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경 [1436930] · MS 2025 (수정됨) · 쪽지

2025-12-27 21: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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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경의 영화감상 01. 지리멸렬(봉준호) - 바퀴벌레, 골목 밖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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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 단편 1부의 제목은 '바퀴벌레'



평안하게 출근길을 지나는 교수의 모습.


앞에 가던 학생의 옷을 오프숄더로 만들며 인사를 건넨다. 1990년대엔 이럴 수도 있겠다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치만 상상이었고? 교수가 옷을 내리기 전에 학생이 먼저 돌아보며 교수에게 인사를 드린다.


오우 쉿


사무실로 간 교수는 야한 잡지를 보며 해피타임을 즐기다 급하게 강의실로 뛰쳐나간다.


여기서 봉준호의 첫번째 디스가 들어간다. 교수가 강의하는 내용은 바로 '아도르노의 권위주의적 성격'.

교수의 권위를 이용해 여학생에게 추행을 가하는 상상을 하면서도 대학에서는 이런 내용을 가르치는 교수의

'지리멸렬함'. 


참고로 지리멸렬은 일관성과 반대의 개념이며, 권위주의는 민주주의와 대척점에 있는 개념이다.

권위라는 것이 높은 사회적 지위나 전문성 등을 바탕으로 시민들에게서 자발적으로 인정받는 것임을 감안하면, 권위를 고집하면서도 그에 상응하는 품위를 지키지 않는 권위자들의 모습이 바로 봉준호가 지적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교수는 사무실에 놓고 온 유인물이 있으니 가지고 와달라고 여학생에게 부탁하고, 마저 수업을 이어나간다.

그가 칠판에 쓴 단어의 의미는 한국어로 인습주의.

그러하다. 민주주의가 찾아왔음에도 자신들의 권위만을 고집하는 집단의 인습주의.

여성 역시 존중받아야 할 존재임에도 불구하고 여성을 그저 성적 욕망의 대상으로서 바라보는 교수의 인습주의.



그런데 문득 책상에 두고 나온 야.잡이 생각나고, 급하게 강의실을 뛰쳐나간다.

학생이 못보는 사이에 교재를 집어던져 야한 잡지를 가리고, 바퀴벌레가 나왔다고 둘러대며 1부 마무리.


러닝을 하다 목이 탔는지, 주변을 둘러보고 마당에 누가 있는지 문 밑으로 확인을 한 후 남의 집 우유를 처먹는다.

신문배달부 청년에게도 우유를 나눠주고, 이내 다시 러닝을 하러 간다.

어느새 나타난 집주인은 우유를 매일매일 훔쳐먹는 놈이 너였냐고 극대노를 함.

멀리서 지켜보던 아저씨는 죄책감보다는 아쉬움이 커보인다. 이후 실실 쪼개면서 러닝을 재개함

그러나 여기서도 만나고,

저기서도 만나고,

도망가다 지쳐 남의 집 우유를 까먹다가

또 만나고 또 도망간다.

어느새 첫 장면에서의 집 앞을 지나쳐 지나가고, 집주인 아주머니는 문 앞에 무언가를 붙이고 있다.

우유는 아저씨가 훔쳤는데 애꿎은 조선일보만 욕을 보게 되었다.


골목의 어디를 가도 청년이 나타나는 건 업보를 암시하는 것일까?


에피 2가 다소 무슨 의미인가 싶고 난잡해보이지만, 이 이야기의 진가는 곧 나타나니 기대해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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