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이오노스 [904605] · MS 2019 (수정됨) · 쪽지

2025-11-17 14:2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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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압)어느 사수생 이야기를 보고...(3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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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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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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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정말 빠르게 3편으로 돌아왔습니다.

3편에서는 제 공부 얘기를 좀 더 하고자 해요.


현역 때 19 수능,

재수 때 20 수능.

그리고 수능 공부를 했으니

당연히 21 수능도 치고...

지금까지도 수능 공부를 하고 있으니

22, 23, 24, 25, 26 다 쳤어야 하는 게 맞죠.


하지만, 저는 21~24 수능을 현장에서 응시하지 않았습니다.

매 수능이 다가올 때마다 두려움이 엄습했습니다.

단순히 점수를 낮게 받는 게 두려웠던 건 아닙니다.

매 번 새로운 수능이 오는데도

매번 나태하게 살아온 한 해, 한 해를 돌아보면

후회와 자괴감이 밀려왔고,

수능장에서 다른 사람들에게 민폐를 끼치지 않을까

걱정했습니다.

실제로 25 수능 도중에 자리를 박차고 나가는 상상도 했구요.

(당연히 실천하지는 않았죠.)


원서 접수는 했었습니다.

23 수능이었죠. 

수험표 받으러 가는 날,

학교에 전화해서 수험표를 버려 주시기를 부탁 드렸습니다.


24 수능...

친동생이 겪은 처음이자 마지막 수능입니다.


25 수능부터 수능장에 가기 시작했죠.

작년이죠. 저와 오랫동안 알고 지낸

멘티분과 공부를 했었습니다.

그러다가 멘티분의 아버님께서

지원을 끊겠다고 하셔서

결국 무산되고 말았습니다.


저는 홀로 남아 수능을 준비했죠.

그때 저를 방해하는 사람들은 없었습니다.

사건도 없었죠.

하지만 제 자신과 계속 싸우면서

어떤 날은 8, 9시간 공부하다가도,

다른 날은 2, 3시간 공부하고...

공부를 하지 않는 시간에는

끊임 없이 제 인생을 돌아봤던 것 같습니다.


미적...원래 어려운 건 알고 있었지만

정말 어렵더라구요.

확통은 놓은 지 오래 되었어도

4점 문항도 풀 줄은 아는데, 

미적은 27번에서 턱 막하는...

결국 28~30번 다 틀렸죠.


25 수능에서 너무 안타까운 점은,

수능 직전에 목감기에 걸려서

컨디션이 아주 나쁜 상태로 시험을 쳤습니다.

열심히 비틀기를 해서 국어를 백분위 92를 지켰는데,

에너지를 너무 많이 소모해서

수학 4점 문제들을 풀 기력이 없었습니다.

물론 컨디션 관리도 실력이니,

변명하려고 하는 건 아닙니다.


우울증 걸리고 나서부터는

독해 속도도 느려지고,

계산 실수도 잦아져서,

풀 수 있을지도 모르는 문항에 도전하기보다

이미 푼 문제들 중에 실수로 틀린 건 없는지

검토를 2번? 3번? 정도 돌렸던 걸로 기억합니다.

그래도 미적이라서 괜찮을 줄 알았는데,

확통과의 격차가 상대적으로 작았고,

결국 실패로 끝났죠.


25 수능을 본 후에,

수능판에서 떠날 생각을 했습니다.

저에게는 더 이상 공부를 할 힘이 없음을 인정하고,

아버지 말씀대로 충분한 휴식을 하면서

주식 공부를 하려고 했어요.

여러 번 언급한 멘티분과

같이 주식 공부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좋았어요.

주식 지표 중에 RSI라는 게 있는데,

그걸 이용해서 매매를 했더니

수익률이 나쁘지 않았어요.


그렇게 주식에 빠져 살다가

문득 현타가 왔습니다.

주식으로 떼돈 벌 수 있을지 잘 모르겠고,

다른 사람들을 케어하는 걸 좋아하는데,

(롤 할 때도 서폿이 주 라인인...ㅋㅋ)

남들이 보기에 백수처럼 살아도 될까?

하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그러다가 같이 공부하는 멘티분과 

어느 날 대화를 나눴는데,

수능 얘기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다가 멘티분이 목표를 아주 낮춰서

제가 소속되어 있는

인하대만 가도 만족할 거라고 말씀하셨어요.

그래서 작년 말에 부모님 몰래 

멘티분의 수능 공부를 도와드리기 시작했습니다.


멘티분은 인하대를 목표로,

저는 수학을 극복해내고

수학 과외 강사가 되는 걸 목표로 잡았습니다.


멘티분의 컨디션이 아주 좋았어요.

제가 전도하지도 않았는데,

제가 다니는 교회에 따라오셔서

인맥이 넓어지셨죠.

집에서만 지내는 기간이 길었는데,

그렇게 되니 사람이 밝아졌습니다.


이 와중에도 공부를 별로 하지는 않았어요.

계속 사람 만나는 걸 좋아하셔서

저도 말리지 않았거든요.


본격적으로 공부를 4월 쯤에 시작했던 것 같습니다.

그때 쯤에 제가 새벽 5시 반~6시 쯤에 일어나서

지하철을 타고 서울에 매일 갔죠.

같이 공부하면서 올해는 다를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다가 점차 그분이 우울 모드로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스터디룸에 혼자 남아 뉴런 진도를 나가려고 애썼죠.

그러던 중, 5월 달부터 멘티분이 수학을 정말로 잘하고 싶어서

과외를 같이 받자고 제안하셨습니다.

가형 만점 출신 선생님의 수업이었어요.

1주일에 하루 5시간 풀로

한 달 비용도 수업 퀄리티에 비해 많이 저렴했죠.


하지만, 그 금액조차도 제게는 부담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수업을 하려면 인원을 모아야 해서

제 목표도 수학 강사다 보니 과외를 같이 받기로 했죠.

25 수능 대비로 코칭 받으셨던 한 분을 설득해서

기하 과외반 모집이 완료가 됐습니다.


첫 수업, 선생님이 교과 개념을 빠르게 짚어주셨습니다.

첫 인상은 커뮤니티에서 봤던 모습과 많이 달랐습니다.

마음이 따뜻한 분이셨고,

하루 종일 수능 수학만을 생각하며 사시는 정말

천직을 찾은 분이셨습니다.


첫 수업에서는 큰 임팩트는 없었지만,

그래도 도움이 많이 될 것 같다는 판단을 했습니다.

그런데, 멘티분이 수업을 듣는 내내

마음이 너무 힘들었다고, 그룹 과외는 힘들다고 하셨습니다.

그러다가 결국 관두셨고,

저와 다른 분들은 계속 수업을 받았습니다.


5월 달에 수업을 받으면서도

여전히 남아 있는 우울함을 핑계로,

숙제를 다 못할 때도 있었습니다.

그래도 루틴은 지켰고,

공부 외에 다른 건 다 차단을 한 상태였습니다.


근데, 5월 말부터 힘든 일들이 벌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저를 받아주시고 아껴주신 외할머니...

치매 증상이 점점 나타나고 있는 건 알았지만,

그 증상이 상당히 악화가 되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아주 아끼던 동생이...

제 생일날 세상을 떠났습니다.


제 친동생은 갑자기 

대학교 친구 무리에서 퇴출 당한 상태에서

군대도 가야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오랜 기간 함께 했던 멘티분도 

너무 큰 우울감에 수능을 완전히 내려놓았고,

아버지와 어머니는 몇 년 동안 대화를 안 하고 살아서

집안 분위기는 항상 부정적인 의미로 조용했습니다.


지금은 다 용서했고,

이해하지만,

제가 사랑하는 분에게 사실상 죽으라는 말도 들었고,

이 사건들이 동시다발적으로 터져도 엄청 힘들었겠지만,

마치 저를 놀리는 것처럼

정확히 일주일에 하나씩 터졌습니다.


완전 멘탈이 갈려서

무기력증을 꽤 오래 겪었습니다.

이제는 달라지고 싶다는 글을 쓰고

매일 오르비에 공부 인증을 하겠다며 설쳤지만,

그걸로도 제 무너진 삶을 세우기는 역부족이었습니다.


수학 외에 다른 과목들을 다 포기하고,

수학이라도 붙잡으려 했지만,

과외 숙제도 거의 못 한 날들이 너무나 많았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과외 선생님은

숙제 못해와도 괜찮으니

밖에 나와서 사람들하고 교류라도 하라는 의미에서

과외에 계속 나오기를 권장하셨습니다.

과외 선생님 덕분에 조금씩이라도

수능 수학 공부를 놓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제가 아버지를 용서하고,

어머니가 아버지에게 먼저

화해의 손길을 내밀어서

집안 분위기가 아주 좋아졌습니다.

어떻게 이렇게까지 바뀔 수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웃으면서 대화를 하시는 부모님을 보고

이제 내 마음만 회복되면

뭐든지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한 번 올라간 김밥 가격이 안 내려가듯이,

저를 괴롭히는 무기력증은

저를 놓지 않았습니다.

매일 간절하게 기도했습니다.

제발 살려달라고...이대로 살기는 너무 싫다고.


그러다가 2022학년도 기출부터는

실모 풀 듯이 모의고사 형태로 과외가 진행되었는데,

100분을 재고 1주일에 2회분을 보는 게 숙제였기에,

부담을 덜고 그것만큼은 1번을 제외하고 지켰습니다.


선생님이 설명을 너무 잘해주셔서

제 문풀량에 비해서 실력이 많이 성장하는 걸 느꼈습니다.

그러면서 너무 아쉬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선생님의 수업을 잘 활용하려면 복습도 철저하게 하고,

숙제는 당연히 다 잘 해냈어야 했는데...하는 후회.


선생님께서 복습을 강조하셨지만,

저는 무기력증에 빠졌을 때 까먹어 버린

문풀 감각을 살리고자

기하 시발점, 쎈과 2, 3점 기출생각집을 병행한다는 핑계로

과외 수업 복습을 소홀히 했습니다.


분명 미적에 비하면 할 만하다는 걸 느꼈고,

4점 문항 중, 이차곡선 문제는 풀릴 때가 종종 있었는데,

계속 3점 문항에서 뇌절이 나와서

4점 문항에 투자하지 않고, 계속 개념을 다시 복습하고

3점 문항을 푸는 거에 집중했습니다.


그렇게 수학만 하던 중,

저에게 쪽지로 연락이 왔습니다.

컨텐츠 제작에 관심이 있냐는 연락이었습니다.

그 시점은 10월 달이었죠.

좋은 조건이었기에 흔쾌히 수락하고

올해 말부터 컨텐츠 제작자라는 직업이 생겼습니다.


수학 컨텐츠를 만들 실력이 안 되기에,

가장 자신 있는 국어, 그 중에서 문학 컨텐츠를

제작하겠다고 정했습니다.


이 사실을 부모님께 알려드렸고,

어머니께서는 국어 컨텐츠를 만드려면

국어 공부 위주로 하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래서 급하게 10월 말부터,

아니 본격적으로는 11월부터

국어 벼락치기를 했습니다.

문학 컨텐츠를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니,

26 수능 문학에서 1문제라도 틀리면

관두려는 생각으로 진지하게 임했습니다.

그 결과, 독서 -12점, 화작 -2점

문학은 다 맞아서 86점을 받았습니다.

지금까지 총 4번의 수능에서

3번을 백분위 92를 받았는데,

이번에도 백분위 92가 나온다면

정말 신기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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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글을 쓸 시간에

컨텐츠를 위해서 기출 선별도 하고,

해설도 작성해야 하는 걸 아는데,

어느 사수생 이야기라는 유튜브 영상을 보면서

느낀 것도 있고,

수학 과외를 계속 함께한 다른 멘티분을 상담 해드리면서

이 글을 써야겠다고 다짐하게 되었습니다.


아마 2등급 따리가 

왠 컨텐츠 제작이냐라고 하실 분도

분명 계실 겁니다.

그래서 제가 아는 수능 국어를 정말 잘하시는 분께 

조언을 구했습니다.

그분은 공부만 하면 충분히 잘할 것 같다는 말씀과 함께,

사람들이 뭐라 하든 하고 싶으면 하라고 조언해주셨습니다.

성적표를 공개한 것도 사실 이 조언을 듣고

컨텐츠 제작을 하되, 국어황인 척은 하지 말자는 생각이었습니다.


아무튼 이렇게 제 이야기는 이렇게 마무리되었습니다.

아니, 앞으로 어머니 말씀대로 내년 수능 국어 백분위 100을 향해 갈 것이고,

가능하다면, 4번의 수능에서 2등급을 지켜낸 노하우를

과외를 통해 전달하고 싶다는 생각도 있습니다.

뭔 과외까지...하실 분들도 계시겠지만,

저는 국어 성적을 못 올려드리면 전액 환불도 생각할 만큼

진심으로 수험생분들이 약점 과목인 국어에서

성과를 내시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실제로 수능을 관두신 멘티분이 쓰시던 교재를

25 수능 때는 50프로 환급(완료),

이번 26 수능 교재비는 100프로 환급(지금 갚아 드리는 중)을 약속했습니다.

과외를 안 받았다면 진작에 환급이 끝났겠지만,

그래도 과외를 받은 걸 후회하지 않습니다.

과거로 돌아가도 아마 과외를 받았을 지도 모르구요.


정말 긴 제 글을

1개도 아니고, 3개나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를 비판하시든 비난하시든

이제 저는 어느 정도 해탈했기에

다 받아들이겠습니다.

뭐라 말씀하시든지 제가 틀릴 수 있고

다 맞는 말씀입니다. 

따로 반박은 하지 않겠습니다.


이제 간절히 바라는 것은,

주변 환경이 다시 평화를 찾았으니

제 마음에도 평화가 있기를 하는 마음입니다.


의사 선생님께서

제 우울증, 즉 불안 장애의 심각성이

오른팔 하나가 없는 수준이라고 하셨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한 달도 안 되는 시간의 벼락치기로

국어 2등급을 사수하고,

제대로 각 잡고 수학을 풀지 못했음에도

작년보다 꽤 발전한 모습을 보면서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이 글을 읽으신 분들은

아직 고3이 안 되신 분들,

예비 고3분들,

재수를 고민하시는 분들,

N수를 고민하시는 분들,

학부모님들 등 다양한 위치에

계신 분들이겠죠.


모두를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제 인생의 목표는

히어로가 되는 겁니다.

단 1명의 사람이라도 입시 지옥에서

살릴 수 있다면

그걸로 제 역할을 다했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제 욕심은 물론,

최대한 많은 분들을 돕는 것이지요.


컨텐츠를 그럼 이제 유료로만 제공하는가?

그건 아닙니다.

내년부터 EBS 고전시가, 고전소설 작품만을 평가원화해서

무료로 올려드릴 계획이고, 

(필요하신 분들을 위해 한글 파일도 제공)

제가 만들 기출 컨텐츠의 문제편은

PDF로 무료 제공할 생각입니다.


제 컨텐츠와 과외가 잘 되는 것도 좋겠지만,

그게 아니더라도

제 인생 이야기를 통해

입시판에 오랫동안 있는 망령이 되지 말자는

생각을 하신 분이 한 분이라도 계시다면

그걸로도 저는 만족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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