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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gnita Sapiens [847641] · MS 2018 · 쪽지

2026-01-18 14:4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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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보는 안목에 대한 뇌과학 -1 (과감한 유추와 추론의 이익)

게시글 주소: https://orbi.kr/00077092934




주의: 1편은 TEM을 읽고 떠올린 개인적 확장(해석)이 중심입니다. TEM 원문이 인간관계 판단을 직접 다룬다는 뜻이 아닙니다. 본문 중 ‘빠른 판단’은 낙인찍기가 아니라 위험 신호를 조기에 감지하기 위한 방어적 전략으로 소개됩니다. 더 엄밀한 논의와 수학적 모델은 2편에서 다룹니다






 굉장히 오랜만에 뇌과학에 대한 글을 쓰는데 시작은 사람을 보는 눈, 사람을 판단하는 기준과 안목에 대한 내용으로 제목도 쓰고 시작을 할테지만 상당히 생각의 단계를 많이 거쳐서 꽤 쌩뚱맞는 결론까지 전개할 예정입니다. 최근에 굉장히 중요한 뇌과학 논문을 읽었습니다. 바로 해마에 대한 최신 논문인데, 짧게 설명하자면 해마는 2014년 장소세포의 발견으로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은 뒤에 꾸준한 연구 대상이 되어왔습니다.



 처음에는 해마가 공간 지각 능력 즉 장소세포가 있어서 이 세계에 대한 공간 감각을 제공해주는 역할에 불과하다고 생각했지만, 점점 해마가 여러 복잡한 기능에 관여한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이를 통합적으로 설명하려는 시도가 있었고 실제로 그 통합에 성공한 프레임워크에 대한 논문이 바로 TEM(Tolman Eichenbaum Machine) 톨만 아이덴바흠 머신에 대한 2020년 논문입니다.



 해마는 서울대 뇌인지과학과의 이인아 교수님, 곽지현 교수님 등이 연구하시는 분야인데 '뇌'비게이션이라는 이름으로 강연도 하셨거든요. 저도 처음에는 해마가 공간에 대한 정보만 처리하는 줄 알았는데, 친절하게도 존스홉킨스 이대열 교수님께서 저더러 "해마는 decision making 분야에서 가장 exciting 한 분야이다. 이 분야를 잘 follow up하려면 이 논문을 반드시 읽어야 한다"고 하시면서 TEM에 대한 논문을 추천해주신 것이 발단이 되었습니다. 읽어보니 정말 놀라운 내용들이 많이 담겨 있는데 그래서 이번 글은 작정하고 2편의 분량으로 기획할 만큼 내용을 꽉꽉 채워서 유익하고 소화가 쉽게 잘 가공을 해보았습니다.




해마가 길찾기, 공간 감각에 대해 관여하고 예컨데 네비게이션을 못쓰고 모든 지도를 딸딸 암기해야 하는 런던의 택시기사들은 해마가 두껍게 잘 발달되었기로 유명합니다. 저도 최근까지만 하더라도 해마가 이런 공간 감각에 대해서만 관여한다고 생각했었는데 그걸 오늘 소개할 TEM 논문이 깨부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jkFNa4bzNpg





 종종 우리는 사람을 보거나 연애를 할 때, 사회 생활을 할 때 '쎄함을 느꼈다'라는 말을 하곤 합니다. 누군가 어느 사람을 보았는데, 명시적으로 뚜렷한 근거를 제시하기는 어렵지만 저 사람이 좀 뭔가 이상하고 나쁜 사람일 것 같다는 불안한 예감을 할 때가 있습니다. 전 개인적으로 사람을 보는 눈이 정말 없어서 이 말 자체도 인스타나 연애툰에서 보았었는데, 눈치가 빠른 사람들은 이런 촉과 감각이 잘 발달하신 것 같습니다.



 그리고 흥미롭게도 이런 부정적인 예측은 주로 맞는 경우가 대부분이죠. 생존을 위한 기제일까 이런 직감은 동물 뿐만 아니라 사람에게도 잘 발달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과연 이것이 그냥 운일까요? 비록 TEM 논문에서는 이런 세세한 이야기까지 예측하거나 확장하지는 않지만 평소 뇌과학을 공부하고 TEM을 이번에 읽어본 사람으로써, 이것은 단순히 말하기 힘든 직감이 아니라 매우 정교하게 발달한 인간의 추론 능력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그것을 해마가 한다는 것이 골자이구요. 다만 조심하셔야 하는게 TEM 논문에서는 구체적으로 제가 이번에 소개할 인간관계에 대한 추론 능력 등에 대해서 단! 한 글자도! 언급한 적이 없습니다. 이 부분은 철저한 저의 재해석과 확장이며, 여러분의 비판적인 독해 능력을 요구하는 부분입니다.






 사실 이번 글의 아이디어를 퍼뜩 떠올린 것이 어제 있었던 해프닝입니다. 저를 오랫동안 봐오신 독자라면 아시다시피 전 '월드오브워쉽'이라는 게임을 2015년부터 매우 오랫동안 해왔고, 한창 우울증을 겪고 코로나로 집안에 틀어박혀 살아야 했던 2021~2022년 경에는 한국 1위, 세계 1위를 달성해볼 정도로 매우 깊이 있게 해왔습니다. 다른 게임에서도 주로 많이 쓰는 디스코드를 이용해서 친구들과 소통하는데, 어제 친구 한 명이 제 앞에서 꽤 치명적인 실수를 했습니다.



 구체적으로 설명하려면 또 너무 길어지니까 간단히 말하자면 제가 같은 대화방에 조용히 있어서 제가 다 듣고 있는데, 그걸 모르고 제가 한 사소한 실수를 과대평가하고 너무 감정적으로 받아들여서 다른 사람이 10여명 정도 있는 앞에서 제 닉네임을 콕 찝어서 흥분하면서 욕설을 한 것입니다. 제 앞에서는 한번도 그런 적이 없었고, 아마 제가 같이 있는 것을 알았다면 절대 그러지는 않았을 정도로 소위 '찐텐'으로 진지하게 화가 나고 빡이 쳐서 매우 날카롭고 높은 고음의 목소리로 격렬하게 화를 냈는데, 좀 많이 놀랐습니다.



 특히 서운했던 것은 같이 세계 1위를 찍어본 동료이기도 하고, 제 앞에서는 그런 적이 한번도 없었기에 상당한 반전을 느끼면서 평소 얘가 나에 대해서 이렇게 사람들이 많은 앞에서 대놓고 욕을 또 했었을까 궁금증이 생기기도 하고 무척 서운하더군요. 전 여기서 추론을 한 것입니다. 비록 한 번만 보았지만, "내가 보지 못했던 과거에도 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내 닉네임이나 실명을 콕 찝어서 거론하면서 이렇게 공개적으로 평판에 큰 훼손이 갈 정도로 심하게 욕을 해가면서 화를 낸 적이 있었을까?" 라고 추론을 한 것이죠. 오늘의 핵심 키워드 추론이 여기서 떠올랐습니다.





제가 프사로 쓸 정도로 아주 좋아하고 저와 사상이 비슷하다고 생각하는 유발 하라리 교수는 뒷담화에 대해서 흥미로운 관점을 말하기도 했었습니다. 뒷담화는 그저 하면 안되는 나쁜 행동이 아니라, 인간이 현대의 복잡한 사회관계를 형성하고 평판을 관리하는 중요한 수단이었다는 주장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f5CKXnC6jhs





 저에게 뒷담화 하면 떠오르는 중요한 기억이 있습니다. 전 중학교 2학년 정도에 저를 포함해서 약 4명의 남자애들과 무리를 짓고 같이 자주 논 기억이 있는데, 같이 도서관을 가서 수다를 떨고 놀았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전 뒷담화를 거의 안하지만, 같이 놀았던 3명의 나머지 친구들은 뒷담화를 매우 활발히 하는 스타일이었습니다. 얼마나 활발했냐면, 우리 4명 중 1명이 잠깐 무슨 일로 빠지거나 다른 곳에 가느라 부재하는 동안 나머지 두 친구가 그 빠진 한명에 대해서 열심히 뒷담화를 깠을 정도입니다. 평소 기지배처럼 행동한다느니 등 누군가 한명이 빠지면 그 빠진 한명은 뒷담화의 대상이 되곤 했었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이 멤버가 고정된 풀 안에서 계속 바뀌었다는 것입니다. 예컨데 A라는 애가 빠진 날에는 B와 C가 열심히 A의 뒷담화를 깠는데, B가 빠진 날에는 A와 C가 B의 뒷담화를 까는 식이었습니다. 전 이런 로테이션(?) 방식의 뒷담화를 보면서 약간 공포를 느껴서 최대한 그 모임에 안빠지려고 노력한 것이, 하는 짓을 보아하니 보나마나 저에 대한 뒷담화를 언제든지 깔 준비가 되어 있는 친구들이구나! 를 생각했었습니다. 비록 제가 직접 보진 않았고 예측하는, 즉 과거와 미래에 대한 상상이지만 어렵지 않게 '추론'할 수 있었습니다. 내가 빠진 날에는 내가 뒷담화의 대상이 되었겠구나! 라고요 ㅋㅋ



 그러니까 우린 직접 경험하거나 보지 않아도, 단지 몇 번의 패턴만으로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미래를 상상하거나 시나리오를 계획하는 '추론'을 손쉽게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굳이 미련곰탱이처럼 나에 대해서 뒷담화를 하는 친구들의 뒷모습을 몰래 보지 않고도, 아~ 이 친구들은 언제든지 내가 없을 때 날 뒷담화를 깔 위인들이구나! 라고 예상하고 예측할 수 있는 고도의 추론 능력이 있다는 것입니다. TEM 논문에서는 그런 고등하고 복잡한 기능을 다름 아닌 해마가 담당하고 있다고 설명하고요. 다만 TEM 논문에서는 추론을 구체적으로 경계를 긋거나, 저처럼 인간 관계 사이의 추론까지 확장해서 주장하지는 않았다는 점을 다시 한번 알립니다.



 다시 아까 저에 대해서 강렬한 뒷담화를 한 월드오브워쉽의 동료 친구로 돌아가자면, 전 그 친구가 저에 대해서 날카로운 뒷담화를 까는 것을 딱! 한 번! 보았습니다. 여러 번 반복적으로 저에 대해서 뒷담화를 까는 것을 보지 못했지만(애초에 뒷담화가 당사자가 없는 곳에서 하는 것이니 당사자가 그것을 볼 확률이 무척 낮을 것입니다. 이번 일은 그 친구가 다소 부주의했던 것이죠) 굳이 여러번 볼 필요가 없습니다. 딱! 한 번! 보고도 바로 다음 시나리오가 예측이 된다는 것입니다. 저 친구는 과거에도 항상 나에 대해서 뒤에서 저렇게 평판을 떨어뜨리는 말을 해왔나? 앞으로도 저 친구는 내 평판을 떨어뜨리는 말을 내가 없는 곳에서 할까? 라고요.







 제가 딱! 한 번!을 계속 강조했습니다. 실제로 인공지능과 뇌과학 분야에서 one shot learning(혹은 few shot learning)이라고 딱! 사람이 한번만 경험하고도 바로 이해하고 빠르게 적응하는 능력이 존재합니다. 흥미롭게도 컴퓨터는 막대한 데이터를 때려박고 나서야 패턴을 인식하고 제대로 작동하기 시작하는데, 인간은 처음 보는 곳도 한 번만 방문하고서도 굉장히 높은 정확도로 길을 다시 찾아가는 빠른 학습, 적응 능력이 있습니다.



이 분이 바로 서울대에서 해마를 연구하시는 이인아 교수님인데, 유튜브에 자주 나오셔서 one shot learning에 대해서 종종 말씀하시곤 합니다. 왜 해마를 연구하는 사람이 one shot learning이라는 인간의 고등하고 유연한 학습 능력에 대해서 강조하실까? 여태 전혀 접점을 찾지 못했었는데 이번에 읽은 TEM 논문을 통해 쉽게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결론을 미리 스포하자면 해마가 바로 이런 one shot learning에 관여할 확률이 매우 높다!가 핵심입니다. 다만 이 부분도 저의 개인적인 확장이고 TEM 논문 원문에서는 one shot learning에 대해서 한 글자도 나오지 않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6SW-TqPOonI




 우리 낫 놓고 기윽 자도 모른다는 유명한 말이 있습니다 쉽게 말해서 미련곰탱이라는 것인데, 웃긴게 인공지능은 아무리 머신러닝 딥러닝 히든레이어 등등 성능이 좋아도 인간 기준에서는 미련곰탱이입니다. 인간과 달리 인공지능 입장에서 멀티 모달이라고 글 뿐만 아니라 이미지나 영상 등을 빠르게 인식하는 능력이 현저히 떨어져서, 'ㄱ'자를 이해하고 온갖 글씨체로 휘갈겨 쓴 'ㄱ'자를 잘 구분하기 위해서 정말 막대한 양의 이미지 파일이 필요합니다.



 반면 인간은 'ㄱ'자에 대해서 잘 학습만 제대로 한다면, 엄청난 악필인 저 같은 사람이 쓴 'ㄱ'자도 손쉽게 구분을 해내죠. 초기의 인공지능은 유연성이 너무 떨어져서 글씨체가 조금만 바뀌면 'ㄱ'자를 제대로 구분하지 못하는 문제도 있었을 정도입니다. 그만큼 인간의 학습 능력은 대단히 뛰어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우리가 인간끼리 살고 누구나 쉽게 하니까 매우 쉽고 간단한 능력이라고 생각하지만 기술적으로 잘 구현하는 데에 정말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사람의 행동을 모두 다 보지 않고도, 일부 표면에 드러난 행동만 보고도 그 사람의 전체에 대해서 과감한 추론을 통해 정확하고 빠르게 사람을 평가하는 능력'을 대략 '사람을 보는 안목'이라고 할 수 있을 듯 합니다. 마치 제가 제 친구가 뒷담화를 까는 것을 여러 차례 보지 않고 딱 한 번만 보고도 곧바로 과거와 미래에 대해서 다양한 경우를 추론하고 예상하고 상상했던 것처럼, 굳이 사람을 깊이 해부하고 정말 온갖 경우를 다 경험하지 않고도 아~ 저 사람은 대충 저런 성격이고 앞으로 이런 일에 대해서 어떤 식으로 반응하고 행동할 것이다! 라고 추론하는 능력이 인간에게 있다는 것입니다. 만약 인간이 인공지능처럼 미련곰탱이었다면, 저 사람이 남에 대해서 뒷담화하는 것을 여러 번 보고도 "그래도 나에 대해서 뒷담화를 하는 것은 내가 직접 본 적이 없으니, 내 뒷담화는 하지 않을 꺼야" 라는 나이브한 추측을 하곤 했었을 것입니다. 미련하면 당합니다 빨리 손절을 해야하죠 쎄함을 느끼고요. 다만 '빠른 유추'는 위험 신호를 조기에 포착하고 피해를 예방하기 위한 방어적 수단으로 설명하는 것이지, 앞으로 모든 인간관계에서 무조건 빠른 유추를 통해서 사람을 함부로 낙인 찍어도 된다는 주장이 아님을 말씀드립니다.







 제가 다니던 고등학교에 화학 선생님이 2분이 계셨습니다. 한 명은 'ㄱ'이라고 여자 선생님이고, 다른 한 분은 나이가 조금 있으신 남자 선생님이었는데 편의상 A라고 하겠습니다. 이 중 'ㄱ' 선생님은 제가 인생 중에서 본 사람 중에서 가장 저랑 사이가 나쁜 사람입니다. 제가 만든 과학 동아리의 담당 지도 교사였는데, 사람이 겉으로는 온순해보이고 구수한 사투리를 쓰면서 그릇이 넓어 보였지만 막상 같이 일을 해보니 조금이라도 스트레스 받는 일이 있으면 저를 탓하고 저에게 모두 뒤집어씌우고 화풀이를 하던 유형의 인간이였습니다.



 아직 많이 어려서 사람을 보는 안목, 사람의 쎄함을 보고 빠르게 판단해서 나를 보호하고 나쁜 놈들을 손절하는 능력이 없던 미련곰탱이던 저는 굉장히 많은 에피소드를 겪고 나서야 'ㄱ' 선생님이 정말 질이 나쁜 선생님이라고 규정을 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전 불과 1년이 안되는 과정에서 이것을 느낀 것이었거든요(약간 모순으로 보일 수 있는데, 지금의제 기준에서 당시 저는 사람을 보고 빠르고 과감하게 추론하는 능력이 부족했다는 말입니다. 그러나 'ㄱ' 선생님과 10년 이상은 근속하며 근무하셨을 화학 선생님 A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훨씬 짧은 시간 만나고도 사람에 대한 판단을 완료했다는 점을 비교하려다 보니까 약간 서술이 이상해졌습니다)



  당시 'ㄱ' 선생님보다 A 선생님이 나이가 훨씬 많은 선배였기에, 학교에 하나 뿐인 화학교실을 쓸 때는 'ㄱ' 선생님보다 A 선생님의 허락을 구하는 경우가 종종 많았습니다. 하루는 제가 동아리 회장으로서 동아리 부원들에게 치킨을 쏜 적이 있었는데, A 선생님께도 미리 허락과 말씀을 구하고 또 A 선생님도 오셔서 같이 편하게 드시자고 말씀을 드린 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윗사람에 싸바싸바를 잘 하지 못하던 저는, 그만 실수를 하고 마는데 치킨을 먹을 때 윗사람이라고 먼저 드시라고 초대를 하지 않고, 동아리 부원들을 관리하느라 한창 바쁘고 정신 없이 굴다가 뒤늦게 A 선생님을 부르게 되었습니다. 그 있잖아요 장유유서라고 수저도 윗사람이 먼저 들고, 부모님이 먼저 들어야 애들이 들어야 한다는 질서. A 선생님이 나이가 꽤 있으셨기에, 그런 점을 세심하게 배려하지 못한 저에 대해서 약간 실망을 하셨나봅니다(물론 진지하게 화가 나신 것 같진 않았습니다). 지나가는 말로 'ㄱ' 선생님에게 그런 불평을 하셨거든요.



 항상 무슨 일이 터지고 남 탓 하기 좋아하던 'ㄱ' 선생님은, 이번에도 좋은 껀수를 잡고 저를 불러서 "그렇게 눈치가 없나" 면서 저를 면박하고 구박하였습니다. 저는 구박을 듣고 나서 고민을 잠깐 하고 나서 A 선생님께 가서 사과의 말씀을 드렸습니다.







 그 순간 A 선생님은 제 사과를 듣자마자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알아차리시고, 바로 'ㄱ' 선생님 자리 쪽을 보시더니 매우 불쾌한 표정과 어투로 "아니 저 선생님은 뭐 그런 것까지 이야기를 하나"(아마 본인은 크게 괘념치 않았고 아주 가볍게 지나가는 말로 했다는 의도이신 것 같습니다) 라고 하시면서 제 사과를 받아주셨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전 개인적으로 이때 A 선생님의 반응이 다소 놀라웠습니다. 정확히는, 'ㄱ' 선생님이 저를 불러다가 구박을 하실 것을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것에 신기했었습니다. 왜냐하면 A 선생님은 'ㄱ' 선생님을 끽해야 2년 본 저에 비해서 훨씬 더 오랫동안 봐오셨고, 또한 눈 앞에서 저를 구박하고 탓하는 모습도 종종 보셨거든요. 즉 주위에 힌트는 많았다는 것입니다. 어렵지 않게 추론을 해냈다면, 평소 저를 대하는 태도라던지 아니면 같이 일하면서 신경질적으로 히스테리를 부리는 모습을 종종 본 것을 통해서 어렵지 않게 유추가 가능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결코 유쾌하지 않은 제 과거 이야기까지 꺼내오는 이유는, 이처럼 인간 관계에서 빠른 추론이 실패하면 이렇게 쪽팔리는 일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것을 말해주기 위해서입니다. 물론 빠른 추론이 항상 맞는 것도 아니고, 너무 지나치게 성급하게 일반화를 하면 할 수록 사람을 오해할 위험도 커지니 참 난감한 딜레마이긴 합니다.







 이건 제가 예전에 인터넷을 떠돌다가 본 썰인데 비슷한 사례라고 생각이 들어서 좀 설명해보겠습니다. 어느 남녀 한 쌍이 있었는데 사실상 결혼을 확정시킨 사이였습니다. 어느 날 이 남녀가 엘레베이터를 탔는데, 엘레베이터에 아파트 공고문이 올라와있었다고 합니다. 남자는 여자에게 저 엘레베이터 공고문을 카메라로 사진을 찍으라고 했는데, 여자가 사진을 찍었는데 남자가 원하던 특정한 조건대로 행동하지 않자 순간 욱한 남자가 "아니 병x아 그렇게 찍지 말라고" 라고 소리를 쳤다고 합니다.



 여자가 뭔가 큰 실수를 하거나 잘못을 한 것도 아니고, 남자가 뚜렷하고 명시적으로 자신이 원하던 조건을 말한 것도 아닌데 매우 사소한 실수(실수라고 하기에도 참 애매하네요)에 대해서 저렇게 폭력적으로 욕설을 하는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은 여자는, 그날 바로 파혼을 결정했다고 하면서 자신의 경험담을 인터넷에 올린 것을 보았었습니다.



 당시 댓글들의 반응이 이런 식이었습니다. "접시 깨면 바로 주먹 날라오겠네" 등의 댓글이 달렸는데 위의 치킨 사건과 비슷한 평가가 하나 나왔습니다. 글쓴이 여자를 위로하면서 "오랜 기간 동안 연애를 하면서 그런 면모를 포착하지 못한 것이 약간 신기하긴 하지만 이제라도 손절을 했으니 다행이다" 라는 댓글도 달렸었습니다.



 여러분도 댓글과 비슷한 생각이시죠?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잘못이라고 말하기도 애매한 행동에 대해서 순간 격분하고 욱해서 그렇게 막말과 욕설을 배우자 될 사람에게 편하게 하는 남편의 사건으로 보았을 때, 그 남편은 대단히 위험한 인물일 것이라는 추론이 됩니다. 댓글 말처럼 실수로 접시라도 깨는 날에는 주먹질을 각오해야 할 지도 모르겠군요.



 이 쯤 되면 어째서 사람이 one shot learning 같은 고도의 기법을 통해서 빠르게 유추하고 학습하는 것이 얼마나 인생과 생존에 유리한지 아실 듯 합니다. 굳이 그 남편에게 주먹으로 맞아보지 않아도 충분히 주먹질을 할 위인이라는 것을 어렵지 않게 유추하고 추론하며 상상하였고, 결과적으로 매우 위험한 상황을 예방할 수 있었습니다. 만약 여성분이 남성의 그런 폭력적인 성향과 태도, 사고방식을 미리 체감하고 일찍 파혼을 선언하지 않았다면 나중에 결혼을 하고 나서야 일이 터졌을 것이고, 그것은 분명 여성에게 훨씬 더 많은 손해를 입혔을 것입니다.







 제목에서 언급한 인간 관계의 추론, 과감한 유추를 통해 앞으로 돌아올 수 있는 더 큰 피해를 예방하는 것에 대해서 일단은 설명을 하였으니 나머지 하고 싶은 말과 예시를 더 들어보겠습니다. 약간 걱정되는게 딱 위의 내용까지만 읽고, 아 글쓴이는 사람을 손쉽게 낙인을 찍고 사소하게 드러난 행동 한두가지로 사람의 모든 것을 빠르게 평가하라고 조언하는구나! 라고 오해를 하시면 절대로 안됩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빠른 판단과 유추의 리스크, 즉 trade off에 대해서 설명해보겠습니다.



 한번 수열을 예시로 들어보겠습니다. 예컨데 이런 수열이 있다고 상상해보겠습니다.



1, 2, 4, 8, 16, 32, 64, 128, 256.....



 저나 여러분이나 어렵지 않게 이것은 2배수 수열이라는 것을, 패턴을 인식하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다음에 256 뒤에 올 수도 512라는 것을 결코 어렵지 않게 상상할 수 있습니다. 



 사실 이건 약간 리스크를 동반한 과감한 추론입니다. 식이 정말 희안하게 생겨서 딱 256까지는 2배수 수열처럼 보이다가 256부터 갑자기 이상한 규칙성을 보이는 수식의 결과일 수도 있거든요(물론 그것을 만족하는 구체적인 수식은 전혀 상상이 안가는군요). 이해를 돕기 위해서 한번 짧은 수열을 보여드리겠습니다.



1, 2 .....



 여러분은 이 수열을 보는 순간 무슨 생각이 떠오르시나요? 2뒤에 뭐가 올까요? 3? 4? 이 수열은 1씩 더해지는 순열일까요, 아니면 2씩 곱해지는 수열일까요?  워낙 데이터, 즉 근거와 경험이 부족해서 함부로 예측하기가 힘들죠?



1, 2, 4....



 이 수열은 어떻습니까? 4 뒤에 뭐가 올까요? 8이라고 확신이 가능하겠습니까? 사실 이 수열은 처음 더해지는 것이 1, 두 번째로 더해지는 것이 2, 세 번째로 더해지는 것이 3...인 규칙을 가져서 4뒤에 8이 아닌 7이 올 수도 있습니다. 즉, 열에 대한 정보가 완결된 수식으로 제시되지 않는 이상, 우리는 경험적으로 이 순열의 전개를 일부만 보고 예상을 할 때 항상 리스크를 동반합니다.



 여기서 사람마다 패턴과 성격, 의사결정 기준이 많이 갈리면서 달라질 것입니다. 어떤 사람은 딱 1, 2, 4, 8까지만 보고도 아! 이건 2배수 수열이다! 라고 과감하고 빠르게 추론해서 이후 전개될 수들을 예상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반면 신중하고 좀 더 보수적인 접근을 하는 사람은, 1, 2, 4, 8, 16, 32, 64, 128 까지 보고 나서야 추론을 하기도 할 것입니다.








 여기서 리스크와 정확도, 즉 속도와 정확도는 서로 trade off 관계입니다. 속도를 추구하고 과감함을 추구하면 틀릴 위험이 높고, 반면 정확도를 추구하면 틀릴 위험은 적겠지만 속도가 느려지는 단점이 있을 것입니다. 제가 여태 사례들에서는 과감한 추론, 딱 한 번의 에피소드를 통해서 이후 발생할 일을 추론하고 상상하는 것을 강조했기에 무작정 속도를 우선시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는데 요지는 그게 아닙니다. 단지 인간 관계에서는 나를 보호하는 것이 중요하고, 타인과의 인간관계에서 실패한 추론은 궤멸적인 피해를 유발할 수도 있기에 정확성과 신중함보다는 주로 속도가 중시되는 것 같습니다.



 예컨데 여러분이 어떤 사람을 처음 만났는데, 그 사람이 격노하고 분개하는 장면을 처음 목격했다고 생각해봅시다. 당연히 첫 인상부터 욕설을 하는 사람을 보면 누구라도 불쾌하고 신뢰가 가지 않겠지만, 정말 정말 재수 없게도 그 사람이 평소 욕을 전혀 안하는 사람인데 딱 하필 여러분이 본 그날에 정말 심각한 스트레스가 겹쳐서 하필 평소 모습과 다른 모습을 보여줬을 수도 있습니다. 딱 그 짧은 장면, 얕은 기회 한 번만으로 사람을 낙인 찍는 것 만큼 위험한 것이 별로 없을 것입니다.



맥락이나 전후 상황에 대한 진지하고 조심스러운 고려 없이, 딱 눈에 보인 것만 하나 가지고 모든 것을 추론하고 판단한다면 심각한 왜곡이 발생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다만 이런 위험에도 불구하고 왜 사람은 첫인상에 크게 좌우되고, 당장 눈에 보이는 것에 집착하고 깊이 숙고하여 맥락을 파악하고 이해하기보다는 손쉽게 타인을 낙인 찍기 쉽게 진화했느냐? 하면 아마도 이는 생존과 관련이 되어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선하고 좋은 사람을 만나는 것은 분명 여러분의 인생에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반면 나쁘고 이상한 사람을 만나는 것은 단순히 기분이 불쾌한 것을 넘어서 여러분의 생존을 뒤흔들 수 있는 문제입니다. 만약 우리의 기준선을 0이라고 한다면, +는 분명 좋은 것이지만 +가 아무리 많다고 해서 죽은 사람이 부활하는 등의 일은 일어나지 않습니다. 그러나 -를 만나는 것은 +를 많이 만나는 것과는 질적으로 다릅니다. 예컨데 사람이 -10에 도달하면 죽는다고 임의로 규칙을 부여할 때, 하한선은 있지만 상한선은 없는 상태입니다. 한번만 -10에 도달하면 죽습니다. 때문에 일단 사람은 -10을 만나지 않기 위해서 부단히 노력하고, -를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생길 수 밖에 없습니다.



 +는 아무리 많아도, 주변에 도움이 되는 사람이 아무리 많아도 그것이 목숨을 +1해주지는 않거든요. 그저 삶이 좀 더 윤택해지고 행복해질(?) 뿐입니다. 그런데 재수없게 살인자를 한번 만나면 그건 곧바로 -10까지 추락하는 것입니다. 한 번 -10을 찍어버리면 2번 기회는 없습니다 그대로 끝인 것입니다.



 쉬운 이해를 위해 좀 극단적인 상상을 해보겠습니다. 전 개인적으로 주로 여성이 위에서 설명한, 사람을 보는 촉, 쎄함을 느끼는 동물적인 본능과 감각이 남성보다 더 발달한 것 같다는 개인적인 감상을 종종 하곤 했습니다. 항상 여성이 남성보다 그런 감각이 뛰어난 것은 아니지만, 대체로 위험에 노출되었을 때 잃을 것이 많고 취약한 상황에 놓인 사람일수록, 거짓 양성(false positive)을 감수하더라도, 거짓 음성(false negative)을 줄이기 위해 빠른 경계 판단에 더 투자하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왜 그럴까요? 극단적으로 내가 만나는 이 남자가 사이코패스여서, 데이트 폭력을 일삼고 심지어는 살인까지 할 수도 있는 위험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naa3ApKmANs 



https://www.youtube.com/watch?v=NFOd4phWQ5c 



진짜 극단적이고 뉴스에 나올 정도로 드문 사건이긴 하지만, 사람 잘못 만나면 진짜로 물리적으로 죽을 수도 있어요;;

https://www.youtube.com/watch?v=nln6g8yjNa8





 예컨데 여러분이 전쟁터에 나갔다고 생각합시다. 예컨데 지금 러시아와 혈투를 벌이는 우크라이나 군이 되었다고 상상해봅시다. 새로운 드론 기술을 누가 가지고 왔습니다. 그런데 그 기술이 잘 성공하면 러시아 군을 무찌르고 이길 수 있습니다. 반면 실패할 경우 우리가 전원 몰살당할 수도 있다고 생각해봅시다. 여러분이라면 목숨을 걸고 창의적이고 새로운 시도를 할 용기가 있습니까? 목숨이 걸려있고, 한 번 실패하면 그 이후가 그냥 끝이잖습니까. 이 때는 극도로 인간이 보수적이고, 정확성과 속도 사이의 trade off 에서 저울질을 할 때 정확성에 목숨을 걸게 되는 것입니다.



 반면 우리가 평소 자주 하는 문제풀이를 생각해봅시다. 시험은 명시적으로 제한 시간이 정해져 있고, 한국 교육에서는 최대한 빠른 시간 안에 기계적으로 문제를 풀도록 권장합니다. 시험에서 실패하거나 낮은 성적을 받았다고 이후 모든 기회가 박탈되거나 목숨을 잃는 것이 아니잖아요? 전쟁에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도입할 때의 보수성에 비해서 훨씬 개방적이게 된다는 것입니다. 리스크가 적으니, 부담없이 새로운 시도를 실험해보고 운 좋게 좋은 방법을 찾게 된다면 그것으로 큰 이득을 얻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사람의 손길을 거치지 않은 야생의 동물들은 거의 모든 동물들이 낯설고 새로운 것에 경계를 크게 하며, 특히 사람이 다가가면 아무리 사람이 싱글벙글 웃으면서 다가가도 크게 경계하거나 도망을 칩니다. 왜 그럴까요? 거꾸로 인간의 입장에서 새로운, 처음 보는 동물을 발견했다고 생각해봅시다. 그 동물이 식인 동물일지 아닐지 모릅니다. 이때 인간은 싱글벙글 웃으면서 새로운 동물에게 다가갈 수 있을까요? 어떻게 그럴 수 있겠습니까 까딱하면 식인 동물한테 그대로 물려서 죽을 수도 있는데. 그러니까 어느 시나리오를 생각해보아도, 인간의 입장에서는 회피하는 것이 안전하고 이득입니다. 만약 식인 동물이라면 회피하는 것이 당연히 이득이고, 식인 동물이 아니더라도 회피했다고 큰 손해가 나는 것이 아니니까요.



 거꾸로 동물들 중에서 이런 trade off를 잘 계산하지 못하고, 새롭고 낯선 동물을 잘 경계하지 않고 친근하게 다가갔다가 멸종을 당해버린 동물이 여럿 존재합니다. 대표적으로 도도새가 있죠.(물론 도도새는 인간에게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경계를 풀고 다가왔던 것 말고도 멸종에 다양한 원인이 존재합니다)





ㅠㅠ

https://namu.wiki/w/%EB%8F%84%EB%8F%84%28%EB%8F%99%EB%AC%BC%29





 경제학에서 이것을 구체화한 것이 있습니다. 유명한 학자인 파스칼은 신이 있든 없든 무조건 믿는 것이 이득이라고 했습니다. 왜냐? 일단 믿지 않으면 지옥으로 떨궈지는 기독교를 기준으로 삼자면, 신이 정말 있는 경우, 믿으면 천국이지만 안믿으면 지옥입니다. 리스크가 너무 크죠. 그리고 신이 없는 경우라 하더라도, 신이 없어도 믿으면 큰 손해는 아니지만 신이 없어서 안 믿는것이 큰 이득은 아닙니다. 그래서 어떤 경우를 비추어 보아도 항상 믿는 것이 유리하다! 라고 유명한 말을 하기도 했습니다.





경제학을 배워보신 사람들이라면 매우 쉽게 이해가 될텐데, 혹시 이해가 안되면 차분히 생각을 해보십시오. 가로축을 기준으로 볼 때 신앙을 가지는 것은 천국 혹은 약간의 손실인데, 신앙을 가지지 않는 것은 지옥 아니면 본전이기에 항상 거의 신앙을 가지는 것이 신이 있든 없든 유리하다고 기댓값이 나옵니다(물론 신이 존재할 확률을 나이브하게 50%로 잡을때 말이죠)

https://www.ibulgyo.com/news/articleView.html?idxno=212306




 위의 극단적으로 단순한 모델로 보면, 합리적으로 볼 때 사람들이 신을 무조건 믿어야 할 것 같지만 당장 한국의 경우 거꾸로 무신론자 비율이 조금씩 늘고 있죠. 이는 어디까지나 위의 모델은 직관적이고 이 세상을 단순화하여 설명하기 위한 한계를 가진 모델이라는 것을 잘 보여줍니다. 당장 신이 존재할 확률을 50%로 한 것 부터가 이상해보이고, 또 실제로 사람들이 점점 무신론자가 많아진다는 것은 저 모델의 가정이 너무 단순하고 현실의 복잡성을 잘 반영하지 못하는 뚜렷한 한계가 있다는 말입니다. 다만 그런 복잡한 것 까지 일일이 논증하면서 넘어가기에는 여백이 부족하므로, 글쓴이의 역량 한계를 탓하며 해하와 같은 너그러운 마음으로 읽어주시길 바랍니다.



 딱 위의 표에다가 사람을 넣으면 제가 하고 싶은 말이 표로 간결하게 표현이 됩니다. 왼쪽 가로축의 위를 '첫 인상으로 빨리 판단한다', 아래를 '사람을 천천히 신중하게 판단한다'로 치환해봅시다. 그리고 맨 위의 왼쪽을 '그 사람이 좋은 사람이었다'와, 오른쪽을 '그 사람이 나쁜 사람이었다'라고 대신 적어보겠습니다. 그럼 이런 표가 나올 것입니다.(이해를 돕기 위해서 나이브한 가정과 대체로 그럴듯한 시나리오를 단순화했으니 너무 심각하게 바라봐주지는 마세요 ㅎㅎ)







 파스칼의 주장과 비슷하게, 사람의 좋고 나쁘고에 상관없이 첫 인상에 큰 가중치를 부여하고, 사람을 면밀하고 심사숙고해서 천천히 차분하게 평가하기보다는 빠르고 축약해서 추론하는 것이 대체로 기댓값이 더 크며 어떤 경우에 대해서라도 그다지 큰 위험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습니다.



 혹시라도 깊이 생각하여 눈치를 챈 학생들도 있겠지만, 이 표는 극단적으로 단순화하고 나쁜 사람이나 좋은 사람을 만날 확률을 비슷하게 하여 기댓값을 다소 의도적으로 첫 인상에 더 유리하게 설정한 내용입니다. 다만 제가  하고 싶은 말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첫인상에 큰 영향을 받고 그렇게 뇌가 진화해왔기에, 그 이유를 나름 간단하게 해설할 수 있는 단순한 모델을 보여드린 것입니다. 혹시라도 구체적인 기댓값 계산과 정교한 모델이 궁금하다면 경제학 교과목 중에서 '게임이론'을 공부해보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또한, 제가 위의 표로 시나리오를 분기하고 상상한 것처럼 인간은 불확실한 세상에서 살면서 최대한 예측을 잘 하려고 노력합니다. 미리미리 준비를 하고, 어떤 경우이냐에 따라서 어떻게 행동할지 나름 대비를 하고 준비하려고 합니다. 사람은 단순히 보상을 받는 행동을 더 강화하고 수동적으로 반응하는 것이 아니라, 능동적으로 이 세상을 이해하고 나름의 기준을 세우고, 관점을 잘 다듬어서 최대한 예측을 잘 하려고 노력합니다. 이를 칼 프리스턴이라는 걸출한 영국의 신경과학자가 Active inference 능동 추론이라고 하였으며, 사람들은 각자 나름대로의 내부 모델을 통해서 성공적으로 불확실한 상황을 잘 예측하고 예상해서 놀라움(surprise)를 최소화하려 한다고 하였습니다.





엄청 바쁜 유명한 석학인데 제 이메일에도 여러 차례 답장해주실 정도로 참 친절한 교수님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TJ-2YyxH7t8





 이야기를 하다보니 이해를 돕기 위해서 너무 이 세상을 극단적으로 단순화하고, 제가 하고 싶은 말에 끼워맞추는 식으로 설명한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도 드는데 똑똑한 여러분들이라면 제 의도와 맥락을 잘 파악하면서도 제 주장을 비판적으로 잘 받아들이리라 기대합니다. 결코 글쓴이는 세상을 극단적으로 단순화하여 비과학적으로 바라보라고 여러분에게 주입하는 것이 아니며, 단지 극명한 대비 효과를 통해 이해를 도우려고 했을 뿐 이 세상을 함부로 전체적으로 판단하려는 시도를 하지 않습니다. 



 다음 시간에는 본격적으로 TEM 논문에 대한 내용과, trade off를 구체적인 수학으로 서술한 것에 대해서 설명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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