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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입안에 가시가 돋는다", 一日不讀書 口中生荊棘(일일부독서 구중생형극) 이라는 문구를 본격적으로 파헤쳐 보도록 합시다.
본래 이 말은 일본의 유학자인 주순수의 《답야절문(答野節問)》이라는 책에서 나온 문장으로, 원문은 다음과 같습니다:
三日不讀 口生荊棘;三日不彈 手生荊棘
해석하면
"삼일 동안 독서를 하지 않으면 입안에 가시가 생기고, 삼일 동안 가야금을 타지 않으면 손에 가시가 생긴다." 입니다.
여기서 "가시(荊棘)"는 말 그대로 나무에 달린 가시로, 흔히 괴로움이나 어려움을 비유적으로 표현하는 단어입니다.
그런데 독서는 눈으로 책을 보는것인데 눈이 아니라 입에 가시가 생기는 걸까요? 독서와 입은 무슨 관련이 있는걸까요? 이를 위해서 우선 讀(읽을 독)이라는 단어를 명확하게 알면 좋을 것 같습니다. 讀(읽을 독)이라는 한자는 訁(말씀 언) 부수가 있는 것에서 알 수 있드시 사실 "(책을) 소리내면서 읽다"라는 뜻입니다. 현대인들은 독서를 할 때 소리를 내지 않고 조용히 묵상하는 편이지만, 과거에는 대부분 독서를 할 때는 소리를 내면서 읽었습니다. 이것이 현재에는 독서라는 단어가 소리내서 읽기와 조용히 읽기를 모두 포함하는 단어가 되었지만 기본적인 뜻은 "소리내면서 읽다"라는 뜻입니다. 반대로 소리를 내지 않으며 읽을 때에는 閱(볼 열), 覽(볼 람)등의 한자를 이용하여 표현합니다. 그래서 도서관에서 소리내지 않고 조용히 책을 읽는 장소가 열람실(閱覽室)이라고 하는 것이지요. 결국 讀書(독서)라는 행위를 할 때는 눈과 입을 동시에 써야 하고 따라서 하루라도 독서를 하지 않으면 입이 간지럽고 허전하여 가시가 생긴다는 표현이 있는 것입니다. (거문고도 마찬가지이겠구요)
만약 이 가시를 "입에서 나오는 남을 비난하는 말의 비유"라고 한다면, 가야금을 타지 않아 손에 생긴 가시는 도대체 무엇일까요?
그냥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고, 독서와 가야금을 타는 습관이 들어서 삼일 동안 하지 않으면 가시가 생길 정도로 괴롭다라고 해석하는 것이 가장 자연스럽지 않을까요?
그리고 이 주순수의 문장처럼 교훈이 될 만한 문장들을 추려서 교육용으로 편집한 책이 《추구문(推句文)》인데, 여기서 안중근 의사가 인용한 문장이 정확하게 등장합니다:
一日不讀書 口中生荊棘
해석하면
"하루라도 독서를 하지 않으면 입안에 가시가 생긴다."
아마도 안중근 의사는 어린 시절에 배운 이 《추구문(推句文)》의 문장에 깊이 감명을 받고 평생의 좌우명으로 삼은 것 같습니다. 또한 《추구문(推句文)》이라는 책은 명심보감과 더불어 어린아이에게 한문을 학습하기 위해 작성된 쉬운 책입니다. 어린아이들이 보는 책이기 때문에 유교경전처럼 심오한 뜻을 가진 문구들이 아니라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쉬운 문장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초등학생도 이해할 수 있도록 단순하게 직관적으로 해석하는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사실 이런 독서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글귀들은 비슷한 형태로 여럿 존재합니다,
《진서 은중감전(晉書 殷仲堪傳)》에서는
三日不讀道德論 便覺舌本間强
해석: "삼일 동안 도덕론을 읽지 않으면 혓바닥이 굳어짐을 느낀다."
《간독회수(簡牘會粹)》에서는
近日 不讀書久矣 口中荊棘 胸裏茅塞
해석: "최근 책을 읽은 지 오래되어 입안에 가시가 자라고 가슴속에 풀이 자라 답답하다."
청나라 소륜(蕭掄)의 '독서유소견작(讀書有所見作)'라는 시에서도
一日不讀書 胸臆無佳想 一月不讀書 耳目失淸爽
해석: "하루라도 독서를 하지 않으면 가슴속에 아름다운 생각이 사라지고, 한 달 동안 독서를 하지 않으면 귀와 눈이 맑음과 시원함을 잃는다."
전체적으로, 독서를 오랫동안 하지 않으면 (이미 독서가 습관이 되었기 때문에) 답답하다는 뉘앙스로 말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참고로, 흔히 인터넷상에서 안중근 의사의 독서 습관을 강조하고자 심지어 사형 집행 전 마지막 소원에서도 "5분만 시간을 주십시오. 아직 책을 읽지 못했습니다."라고 간수에게 부탁했다는 일화가 널리 퍼져 있는데, 이것은 사실이 아닙니다.
안중근 의사의 사형 집행에 관련된 통감부 문서에 따르면, 안 의사는 유언은 따로 없고 단지 동양의 평화를 바란다고 말했으며, "동양평화만세"를 외치는 것을 허락해 달라고 했으나 허락받지 못하고 2분간 조용히 기도하다가 사형을 받았다고 나와 있습니다.
(출처: 통감부 문서)
자 그러면 이 글의 초반에 여러 강사들이 주장했던 내용인
"독서를 하지 않으면 남을 비난하고 상처가 되는 가시가 생긴다"는 해석은 어떻게 나오게 된 것일까요?
이것은 사실 "一日不讀書 口中生荊棘"이라는 문장과 매우 유사한 다른 문구가 있기 때문입니다.
바로 송나라 섭정규(葉廷珪)가 쓴 《해록쇄사(海錄碎事)》에 나오는 다음 문장입니다:
荊棘生於口中 雌黃謬於舌杪
"입안에서 가시가 생기고, 혀끝에서 잘못된 말(자황)이 나온다."
여기서 "자황(雌黃)"은 노란 안료를 뜻하는데, 중국에서는 이것으로 문서를 수정했기 때문에 비유적으로 사실을 왜곡하거나 잘못된 말을 의미합니다.
이 《해록쇄사》의 문장에서 유래한 말이 "口中荊棘(구중형극, 입안의 가시)"라는 말로, 왜곡되거나 잘못된 말을 비유하는 사자성어입니다.
그런데 이 성어는 "一日不讀書 口中生荊棘"이라는 문장과 사용된 한자와 문장 구조가 매우 유사합니다.
아마도 최초로 이런 주장을 한 사람은 이러한 유사성에 착안하여 두 문구를 합쳐
"매일 독서를 하지 않으면 남을 비판하기 쉬워진다."라는 독창적인 새로운 해석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왜 이런 주장이 나왔을지에 대해 조심스럽게 추론하자면 아마 讀書(독서)라는 단어가 과거에는 큰 소리로 책을 읽는다는 의미였지만 현대에서는 조용히 책을 읽는 용도로 주로 쓰이기 때문에, 한문에 대해 익숙하지 않은 대부분의 현대인들은
"왜 독서를 안하는데 입에 가시가 생길까? 독서를 하는데 입은 사용하지도 않는데 말이지." 라고 생각을 생각할 것 같습니다다. 그래서 이 논리의 간극을 메우기 위해서 가시의 의미를 찾아보다가 가시가 사실은 "남을 비난하는 비유"로 볼 수 있다고 보고 독서를 하지 않으면 입안에 가시가 생겨 남을 비난하기 쉬워지는구나! 라고 논리의 빈칸을 채웠던것 같네요.
기존의 유명한 문구를 새롭게 해석하여 새로운 교훈을 만드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일이지만, 어느 순간부터 이 해석이 오해로 이어져
"아, 안중근 의사의 진정한 뜻은 독서 습관의 중요성이 아니라, 책을 읽지 않으면 남을 비난하게 된다."는 식으로 와전된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정말 아이러니한 것은, 결국 이런 주장을 하시는 분들조차도 그 주장을 "독서"를 통해서 얻은 것 같지는 않다는 느낌이 든다는 점입니다.
제가 쓴 글은 아니고, 옮긴 글입니다. 어쨌거나 심찬우T가 했던 주장은 틀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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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어쩐지 전에도 본거같더라
사실 저도 한창 올라오는 양산형 숏폼들 보고 진짜 그런가? 해서 여러가지 찾아보다가 마침 올라왔어서 읽은 글인데, 가장 잘 정리되어 있어서 옮겨왔습니다
와 이거 드디어 다시 읽네
저거 누가 펨코에 올렸다가 지워 가지고 못 읽어서 ㅈㄴ 서러웠음
나루호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