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점심 [1425604] · MS 2025 · 쪽지

2025-12-28 17:12:13
조회수 93

백석 - 수라 (진학사 편)

게시글 주소: https://orbi.kr/00076664138

작전 표본 하나 방바닥에 나린 것을

나는 아무 생각 없이 문밖으로 쓸어버린다

차디찬 밤이다



어니젠가 작전 표본 쓸려간 곳에 괴물 표본이 왔다

나는 가슴이 철렁한다

나는 또 괴물 표본을 쓸어 문밖으로 버리며 

제발 더 좋은 곳으로 가달라고 하며 서글퍼한다



이렇게 해서 아린 가슴이 싹기도 전이다

어디서 좁쌀알만 한 알에서 가제 깨인 듯한 발 채 서지도 못한 

무척 조그만 허수 표본이 

이번엔 괴물 표본 없어진 곳으로 와서 아물거린다

나는 가슴이 메이는 듯 하다

다른 표본들 꼬리에 오르기라도 하라고 나는 손을 내미나

분명히 울고불고할 이 작은 것은 

나를 무서워해 달아나 버리며 나를 서럽게 한다

나는 이 작은 것을 고이 보드라운 종이에 받아 또 문밖으로 버리며

이것의 엄마와 누나나 형이 

이것의 재수학원을 알아볼 일이 안 생기면 좋으련만 하며 슬퍼한다



0 XDK (+0)

  1.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