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부채 전략 (feat. AI, 스테이블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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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 그러니까 현대 신용화폐 체제는 부채로
현재의 시간을 사고, 생산성 향상으로 미래 상환 능력을
만들어내는 체제임. 정부가 돈이 필요해서 발행한 국채를
시중 은행들이 인수하고, 중앙은행이 이를 매입함으로써
현금을 푸는 원리이기 때문에, 돈이 풀린다는 건 동시에
해당하는 가치만큼의 빚이 생긴다는 의미로 해석 가능함.
부채가 발생하지만 그만큼 확보된 유동성으로 투자, 소비
및 인프라가 활성화되고, 기업 이익과 국가 세수의 증가는
곧 부채 감당 능력의 확대로 이어지게 됨.
당연하게도 해당 사이클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려면 빌린
돈보다 더 큰 생산성 증가가 이뤄져야 하는데, 문제는
국가 부채가 늘어나는 속도를 점점 생산능력이 따라잡지
못하게 됐음. 현재 미국의 국가 부채는 진작 30조 달러
이상을 돌파한지 오래고, 연간 부채 이자 비용만
해도 1조 달러 이상임. CBO도 올해 미국의 연방부채가
GDP 대비 약 101%에서 2036년에는 120%까지 상승할
것으로 보고 있고, 순이자비용은 GDP 대비 3.3%에서
4.6%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함. 천문학적 액수의 부채를
상환하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에, 미국은
앞서 말한 흐름대로 GDP, 즉 경제 규모를 키워서 부채
비율을 낮추고 추가로 이자 부담의 완화를 도모해야 함.
GDP를 키우고 생산성을 향상시키기 위한 수단이 바로
투자자들이 그토록 사랑하는 AI임. 미국 입장에서의
AI 투자는 단순히 채찍피티, 잼민이 같은 프로그램을
만들고 나스닥 빅테크 기업들 주가를 띄우기 위함이 아닌,
생산성 정체와 재정압박을 돌파하기 위한 대책이라는 걸
인지해야 됨. 저출산 및 고령화로 노동인구 증가율이
둔화되는 시대적 흐름 속에서 전통적인 방식으로 GDP를
키우는 건 한계가 명확하기 때문에, 결국 AI를 발전시켜
같은 자본으로도 더 폭발적인 산출량을 낼 수 있어야 함.
빅테크 기업들이 엄청난 적자와 빚을 감당하면서까지
AI 인프라에 달려드는 걸 보고 버블 취급하는 사람들의
의중은 충분히 이해하나, 이건 단순한 유행이나 테마가
아닌 미국 경제 시스템의 존망이 달려있는 문제라 마냥
비판만 할 수도 없는 부분임. AI 생산성 혁신이 실패하면
미국은 부채/GDP 비율을 낮출 핵심 성장동력을 잃게 됨.
여튼 AI가 미국의 실물 성장률을 증폭시키는 수단이라면,
스테이블코인은 부채 이자 비용 부담을 완화시켜주는
역할을 담당해줄 수 있음. 물론 앞서도 설명했듯이
부채의 절대액을 줄이는건 어렵고, 낮은 조달 비용과
안정적 국채 수요를 확보하여 향후에도 계속 부채를
굴릴 수 있는 구조를 마련하는데에 의의가 있음.
과거엔 중국, 일본을 비롯한 해외 공공 부문들이 꾸준히
미국채를 사줬었지만, 최근엔 무역 갈등 및 지정학적
위험 등의 요인들로 주요국들의 매각 흐름이 포착되고
있는 상황임. 이에 따라 스테이블코인은 미국 국채의
새로운 수요자로서 중요한 축을 담당할 수 있다는 거임.
전세계 이용자들이 달러 스테이블코인을 매수하면
해당 발행사가 준비자산을 확보하게 되고, 이런 단기
미국채/T-bill의 수요 증가는 단기물 금리 안정에도
기여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궁극적으로 미국 정부의
조달 비용 완화에도 큰 도움을 줄 수 있음.
좀 더 나아가서 통화유통속도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수도
있는데,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양적완화는 직접 통화량을
늘리는 방식임. 허나 현재 미국은 인플레이션과 고금리
부담 때문에 섣부른 금리인하나 대규모 유동성 공급을
진행하기 어려움. 물론 소폭 인하 + 대차대조표 조절을
명분으로 한 제한적 완화는 가능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하지만, 아직까지는 공격적 금리인하가 쉽지 않다는 건
부정 못할 사실임. 그래서 스테이블코인의 도입은 통화량
대신 화폐유통속도를 끌어올리려는 의도와도 연결됨.
금리조절, QE를 통한 통화량 조절이 어렵다면, 추가로
고려해 볼 수 있는 전략은 기존 달러의 거래속도와 결제
효율을 높이는 것임. 스테이블코인 기반의 24시간 365일
글로벌 디지털 결제망은 기존 은행 시스템의 시공간적
마찰을 줄이고, 달러의 회전율을 높이는 수단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생각함. 결국 AI나 스테이블코인이나
둘다 핵심 목적은 미국 부채 이슈 해결에 있다고 보면 됨.
물론 부채를 정면으로 상환해서 해결하기보단, 성장률과
금융 인프라를 통해 부채 비율을 희석시키려는 방식으로.
번외로 필자가 원달러 환율의 장기적 하락 추세를 보는
이유도 미국의 행보와 연관지어 충분히 설명이 가능함.
미국이 원하는 달러패권은 글로벌 결제, 정산, 담보 자산
으로서 달러 시스템의 지배력을 의미하는 거지, 화폐 가치
의 절대적 강세를 뜻하는게 아님. 오히려 지나친 강달러
및 고금리 체제는 미국 수출 기업들의 경쟁력을 약화시킬
뿐만 아니라 신흥국들의 달러 부채 부담 역시 심화시킴.
교역이 둔화되면서 글로벌 유동성이 위축될 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는 미 정부의 차환 비용 증가, 이자비용 부담
확대까지 이어질 우려가 있음. 오히려 미국 입장에서
이상적인 환경은 강달러가 아니라, 달러 사용량과 미국채
수요는 유지 및 확대되면서 금리와 환율이 안정되는
관리된 약달러 구도임. 미국이 부채/GDP 비율을 관리
해야 하는 국면에서 장기적인 원달러 환율은 미국의 부채
조달비용 완화와 글로벌 달러 유동성 회복 흐름 속에서
하락 압력을 받는 그림이 자연스럽다고 필자는 생각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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