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스, 노직, 응분, 자격 오개념 논란 총정리
게시글 주소: https://orbi.kr/00078088244
2023 6평 생윤 9번의 ㄹ 선지 등에서, 롤스, 노직과 자격(응분 등)과 관련된 논란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이 논란은 상당 부분 번역어에서 기인한 것으로 보입니다. 노직의 경우 desert와 entitlement의 차이를 알아야 하고, 롤스는 운 평등주의와의 차이를 알아야 합니다. 일단 선지 ㄹ은 운 평등주의자들이 적극적으로 동의할 만한 내용입니다(밑에서 설명).
사실 선지의 서술이 좀 애매해서 문제 자체가 오류라고 보기는 어려운데, 해설들에 문제가 많으니 수험생들은 그 부분을 정확히 이해해야겠습니다.
일단 알아둬야 할 롤즈와 노직의 핵심적인 공통점이, desert와 소유 격차의 정의 여부는 별개의 문제라는 것입니다. 이는 충격적인 결론인데, 응분과 소유 격차의 정의는 당연히 일치해야 한다는 것이 통념이기 때문이고, 서로 반대로 보이는 롤즈와 노직이 모두 통념을 거부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당연히 근거(출처)와 논거를 제시해야 하는데 글이 너무 길어질 거 같네요.
세계적으로 널리 읽히는 책으로 Swift, Adam. Political Philosophy: A Beginners' Guide for Students and Politicians. 영국, Polity Press, 2019.가 있는데요(2011년에 김비환 교수님이 '정치의 생각'으로 번역도 하셨습니다). Part 1.에 보면 관련된 목차가 세개 있습니다. 제목이 Rawls: justice as fairness, Nozick: justice as entitlement, Popular opinion: justice as desert 입니다. 요약하면 롤즈는 공정, 노직은 entitlement, 대중적 통념은 desert를 정의로 인식한다는 것이고, 롤즈와 노직이 모두 desert에 근거한 정의 개념을 거부한다고 설명되어 있습니다.
"It’s important to see that Nozick does not claim that Wilt Chamberlain deserves the money he gets. To care about people getting what they deserve would be to go along with a patterned distributive principle of precisely the kind that Nozick doesn’t like. The only reason Chamberlain has a justice claim to it – is entitled to it – is because his fans were entitled to their individual 25 cents and they freely chose to give that money to him. Whether he is deserving or undeserving is neither here nor there. If basketball fans for some bizarre reason decided to pay a bit extra to see some completely hopeless player, that player would still be entitled to whatever extra they paid."
(중략)
So Nozick is not offering a defence of market outcomes that appeals to the idea of justice as desert. Rawls, too, from a completely different direction, is hostile to the idea that those whose productive activities can command a high price in the market deserve the money others are willing to pay them. In Rawls’s case, this is essentially because luck plays too great a role in determining how much people can sell their productive activity for. The distribution of natural ability is ‘arbitrary from a moral point of view’, so those blessed with lots of the abilities that others are willing to pay for cannot claim to deserve greater rewards than those who are not. Rawls is thus hostile to what might be called ‘conventional desert claims’, claims such as: ‘Cristiano Ronaldo deserves to earn more than Helen Dawson because he is a hugely talented footballer who gives great pleasure to millions around the world and is thereby able to sell his labour for a very high price, whereas she is a palliative care nurse.’
그런데 골떄리는 건, 맥락에 따라서 entitlement가 권리(권원) 또는 자격으로, desert가 응분 또는 (응분적) 자격으로 번역되기도 한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노직(1974)를 자격권리(entitlement)라고 부르는 논문도 있습니다(임의영. (2007). 사회적 형평성의 정의론적 논거모색: R. Dworkin의 ‘자원평등론’을 중심으로. 행정논총, 45(3), 1-22.).
물론 번역은 일대일 단어대응으로 되는 건 아닌데(베누티 참조).. ㄹ 선지의 정당한 자격이라는 말이 애매하게 해석될 여지가 많습니다. 오해하지는 마세요. 노직은 물론 절차가 정당하다면 운에 따른 결과물에 대해서도 정당한 소유권(향유권)을 가질 수 있다는 것에 강력히 동의하지만, 그 기준이 ‘도덕적 자격(응분)’과는 무관한 것이라고 본다는 겁니다. 그러니까 (앞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정당한 자격을 가지지 않는다'라는 단정적 서술은 틀렸다고 볼 여지가 많습니다. 도덕적 자격이 아니라 정당한 자격이라고 썼기 때문에도 좀 애매해 보입니다. '정당한 자격을 가지지 않는다'라는 말을 그냥 '부당하다고 본다'라고 본다면 당연히 노직은 X라고 보고 넘어갈텐데.. 그렇게 처리하면 롤스 부분을 제대로 설명하기가 어렵습니다.
응분이라는 말 자체가 노직과 롤스에게 아예 상정불가능한 것인지, 개념의 본질상 사후적인 용법으로 쓰일수 있는 것인지, 도덕적 가격과 정당한 자격, 응분이 동일한 게 맞는지 등등 논란이 될 수는 있는데 다 중요하지 않고 관심도 없는 부분인 것 같습니다.
중요한건 노직과 롤스는 모두 응분에 기초한 정의론(통념적)을 명시적으로 거부했다는 것입니다. 이건 둘이 직접 말한 거라서 논쟁의 여지가 없습니다.
이제 롤스를 설명하겠습니다. 교육과정에서 보통 '운 평등주의'를 잘 다루지 않는 것 같은데(이유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롤스의 영향을 많이 받아서 현대에 중요하게 논의되는 관점입니다(드워킨, 코헨 등). 요지는 심플하게, 운에는 도덕적 자격이 없고(단지 무관한 것이 아님), 따라서 재분배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게, 롤즈나 노직과 다르게, 통념의 도덕적 자격이라는 개념을 다시 부활시켜서 분배론을 정당화시켰다는 것입니다.
Desert and responsibility are key concepts in political philosophy, most notably in discussions on justice. It is just that people get what they deserve, and what they deserve seems to have something to do with what they are responsible for. This tenet is as close to a fundamental constant as one can get in practical philosophy, so that even some egalitarians, luck egalitarians, make room for exceptions dictated by it: only differences people are not responsible for should be equalized, differences people are responsible for are not unjust, because they are deserved. (Abad, D. (2011). Desert, Responsibility and Luck Egalitarianism. In: Vincent, N., van de Poel, I., van den Hoven, J. (eds) Moral Responsibility. Library of Ethics and Applied Philosophy, vol 27. Springer. 초록에서 발췌)
그런데 또 골때리는 게, 롤스 자체를 운 평등주의자로 오해하는 경우가 매우 많고 실제로도 되게 유사해보이는 측면이 많아서 구별하기가 어렵다는 것입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이한 작가님(충분히 신뢰할 수 있는 분입니다)이 번역하신 논문을 참조하시면 좋겠습니다. https://civiledu.org/398
논문 제목은 Freeman, Samuel, 'Rawls and Luck Egalitarianism', Justice and the Social Contract: Essays on Rawlsian Political Philosophy (New York, NY, 2006)입니다.
차등의 원칙을 정당화하는 핵심적 논거는, 인센티브의 구조화이지, 운의 중립화(평탄화)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물론 매우 많은 경우에 운 평등주의와 유사한 귀결이 나올 수 있음).
결국 선지 ㄹ은 운 평등주의자의 대표적인 명제(운의 결과물에는 정당한 자격이 없다)를 롤즈와 노직에게 대응시켜서 정오를 물은 것입니다(롤즈 관련해서는 현돌님 해설이 대체로 타당해보임). 굳이 판단을 한다면, 롤즈와 노직 모두 정당한 자격(=응분, desert로 해석)은 운과 무관하기 때문에, 자격이 있다고 단정해도 잘못, 없다고 단정해도 잘못인 유보적 입장이 맞다고 사료됩니다(선지는 단정했으므로 둘다 X여서 최종 정답에는 문제 없음). 맥락상 선지를 선해하자면 현자의돌님 해설처럼, 노직에 대해서는 틀린 서술(응분론은 거부했으나 소유권[entitlement]을 인정했으므로), 롤스에 대해서는 맞는 서술(응분론은 거부했으나 재분배를 인정했으므로)로 볼 수 있겠습니다만, 더 적극적으로 선해하면 노직과 롤스가 모두 맞는 서술(모두 응분론[desert]을 거부했으므로)로 보아서 정답 자체의 오류로 귀결될 가능성도 부정하기 어렵습니다. (유보적 해설을 제외하면) 다수 강사님 해설처럼 둘 다 X가 된다는 해설은 어느 모로 봐도 타당하지 않다고 보입니다(자격이라는 말을 어떻게 해석하더라도 마찬가지). 굳이 따지면 사회적 운이 차등의 원칙 등을 거쳐 정의롭게 분배받은 몫이 있다면, 그에 대해 사후적으로라도 자격이 있다고 볼 수 있지 않느냐?
(이하 보충)
이런 생각을 해볼 수는 있는데 그러한 경우에도 롤스는 합법적 권리(entitlement)를 가진다고 말하지, desert가 생긴다고 말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만일 선지의 정당한 자격= entitlement라고 한다면, 롤즈에 대해서는 불확정적 내용을 단정적으로 부정했으므로 x, 노직은 적절한 서술을 부정했으므로 x가 될 수은 있겠습니다. 만일 그렇다면 ㄹ 선지가 정 반대로, 즉 자격을 가진다고 나왔다면 롤스는 여전히 x, 노직은 o가 될 것입니다. 그걸 의도하고 출제한 건지는 모르겠지만요.
보충할 부분은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07년생#08년생#독학생 오르비의 주인이 될 기회 37 40
-
설맞이에 0 0
27대비 s1 수1 지로함반영이나 삼각함수 22급 새로 들어온 거 꽤 있나요?
-
XDK가 뭔가요? 4 0
이제막 들어온 신입인지라 오르비에 대해서 잘모릅니다.;; 그외에도 알면 유용한것도...
-
우리학교진짜지잡인데 0 2
갓반한테따일걸
-
중앙대 가기 73일차 5 0
안녕하세요 중앙대29학번 부산사나이 이동현입니다 후. 5등급제 1.2부터...
-
저는 1 1
화학자가 될거에요
-
하...우리 학교는 0 0
그냥 갓반고보다 실적 약간 좋은 학교 그 이상 이하도 아녜요
-
나초등학교도안나옴 1 0
7세라서
-
요즘은 1 0
Kiss kiss kiss가 유행이라던데 맞나요
-
정상이죠?
-
샤갈모 개웃김 1 0
샤갈모 덕분에 오늘하루종일우울햇는데 2시간내내 ㅈㄴ웃음ㅋㄲ 손숭 고마워~~
-
이 몸 부활 1 0
REVIVE
-
우리학교는보이지않음 3 0
나는미취학아동이니까
-
안녕하세요. Zola임당. 교재 책으로 제작했습니다^^ 일단 제 모든 강의는 교재가...
-
스타팅블록 부교재 질문 1 0
스블 시작 한 지 얼마 안됐는데 페메도 같이 해야할까요?? 지금 4규 있어서 4규...
-
보닌은 ㅈ반고임 3 0
오늘 학교 수학쌤이 3모 28번 레ㅣ전드로 이상하게 풀어줬는데 학ㅈ교가 ㅈ반이라...
-
20수를 해서라도 0 0
의대를 가라
-
에이 몰라 이젠 3 0
숨기지 않을거야 내 학교를
-
본인학겨는듣보잡임 3 0
안보여
-
08) 오늘의 공부인증!! 10 2
-
그곳이 커짐 2 0
그곳이커짐
-
오늘부터 반수 시작한다 1 0
!!
-
김하온+4cm 2 0
=설국문쟁취
-
아 수특 빵이 진짜 있는 거네 0 0
아 이러면 내가 못 참지 사와야지
-
11년생 인사드립니다. 2 0
안녕하세요.선배님들
-
나도 오르비언들한테 점점 2 0
잊혀져가겠지요즘 아무것도 안하는데오르비도 안들어오게 되네점점 내가 잊혀지는게 무섭다
-
나방금명상했어 3 1
야ㄹㄹㄹ르
-
올해 수능 갠적인 희망.. 0 0
3섶 처럼 공통도 빡빡하게하고 특히 미적을 ㅈㄴ 어렵개 내면 좋겠음.. 미적 만표...
-
뜌땨이님의뻘글력을본받고싶음 2 0
경이로움
-
뻘글의왕 1 1
두댜이
-
하루카가여러명이면 2 0
하루카스
-
토요일에 시간 비는 분 11 1
저희 학교 축제 있어요! 많은 참가 부탁드립니다!!
-
물리고수님들 0 0
시간차풀이로밖에 못푸나요? 풀어주실분 있을까요?
-
정진 또 정진 8 1
오늘 이렇게 한시간동안 정병 쏟아냈으니까 내일은 또 힘차게 나아가봐야겠죠 내일은...
-
야가 복수면 1 0
야스
-
야스 2 1
퍼스 어떻게사람이름이섹스퍼스
-
미취학아동임 1 0
7살인것임 하와와!
-
중학교체스동아리가그립구나. 9 1
내가만든거임 고입실적이 두번째로좋은동아리엿음
-
사실학교안다니는데 7 0
-
여러분 리눅스 쓰실때 6 0
sudo랑 rm -rf는 진짜 조심하세요... 파일 다 날라갑니다
-
휘문고다님 7 0
-
하얀눈이 하얗게 5 0
내맘을 아프게 나를 힘들게해 그댄눈물로 흩어져
-
아빠인서울전전갈수잇엇다는데 0 0
성적이불안정해서 걍 집근처에 전북대전전있다고 거기가버림 아마시립대라인이었던가
-
건동홍 중경외시 문과 갈 바엔 2 4
지거국 전전을 가라 오랜 생각이다
-
수학 질문 4 1
연속이어야하니깐 좌극한 우극한 같다는건 알겠는데 갑자기 왜 f'(x)를 쓰나요 약간...
-
낄낄 리눅스 거부한다 0 0
낄낄낄
-
제고등학겨는어딜까요 17 0
나더해봐야지 1. 남녀공학일반고 2. 남고 3. 여고 4. 영과고 5. 자사고 6....
-
요즘애들은왜케 5 0
까나리액젓을 안 마시지
-
4덮 거의 2주 남음 0 0
시간 빠르다 참
-
쾌변 0 0
히히
그냥 코드원 생윤 개념서, 해설서에 상세하게 설명 나옴. 그거 읽는 게 더 선명하게 이해될 듯
혹시 결론이나 논거를 알려주시면 더욱 감사하겠습니다
다음 글 참조하세요.
https://cafe.naver.com/suhui/26755173
https://cafe.naver.com/suhui/27582210
위 글 보면 코드원님은 김종익 강사 해설이 맞다고 정리해주셨네요.
다음 글도 참조
https://cafe.naver.com/suhui/27729082
감사합니다. 제 요지와는 좀 다르지만 이런 주장이 이미 나와있는지는 몰랐네요.
<그런데 골떄리는 건, 맥락에 따라서 entitlement가 권리(권원) 또는 자격으로, desert가 응분 또는 (응분적) 자격으로 번역되기도 한다는 것입니다.>
이 문장 보고 저는 님이 코드원님인 줄...코드원 교재에 이 내용 그대로 실려 있습니다.
굳이 하나 더 덧붙이자면 right까지 고려해야 합니다. 근데 수험생 입장에서는 모르는게 약인 것도 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