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9일 오늘의 상식: 테테테테토남(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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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오후 가벼운 외과 수술을 받고 집에 돌아와 글을 쓰는데
문득 마취라는 게 참 좋긴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살을 찢고 병든 부위를 도려내고 꿰매기까지 했는데도 아무런 고통이 느껴지지 않는 기술이라니
그렇다면 도대체 이 마취약이 없었던 시절에는 도대체 어떻게 수술을 한 걸까?
궁금해서 찾아 보니 진짜 옛날에는 마취 비슷한 것 아예 없이 쌩으로 수술을 했다고 한다
환자가 완전히 깨어 있는 상태에서 팔다리 자르고 생살 가르고 다 했다는 것인데
그래서인지 환자의 비명과 격렬한 발버둥이 수술대의 일상이었다고 하며
이를 막기 위해서 반드시 여러 명의 수술 보조인이 집도하는 사람과 함께 수술을 봐야 했다고 한다
그런데 보조인을 쓰더라도 너무 오랫동안 수술이 이어지면 보조인들도 지치고 환자도 쇼크사/출혈사할 확률이 매우 높아지기 때문에
당시에는 수술을 가장 정확하게 하는 의사가 아니라 가장 '빠르게' 하는 의사가 높이 평가를 받았다고 한다
다리 절단을 1~2분 안에 해내고 결석 제거도 수십 초 안에 끝내 버리는, 지금의 지식으로 생각해 보면 도저히 말이 안 되는 일들이 비일비재했다고...
게다가 옛날 수술에는 환자의 고통 말고도 참으로 좋지 못한 요소들이 많았는데
우선 출혈과 감염을 통제하는 게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
수술 중인 환자의 혈관에서 피가 쏟아져 나와도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
그냥 최대한 빨리 수술 끝내고 수술 부위를 달군 쇠로 지지거나 뜨거운 기름으로 아예 익혀 버리는 게 정배
그게 무슨 미친 소리냐 하겠지만 놀랍게도 진짜다
애초에 출혈억제제 같은 약물이 없는 사회에서 더 바랄 게 무엇이겠냐만은
내출혈은 어떻게 처리하냐고?
여기에는 아주 유서 깊은 치료 방식이 있는데
마음을 정갈히 하고 교회에 가서 신께 기도 드리는 거다
감염 쪽은 문제가 더 심각하다
그래도 최소한 출혈은 일어나서 좋을 게 없다는 의식이라도 있었지 감염 쪽은 완전히 시궁창이었다
당장 1850년대 크림 전쟁 때까지도 영국의 의학계가 '세균'이라는 개념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며 살균소독을 주장하는 의사들을 박해했다는 이야기가 전해 내려 온다
세균이나 감염 등 현대 의학에서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개념들은 20세기 초반이 되어서야 비로소 의학의 기본 개념으로 확립되었으며
그 이전에는 오히려 환부에 고름이 차고 상처가 썩으면 썩을수록 건강이 회복되고 있다는 증거로 여겼다고 한다
염증이 올라오고 열이 나고 하는 것이 전부 회복되기 직전의 명현 현상이라고 믿었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참고로 세균이나 감염 같은 의식이 없었기 때문에 병원이나 수술 장소 자체가 기본적으로 더러웠다
병원은 어떠한 위생 조치도 없이 흙먼지 굴러다니는 곳에서 피 뚝뚝 떨어지는 환자들 침상에 집단으로 눕혀 놓은 구조였고 수술실이라는 개념은 애초부터 없었다
수술을 환자 자택에서 하거나 시장 바닥에서 하거나 심지어는 이발소에서 하는 등 아주 개판이 따로 없었다고...
거기에 의사들은 수술을 하기 전에 손을 씻거나 소독하는 등의 기본적인 위생 조치도 하지 않았으니
그야말로 이런 개판 속에서 수술받고 살아남은 사람들은 신이 도왔다고밖에 말할 수 없다
당시 사람들은 수술에서 살아남기 위해 극심한 고통으로 인한 쇼크를 참아내고,
손도 안 씻은 채 피 묻은 가운 입고 집도하는 수술 담당자(심지어 의사가 아닐지도 모르는)로부터 감염도 당하지 말고,
수술이 일단 끝난 후에도 내출혈로부터 살아남아야 하며,
그 모든 과정이 끝나기까지 병원을 포함한 온갖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최소한의 감염 상태를 유지해야만 했기 때문이다
천운이 따르는 테테테테토남이 아니고서야 절대 불가능한 일이다
새삼스럽지만 21세기 의료 선진국 대한민국에 태어난 것이 참 다행스럽다...
* 수술 장소로 이발소는 뭐냐고 할 수 있는데 이발소에서 의료행위를 하는 유서깊은 전통은 이발소 간판 기둥(미용실에도 있는 그것)에서도 찾을 수 있다
나선형으로 회전하는 기둥에서 흰색은 붕대, 붉은색은 동맥, 푸른색은 정맥의 상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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