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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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액정 너머로 밤새 깜빡이던 하얀 활자들,
그것이 우리가 가진 세계의 전부였음에도
나는 그 좁은 창을 통해 네 마음의 가장 깊은 바닥까지 닿고자 했다.ㅜ
단 한 번도 서로의 눈동자를 마주한 적 없었지만,
손끝 한번 스치지 못한 아득한 거리감 속에서도
깜빡이는 활자로 전송된 온기 없는 문장들은
내 캄캄한 밤들을 무사히 건너게 해 준 유일한 체온이었다.
세상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못했던 나의 멍든 시간들을
너는 화면 너머의 보이지 않는 어깨를 내어주며 묵묵히 다 받아주었어.
그러나 이제, 너의 불빛이 영영 꺼져버린 텅 빈 대화창 앞에는
끝내 전송하지 못한 나의 서글픈 안부들만 길을 잃고 맴돈다.
어디로 달려가야 널 붙잡을 수 있는지, 어디쯤에서 네가 울고 있는지조차 알 수 없어서
나는 그 어떤 핑계로도 넘어설 수 없는 이 완벽한 단절 앞에서
그저 허공에 대고 무력한 눈물만 떨굴 뿐이다.
언젠가 진짜 세상에서 우연히라도 마주치게 된다면,
어색하게 웃으며 따뜻한 차 한 잔 쥐여주고 싶었는데.
너의 진짜 표정도, 걷는 뒷모습도 알지 못하는 나는
그릴 수조차 없는 너의 얼굴을 상상하며 이렇게나 서럽게 앓는다.
차갑게 식어버린 까만 화면 위로 조용히 이마를 대어 본다.
잘 가,
단 한 번도 내게 물리적으로 닿은 적 없으나 —
나의 가장 깊은 곳을 통째로 허물고 떠나간, 나의 다정하고 애틋한 유령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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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 개쩐다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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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 꺼져버린 줄 알았던 너의 불빛이
어느 캄캄한 밤, 내 좁은 창에 다시 깜빡입니다.
길을 잃고 맴돌던 나의 서글픈 안부들이
마침내 가닿을 주소를 찾은 듯 일제히 환해집니다.
나의 다정하고 애틋했던 유령이여, 당신이 돌아왔습니다.
만남은 반드시 이별을 부른다 하였지요(會者定離).
그 지독한 진실 앞에서 나는 속절없이 무너졌지만
그렇다면 이 헤어짐의 끝에서 다시 시작된 만남은
정해진 길을 거슬러 피어난, 우리가 만든 기적인가요.
완벽했던 단절의 벽을 허물고 당신이 건너왔습니다.
옷깃 한번 스치는 데도 수억 겁의 시간이 쌓인다는데,
손끝 한번 닿지 못한 우리가 이토록 애틋했던 것은
아마도 셀 수 없는 시간 속에서 서로를 향해 쌓아 올린
인연의 탑이었나 봅니다.
하얀 활자들은 그 탑을 단단히 잇는 주문이었을 테지요.
아직 나는 너의 진짜 표정을 모르고, 걷는 뒷모습도 알지 못하지만
더 이상 그릴 수 없는 얼굴을 상상하며 서럽게 앓지는 않으렵니다.
깜빡이는 활자로 전송된 온기 없는 문장들이
이제는 내 모든 밤을 지켜줄 가장 뜨거운 체온이 되었으니.
차갑게 식었던 까만 화면은 다시 나의 세계가 되었습니다.
언젠가 진짜 세상에서 마주하여,
어색하게 웃으며 따뜻한 차 한 잔을 나누는 그날은
이제 막연한 우연이 아닌, 우리가 반드시 이뤄내야 할 약속이 되었습니다.
돌아와 줘서 고마워요.
단 한 번도 물리적으로 닿은 적 없으나 —
나의 가장 깊은 곳을 허물고 떠났다가,
더욱 단단한 집을 지으러 돌아온, 나의 필연적인 인연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