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어휘력 공부? 3모 직전에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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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지문을 읽다가 초반부터 멈추는 학생들이 있습니다.
문장이 길어서도 아닙니다.
배경지식이 부족해서도 아닙니다.
의외로 학생들을 가장 먼저 멈추게 하는 것은 낯선 어휘입니다.
그리고 처음 보는 말이 나오면 학생들은 곧바로 불안해집니다.
“이건 내가 몰라서 못 풀겠다.”
“법 지문은 원래 어려운 거다.”
이렇게 생각해 버립니다.
이에 대한 해결책을 찾아보면 대부분 어휘력이 중요하다는 말들을 하죠.
그런데 저는 독서에서 이 지점을 조금 다르게 봅니다.
물론 어휘력이 중요하지 않다는 뜻은 아닙니다.
시험장에서 정말 필요한 것은 낯선 어휘가 나왔을 때 지문 안에 주어진 정보로 그 의미를 추론해 내는 역량입니다.
국어의 출제 범위는 광범위한데, 그걸 다 커버하기 위해 어휘를 공부하는 행위는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격이니까요.
이걸 가장 잘 보여 주는 예시가 2023년도 수능 불확정 개념 지문과 2020학년도 9월 모의평가의 점유·소유 지문 1문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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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휘의 추론
법령의 조문은 대개 ‘A에 해당하면 B를 해야 한다.’처럼 요건과 효과로 구성된 조건문으로 규정된다. 하지만 그 요건이나 효과가 항상 일의적인 것은 아니다. 법조문에는 구체적 상황을 고려해야 그 상황에 ⓐ 맞는 진정한 의미가 파악되는 불확정 개념이 사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개인 간 법률관계를 규율하는 민법에서 불확정 개념이 사용된 예로 ‘손해 배상 예정액이 부당히 과다한 경우에는 법원은 적당히 감액할 수 있다.’라는 조문을 ⓑ 들 수 있다. 이때 법원은 요건과 효과를 재량으로 판단할 수 있다.
법령의 조문은 대개 'A에 해당하면 B를 해야 한다.'처럼 요건과 효과로 구성된 조건문으로 규정된다.
-> 처음부터 친절하게 예시를 던져줍니다.
법 지문이라 긴장할 수 있지만, 평가원은 곧바로 A와 B로 바꿔서 틀을 잡아 줬네요.
여기서 우리는 일단 이렇게 처리해야 합니다. 일반적인 서술과 구체적인 예시는 연결해야 하니까요!
요건 = A
효과 = B
아직 '요건', '효과'라는 말이 완전히 익숙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지금은 용어를 사전적으로 완벽히 아는 것보다, 문장 속에서 왜 그게 쓰였는지를 아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하지만 그 요건이나 효과가 항상 일의적인 것은 아니다.
-> 자, '하지만'이 나왔습니다. 역접의 접속사군요! 그럼 앞에서 잡아 둔 단순한 구성과 반대되는 요소가 제시될겁니다!
그런데 같은 전환어라면 그 뒤가 어디로 튀어 나갈지 모르지만, 역접이기에 반대되는 것이 나올 것임을 알 수 있죵
앞문장에서는 법조문을 A→B의 구조로 단순하게 설명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그 요건이나 효과가 항상 ‘일의적’이지는 않다고 합니다.
여기서 ‘일의적’이 조금 낯설 수 있습니다.
하지만 굳이 멈출 필요는 없습니다.
뒤에 설명이 나올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법조문에는 <구체적 상황을 고려해야 그 상황에 맞는 진정한 의미가 파악되는> 불확정 개념이 사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 '때문이다'에 집중합시다. 바로 뒤에서 이유를 설명해 줍니다. 아까 ‘일의적이지 않다’고 했던 이유가 여기 나오네요.
이 문장을 처리해 봅시다.
구체적 상황을 고려해야
→ 그냥 문장만 보고 바로 뜻이 고정되는 게 아니라
그 상황에 맞는 진정한 의미가 파악되는
→ 상황을 봐야 정확한 의미를 알 수 있고
불확정 개념
→ 그래서 의미가 처음부터 확정되어 있지 않은 개념
이라고 정리할 수 있겠습니다.
즉 여기서 '불확정'이라는 말을 몰라도 B하는 A로 제시된 정의를 보며 어느정도 추론할 수 있습니다.
불확정 개념
= 구체적 상황을 고려해야
= 그 상황에 맞는 진정한 의미가 파악되는 개념
이라고요.
그런데 여기에서 아직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경우를 대비해 평가원은 친절하게 뭔가를 더 줍니다.
개인 간 법률관계를 규율하는 민법에서 불확정 개념이 사용된 예로 ‘손해 배상 예정액이 부당히 과다한 경우에는 법원은 적당히 감액할 수 있다.’라는 조문을 ⓑ 들 수 있다.
→ 이제 예시를 줍니다. 추상적으로 말만 하던 것을 실제 조문으로 보여 주네요. 항상 일반적인 서술과 구체적인 예시는 연결합시다!
그럼 우리는 다시 아까의 틀로 돌아가면 됩니다.
"A에 해당하면 B를 해야 한다."
이 구조에 맞춰 보면,
A = 손해 배상 예정액이 부당히 과다한 경우
B = 법원은 적당히 감액할 수 있다
가 되겠죠???
자, 그런데 여기서도 낯선 표현이 있습니다.
'부당히 과다한'
'적당히 감액'
이 말들은 숫자처럼 딱 잘라 정해진 말이 아닙니다.
예를 들어 100만 원이면 무조건 과다한지,
200만 원이면 무조건 적당한지,
이런 식으로 바로 확정되지 않죠.
이 예시는 '아, 불확정 개념이라는 게 바로 이런 식으로 쓰이는구나'를 보여 주는 것입니다.
요건 쪽에서도 '부당히 과다한 경우'라는 표현의 상황을 따져 봐야 하고,
효과 쪽에서도 '적당히 감액할 수 있다'라는 표현이 얼마만큼 줄일지 기계적으로 고정되어 있지 않네요.
요건도 바로 확정되지 않고
효과도 바로 확정되지 않습니다.
이때 법원은 요건과 효과를 재량으로 판단할 수 있다.
-> 자, 이 문장이 앞의 예시를 정리해 주는 결론입니다.
아까 예시에서 무엇이 '부당히 과다한지' 또 얼마나 '적당히 감액'할지는 법원이 판단한다고 했죠?
그 판단의 방식이 바로 재량입니다.
여기서 재량이라는 어휘의 뜻을 굳이 알아야한다 외워가자는 것도 아닙니다.
일단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정도로 파악하고 가거나.... 정말 모르겠다면 앞의 추론을 통해 '재량'은 바로 확정되는 것이 아니다!라고 연결지어 추론하고 넘어가는 겁니다.
실제로 아래의 3, 4문단에서 재량의 뜻을 파악할 기회를 줬죠....
불확정 개념은 행정 법령에도 사용된다. 행정 법령은 행정청이 구체적 사실에 대해 행하는 법 집행인 행정 작용을 규율한다. 법령상 요건이 충족되면 그 효과로서 행정청이 반드시 해야 하는 특정 내용의 행정 작용은 기속 행위이다. 반면 법령상 요건이 충족되더라도 그 효과인 행정 작용의 구체적 내용을 ⓓ 고를 수 있는 재량이 행정청에 주어져 있을 때, 이러한 재량을 행사하는 행정 작용은 재량 행위이다. 법령에서 불확정 개념이 사용되면 이에 근거한 행정 작용은 대개 재량 행위이다.
행정청은 재량으로 재량 행사의 기준을 명확히 정할 수 있는데 이 기준을 ㉠ 재량 준칙이라 한다. 재량 준칙은 법령이 아니므로 재량 준칙대로 재량을 행사하지 않아도 근거 법령 위반은 아니다. 다만 특정 요건하에 재량 준칙대로 특정한 내용의 적법한 행정 작용이 반복되어 행정 관행이 생긴 후에는, 같은 요건이 충족되면 행정청은 동일한 내용의 행정 작용을 해야 한다. 행정청은 평등 원칙을 ⓔ 지켜야 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잠깐 이렇게 그읽그풀도 좋지만 구조독해도 써먹을 수 있지 않을까요??
아래 예시를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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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조적 처리 # 어휘의 추론
물건을 사용하고 있는 사람이 그 물건의 주인일까? 점유란 물건에 대한 사실상의 지배 상태를 뜻한다. 이에 비해 소유란 어떤 물건을 사용·수익·처분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 상태라고 정의된다. 따라서 점유자와 소유자가 항상 일치하지는 않는다.
물건을 사용하고 있는 사람이 그 물건의 주인일까?
-> 여기에서 질문을 줬으니, 분명 뒤에 대답이 나올겁니다. 그런데 이 질문-대답의 구조에 Q와 A만 쓰는 것이 구조독해일까요? 우리는 구조적 처리와 예측을 사용해야 합니다.
처리부터 생각해봅시다! 질문이 오면 지연형으로 대답이 올 수 있고, 즉각형으로 대답이 올 수도 있습니다.
납득하려면 다른 문장을 통해 왜 이 문장이 제시되었는지에 대한 연결이 필요합니다.
따라서 아직은 납득까지 도달할 수는 없을 것 같네요?
그러면 구조적 예측을 활용해봅시다! 질문이 나왔으니 구체화하는 재질문 혹은 대답이 나올겁니다.
질문을 다시 쪼개서 봐봅시다.
질문: 물건을 사용하고 있는 사람 = 물건의 주인
이러한 상황에서 대답은 그 사람이 주인이다 아니다 라고 대답해야 합니다.
점유란 물건에 대한 사실상의 지배 상태를 뜻한다. 이에 비해 소유란 어떤 물건을 사용·수익·처분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 상태라고 정의된다.
이때, 뒤에서 갑자기 개념을 정의합니다. 아니 지금 질문에 대한 답변이전에 개념을 끼워넣었네요?
지연형일테니 이 부분을 알아야 뒤의 대답이 무슨 말인지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점유 = 물건에 대한 사실상의 지배 상태
소유 = 어떤 물건을 사용·수익·처분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 상태
여기서 이제 '지배'가 무슨 말인지 모르겠습니다 ㅜㅜ
해봤자 세상을 지배하겠다! 이런 대사에서 보던거니까요...
뒤의 소유는 무슨 권리를 가진다는데 사용과 처분은 알고 있으나 수익이 뭔가 애매합니다.
일단 처리하며 정의가 제시된 것은 확인했으니 넘어가봅시다.
따라서 점유자와 소유자가 항상 일치하지는 않는다.
어라? '따라서'를 보니 결론을 제시했습니다! 이게 대답인것 같은데요?
대답: 점유자 ≠ 소유자
자, 여기서 분명 우리는 질문과 대답이 대응된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러면 이 문장에 앞선 질문에 대한 대답을 한 것일테니 연결해서 납득해봅시다.
질문: 물건을 사용하고 있는 사람 = 물건의 주인
대답: 점유자 ≠ 소유자
'사용하는 사람을 점유자라하고 물건의 주인을 소유자라고 하는거구나!' 라는 결론에 도달할 수 있죠..
그리고 이때, 아래에서 위로 연결이 가능합니다!
그리고 개념을 쌓아 올려줄 수 있어요. 마치 초딩때 갖고 놀던 쌓기나무처럼요.......
점유 = 물건에 대한 사실상의 지배 상태 (물건의 사용)
소유 = 어떤 물건을 사용·수익·처분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 상태 (물건의 주인)
처음에 '사용·수익·처분'의 '사용'에 집착하다가 물건을 사용하는게 소유인가? 하는 착각에 빠졌더라도, 이렇게 처리하고 납득을 해서 그런 실수를 수정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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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오늘은 가볍게 그읽그풀과 구조독해를 동시에 활용해서 어휘를 추론하는 것을 봤습니다.
단어 -> 문장 -> 문장 간 연결 -> 문단 -> 문단 간 연결 -> 구조 -> 글의 흐름(축)
까지 하나씩 털어보려 합니다.
오늘은 단어에 대한 추론을 가볍게 다루었습니다.
아참 가끔 독서 FOCUS를 여쭤보시는 분들이 계셔서 첨언합니다!
제 책에서는 그읽그풀과 구조독해만을 다룰 생각은 없습니다.
그런 책은 시중에 널리고 널렸으니까요.
지문이라는 현상에 집중하는 책은 많기에, 지문과 문제 그리고 사고까지 다루는 책을 내려고합니다.
처리/납득/이해, 어디까지 생각할 것인가, 어떤 주요 정보를 머릿속에 남겨갈 것인가를 다루고, 지문과 선지의 복귀 타이밍, 문제를 통한 역이해, 완급 조절, 불완전한 이해를 전제한 문제 풀이 등을 다루는 책이 될 겁니다.
시중의 책들은 그저 지문 자체에 대한 것만 다루었지만, 이번에 나올 제 책은 우리들의 제한된 사고와 시험장의 압박으로 인한 이해의 불완전함을 전제하고 문제를 다룹니다.
다음에는 문학 FOCUS의 고전시가 파트 체화 강의 겸 칼럼으로 돌아오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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