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리와 사상. 아리스토텔레스
게시글 주소: https://orbi.kr/00078365600
1. <질료형상론과 내재적 선>
아리스토텔레스는 플라톤의 초월적 이데아론을 비판하며,
세계가 개별적인 실체(ousia)들로 이루어져 있다는
질료형상론(hylomorphism)을 주장했다.
이는 사물의 본질이자 '무엇임'을 뜻하는 형상(eidos)이
그 사물의 질료(hyle)와 분리되어
초월적인 세계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개별 사물들 안에 내재한다는 존재론적 입장이다.
그렇기에 도덕적 지향의 대상인 '선(agathon, 좋음)' 역시
인간의 삶과 분리된 이데아가 아니라
현실 세계의 구체적인 실천과 행위 속에 내재한다.
2. <목적론: 최고선으로서의 행복>
이러한 내재적 세계관을 바탕으로
아리스토텔레스의 윤리학은 목적론(teleology)적 구도를 취한다.
모든 기술과 탐구, 실천적 선택은 어떤 '선(목적, telos)'을 추구한다.
각각의 행위가 지향하는 선이 상위의 목적으로 연쇄되다 보면,
궁극적으로 다른 무엇의 수단이 되지 않고
그 자체로만 선택되는 자족적(autarkēs)이고 완전한(teleion)
'최고선(ariston)'에 도달하게 되는데,
그것이 바로 '행복(eudaimonia)'이다.
아리스토텔레스의 기능 논변(ergon argument)에 따르면,
행복이란 인간의 고유한 기능인 이성을 탁월하게 발휘하는 상태,
즉 '완전한 덕(aretē, 탁월성)에 따르는 영혼의 활동(energeia)'
으로 정의된다.
3. <영혼의 구분>
인간의 영혼은 크게 이성을 가진 부분(to logon echon)과
이성을 가지지 않은 부분(to alogon)으로 나뉜다.
이성을 가지지 않은 부분은
다시 이성과 무관하게 영양과 성장에만 관여하는 식물적 부분과,
본질적으로는 비이성적이지만
이성의 명령에 설복하거나 저항할 수 있는
감각적·욕구적 부분으로 구분된다.
영혼의 순수하게 이성적인 부분은 '지성적 덕'과 관계하며,
이성의 지시에 순응할 수 있는 욕구적 부분은 '품성적 덕'과 관계한다.
지성적 덕은 주로 가르침과 학습을 통해,
품성적 덕은 이성의 지도를 받는 욕구의
습관화(ethismos)를 통해 획득된다.
이 두 종류의 덕은 독립적으로 작용하는 것이 아니라
온전한 행복을 성취하기 위해 상호작용한다.
4. <지성적 덕>
지성적 덕은 인식 대상에 따라 두 가지로 구분된다.
하나는 영원불변한 대상을 관조(theōria)하는
'철학적 지혜(sophia)'이며,
다른 하나는 보편적인 도덕 원리를 구체적 상황에 적용하여
우리에게 좋은 것이 무엇인지 헤아리는
'실천적 지혜(phronēsis)'이다.
실천적 지혜가 알려주는 최선의 행위는
'중용(mesotēs)'을 겨냥한다.
중용은 산술적 평균이 아닌 '우리에 대한 상대적 중간'으로서
과도함과 부족함이라는 두 악덕 사이의 적절한 상태를 뜻한다.
(다만, 살인이나 간음처럼 그 자체로 악한 감정이나 행위에는
중용이 성립하지 않는다.)
5. <품성적 덕>
품성적 덕은 실천적 지혜의 지도를 받아
감정과 행위에서 중용을 취하려는
확고한 '품성 상태(hexis)'를 의미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품성적 덕이 본성적으로 주어지는 것도 아니며,
본성에 반하여 억지로 생기는 것도 아니라고 말한다.
인간은 덕을 수용할 수 있는 자연적 소질을 지니고 태어나며,
이를 올바른 행위의 반복적인 실천,
즉 중용의 '습관화(ethismos)'를 통해 완성형의 덕으로 발현시킨다.
이 과정을 통해 실천적 지혜와 품성적 덕은
서로가 서로를 완성하는 긴밀한 상보적 관계를 맺는다.
6. <올바른 행위와 유덕자>
아리스토텔레스는 도덕적 행위가 온전한 덕성을 띠기 위한
주체의 내적 조건을 제시한다.
행위가 올바르기 위해서는
단순히 결과적으로 옳은 일을 하는 것을 넘어,
덕 있는 사람이 할 법한 방식으로 행해져야 한다.
이는 행위자가
①자신이 무엇을 하는지 인식(eidos)하고,
②그 행위 자체를 목적으로 삼아 합리적으로 선택(prohairesis)하며,
③확고하고 흔들림 없는 상태(bebaiōskai ametakinētōs)에서
행위해야 함을 의미한다.
이러한 상태에 도달한 유덕자는
실천적 지혜를 통해 선을 정확히 파악함과 동시에
이성에 따르는 확고한 욕구의 습관인 자제력을 갖추고 있다.
7. <비자제와 무절제>
아직 유덕자의 단계에 이르지 못한 주체는
두 가지 도덕적 실패의 상태에 놓일 수 있다.
하나는 옳은 것이 무엇인지 알면서도
욕망에 굴복하여 자신의 선택에 어긋나는 행위를 하는
'비자제(akrasia, 의지의 나약함)' 상태이다.
다른 하나는 무엇이 옳은지에 대한 인식 자체가 왜곡되어
악행을 좋은 것으로 잘못 알고 선택하여 행하는
'무절제(akolasia)' 상태이다.
무절제한 자는 자신의 행위를 악으로 보지 않아 후회하지 않으므로
성품을 고칠 수 없으나,
비자제적인 자는 자신의 행위를 후회하므로
교육과 습관화를 통한 교정의 여지가 있다.
8. <유덕자로의 도정: 모방과 습관화>
아리스토텔레스에 따르면
우리는 '정의로운 일을 함으로써 정의로운 사람이 된다.'
아직 실천적 지혜를 갖추지 못한 자는
이미 덕을 갖춘 자(phronimos)의 행위를
모방(mimēsis)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이 초기 단계에서 행해지는 도덕적 행위는
엄밀한 의미의 '덕 있는 행위'는 아니다.
주체가 실천적 지혜를 갖추고 선택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행위의 습관화(ethismos)를 통해
비이성적인 욕구의 부분이 점차 이성의 명령에 순응하게 되면,
그는 점차 그 행위가 왜 선한지 스스로 깨닫게 된다.
마침내 외적인 강제나 내적인 갈등 없이 기꺼이 중용을 실천하는
확고부동한 품성 상태(hexis)에 도달하면
그는 온전한 유덕자가 된다.
이것이 바로 개별적인 행위자들이 탁월함(aretē)을 체득하여
행복(eudaimonia)이라는 영혼의 활동에 이르는
구체적인 경로이다.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5모 수학 0 1
15 21... 22 29 30 틀 80점 이번 3모 기조를 그대로 이어간건지...
-
드릴이랑 비슷한 난이도 엔제 1 0
있을까요? 정답률이 그렇게 높지는 않은데 확실히 얻어갈게 많아서 지인선 비슷할까요?
-
나 좀 이해간되는 말이 있음 7 0
Xx강사는 노베가 듣기 어렵다 <<< 어려우면 공부 안 할 거임? 노베는 뭐든지 다...
-
서점 존잘남 뭐임 9 5
-
공부 안되는데 피시방 가도 될까요? 11 0
-
경복궁 앞에 윤어게인 집회함 2 0
-
국어 공부 1 0
김동욱 일클이랑 연필통 푸는데 다 풀면 취클로 넘어갈까요 아니면 마닳 풀까요?...
-
수학 0 0
감유지가 ㄹㅇ증요한듯 내신 하느라 공통 안했더니 5모 공통에서 와장창 깨짐..
-
근데 오르긴 올랐는데 기분이 안좋음. 학평이라 그런가.. 아 핸드폰 액정 깨먹어서...
-
홍콩좋드라 14 0
아침에 나무위키에서 놀다가 어쩌다가 문서 건너건너건너가서 홍콩 문서에까지 우연찮게...
-
주식 하지마라. 11 2
주식 하지마라 형은 경고했다.
-
상상 시즌 3 1회 후기 7 1
비문학 어렵고 문학 쉽고 문법 좆같네요 매체는 헷갈리게 낸거 없습니다
-
나스닥하는분들 4 0
담주에 암드 조정올꺼같음? 쏠꺼같음?
-
저는 어떤 과목이든 압도적으로 후자로 공부 해야한다 생각합니다 왜 이미 몇십년치...
-
D-119 1 0
아직도 119일이라니! 비상사태! 누가 119좀 불러줘요
-
안녕 5 1
훈련소 3주차 수료까지반넘엇다
-
순댓국에 소주마렵네 ㄹㅇ 2 0
이 두가지는 같이먹으면 왜 맛날까
-
노래추천해주세요 4 0
-
밴드에서 제일 중요한 포지션이 7 0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저는 드럼이라고생각합니다
-
설거지 장갑에서 물이 새는것 같다 설거지 장갑은 고무 고무풍선 고무풍선에서 공기가...
-
오르다 배송이 잘못된거 같아요 2 2
편지는 없고 책만 있네요 실수하신거 같은데
-
6평때까지 영어 공부할 것.
-
올해 4규 0 0
올해 4규 작년에 비해 어렵나요?
-
법적 절차로 인한 공백기에 온라인 자정 작용을 넘어서는 '사적 제재' 성격의 유포가...
-
5모 기하 후기 1 2
28번 30번은 진짜 수특에 나오는 ㅈ더러운 계산범벅 문제같아서 이딴걸 문제라고...
-
작년9모 99인데 식센모는 거의매번 2페까지 푸는데 15분정도 걸리고 매 시험마다...
-
기술의 가치중립성을 문제삼으면 물리법칙도 문제임 2 0
F=ma가 선할수도 있고 악할수도 있음
-
5개월 쉬고 본 5모 5 0
반수할 생각은 없지만 재미없는 대학공부만 하다가 다시 모의고사 쳐보니 너무 재밌음ㅋㅋ
-
화작 기출 회독 3 0
마닳로 화작 공부하고 있는데 화작 기출 계속 회독할까요 아니면 n제 사서 어려운...
-
학원알바왔는데 2 0
에어팟 안들고와서 심심해서 죽을거같음
-
4분더 저 8만덕~ 글에 댓글 다셈..
-
기술의 가치중립성이 진짜인가? 3 0
기술 하나를 가지고 나오는 모든 결과의 손익을 정량적으로 비교해서 플러스 마이너스...
-
나 왜 8만덕이 있지..? 19 1
분명히 얼마전에 털었는데
-
아직좀 아프긴한데 운동해도 괜찮을까?
-
정시에서 정시 기균이랑 정시 농어촌 전형이랑 뭐가 더 유리한가요??
-
영어 서술방식이 general->specific이라서 부분집합처럼 이해하면...
-
축제 같이볼 사람이 없네 4 1
ㅜㅠ
-
대학 주변 식당에서 알바하다가 대학에서 아는 사람 만나면 어떻게 해요? 5 0
진짜 어떡하죠? 그럼 진짜 죽어버릴 거 같은데
-
3모 3 나왔습니다. 지금 수학과 탐구에 올인했는데 영어를 너무 소홀히해서...
-
그런거같기도한데..
-
지구황들 이거 한번만 알려주셈… 12 0
저거 왜 (나) r/R이 t2/36t1이 아니라 t2/t2+36t1임? 이러면...
-
대성 패스 양도 0 1
메가 패스가 있어 대성 패스를 잘 사용 안하게 되어수능까지 완전히 넘겨드려요교재...
-
명상가 라인 재학 중입니다 한학기 휴학을 했었어서 현재 2-2 재학 중이고...
-
5모 수학 자료 받아가셔 10 4
다들 5모 보느라 고생 많았습니다. 내신 끝난 직후라 더 고생이었을 겁니다. 시험지...
-
이래도 연봉4억 받으면서 일할수있는 대한민국 유일한 직업이라서 ㅇㅇ 여자 손도...
-
어떤 강사분은 잘못 출제된 지문이기에 다루지 않는다던 칸트 지문이 커리 첫 책부터,,,,
-
과외 빠꾸(?) 먹었네요... 12 4
오늘이 첫 수업이라 긴장하면서 초인종 눌렀는데 반응이 없길래 학모님께 전화를...
-
경희대 문과대 근황) 7 2
횡령 사건 터진 걸로 보임 진지하게 반수할까
-
윤리와 사상. 아리스토텔레스 1 2
1. 아리스토텔레스는 플라톤의 초월적 이데아론을 비판하며, 세계가 개별적인...
-
영어교육과 생기부 질문 좀 받아주실 분 있나요?? 0 0
테마별로 제가 생각한 흐름별로 1,2학년 활동다 정리해봤는데 이 방향성이 맞는지랑...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