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대학신문 김의진 기자] 일본이 중학교 졸업 직후 인공지능(AI)·로보틱스 교육을 받는 5년제 공립 전문대학을 설립한다. 우리나라가 4년제 대학에서 반도체 계약학과 중심으로 고급 인재를 양성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한·일 양국 모두 제조업 기반 지역산업 기술인재 양성을 강조한다는 점에선 같지만, 세부 전략에서는 차이가 뚜렷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7일 일본 아이치현(愛知県)이 2029년 4월 개교를 목표로 현립(공립) 고등전문학교를 설립하고 정원 40명의 ‘디자인정보공학과’를 설치하기로 했다고 현지 언론 아사히신문은 보도했다. 학과 내에는 ‘로보틱스 코스’와 ‘AI·디지털 코스’를 둔다. 로보틱스 코스는 기계·전기전자와 정보기술을 융합해 로봇, 모빌리티 기술을 다룬다. AI·디지털 코스는 AI, 사이버보안, 데이터사이언스 등을 교육한다.
고등전문학교는 중학교 졸업 후 5년간 교육과정을 제공하는 일본 특유의 기술 인력 양성 고등교육기관이다. 이론·실습을 병행하는 공학 중심 교육 시스템이 특징이다. 우리나라 고등학교와 전문대를 합친 개념에 가깝다. 준학사 학위를 받은 뒤 대학으로 편입하거나 2년을 더 다녀 학사학위를 취득할 수 있다. 대부분 국공립이고 전국에 50여 개 고등전문학교가 운영 중이다.
아이치현은 토요타 본사가 위치한 지역으로, 자동차·기계 등 비중이 높은 일본 제조업 핵심이다. 토요타를 중심으로 자동차 산업과 부품 공장들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아이치현 관계자는 “산업계 디지털 전환(DX)을 이끌 ‘디지털 제조 인재’가 필요하다. 전통 제조업이 강한 만큼 AI·데이터 기술을 적용한 고도화 전략이 절실하다”며 “학과 이름을 ‘디자인정보공학’으로 한 것도 산업 문제 해결형 인재를 키우겠다는 의도다. 로보틱스 코스와 AI·디지털 코스를 신설한 것도 이러한 배경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초대 교장 예정자로는 나고야대 부총장을 지낸 미즈타니 노리미(水谷法美)가 내정됐다. 공학교육 프로그램 인증·심사에 참여해 온 인물로, 정년 퇴임 후 아이치현 고문으로 활동하며 학교 설립을 준비할 예정이다.
■ 韓은 계약학과 ‘고급 연구 인력’ 중심 = 일본이 고등전문학교를 중심으로 제조업 AI 인재를 양성하는 것과 대조적으로 우리나라는 일반대를 중심으로 반도체 계약학과를 통해 인력을 고도화하는 모습이다. 한·일 양국에서 공학·기술 인재 양성 방향이 차이를 보이면서 향후 산업 경쟁력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일본은 고등전문학교를 통해 고등학생 나이에 공학 전공을 시작하게 된다. 조기 전공 심화 교육이 가능한 셈이다. 산업 현장과 밀착도도 높다. 학생들은 졸업 직후 엔지니어로 채용되고 있다.
(서서히 고등학교와 대학교의 경계와 벽이 허물어지고 있는 일본)
반면 우리나라는 4년제 대학을 중심으로, 반도체·이차전지 등 전략 산업 분야에서 대학·기업이 협약을 맺는 계약학과가 확산 중이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대기업이 특정 대학과 손잡고 정원 외 인재를 선발해 등록금 지원, 채용 연계를 제공하는 형태로 운영된다.
송혜선 인덕대 교수(전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라이즈센터장)는 이날 본지에 “일본 고등전문학교는 고졸 직후부터 심화 공학교육을 받을 수 있다”며 “반면 우리나라 계약학과는 대학 입학 후 전공이 시작되지만, 첨단 산업 수요에 맞춘 고급 인력 확보에는 효과적”이라고 평가했다.
송 교수는 이어 “우리나라는 고등교육 진학률이 일본보다 높아 산업 인력 대다수가 대졸 이상이지만, 일본은 고등전문학교가 산업계 허리를 담당한다”며 “한·일 양국 모델 중 무엇이 더 경쟁력이 있냐, 우열을 가리는 것은 무의미하다. 현장형 인재를 빠르게 배출하는 일본, 일반대·대학원 중심 연구 역량과 산학협력을 통한 고급 연구 인력을 키우는 한국, 양국 모두 장단점이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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