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광수 『시학』짧은 후기
게시글 주소: https://orbi.kr/00077940145
책은 시의 소재, 비유, 상징 등을 거쳐 시작방법을 경우의 수로 나눠 예시와 함께 설명하고 끝에가서 어떤 작품이 감동을 주는가까지 순차적으로 다룬다.
상징을 설명하는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이상화 「나의 침실로」가 타나토스의 욕망으로 향한다는 부분은 내가 몇년전에 요아소비의 노래 「밤을달리다」의 엽편소설에서 본 퇴폐적 상징주의 감성과 비슷하다는게 느껴져 충격을 가져오면서 재밌었다.
미는 선천적인 귀족적 형태에서 전체적인 조화를 중시 여기는 경향으로 바뀌었으나 여전히 조화를 이루지 못하는 개인은 소외되므로, 미의 진정한 민주화는 전체적인 조화를 이루지 못하였더라도 부분적으로 페티쉬를 충족하는 11542 설수리같은 사람들도 존중받아야 이룩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97년에 나온 책인데 여전히 달성되지 않았다. 일본만화에선 모에로 달성된것 같으나 여전히 현실은 엄연히 다른 것이다.
윤동주 연구를 하신 분 답게 윤동주 시를 예시로 깔아 설명하는데 감동이 있다.
시가 대놓고 교훈적이면 안되고 역설이라든지 은연중에 청신한 언어로 암시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본인의 문학에 대한 가치관으로 책을 마무리했는데, 마음에 와닿는게 있어 같이 실어본다. 작고하신지 10년이 이제 다 되어간다. 나에게도 해당되는 말인 것같아 너무 찔리고 부끄럽다. 아무것도 모르는 내가 허영만 잔뜩 부린다. 애초에 오르비에 온것이 잘못이었다. 애초에 대학에 온게 잘못이었다.
-----------
이제 마지막으로 솔직하고 감동적인 시를 쓸 수 있는 시인의 마음가짐에 대해 내 나름대로 생각해 본 것을 이야기함으로써, 이 책을 마무리하려고 한다. 문학은 역시 뼈저린 고독과 절망감 끝에 나오는 예술이다. 이 말이 너무나 상식적인 이야기로 들릴지 모르겠으나, 나는 요즘 이 말의 참뜻을 점점 더 가슴속 깊이 새겨 가고 있다. 문학은 절대로 인류를 구원하거나 세계의 정치적 평화를 실현하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할 수 없다. 문학이 철학이나 신학보다 더 형이상학적이고 포괄적인 진리를 지향하는 차원 높은 예술형태라는 이론에 나는 동의할 수 없다. 문학은 역시 배설이다. 고 독과 절망, 그리고 인간사회의 여러 가지 모순과 부조리에 대한 좌절감, 육체적 욕구와 고통 등이 작가의 내부에서 축적될 대로 축적된 끝에 저절로 쏟아져 나오는 배설물이 바로 문학작품인 것 이다.
그러므로 지극히 정상적이고 상식적인 사고방식을 갖고서 소박하고 평화롭게 일상생활을 꾸려 나가고 있는 사람들은 절대로 작가가 될 수 없다. 문학을 하는 사람들은 모두 다 조금씩 마음의 병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다. 모두 다 사회와 이웃에 동화될 수 없는 이상성격자들이다.
그들은 항상 삐딱한 눈을 가지고 이 세상을 바라보며, 부정적인 사고방식과 원인 모를 열등감에 사로잡혀 신경증적 일생을 보낸다. 사랑도 잘 안 되고, 이웃이나 가족에게도 안정감을 줄 수 없다. 그러면서도 유난히 성욕은 강하다. 명예욕도 강하다. 하지만 그런 욕망을 어떻게 풀 도리가 없다. 그러니 '오럴 마스터베이션'이라도 해야 할 밖에.
나 역시 그렇다. 나는 끓어오르는 성욕을 달래기 위해서 글을 쓴다. 너무나 아파서 글을 쓴다. 쓸쓸하고 고독해서 글을 쓴다. 죽기 싫어서, 아니 죽지 못해서 글을 쓴다. 꼭 한 장르만 붙들고 늘어질 필요도 없다. 시든, 소설이든, 수필이든, 평론이든, 아니면 또 다른 어떤 장르든간에 상관없다. 나는 무엇이건간에 쓴다. 내가 쓴 글이 독자에게 감동을 주든 못 주든, 철학적 이념이나 형이상학적 계시를 내포하든 내포하지 않든, 나는 그것을 염두에 두지 않는다. 나는 그냥 '배설'할 뿐이다.
작가가 글을 쓴다는 것과, 그것이 독자나 비평가들에게 받아들여지는가 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이다. 혹 어떤 작품은 기대 이상으로 큰 감동을 줄지도 모른다. 사람이 배설한 똥을 개가 맛있게 햝아먹을 수도 있듯이 말이다. 그러나 그런 시류적 감동이나 평론가나 독자의 평판 그 자체가 글을 쓰는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칸트가 말한 '무목적의 목적'이라는 말을 나는 다른 의미로 점점 더 실감하고 있다. 그런데 요즘 우리 나라 문학계는 왜 이리 번잡스러울까? 웬 패거리가 그리 많으며 왜 그리 문단의 '권력'에 집착하는 것일까? 나는 평소에 문학하는 사람들을 만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문학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것은 마치 여자들이 둘러앉아 수다스럽게 패물자랑, 옷자랑을 늘어놓고 있는 것과 별다를 바가 없다.
문학은 혼자서 하는 고통스런 배설이어야 한다. 작당을 해서 되는 것도 아니요, 토론을 해서 되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 우리 문단을 보면 너무나 인간적 유대관계에 휘말려 들고 있다. 그러다 보니 내 놓는 문학작품들이 고통스런 배설물이 아니라 팔려고 내놓은 수공예품들 같다. 지나치게 매스컴 눈치를 보며 전전긍긍하고, 어떻게 해서든지 '유명'해지려고 애를 쓴다. 독자들에게 아부하고 평론가들에게 아부하려고 애를 쓴다
작가는 작품을 쓰는 것으로 만족해야 한다. 시를 쓰고 소설을 쓰면 그만이지 그 이상의 것을 바라거나 남들 눈치를 봐서는 안 된다. 무엇 때문에 시류에 연연해 하고 매스컴이나 평론가들 눈치를 보며 안절부절하는가. 또 왜 그리 작가의 '품위'와 세속적 명예에 집착하는가.
작가도 물론 먹고 살아야 하는 존재이니 작품이 좋은 평을 받고 많이 팔리기를 바라는 것이 뭐 어떠나고 반문할는지 모르지만, 내 생각엔 절대로 그래서는 안 될 것 같다. 밑천이 많으면 장사는 그럭저럭 굴러가게 되어 있다. 먹은 게 많으면 그럭저럭 똥이 많이 나오게 되어 있다. 그런데 요즘 작가들 상당수는 먹은 게 없이도 계속해서 똥을 누려고 한다. 밀천도 없는데 세 치 혓바닥으로 잘도 장사를 해댄다.
시의 경우, '정직한 배설'은 특히나 중요하다. 나는 지금까지 쓴 시가 이백 편이 채 안 된다. 직접으로든 간접으로든 경험하지 않고서는 나는 작품을 쓸 수 없다. 그런데 요즘에 일년에 한 권 씩 시집을 내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매일 습관적으로 시를 한 편씩 써야만 직성이 풀린다는 사람도 있다. 이해가 가지 않는 일이다. 시는 소설에 비해 변비증 걸린 환자처럼 낑낑거리며 간신히 배설해 놓는 '함축적인 똥'인데도 말이다.
얼굴엔 고독과 절망의 빛이 아니라 피둥피둥한 출세욕과 명예욕이 흐르고, 이 사람 저 사람 만나 장사치들처럼 잘도 교제를 해댄다. 작품의 내용엔 민중의 삶이 담겨 있고 고독과 절망이 스며들어 있는데 직접 만나 보면 사치스런 지적 허영을 즐기는 엘리트주의자들이 대부분이다.
내가 너무 심한 말을 했나. 하지만 심한 말은 아니다. 시창작의 정도(正道)는 모름지기 고독한 가운데서의 '정직한 배설'에 있다는 것을 재삼 강조해 두고 싶다.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학교 수행평가가 구몬수학이노 0 0
뭔 200문제를 다 풀어오라해
-
소괴기 왔다 0 0
오늘 같이 구워 먹기로 함
-
중간에 깻네 0 0
ㅠㅠㅠㅠㅜㅠ
-
음 잠이 안와 0 0
-
.zzz 1 0
-
비상 비상 0 0
오르비에 14분넘게 글 안올라옴!! 리젠지킴이 출동
-
띨 0 0
ㅇ
-
키미가 소바니 이루다케데 3 0
-
주거야지..
-
거리에서 내 노래가 나와 0 0
어떻게 니가 다른 남잘 만나
-
자야겟어 0 0
ㅜㅜ머리아파
-
24학번이면 화석이지 3 1
ㅈㄴ화석
-
한계까지버티고자는편 3 0
애매한데
-
기상완료 8 0
어흐
-
아 어도비 공매도 하고싶다 1 0
이런 회사가 아직도 버티고 있었다니 ㅉㅉ
-
일러스트레이터 2 1
CMYK가 기본이길래 CMYK로 작업했는데 PNG로 내보내기하면 RGB로 변환된...
-
으음 0 0
ㅇㅁ
-
고3연애 하면 망하나요? 8 0
고3이고 저한테 호감을 표시하는 남학생이잇었는데 이제 저도 호감이 가더라구요.....
-
자기 0 1
-
9시기상 1 0
-
아니 4슈리마 성공했는데! 0 0
이걸 바로 서렌치고 니가냐 심지어 제라스 마지막에 해금해서 ㅈㄴ어려웠는데
-
화학 문제가 너무 안 풀립니다 2 0
지금 22개정 베개완 1단원 진행 중입니다. 개념은 이해가 되는데 뒷 부분 실전...
-
버튜버는 사회복지의 일환임 0 0
ㅎ헤
-
강민철 정석민 유대종 정도 고민하고 있습니다
-
커리 빡세다 1 1
케이온 극장판도 봐야하고 초카구야공주도 봐야하고
-
PC방이라는거 왜 이렇게 좋음 7 2
5천원이면 4시간 30분동안 넷플을 볼 수 있음! 와이파이도 되고! 게임도 되고!...
-
ㅠㅠㅠㅠㅠㅠ 2 0
케이온 진짜 잘만듦 천사를 만났어 듣는데 왤케 감동적이냐 다들 케이온 꼭보세요
-
대학에서 이런 쓰잘데기없는 0 0
하.. 인생목표 10가지쓰기 존경하는인물 하 귀찮게 거의초딩시절 장점10개...
-
ㅅㅂ김치찜 시켯어 2 0
미친새끼
-
다자러가면 난 누구랑 대화해 6 0
내 세상이 무너졌어
-
프사 ㅁㅌㅊ 1 0
?
-
수학 4등급만 받으면 2 0
쫀득하게 인서울 할 수 있는데
-
엘든링 왜 자꾸 멈추지 1 0
컴퓨터 좋은건데 씨발
-
목 졸라줘 5 2
켁켁켁 숨막혀 ㅜㅜ
-
개쉽게 풀리는데 이거 맞나
-
정시로 갑시다 8 0
내신반영을 노려서 내신 깡패 정시러
-
나왔어 12 0
다시감 근데 저게 왜 이륙햇냐
-
갑자기생각난썰 1 1
고1 2학기 학급회장선거때 후보가 2명이엇는데 그 친구들 둘이 합의하고 한명이...
-
그만하고 잘까 1 0
흐름이 끊겨버렷네
-
세기말 수능 1 1
2000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
강은양t 1 0
현역 고3이고 작년까지 모고 3~4등급 나왔는데 지금부터 강은양t 들으려고 합니다....
-
2시열차 1 0
출발
-
지금 강민철 현강 다니고 있는데 저랑 너무 안맞는 느낌이 심하게 들어서...
-
뭘 해야하나요 0 0
이번에 고등학교 2학년 된 이공계 지망하는 지방 일반고학생입니다. 생기부를 제대로...
-
이게 오르비를 재밌게 오래하려면 11 5
수험생활을 지속해야 함
-
에ㅔㅔㅔㅔㅔㅔㄴ들리스레인ㄴㄴ 0 1
폴온마이헐트 코코로노 키즈니ㅣㅣㅣ
-
내 이상형 중단발에 속눈썹 1 0
-
우와 보추야동 많이떴다 2 2
보다자야지
-
심심한데 무물보 5 0
응애 나 아가학생
-
본인 물1 점수 꼬라지 0 1
3모 48점 (99) 5더프 47점인가였는데 시험이 어려웠어서 전국석차 30등쯤...
글 잘 읽엇어요 ..
아 글구 의도하신 건지는 ㅁㄹ겟지만 잡담테그만 다시면 모아보기에 안 떠서 사람들이 님 글을 잘 못 봐여
보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냥 일기장인것이에요...
앗 저가 보는 것도 쫌 그럴까요 .. ?
마히로님은 사랑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