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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 박민준 [1093728] · MS 2021 · 쪽지

2026-05-26 22:27:23
조회수 237

[칼럼] 잉태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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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어는 재능이다 - https://orbi.kr/00078416645

- 이전 글과 연결되는 부분이 있음. 읽고 오면 더 깊은 이해가 가능할것임.



생각은 텍스트의 자손이다.


텍스트에 반응해 텍스트의 자식을 잉태하라


이 글에서 생성 가능한 모든 생각을 잉태하겠다는 마인드로 글을 읽어라


의도된 반응점에서 의도된 반응을 통해 의도된 생각의 잉태에 성공하면 문제는 풀린다.


??? : 아니 대체 반응은 뭐고 생각을 잉태시킨다는게 뭔말이냐?


아래 문장을 읽고 질문에 대한 답을 간단히 생각해보자.


1. 이런 '일인 주식회사'에서는 일인 주주가 회사의 대표 이사가 되는 사례가 많다.

2. 이처럼 일인 주주가 회사를 대표하는 기관이 되면 경영의 주체가 개인인지 회사인지 모호해진다.


Q. 대표이사는 기관인가?


??? : 똥싸고 있네 ㅋㅋ 대표이사는 사람이 하는건데 그게 어떻게 기관ㅋㅋ


축하한다. 당신은 아직 깨어나지 않은 '무반응자'이다. 꼭 이 글을 끝까지 읽길 바란다.

저 두 문장을 보고, '반응자'의 머릿속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날까?


논의를 더 이어가기 전에, 지문에 의식적으로 반응하면서 다시 지문을 읽어볼거다. 우선 "이처럼"이라는 접속사의 존재의미를 생각해보고, 2번 문장에서 "대표이사"에 대응될 수 있는 부분을 찾으면서 다시 읽어보자.

2번 문장에서 '대표이사'와 대응시킬 수 있는, 연결시킬 수 있는 부분은 어디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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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이라는 접속사의 의미를 생각해볼때, "회사를 대표하는 기관"="대표이사"로 연결시키는게 맞지 않을까?


[연구 근거 — "이처럼" — 접속사가 강제하는 연결 추론 [2]]  Halliday & Hasan(1976, Cohesion in English, Longman)은 접속어(conjunction)가 독자로 하여금 이전 텍스트와의 의미 연결을 요구하는 결속 장치(cohesive device)임을 분석했다. "이처럼/thus" 류의 접속어는 "앞의 내용이 바로 지금 이 문장의 근거 또는 사례"라는 의미 관계를 신호하여 독자에게 연결 추론(bridging inference) 생성을 강제한다. 즉, "이처럼"을 읽는 순간 독자는 자동적으로 앞 문장으로 되돌아가 의미를 연결해야 하는 인지적 요구를 받는다. 이것이 이 글에서 말하는 "반응점"의 언어학적 근거다.


만약 이해가 안된다면 쉬운 예시를 하나 들어보겠다.

1. 민준이는 겁나 짱짱 멋진 사람이다.

2. 이처럼 공부도 잘하고 마음씨도 착하고 칼럼도 야물딱지게 잘쓰는 사람은 흔하지 않으니 지금 저점매수 해두자.

3. 이처럼 겁나 짱짱 멋진 사람은 흔하지 않으니 지금 저점매수 해두자.


어떤가? 2번 문장과 3번 문장이 다르다고 느껴지는가? 당연히 아니지. 걍 똑같은 말인데 "겁나 짱짱 멋진 사람"을 "공부도 잘하고 마음씨도 착하고 칼럼도 야물딱지게 잘쓰는 사람"으로 바꿔서 써놓은거 뿐이잖아.

위 내용도 똑같다. 우리가 평소에 생각하는 일상적 의미의 "대표이사"와는 다소 괴리가 느껴질 수 있어도, 적어도 이 지문에서의 "대표이사"는 "기관"이라고 보는게 맞는거다.


의식적으로 정보를 처리하려고 하니, 생각의 생성이 조금 수월하게 이뤄지는 것 같지 않나?


위 행동을 수행하기 전의 무반응자(=당신)은 이 상태이다.


무반응자의 머릿속

이런 '일인 주식회사'에서는 일인 주주가 회사의 대표 이사가 되는 사례가 많다.

이처럼 일인 주주가 회사를 대표하는 기관이 되면 경영의 주체가 개인인지 회사인지 모호해진다

-> ….


반응자의 머릿속

1. 이런 '일인 주식회사'에서는 일인 주주가 회사의 대표 이사가 되는 사례가 많다.

2. 이처럼 일인 주주가 회사를 대표하는 기관이 되면 경영의 주체가 개인인지 회사인지 모호해진다

-> '일인 주주'가 대표이니까 '일인 주식회사'라고 개념의 이름이 설정된 거겠지

-> 일인 주주가 대표이사 하는건 너무 당연한 거고

-> 어 근데, "회사를 대표하는 기관"이란게 뭐지? 이런 개념이 있었나?

-> 이 생각을 하고 보니까, "이처럼"이란 접속사가 눈에 들어오네, 윗 문장이랑 연결지으면, 일인주주=대표이사=회사를 대표하는 기관 으로 연결할 수 있겠다.


이런 느낌임. 무반응자의 독해가

텍스트 -> 무의식적 처리

여기서 끝이라면, 반응자의 독해는 이렇다

텍스트 -> 무의식적 처리 -> 의식적 정보 처리(=반응) -> 새로운 정보 생성


[연구 근거 — 새로운 정보 생성 — 상황 모델 구성으로서의 독해 [3]]  Kintsch(1988, Psychological Review, 95(2), 163–182)의 구성-통합 모델은 독해가 텍스트 표면을 그대로 재현하는 "텍스트 기반(text base)" 수준과, 독자가 정보를 능동적으로 연결·통합하여 새로운 의미를 구성하는 "상황 모델(situation model)" 수준으로 구분된다고 설명한다. 이 글의 "무반응자"는 텍스트 기반 수준에 머무르는 것이고, "반응자"가 "일인주주 = 대표이사 = 회사를 대표하는 기관"이라는 새로운 연결을 만들어내는 것이 바로 상황 모델 구성에 해당한다. Kintsch는 텍스트를 아무리 정확히 기억해도 상황 모델을 구성하지 못하면 진정한 이해에 도달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연구 근거 — 무반응자 vs 반응자 — 자동적 처리와 통제적 처리 [1]]  이 글에서 말하는 "무반응자(텍스트를 그냥 흘려읽는 것)"와 "반응자(의식적으로 멈추고 연결하는 것)"의 구분은 인지심리학에서 Schneider & Shiffrin(1977)이 체계화한 자동적 처리(automatic processing)와 통제적 처리(controlled processing)의 구분과 정확히 대응한다. 자동적 처리는 주의나 노력 없이 병렬적으로 이뤄지며, 통제적 처리는 의도적 주의와 인지 자원을 요구하며 직렬적으로 이뤄진다. 이 논문은 *Psychological Review, 84*(1), 1–66에 게재된 인지심리학의 핵심 문헌이다(DOI: 10.1037/0033-295X.84.1.1). 텍스트를 그냥 읽을 때 이뤄지는 처리는 자동적 처리에 가깝고, 멈춰서 접속사의 의미를 짚고 문장 간 연결을 의식적으로 시도하는 것은 통제적 처리가 개입하는 것이다.


나같은 경우에는, ㅈㄴ 수다스럽고 궁금한게 많은 또 하나의 박민준이 같이 글을 읽는 느낌임. 얘가 말이 많다 = 의식적 반응을 통한 생각의 생성이 원활하게 이루어진다로 이어지는 느낌.


이 글을 읽는 당신도 느끼지 않았는가? 걍 무지성으로 저 두 문장을 읽을때와, 필자가 제시한 가이드를 따라서 "의식적으로" 텍스트에서 생각을 출산시키려는 시도를 했을 때, 독해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막상 멈춰 서서 생각을 뽑아내려는 의식적인 노력을 가하면, 그렇게까지 어려운 생각은 아니라는 것까지도.

[연구 근거 — 의식적으로 멈추는 훈련이 독해력을 올린다 — McNamara (2004) [4]]  McNamara(2004, Discourse Processes, 38(1), 1–30)의 자기-설명 읽기 훈련(SERT)은 읽는 중간에 의식적으로 멈추고 지금까지 읽은 내용을 스스로 설명하도록 훈련하는 개입이다. 이 연구는 SERT 훈련이 사전 지식이 낮은 독자의 독해 이해도를 통제 조건 대비 약 2배 향상시켰음을 보였으며, 핵심 기제는 문장 간 관계를 스스로 연결하려는 능동적 노력(bridging inference)이었다. 이 글에서 "반응자"가 "이처럼"을 보고 멈춰서 앞 문장과 연결하는 행동이 바로 이 원리와 일치한다. "의식적 반응"은 훈련을 통해 기를 수 있는 능력이다.


지금까지의 모든 평가원 지문은, 특정한 지점에서 특정한 생각을 잉태시키는데 성공하면 문제는 무조건 풀리게 되어있다. 왜? 선지에는 우리가 출산시킨 그 생각이 그대로 박혀 나오거든.


자그마치 정답률 28%를 기록하게 만든 정답선지이다. 어떤가? 우리가 출산시킨 생각이 그대로 박혀 나오지 않았나? 참고로 이 문제 2번 선지의 선택률은 32%로, 정답선지보다도 높은 오답률을 보여준다. 1,2번 선지를 제외한 선지들은 무반응독해로도 해결 가능한 선지들이어서, 사실상 1,2번 두 개중에서 고민하다, 

"똥싸고 있네 ㅋㅋ 대표이사는 사람이 하는건데 그게 어떻게 기관ㅋㅋ" 

이러고 결국 2번 찍은 친구들이 더 많다는거


애초부터 지문을 쓸 때, 지문 내부에서 저러한 생각이 잉태되는 구조로 글을 써놓고 우리한테 물어보는거다.


"너 여기서 반응했어?"

"'대표이사의 개념'이라는 새로운 생각을 문장간 유기적 연결을 통해 잉태시켰어?"


이 생각을 못하고 저 선지를 보면,


"똥싸고 있네 ㅋㅋ 대표이사는 사람이 하는건데 그게 어떻게 기관ㅋㅋ"


정확히 이 사고과정을 거쳐서 무조건 옳지 않다고 판단할 수 밖에 없다.


애초에 니가 이 선지를 판단할 수 있는지 없는지는 지문 다 읽고 문제 드가서 고민하는 시점이 아니라 지문의 저 반응점, 저 두문장을 읽는 순간 너의 반응 유무에 의해 결정되어 있는거지.


우리가 객관식 수학문제 15번 풀 때 조건해석 안하고 3번이랑 4번 둘중에서 고민하지 않잖아.

 선지 자체는 아무 의미가 없고, 주어진 조건과 상황을 해석해내서 결론값을 미리 도출해내고, 선지에선 그 결론을 고르면 되는 구조인거니까. 


국어도 똑같다. 지문 읽을 때 출제자가 의도한 반응점에서 의도한 반응(=생각)을 잉태해내지 못하면 걍 냅다 시간 박거나 틀리게 되는 구조인 것임. "대표이사는 주식회사를 대표하는 기관이다"라고는 지문 어디에도 안나와있거든.


겉보기에는 이런 구조지만, 실제론 이렇게 지문속에 문제(생각을 잉태 가능한 문장)가 숨어있고, 선지엔 그 문제에 대한 답변(잉태해야했던 생각) 들이 제시가 되어있는 것임. A는 우리가 알아서 생성해내야 하는 거고.


여기까지가 필자가 주장하는 수능 국어의 본질, "잉태독해"다.

당신의 독해는 어떠한가? 지문과 반응하며 출제자가 요구한 생각들을 잉태하고 있는가? 아니면 그냥 멀찍이 지문을 바라보면서 무의식적인 독해를 일삼고 있지 않나?


선지가 두 개가 남거나, 문제풀이에서 시간을 많이 쓰게 되는 이유 대부분은 문제 자체가 어려워서가 아니다. 지문을 읽으며 적절한 반응점에서 적절한 반응을 통해 잉태시켜야 했던 생각을 잉태하지 못했기 때문이지. 잉태하지 못한 생각이 그대로 선지로 박혀나오니까 판단이 안되는거고.


지문에 반응해라

그리고 생각을 잉태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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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석 — 논문 실존 및 정합성 비판적 검토

[주 1] Schneider & Shiffrin(1977) — 정합성 유의사항: 이 논문은 원래 시각 탐색 과제(visual search)를 대상으로 한 실험 연구이다. "독해 중 의식적 반응"에 이 이론을 적용하는 것은 유추적 확장이며, 논문이 독해를 직접 다루는 것은 아니다. 다만 자동적/통제적 처리라는 개념 자체는 인지심리학 전반에서 독해를 포함한 모든 인지 과제에 적용되는 이론 틀로 확립되어 있으므로, 이 글의 무반응자/반응자 구분에 대한 이론적 배경으로서의 정합성은 충분하다. PDF는 ResearchGate에서 확인 가능하나 APA 유료 접근이 필요할 수 있다(Academia.edu 로그인으로 열람 가능).

[주 2] Halliday & Hasan(1976) — 정합성 유의사항: 영어 텍스트를 대상으로 한 이론이나, 한국어 "이처럼"의 기능도 동일한 인지적 요구(이전 텍스트로 돌아가 의미 연결)를 부과한다는 점에서 적용 가능하다. 단행본으로 무료 PDF 공개본은 없으며 대학 도서관 소장본으로 확인 가능하다.

[주 3] Kintsch(1988) — 이전 칼럼에서도 사용한 논문. 이 글에서 "새로운 정보 생성"으로 묘사하는 것은 Kintsch의 상황 모델 구성과 정확히 대응한다. APA PsycNet에서 원문 확인 가능(DOI: 10.1037/0033-295X.95.2.163).

[주 4] McNamara(2004) — 이전 칼럼에서도 사용한 논문. "의식적으로 멈추고 설명하는 훈련"의 효과는 사전 지식이 낮은 독자에게서 가장 명확하게 나타난다는 제한이 있다. 수능 독서 상황(생소한 지문)에서는 이 전략의 적용 논리가 충분히 지지된다. ERIC PDF 무료 확인 가능.

참고 문헌

[1] Schneider, W., & Shiffrin, R. M. (1977). Controlled and automatic human information processing: I. Detection, search, and attention. Psychological Review, 84(1), 1–66. DOI: 10.1037/0033-295X.84.1.1  | 

[2] Halliday, M. A. K., & Hasan, R. (1976). Cohesion in English. Longman.  

[3] Kintsch, W. (1988). The role of knowledge in discourse comprehension: A construction-integration model. Psychological Review, 95(2), 163–182. DOI: 10.1037/0033-295X.95.2.163 

[4] McNamara, D. S. (2004). SERT: Self-Explanation Reading Training. Discourse Processes, 38(1), 1–30. DOI: 10.1207/s15326950dp3801_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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