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X새끼
게시글 주소: https://orbi.kr/00077976798
또라이라 불린 사나이
저는 재수할 때 특이한 행동을 많이 했습니다. 친구들은 매번 저에게 그렇게까지 하는 이유가 뭐야?라고 했지만, 수능이 끝난 이후에는 너처럼 하니까 서울대를 가는구나라고 말할 정도였죠.
간절하면 행동하게 된다.
저는 간절했습니다. 그래서 행동했습니다. 누구보다 간절했기 때문에 다른 학생들이 하지 않을 행동들을 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죠. 물론, 남에게 민폐를 끼치는 그런 행동은 아니었구요.
그 중에 하나가 수학 모의고사 2회분을 쉬지 않고 연속으로 푸는 연습이었습니다. 혹시 해본 적 있는 학생들이 있나요? 수학 모의고사를 2회분 연속으로 풀면 어떨 것 같나요?
"음.. 충분히 할 수 있는 것 같은데요?"
해본 적이 없는 학생들은 이렇게 말할 수도 있을 거예요. 그런데 해보면 다음과 같은 생각이 절로 나올 거라 예상해 봅니다.
'이 짓을 어떻게 하지..? 그리고 도대체 왜 하지?'
그도 그럴 것이 200분은 3시간 20분이에요. 3시간 20분 동안 쉬지 않고 집중해서 수학 인강을 듣는 것도 벅찬데, 3시간 20분 동안 쉬지 않고 수학 문제를 푼다니요.. 아침 9시에 시작해도 끝나면 점심 먹을 시간인 12시 20분이 될 정도의 시간 동안 풀집중을 하면, 뇌에 경련이 일어나는 느낌이 들 겁니다.
제가 왜 이런 기이한 행동을 한 걸까요? 수학이 좋아서, 수학에 미쳐서 그랬을까요? 그런 건 절대 아닙니다. 뚜렷한 목적성이 있었어요. 저는 재수를 하면서 정말 놓치기 싫은 순간이 있었고, 그 순간을 놓치지 않기 위해 이러한 행동을 했습니다.
최대한 자주 멍청해지세요
멍청해지는 순간을 놓치지 말아야 합니다.
오늘 이야기는 들으면 들을 수록 얘가 왜 이러나.. 싶을 수 있는데, 다 듣고 나면 여러분 또한 여러분이 멍청해지는 순간을 찾기 위해 노력하게 될 거예요. 그래야만 하구요.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 준비한 수능 시험에서 자신의 역량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고 무너지고 마는 원인이 순간적인 판단 미스인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하.. 내가 미쳤었나 진짜 왜 그랬지? 멍청한 X끼.. 시험이 끝나고 이렇게 말할 정도로 말이 안 되는 실수도 저지기도 하죠.

우리는 때때로 컨디션이 좋을 때 우리의 예상보다 더 높은 점수를 받기도 합니다. 그러면 기분이 좋죠. 그런데 반대로 긴장감이나 압박감을 느끼면, 그리고 예상치 못한 상황을 만나면 우리는 우리의 실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해 평균치 이하의 성적을 얻기도 합니다. 이 순간, 우리는 멍청한 버전의 우리 자신을 경험하게 되는 것이죠.
후자의 경험을 하고 싶은 학생들은 없을 거예요. 그렇기에 많은 학생들이 멍청해지지 않는 법에 대해 고민합니다. 긴장을 낮추고 압박감을 안 느낄 수 있는 방법들을 말이죠. 저도 그런 방법들을 알려드린 적이 있구요. 그런데 수능 시험에서 긴장을 아예 안 하고 압박감을 아예 느끼지 않는 게 가능할까요?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저는 제가 멍청해졌을 때 도대체 어떤 짓거리를 하는지를 알고 싶었던 거예요. 분명 멍청해질 거니까요.
집중력 고갈은 축복이다
제가 아주 고급 용어 하나를 알려드릴게요. 세 글자 단어인데요. 잘 듣고, 앞으로도 꼭 기억해 주셔야 할 단어입니다.
나새끼
저는 멍청해졌을 때의 제 자신을 나새끼라고 불렀어요. 시험 중간중간 나새끼로 빙의할 수 있는 확률이 존재했기에, 아니 아주 높았기에, 수능에서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이 나새끼가 실전에서 범할 수 있는 사고오류를 미리 파악해서 정리하는 게 필수라 생각했어요. 그래서 일단 수학 모의고사 한 회를 풂으로써 의도적으로 집중력이 고갈된 상태를 만든 거죠.
네, 나새끼를 소환한 겁니다. 그리고 그 나새끼에게 수학 모의고사 1회분을 풀어보라고 했더니, 아주 되도 않는 실수들을 많이 하고, 원래라면 10의 속도로 풀 수 있는 문제들을 5~6의 속도로 풀더라구요. 이렇게 2회분의 모의고사를 치고난 후에 조금 휴식을 취하고 나서는, 어떤 실수를 했는지, 그리고 원래는 쉽게 풀 수 있지만 집중력이 고갈되었을 때 버벅거리는 구간을 찾아서 메꿔줬어요.
이 방법을 통해 저는 나새끼를 계속 훈련시켰어요. 그러니 점점 나새끼가 발전을 하더라구요. 상황과 컨디션에 따른 변동성이 점점 줄어드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자기가 이전에 했던 판단 미스들을 파악해놓은 상태니까 집중력이 떨어지거나 혼미한 상태에서도 그런 판단 미스들을 하지 않게 되었고, 무엇보다 수학 모의고사 1회분을 푸는 건 하나도 부담스럽지 않더라구요. 100분 동안 풀집중해서 쭉 풀고난 후에도 쌩쌩했어요.
물론 매번 수학 모의고사를 칠 때마다 2회분을 치는 건 권장하지 않습니다. 목적성을 가지고 의도적으로 집중력을 고갈시키는 경험을 해보자는 것이지, 매번 그렇게 하면 다른 공부를 할 때 지장이 가거든요.
이렇게 해보세요
수학 모의고사를 풀기 직전에 시간을 정해놓고 준킬러를 3~5문제 정도 타임어택해보세요. 해설은 볼 필요 없습니다. 못 풀었다면 그 찝찝함을 가지고 바로 수학 모의고사를 풀러 가면 됩니다. 그러면 여러분 안에 있는 나새끼가 수학 모의고사를 풀 때 슬금슬금 기어나올 거예요. 그때 나새끼를 훈련을 시켜주시면 됩니다.
간절하면 행동하게 된다.
여러분 또한 여러분이 멍청해지는 순간을 찾기 위해 노력하게 될 거란 말, 이제 어떤 의미인지 이해가 되시나요? 사실 이 방법은 제가 지금껏 여러분에게 전해온 메시지와 다르지 않습니다. 실패를 통해 배우고, 나의 취약성을 드러내고, 나의 천장이 아닌 바닥의 높이를 높여, 결정적인 순간에 무너지지 않는 우리가 되어야 한다는 메시지와 말이죠.
이번 남은 주말에도 여러분의 바닥의 높이를 높여가는 시간이 되길 바랍니다. 나새끼의 실력을 높임으로써 멘탈이 흔들리는 순간에도 통제력을 잃지 않는 여러분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그래야 여러분들이 쌓아 왔고, 쌓고 있는, 그리고 앞으로 쌓아갈 시간과 노력의 가치가 온전히 빛을 발할 수 있게 될 것이니까요.
진심으로 응원할게요 :)
칼럼은 매주 연재됩니다
팔로우 해서 놓치지 마세요!
여러분의 좋아요와 댓글은
저에게 언제나 응원이 됩니다
0 XDK (+10,500)
-
10,000
-
500
-
#07년생#08년생#독학생 오르비의 주인이 될 기회 37 40
-
시간차하체근육통 0 0
으악
-
언제냐면 별것도 아닌걸로 근심걱정 하고 있음 부모 잘 만나서 삶을 곱게 살아서...
-
정석준 비대면 질문 0 0
신청하려면 카톡에 말하면 되는거임? 아님lms 가입해야하나?
-
반수 학고반수... 0 0
사범쪽이여서 일단 과 인원수가 적습니다 거의 교수님이 담임선생님? 같은 느낌인데요...
-
『수학 공부법+생각하는 법』 0 0
『생각하는 방법』https://orbi.kr/00078093621 『수학공부 잘하는...
-
근바람 마렵네 0 0
가렌하고싶다
-
김기현 아이디어 0 0
킥오프 끝내고 들을까요? 아이디어랑 병행할까요 4등급 입니덩
-
나도 모르게, 그런 사람이 있을지 있다면 누군지 알고싶지않아?
-
오늘중으로 1분기 마무리쳐야지 2 0
주술회전 막화 넘 재밌어서 돌려보느라고 다른 걸 못 봤네 옷카츠~~ ....그럴...
-
닉네임 투표 받아요 10 0
왜 먹는 것만 닉네임으로 하냐고 돼지냐고 말하면 차단
-
케럭이졌네 2 1
비상인데
-
그냥 기출 두번 돌리고 무한 실모 풀었음
-
본인이 투자자인지 트레이더인지 명확히 정해놓을 필요가 있음 1 1
노파심에 쓰는 글이지만 필자는 트레이딩과는 거리가 멂. 오랫동안 제 글들을 봐오신...
-
“학자금대출 받아 주식하는 친구, 말릴까요”...빚투가 흔해진 대학 캠퍼스 3 0
자녀와 함께 보는 틴매일경제 대학가 분위기가 조금 달라지고 있어요. 요즘은 주식이나...
-
취업 할 때 누구를 더 쳐주나요??
-
상대 정글이 리신 0 1
우디르 대 말파 블라디 대 제라스 케럭 대 칼리타릭 정글 1대1 승리 가능성이 낮고...
-
이공계 정시 '미적분·기하' 사실상 폐지 수순…서울대만 지정 1 0
올해 전국 이공계 학과 정시에서 이과 수학 지정 대학이 1곳에 불과한 것으로...
-
변화란 좋은거야 ㅋㅋ 2 1
살인카직스 출격
-
엥 4 0
12시간잣네 머지
-
인천차이나타운 가볼까 2 0
중국집 가봐야겠군.
-
폴라리스 네비게이터 0 0
지구개념 회독하려고 샀는데 너무 전문적이더라구욥………. 혹시 여기서 좀 더...
-
드래곤라자 0 0
꿀잼
-
3주 간격으로 신간도서 쓱싹하는 재미로간다. 매번 인사하고 너스레떠는 내가 하는...
-
점메추 플리즈! 1 0
학원 끝나고 먹을 거임뇨
-
닉네임 변경 쿨 돌았다 7 4
추천해줘 오늘 바꾸려고
-
작수 미적1틀 공통 3틀인데 4 1
확통런 할까요 반수했는데 미적 작년 9모 96 수능 84입니다
-
이거 좋나요?? 뭐에 씌이는건가여?? 답변 plz ㅠ
-
사실은 책1권 연장 사용 후 8일째 연체 중
-
바보야 0 0
그래 너 말이야
-
이재명 외교 나쁘지 않네 5 1
미국 상대로 방위비? 주한미군 빼보든가 씨발련아를 진짜 하고 있네
-
수능 국어 어떻게 봤지... 수능 국어 문자수가 소설책으로 따지면 몇 페이지 일려나,,
-
우울증약 먹으면 살찐다매 7 3
좆도안쪄서 속상함
-
야호 5 1
90퍼다 90퍼
-
개처웃긴 웹툰 하나 추천 3 0
작가 미친놈임
-
무휴반 3 0
다 12학점 이하로 들으면서 하는거죠? 20학점 넘어가거나 그 언저리면 휴학이...
-
안녕 나 왔어 7 5
보고싶어
-
이원준 문학 어떰 4 0
이원준 독서 들으려고 하는데 어떤곳에서는 이원준 문학은 별로다라고 하길라.. 그래서...
-
Intelligence Activation Trigger 1 0
IAT
-
3모 미적 28,29,30틀린 현역인데 기출을 분석하지 않고 그냥 푼 느낌이 들어서...
-
웹툰 추천 좀 2 0
별이삼샵밖에 안봤는데 그런 느낌으로 재밌는 거 없음?
-
교대는 입결 순위가 상관이 있나요? 서울사람인데 서울교대나 경인교대는 성적이 막...
-
카페인알약 0 0
200미리로 샀는데 하루에 2알씩먹어도 되나요?그리고 집중 잘되나요?
-
홍지운 문학 이원준 독서 0 0
원래는 유대종 듣다가 뭔가 사설이 많아서 넘어가려고 하는데 홍지운은 문학으로 듣고...
-
학원에서 자는 애들 책꽂이에는 대개 생글생감과 국정원이 꽂혀있음ㅋㅋㅋ
-
여친보고 싶당 6 2
흑흑
-
왤캐몸이아픈거지.. 5 1
만성염증을달고사는느낌이야..
-
늦었어늦었어 3 0
-
감명깊은 영상임 꼭보셈 1 0
-
얼버기 7 2
굿모닝
국어5연속실모를 푼 누군가가생각남
헉... 5연속 실모는... 뇌가 녹아 내릴듯...
유명한 사람인가요???

여러 의미로 오르비의 슈퍼스타인 분이 계십니다아 누군지 궁금한데ㅋㅋㅋㅋ 슈냥님이신가..?
미카리님 아시나요
https://orbi.kr/00077215803
아앗.. 메인에서 스쳐가듯 본 적이 있는 듯하네요
보고싶다

음.. 산화된 분인가??한두 번이 아님ㅋㅋㅋㅋ
ㅎㅎ 삐야기님 한 주 잘 보내셨죠~?! 이번 주에도 저는 칼럼으로 출첵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주말 잘 마무리하고 새로운 한 주도 힘내봅시당!!
2주 연속으로 뵈니 좋네용~이렇게 하면
평소에 자주 하는 단순한 계산 실수 같은 것도 줄일 수 있나요?
도움이 될 거예요. 그리고 나중에 올라올 칼럼에서도 언급되겠지만, 쉬는 시간에 수특 예제 유제 STEP 1을 '타임어택'하는 식으로 풀면서 실수 패턴을 미리 파악하는 방법도 있구요 :)
파이널때 하방 높이기 프로젝트(?)에서 잘 써먹을게요 감사합니다

저는 바닥을 높인다고 표현을 하는데 아마 앞으로의 칼럼들도 대부분 그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서 업로드 될 거예용!! 오랜만에 또 들러주셨는데 반갑네요! 자주 뵈어용~~
언제봐도 예쁜 민트 프사 민트 테두리~ 감사드립니다!!! 한 주 잘 마무리하세요 :)글을 정말 잘 쓰시네요

제목의 적당한 어그로+적절한 자료 배치, 색 사용+필력감탄이 나옵니다

ㅎㅎ 더 힘을 내서 활동해 볼게요 감사해요!!제가 그래서 과탐실모 4개를 연달아 풀엇음
크.. 좋은 방법이죠. 탐구는 시간 자체는 짧지만 앞에서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고 오기 때문에 특히나 나새끼를 소환을 하는 식으로 해야 진짜 실력을 파악하기 좋죠!!
제 체감상 수학실모 2개푸는것보다 과탐 4개가 더 힘들더라고요
마감을 지어야 하는 게 4번이나 되니까.. 그렇게 느껴질 수 있을 것 같아요. 마지막에는 3번의 결과(또는 빡침..?)를 짊어진 채로 가야하기도 하구요!
진짜 개멋있습니다 꼭 참고 할게요
감사합니다! 이번 주 칼럼은 조금 전 업데이트 되었답니다 :) 한 주 잘 마무리하세요!
시대 브릿지 타임어택으로 풀다가 실모 풀면 되려나요
+ 30분정도면 될까요? (10~14, 20~21, 28~29 구성)
네 적절해 보이네요! 풀다가 들어가면 확실히 느낌 다를 거예요ㅎㅎ 뇌에 쥐가 날 수도..?
이분 글 ㅈㄴ 맛있고 재밋음 ㅋㅋㅋ
허우적, 허우적..
이번 주 칼럼은 조금 전에 게시되었습니다. 맛있게 드세요~
나새끼ㅇㅈㄹㅋㅋㅋㅋㅋㅋ
2탄도 준비되어 있습니다..ㅎ
감사합니다
여기도 남겨주셨었군요. 감사드립니다!!
글 잘 읽었습니다
제가 생각했을 때 말씀의 요지는 뇌에 의도적으로 부하를 준 후 문제를 풀며 얻은 실수 패턴을 분석해라
인 것 같은데 만약 그것이 조금 개별적인 것이라면 어떻게 해야하나요
특정상황을 잘못 생각하여 다른 상황으로 푼 다거나
수열에서 규칙성을 잘못 생각한다거나 하는 식으로요
뇌의 부하가 없는 상태에서 그렇게 된 거라면, 별개의 영역이긴 합니다. 모든 실수가 뇌의 부하 때문에 일어나는 건 아니니까요! 그런 경우에는 어떤 이유 때문에 그 착각을 했는지 잘 '정리'해두고 모의고사 전후로 보면서 업데이트 시켜주는 걸 추천드립니다. 실제로 저도 그렇게 했고, 제가 상담한 학생들도 이 방법으로 개선이 되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