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이 왜 거기서 나와? [2026 수능 국어 칸트 적?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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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필자의 뇌피셜과 드립이 난무하는 글입니다. 설명을 위해서라면 교육 과정의 선타기가 아니라 선에서 멀리뛰기를 시전하는 필자이니 이점 유의 바랍니다. 반박시 여러분의 의견이 맞습니다.
*필자가 재미있는 글을 추구하다 보니 맞춤법 실수가 잦습니다. 사실 그냥 능지가 모자란 것이니 넓은 아량을 베풀어 양해해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네 여러분 반갑습니다. 눈덩이 아카이브의 필자 눈덩이입니다. 제목을 보고 적중이라니 무슨 소리인가 싶은신 분들이 있을 수 있습니다. 당신은 생윤 글 쓰는 사람 아니냐? 압니다. 어그로입니다. 근데 순수 100% 어그로는 아니고 비슷한 주제로 글을 쓴 적이 있습니다. 다만 칸트가 아니라 데카르트와 스피노자 글에서 썼었습니다.
링크 남겨 드렸습니다^^ 가서 좋아요 좀 눌러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본론으로 들어가 오늘 등장한 칸트 지문을 좀 살펴봅시다.
철학에서 특정한 개인으로서의 인간을 ‘인격’, 그중 ‘나’를 ‘자아’라고 한다. 인격의 동일성은 모든 생각의 기반이다. 우리는 과거의 내가 현재의 나와 동일한 인격이기에 과거에 내가 한 약속을 현재의 내가 지켜야 한다고 판단한다. 칸트 이전까지 인격의 동일성을 설명하는 유력한 견해는, ‘생각하는 나’인 영혼이 단일한 주관으로서 시간의 흐름 속에 지속한다는 것이었다. ‘주관’은 인식의 주체를 가리키며, ‘인식’은 ‘앎’을 말한다.
시작에 앞서 저는 국어 문제를 푸는 방식이나 어떻게 독해를 해야 하는게 아니라 그냥 칸트 빠돌이라서 수능 지문으로 칸트가 나와 반가워서 이해를 위해 배경 지식을 설명하는 것 뿐입니다. 어차피 수능 끝나고 이거 보시는 거면 풀이는 몰라도 되는거 아닙니까? 한번 더 해야 한다고요? 내년에 공부하겠죠. 오늘은 저게 뭔 개소린가 알아 봅시다
잘 생각해보면 신생아 시절의 '나'와 지금의 '나'는 분명 같은 사람이지만 왜 같은 사람인지 설명하기가 애매합니다. 세포가 같아서? 잘은 모르지만 집에 같이 살고 있는 이과생에 의하면(형입니다.) 대충 일주일 전에 제몸을 구성하는 세포들과 지금 구성하고 있는 세포들은 다르다는 것 같습니다. 즉 물질적인 특징에 의해 두 존재가 같은 존재로 인정 받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이 질문에 관련해 답을 찾는 것을 '실체를 찾는 문제'라고 부릅니다. 가장 고전적인 답변은 영혼이 같다는 것입니다. 신생아 시절의 저나 지금의 저나 영혼이 같으니 같은 존재 아니냐는 것이죠. '칸트 이전까지 인격의 동일성을 설명하는 유력한 견해는, ‘생각하는 나’인 영혼이 단일한 주관으로서 시간의 흐름 속에 지속한다는 것이었다. ‘주관’은 인식의 주체를 가리키며, ‘인식’은 ‘앎’을 말한다.' 이게 그 실체와 관련된 문제를 다룬 것입니다. 다만 제시문에서는 실체가 아니라 일관된 인식 주체라고 표현한 것일 뿐입니다. 결국 칸트가 생각하는 인격이란 자아의 실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칸트는 ‘나는 생각한다.’, 즉 ‘자기의식’은 인식이 이루어지는 것을 가능하게 하는 조건 중 하나에 불과하다고 본다. 그러한 조건 자체는 무언가가 실재함을 보장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자기의식은 ‘생각하는 나’가 단일한 주관으로서 실제로 존재한다는 것, 즉 ‘영혼의 실재함’을 보장하지 않고, ‘영혼이 실재할 가능성’을 열어둘 뿐이다.
그런데 칸트는 실체를 영혼에서 찾지 않습니다. [순수이성 비판]에서 칸트의 인식론을 다루는데 영혼의 존재는 분석 판단(논리적인 판단)이나 종합 판단(경험적인 판단)으로 증명 불가능합니다. 즉 인간의 인식 능력으로 증명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기 때문에 신,영혼과 같은 존재들은 진짜 존재하는지 확언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알 수 없다고 존재하지 않는다고 확언할 수도 없습니다. 그러니 영혼이 실재할 가능성은 있을 수 있습니다.
이게 뭔소리인가? 우리의 인식 능력을 넘어서는 내용들은 존재하는지 확신할 수 없으며 마찬가지로 존재하지 않는다고 확신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즉 있는지 없는지 모르겠다는 겁니다. 사실 저 문단을 줄이면 자기 의식은 단일한 주관(자신의 실체)이 존재하기 위한 필요 조건은 맞는데 자기 의식이 영혼의 존재를 인정할 수 있는 충분 조건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필요 조건이나 충분 조건이 헷갈리시는 분들을 위해 풀어서 말하면 단일한 주관이 있으려면 자기 의식은 있어야 하는데 자기 의식이 있다고 영혼이 실재하는 것은 아니다 이겁니다. 이게 2분단의 전부입니다.
이를 바탕으로 칸트는 영혼이 인격이라는 견해를 반박한다. 칸트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 스스로의 동일성을 의식하는 것은 인격이다.’와 ‘영혼이 자기의식을 한다.’라는 두 전제 모두 납득할 수 있다고 보지만, 그 전제들로부터 ‘영혼이 인격이다.’라는 결론은 도출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첫 번째 전제에 등장하는 ‘의식’은 실제로 존재하는 무언가에 대해 의식한다는 뜻이지만, ‘생각하는 나는 생각한다.’와 다름없는 두 번째 전제에 등장하는 ‘의식’은 무언가가 꼭 실재함을 뜻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근데 칸트가 인격을 자아의 실체라고 본다는 것은 알겠는데 걍 영혼이라고 하면 안되나? 그걸 왜 반박하죠? 당시 사람들은 영혼이 존재하는 실체라고 보았기 때문입니다. 아까 미리 얘기 했었어야 했는데 ‘칸트 이전까지 인격의 동일성을 설명하는 유력한 견해’ 는 ‘데카르트’의 견해입니다.
‘전통적으로 실체란 변화하는 양상 이면에 존재하는 불변한 요소로 자신은 변하지 않으면서 다른 것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어떠한 것으로 받아 들여졌습니다. 그리고 실체의 역할은 신이 맡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각 사물들의 목적을 물리법칙으로 설명하는 것이 가능해지면서 우리는 실체에 대한 새로운 개념이 필요해졌습니다. 데카르트는 물질(물리학) / 정신(이성) / 신(무한 실체)이라는 3가지 실체를 인정하면서 신을 인정하면서 동시에 정신이 물질을 독자적으로 탐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스피노자의 이론은 데카르트의 이론을 무너뜨리는 방식으로 전개됩니다.
[예전에 필자가 쓴 글]’
결국 데카르트 마냥 영혼을 실체로 삼기 위해서는 영혼이 존재함을 전제해야 하는데 칸트는 영혼이 존재함을 인간이 증명할 방법이 없기 떄문에 자아의 실체를 영혼이라고 부르면 안된다는 것입니다. 그럼 칸트는 인격이 없다고 보는건가요? 그렇게 볼 수도 있고 아니라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칸트는 인격을 도덕적 개념으로서 ‘요청한 개념’이기 때문입니다. 자아의 실체가 실제로 존재하는지 확언할 수는 없지만 ‘과거에 내가 한 약속을 현재의 내가 지켜야 하는 것처럼’ 도덕적인 문제에 있어 필요하기 때문에 요청하는 개념인 것입니다. 사실 칸트 입장에서 인격이 존재하는지 아닌지는 증명이 불가능한 문제입니다.
① 시간의 흐름 속에서 스스로의 동일성을 의식하는 것은 인격이다.
② 영혼이 자기의식을 한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 칸트 입장에서 각각의 명제들은 인정할 수 있습니다. 어차피 인격이나 영혼은 요청된 개념이므로 각자의 개념 정의에 대해서는 전제로서 받아들일 수 있다 이겁니다. 근데 막 갔다 붙이면 안되는게 이 개념들이 요청된 목적에 맞게 개념을 정의해야 하긴 합니다. 어쨌든 이 전제들을 잘 연결한다고 영혼이 인격이라는 명제는 도출되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2문단을 보시면 됩니다. 단일한 주관이 있으려면 자기 의식은 있어야 하는데 자기 의식이 있다고 영혼이 실재하는 것은 아니니까요.
첫 번째 전제에 등장하는 ‘의식’은 실제로 존재하는 무언가에 대해 의식한다는 뜻이지만, ‘생각하는 나는 생각한다.’와 다름없는 두 번째 전제에 등장하는 ‘의식’은 무언가가 꼭 실재함을 뜻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이 부분에 잠깐 주목해볼까요? 시간의 흐름 속에서 스스로의 동일성을 의식하는 것은 내가 어제도 오늘도 ‘같은 사람’이라고 느끼는 것은 자아를 느끼는게 아니라 ‘나’라는 경험적 대상에 의해 종합적으로 판단이 가능합니다. 실재로 존재하는 ‘나’라는 존재를 통해 지속되는 경험적 주체가 존재한다는 사실은 알 수 있습니다.
이제 두 번째 명제는 왜 무언가 실재함을 보장하지 않는지 설명해보겠습니다. 아마 문제의 답 중에 ⑤이 틀린 이유는 이 제시문만 가지고는 이를 찾을 수 없기 때문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순수이성 비판]에 따르면 “생각한다(denken)는 것은 표상을 판단에 포함하는 능력이다.” 단계적으로 접근을 해봅시다. 표상은 마음속에 떠오르는 이미지 같은 것입니다. 가령 사과라고 하면 머릿속에 떠오르는 빨간 구체 그게 표상입니다. 판단을 한다는 것은 보편에 특수를 편입시키는 것입니다. 즉 보편적 기준에 맞춰 개별적인 사례를 결정하겠다는 것입니다. ‘나는 생각한다’는 것은 나라는 동일한 의식 안에 모든 표상들을 묶고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데카르트의 논리는 ‘생각하는 나는 의식된다.’ -> ‘나라는 영혼(실체)이 존재한다’인데 칸트는 이 논리가 비약이라고 생각합니다. 생각을 하는 것은 모든 표상을 하나의 주체에게 귀속시키는 형식인 것이지 그 하나의 주체가 영혼이라고 보장하는 단계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제가 과일들(표상)을 모아 그릇(나)에 넣었다고 해서 그릇이 영혼을 가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단지 나라는 동일한 의식 안에 표상들이 모여 있을 뿐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니 이 그릇이 영혼이 되기 위해서는 위의 두 명제 말고 다른 조건들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칸트는 통시적으로 동일한 인격의 존재를 직접 증명하는 대신 ‘시간의 흐름 속에서 마주치는 복수의 주관이 동일한 인격으로 인식된다.’라는 가정이 반드시 선행되어야 한다고 제안한다. 그래야 경험적 판단, 윤리적 판단 등의 생각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생각의 구성은 시간의 흐름을 따르는데, 이러한 구성은 통시적으로 동일한 인격을 반드시 필요로 한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칸트는 시간의 흐름속에서 마주치는 복수의 주관이 동일한 인격으로 인식된다는 가정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물론 이것도 직접 증명은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이런 인격이 존재해야 위에서 말했던 약속과 같은 윤리적인 행위들이 가능해진다는 점에서 인격을 ‘요청’하는 것입니다.
뒤에 글은 더 있지만 저는 칸트 빠돌이라 스트뮈시기와 롱기누스의 창인지 뭔지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어쨌든 수능 치느라 고생 많으셨고 좋은 입시 결과를 거두셨으면 좋겠습니다. 철학과는 아닌 거 같죠? 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여기는 눈덩이 아카이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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