아니었다.
내 장에게 졌다.
이번 6모를 통해 나는 중요한 교훈을 얻었다.
다음 고사부터는 병원에 가서 약을 처방받을 것이다.
그리고 앞으로는 철저히 약물에 의지하는 삶을 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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